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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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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셋 기초수급권자 할머니의 일백만 원 사회 안전망조차 개인의 선의에서 비롯한 베풂에 기대어야 하는 부끄러운 세 바야흐로 ‘연말정산’ 시기다. 행정실로부터 월말께까지 연말정산을 마쳐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우편과 메일 등으로 연말정산용 영수증이 드문드문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산이 끝나면 지난 한 해 동안의 ‘물질적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한 장의 원천징수영수증에 담길 것이다. 그것은 수치로 계량화된 내 삶의 일부일 것이었다. 정산이라고 해 봐야 별 건 없다. 인적 공제는 기본공제 외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아이들은 피부양자에서 빠진 지 오래되었고, 경로우대 공제도 장애인 공제도 해당하지 않는다. 의료비는 공제금액에 미치지 못하고 교육비도 빠지니 결국 보험료와 신용카드 사용액, 기부금 난이나 칸을 메울 정도에 불과하다. 아름다운재단을 비롯하.. 2021. 1. 18.
혁명가, 사회주의 소련에서 ‘반혁명’ 혐의로 처형되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⑤] 조선공산청년회 중앙위원·코민테른 전권위원 김단야(1901~1938)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 세상에 나온 것은 1848년 2월이었고, 69년 뒤인 1917년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했다. 식민지 치하에 조선공산당이 창립된 것은 1925년 4월이었다. 조선공산당은 ‘조선혁명’의 과제를 민족해방혁명, 반제국주의 혁명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기 과업을 수행하면서 독립운동에도 헌신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들은 해방 후 38도선 이남에 친미반공국가가 세워지면서 잊히기 시작했다. 일제의 가혹한 탄압 아래서 이들이 벌인 계급투쟁도, 반제국주의 민족해방 투쟁도 이념 저편에 묻혀 버린 것이었다. 조선공산당 창당을 전후한, 이 잊힌 혁명가들의 삶과 투쟁을 돌아본다. 안동 지.. 2021. 1. 17.
‘아띠’? 광화문, 혹은 세종대왕 수난기 광화문 현판 논란과 근처에 들어선 국적불명의 ‘아띠’ 광화문광장이라곤 딱 한 번 가 봤다. 지난해 1월 말께였다. 어딘지도 모르면서 누굴 만나느라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거기 만만찮은 크기의 세종대왕 동상이 딱 버티고 있었다. 나중에야 그게 광화문광장이었구나 했던 것이다. 시골 사람들이 서울을 이해하는 건 늘 그런 방식인 모양이다. 세종대왕은 뒤편으로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등지고 꽤 높은 좌대에 앉아 있었다. 세종임금은 반대편에 칼을 집고 서 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함께 광화문광장의 상징 같아 보였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두 분 임금과 장수가 경복궁을 등지고 앞뒤로 앉고 서 있는 모습은 괜찮은 그림 같다. 논란의 중심이 된 ‘광화문 현판’ 세종대왕과 그 뒤편의 광화문은 지난해부터 꽤 긴한 뉴스거리였.. 2021. 1. 15.
세종시, 시인 김남조와 도종환 정국을 바라보는 두 시인의 엇갈린 시선 초임 시절에 여고생들에게 그의 시 ‘겨울 바다’를 가르쳤지만 정작 시인 김남조(1927~ )에 대한 내 기억은 텅 비어 있다. 그는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피안의 공간에서 오롯이 자기만의 성을 쌓고 사는 이처럼 느꼈던 까닭이다. 그이가 쌓은 시적 편력이나 삶과 무관하게 내게는 그는 단지 교과서에 시가 실렸던 시인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 에서 기사(김남조 “대통령은 원전 파는데 촛불? 세종시?”)를 읽고서야 그의 존재를 간신히 확인했을 정도다. 나의 관심과 상관없이 그는 여든을 넘긴 노인이지만 생존해 있었다. 그것도 국민원로회의 공동의장의 자격으로 말이다. 원로시인 김남조의 ‘안타까움과 연민’ 국민원로회의가 어떤 조직인지는 그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 외에.. 2021. 1. 15.
조영남, 그리고 2009년 한국 1980년대 가수 조영남의 ‘전비어천가’ 이른바 ‘엔터테이너(entertainer)’가 주목받는 시대다. 단순히 ‘(흥을 돋우는) 연예인’ 정도로 번역되던 엔터테이너가 노래와 연기, 유머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복합 연예인’이라는 의미로 널리 쓰이면서 연예인의 ‘영역’을 따지는 게 우스꽝스런 시대가 되었다. 어떤 여자 아나운서가 연예인 못지않은 ‘끼’를 보여줘 본업 대신 ‘개그맨’으로 알려졌다는 얘기가 새삼스럽지 않을 만큼 요즘 연예계는 ‘영역의 경계’가 무뎌지는 추세다. 주말의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의 활동 영역을 물어보면 아이들조차 머리를 갸웃하는 이도 더러 있을 정도다. 그러니 코미디언이나 배우, 가수가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MC)로 활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 2021. 1. 14.
김명수 시 ‘하급반 교과서’를 다시 읽으며 김명수 시인의 1983년 발표작 ‘하급반 교과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교과서 논란은 권력과 극우세력들의 비호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상식적’으로 이해한 교육 주체들과 시민들의 완승으로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황당한 논리로 반격을 일삼던 극우 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 여당은 손을 들고 끝낼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상식 혹은 ‘상식의 전도’ 정부 여당은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를 채택할 때 부당한 외압을 방지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라며 6월 말까지 ‘역사 교과서 발행 체계 개선안’을 확정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부당한 외압’이란 물론 역사 교과서에 대한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와 동문의 의사표시다. 이 교과서 파동은 일찍이 전임 이명박 정부부터 슬그머니 우겨온 ‘상식의 전도.. 2021. 1. 14.
김지하, ‘외로움’ 혹은 ‘노추(老醜)’ ‘구설수’에 오른 시인 김지하 대선 즈음에 시인 김지하(1941~ )가 ‘구설수’에 오른 건 구문이다. 김지하는 누가 뭐래도 박정희 유신독재 시기를 전후해 투옥되면서 세계의 양심수로 떠올랐던 1970년대의 대표적 저항 시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을 박해했던 당대 권력자의 딸을 정치적으로 지지한다고 하면서 시작되었지만, 기실 이 ‘구설수’는 1990년대 초반, 이른바 ‘죽음의 굿판’ 운운할 때부터 이미 싹튼 것이었다.[관련 글 : 박정희 정권, 「오적(五賊)」필화사건… 폐간 조치] 이 상징적 문인의 변신을 가리켜 ‘변절’이니, ‘전향’이니 하지만 그건 시인 김지하의 영향력이 일정한 힘을 갖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최근 대중들의 입질에 오른 그의 근황은 ‘남과 시비하거나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인.. 2021. 1. 13.
어떤 광고 어떤 ‘명문대’가 연출한 ‘상식의 전복’ 어떤 예비역 육군 대령 하나가 시방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연세대 총동문회(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가 그를 ‘2010년 자랑스러운 연세인상’ 수상자로 선정한 까닭이다. [관련 기사 : 노무현 분향소 부순 서정갑이 ‘자랑스러운’ 연세인?] 수상자는 서 씨 외에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동건 한국아나운서클럽 회장이다. 일부 연세대 동문들은 서 씨의 수상 소식에 경악하면서 선정 취소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 동문은 서 씨의 ‘자랑스러운 연세인상’ 수상을 반대하는 의견광고를 언론에 싣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늘 아침 에, 정확히 10면 오른쪽 아래에 이들 ‘서정갑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연세인.. 2021. 1. 13.
문재인 헌정 광고, ‘못다 한 꿈의 성찰’ 문재인 헌정 광고에 담긴 주권자의 꿈 정치인에 대한 광고가 시작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부터인 듯하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이 불러일으킨 슬픔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장례를 전후해 지지자와 일반 국민이 진보 일간지 등에 추모 광고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관련 글 바로 가기] 이들 광고의 주체는 주로 시민들이었다. 베이스볼파크와 MLB파크 회원들, 82cook,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 DVD 프라임 등의 동호인 모임이 주축이 된 이들 시민이 마련한 광고는 기왕의 정치광고와는 다른 매우 감성적이고 세련된 언술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다시 태어나 바보 대통령이 또 한 번 된다면, 나는 다시 태어나 그 나라의 행복한 국민이 되겠습니다.” 고인이 다시 태어나 ‘바보 대통령’이 된다면 그 나라의 .. 2021. 1. 11.
다수 대중의 ‘상식적 합의’를 성찰하라 ‘역사전쟁’에서 패한 보수의 절치부심…국정교과서 부활하나 병영 생활을 하면서 병사들은 ‘에프엠(FM)’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어야 한다. 처음엔 무슨 ‘방송 용어’인가 싶어 어리둥절해 하지만, 곧 이게 ‘야전 교범(Field Manual)’의 약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낱말이 쓰이는 맥락은 ‘요령을 피우지 말고 원칙대로 하라’쯤 된다. ‘해당 분야에서 모범이 되는, 혹은 판에 박혀서 현실적이지 않은’ ‘교범(敎範)’은 ‘모범으로 삼아 가르치는 기본 법칙’(표준국어대사전)으로 풀이하는데 더 쉽게는 ‘교과서’라는 낱말로 대체할 수 있겠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교과 과정에 따라 주된 교재로 사용하기 위하여 편찬한 책”이지만 “해당 분야에서 모범이 될 만한 사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가.. 2021. 1. 11.
‘팥죽 민심’? 끓고 있기는 한가 ‘팥죽 민심’, 정말?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로 출발한 를 후원한 지 얼마나 되었나. 모르긴 몰라도 그건 우리 시대의 언론이 맥을 놓고 망가지기 시작한 시기와 겹칠 터이다. ‘탐사 저널리즘’이란 이름으로 새로 출발하긴 했지만 는 말 그대로 ‘뉴스를 타파’하고자 한 대안 매체였으니 이는 곧 권력 앞에서의 순치(馴致)된 기존 언론의 퇴행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지난해 11월께 에서 새해 달력을 희망하면 누리집에 주소를 등록하라고 해 했더니 해가 바뀐 둘째 날에 탁상용 달력을 보내왔다. 예의 신영복 선생이 쓴 멋진 제호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선명하게 박힌, 세로로 세우는 12장짜리 달력이다. 달력이 인쇄된 면의 반대쪽은 회원들의 사진과 일상을 담았다. 동해에서 농사를 짓는 이, 여수의 안경사, 대구에서 찜 .. 2021. 1. 10.
세기를 넘는, 젊은 시인과 혁명가의 만남 안도현 시집 문학 시간에 안도현을 가르치면서 방학식 다음 날부터 시작된 보충수업, 어제는 언어영역 문학 문제집에서 안도현의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배웠다. 같은 쪽에 실린 고은의 ‘머슴 대길이’와 고정희의 ‘우리 동네 구자명 씨’도 같이 배웠다. 새삼스레 ‘가르쳤다’고 하지 않고 ‘배웠다’로 쓰는 까닭은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나는 스스로 배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기 위한 이 나라 문학 공부는 거기가 거기다. 정형화된 의미와 상징, 주제로 깡총하게 정리된 시를 가르치고 배우는 문학 교실. 어떤 가외의 해석과 의미도 용납하지 않는 교실에서 노래는 화석이 된다. 어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거부한 것도 그런 우려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은 읽는 것만으로 그 뜻을.. 2021.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