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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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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임 과잉’?, ‘기사님 식당’과 ‘전화 오셨습니다’ 아무데나 ‘높임’이 쓰이는 ‘높임 과잉’의 시대 대량소비시대인 우리 시대의 특징 중의 하나가 ‘과잉’이 아닌가 싶다. 재화도 넘치고 그 공급과 소비도 넘친다. 그 소비의 방식도 넘친다. 흔히들 ‘냄비’로도 비유되는, 사람들의 특정 문제에 대한 천착은 온갖 방면의 붐을 낳았다. 아이들 교육도, 운동도 웰빙도 사람들은 마치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장사꾼이 넘치면서 일어나는 변화 중의 하나가 친절이다. ‘친절’은 ‘서비스의 기본’에서 ‘생존 전략’으로까지 평가절상되는 데 이르렀다. 당연히 이에 따르는 말의 변화도 예사롭지 않다. 전화번호를 물으려 114에 전화하면 안내원은 “사랑합니다, 고객님”으로 응대하고 집을 나서면 우리는 곳곳에서 ‘손님’으로 ‘고객님’으로 ‘아무개님’으로 불린다. 시장과 슈.. 2021. 2. 22.
‘시니어’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당신들에게 2012학년도 방송통신고 졸업에 부침 지난 17일로 방송통신고등학교의 2012학년도가 막을 내렸습니다. 물론 3학년 3반의 서른한 명 늦깎이 학생인 당신들의 감격스러운 졸업과 함께 말입니다. 사흘 전에 치러진 본교 졸업식 때와는 달리 저는 오랜만에 정장을 갖추어 입었습니다. 반드시 졸업반 담임이어서는 아니라 무언가 정중하게 이 의식 앞에 서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이에겐 그렇고 그런 한 해에 그칠지 모르지만 당신들에게 지난 삼년의 의미는 매우 각별했을 터입니다. 그 삼년은 이 나라의 고교생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요. 그러나 당신들에게 지난 세 해는 단순히 햇수로만 따질 수 있는 날은 결코 아니었지요. 이 ‘졸업’의 의미 한 해라고 해도 등교해야 하는 날은, 하루 7시간의 수업이 기다.. 2021. 2. 22.
‘봄’은 ‘밥’이고 ‘민주주의’다 이성부 시인의 시편 ‘봄’을 읽으며 유난히 지난겨울은 추웠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하는 게 맞지만 고단하게 살아가는 헐벗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난겨울 추위는 혹독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상의 기온을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바깥바람은 차고 맵다. 입춘 지나 어저께가 우수, 그래도 절기는 아는지 어느새 한파는 고즈넉이 물러나고 있는 낌새다. 아직 봄을 느끼기에는 이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는 ‘지난겨울’을 이야기하고 있다. 겨울의 막바지에 서 있지만 우리는 정작 이날을 겨울로 느끼지 않으며, 우리가 서둘러 온 이른 봄 가운데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계절 가운데 ‘봄’만큼 다양한 비유나 상징으로 쓰이는 게 또 있을까. 일찍이 이 땅에서 ‘봄’은 빛과 희망이었고, 해방과 독립이었다. .. 2021. 2. 21.
남자는 가라,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고픈 공구책 [서평] 필 데이비 외, 소유와 무관하게 집을 지니고 살아가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금방 지은 새집도 가끔 이런저런 말썽이 생기는데, 오래된 집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나이 들면서 사람이 이래저래 부실해지듯 집과 가재도구도 시간이 지나면서 낡고 해지기 마련인 것이다. 말썽 나는 족족 그걸 해결하기 위해 전문 기술자를 부르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부득이 사람들은 공구를 하나씩 마련하고, 그걸로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경험 없는 얼치기 생활인이 그걸 해결하는 건 쉽지 않다. 생활이 ‘공구’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목마른 이가 샘 판다고 어설프게 공구를 찾아 들긴 했지만, 정작 그걸 운용하는 게 적지 않은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 2021. 2. 21.
‘손 없는 날’과 ‘택일’ ‘손 없는 날’을 찾아 택일하는 민속 신앙 지난 설날에 장모님을 뵈러 처가에 들렀다. 안방 벽에 걸린 지역 농협에서 나누어 준 커다란 달력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림도 없이 글자만 커다랗게 박힌 재미없는 달력에 아주 친절하게 ‘손 없는 날’ 표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할 때마다 가끔은 들었던 얘기다. 굳이 ‘손 없는 날’을 선택하면 비용이 훨씬 더 드는 데다가 예약이 차 있어 날을 받기조차 어렵다는 얘기 말이다. 정작 사람들은 무심하게 시간 내기가 적당한 토요일을 선택했는데 그게 하필이면 손 없는 날과 겹치기도 한다. 이제 그런 민속도 쇠퇴해 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그걸 따지는 사람들도 적지만은 않다. 농협에서 아예 달력을 만들 때 ‘손 없는 날’을 박아서 만든 건 말하자면 그런 .. 2021. 2. 20.
‘시간의 복기’와 ‘글쓰기’로 마감되는 여행의 발견 시민기자의 ‘지각 여행·답사기’ 쓰기 여행의 ‘시작과 끝’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형식으로 보면 그것은 집을 떠나는 순간에 시작하여 다시 출발지로 돌아옴으로써 끝나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어느 날, 여행지 한곳을 마음에 담아두고 가끔 거기로 달려가거나 돌아와 아쉬움으로 그 여정을 되돌아보는 ‘마음의 행로’는 여행의 어디에 해당할까. 낯선 곳으로 집을 떠나고, 돌아와 사진첩에 여정을 갈무리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행의 공식’은 십몇 년 전에 에 답사기 몇 편을 싣게 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탐승(探勝)과 휴식을 위한 여행이든, 유적이나 역사 관련 답사든 내게 그것은 돌아온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내 여행은 적지 않은 시간과 씨름한 끝에 몇 편의 글로 정리되어야만 비로소 마감되기 때문이다. 내 .. 2021. 2. 19.
‘일제고사’ 1등의 시골 학교는 어떻게 되었나 일제고사의 폐해는 여전하다 1등부터 꼴찌까지…, 일제고사 성적 공개 교과부에서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및 기초학력 미달 학생 해소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과 180개 지역교육청의 성적을 모두 공개한 이래 그 파장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학력 격차는 ‘도시·농촌의 차이, 대도시 안에서도 학교가 있는 지역적 특성과 구조적으로 연결’(이윤미 홍익대 교수)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은 ‘변변찮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해소 방안이 아니라 평가 결과로 드러나는 서열에 주목한다. 말도 많던 이 제도의 시행과 맞서서 교육적 양심으로 아이들을 지키려다가 부당징계에 희생된 열두 명 교사들의 존재는 이미 희미하게 잊히고 있다. 서울 세화여중의 김영승 교사가 파면당한 것은 이 발표 이틀 전이었다. 평가 .. 2021. 2. 18.
[임정 답사] 광복군 전신 청년공작대, 34명 청년들이 이뤄낸 반향 [임시정부 노정을 따라 ⑨] 류저우, ‘망명정부’의 다섯달-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 결성 둘째 날, 우리는 광저우 남역에서 고속열차를 탔다. 5년 만의 방문이지만, 그새 중국의 모습은 5년 전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첫 방문에서는 무심하게 중국을 바라보기만 했다면, 이번엔 뭐라고 할까, 보이는 것 너머가 언뜻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슬그머니 기가 죽는 기분이었다. 우선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시장경제가 떠받치는 이 나라의 규모가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대구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로도 비기지 못할 듯한 큰 규모의 도시가 그랬고, 광저우 남역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때마다 14억명 나라라는 사실을 환기하곤 했지만, 그것만으로 그 규모가 해명되진 않았다. 상상 너머의 덩치가 드러내는 게 이 거대국가의 저력이.. 2021. 2. 17.
2007학년도를 마치며 2007학년도, 2학년 5반과도 이별이다 지난 14일의 졸업식에 이어 이튿날 2007학년도 종업식을 끝으로 학교는 마지막 방학에 들어갔다. 한 해 동안 썼던 사물함을 비우고 아이들은 별관 교사로 옮아가야 한다. 요즘이야 졸업식도 그리 다르지 않으니 학년을 마치면서 아이들과 작별하는 것은 여느 일상과 다르지 않은 심상한 일이다. 나는 지난 한 해 동안 지도를 잘 따라 주었고, 자율적으로 학급을 꾸려온 것에 대해 고맙다고 말했다. 저희를 따라서 3학년으로 가지 않는 이유도 밝혔다. 내겐 익숙하고 미련이 남는 아이들이지만 해를 거듭해 같은 교사에게 배워야 할 일은 없는 것이다. 새로운 교사로부터 배우는 것도 중요한 경험일 터이기 때문이다. 그 전전 날에는 쓰지 않고 남겨 두었던 학급운영비 등을 모아서 피자와 .. 2021. 2. 17.
까마득한 ‘말 잇기 놀이’의 기억 유년 시절의 '말 잇기 놀이' 노래 주변에 ‘아이들’이 없다. 손주를 볼 나이는 이미 지났건만 서른 넘긴 지 오랜 아이들은 기다리는 소식을 전해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친구와 ‘환갑 진갑 넘기고도 사위나 며느리 못 본 위인은 우리뿐’이라며 웃고 마는 것은 그래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 뒤편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마치 음악처럼 듣고 즐긴다. 아내가 개라도 한 마리 기르자고 성화를 부리는 것은 ‘정 줄 곳’이 없어서일 것이다. ‘말 잇기 노래’, ‘원숭이 똥구멍’과 ‘저 건너 영감 나무하러 가세’ 설날 아침, 세배하는 아이들 정수리를 바라보면서 짐짓 쾌활한 목소리로 “올핸 좋은 소식 전해 줄 거지?”라고 묻는 것은 기실 자신에게 하는 일종의 최면이다. 올해.. 2021. 2. 16.
국민 국어능력, 과반수가 ‘기초 이하’다? 국민의 국어 능력, 변변치 않다 국립국어원의 2013 국어능력 평가 결과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이 실시한 ‘2013년 국민의 국어능력 평가’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국어능력은 ‘보통 등급과 기초 등급의 경계선’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국민의 국어능력 수준을 진단하고 국어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실시된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원이 직접 가구를 방문하여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문법 등 5개 영역별로 엄선된 문제를 풀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국립국어원 보도자료 바로가기] 그런데 이 결과가 좀 심상찮다. 전체 평균은 1,000점 만점에 579.62점, 급별로는 우수 등급 11.9%(347명), 보통 등급 33.4%(975명), 기초 등급 45.. 2021. 2. 15.
과정을 넘어 새로워지는 당신들에게- 방송통신고 ‘졸업’에 부쳐 방송통신고를 졸업하는 ‘시니어’ 학생들에게 드디어 졸업이군요. 이제 졸업식을 빼면 등교할 날은 하루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떠신가요. 지난 3년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가요? 온갖 기억들이 슬그머니 되살아나 추억의 현(絃)을 조금씩 건드려주나요? 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졸업을 앞둔 이들의 느낌은 비슷한 듯합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입학원서를 내고 교문을 나서던 3년 전 2월의 어느 날을 기억하시지요? 입학식을 치르면서도 여전히 자기 선택이 미덥지 않아서 어정쩡하게 보낸 그해 봄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대체 지금 다시 공부해서 어쩌겠다는 건가. 이미 녹슬고 굳어진 머리로 새로 공부를 한다고? 그게 가능이나 할까? 공연히 시간과 힘만 낭비하고 마는 게 아닐까……. 회의는 회의를 낳고 학교 교문을 들어설 때마.. 2021.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