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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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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岸曙) 김억, 친일부역도 ‘오뇌의 무도’였나 조선 최초의 번역시집과 창작시집을 낸 소월의 스승 안서 김억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교사가 추적한 친일문인의 민낯] 우리나라 신문학의 첫 장을 연 사람들이 대부분 친일파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최초의 신체시를 쓴 최 남선, 첫 번째 신소설을 쓴 이인직, 최초의 현대시 「불놀이」의 주요한, 첫 현대 소설 「무정」의 이광수가 바로 그들이다. 안서(岸曙) 김억(金億, 1896~?)도 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1921년 1월에 프랑스 상징파의 시를 중심으로 한 조선 최초의 현대 번역시집 『오뇌의 무도』를 번역해 펴냈고, 같은 해 6월에는 조선 최초의 현대 창작시집 『해파리의 노래』를 출판하였다. 소월의.. 2021. 1. 29.
이제 군가에선 ‘사나이, 아들’을 들을 수 없다 여군이 증가한 현실 반영, ‘남성’만을 가리키는 단어 쓰지 않는다 올해부터 새로 만들어지는 육·해·공군, 해병대 군가에서는 ‘사나이’나 ‘남아’ ‘아들’과 같은 남성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쓰이지 않게 된다고 한다. 물론 여군이 증가한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군가에 쓰인 ‘어휘’로 더는 군대가 남성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관련 기사] 보도에 따르면 현재 여군의 숫자는 9,253명(2014.8.3. 기준)인데 이는 전체 장교의 6.7%, 부사관의 4.5%에 이르는 숫자다. 국방부는 2015년까지 장교의 7%, 2017년까지 부사관의 5%를 여군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혀 조만간 ‘여군 1만 명 시대’가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군가 등에서 ‘성 차별적’ 언어를 쓰지 않기로 그리스 신화에 .. 2021. 1. 28.
티케이(TK)의 ‘샤이(shy) 박근혜’들을 생각한다 대구 경북의 ‘샤이(shy) 박근혜’ “어쨌든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주권자들의 정치적 각성을 가져온 것은 틀림없어.” 얼마 전, 누나와 형 등 우리 동기간 만남에서 정치 현안이 화제가 되었을 때 내가 거듭한 얘기다. 실제로 나는 ‘주권자’ 앞에다 우리가 사는 ‘영남’이나 ‘대구·경북’을 끼워 넣고 싶었지만, 속내가 너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자제한 발언이었다. 실제로 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대구에서 밝혀진 촛불의 규모는 우리가 기왕에 지니고 있었던 이 지역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선입견을 뒤바꿀 만한 것이었다. 전국적 파장을 지닌 의제라도 고작 일이백 명이 고작이었던 집회의 규모가 천이 되고, 만이 되는 걸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4남매의 엇갈린 선택, 혹은 TK의 ‘샤이 박근혜.. 2021. 1. 27.
다시 ‘늦깎이’들을 기다리며 변혁의 시간에 응답한 늦깎이들의 활동으로 진보는 두터워졌다 어쩌다가 지역의 전교조 행사나 집회에 가면 낯선 얼굴들이 많다. 공식적인 역할을 떠난 지 십 년이 가까워지진 까닭이다. 그러나 낯선 얼굴들 사이에 낯익은 얼굴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경험은 절대 나쁘지 않다. 그것은 어떤 형식으로든 조직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40대 초중반의 단단해 뵈는 활동가들을 만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들 가운데엔 20대 후반부터 꾸준하게 일해 온 친구들도 적지 않다. 얼마 전에 만난 한 후배 여교사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도 될 만큼 성큼 자란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던 막내 시절의 그를 기억하면서 나는 그들을 중견 교사로 길러낸 세월을 생각했다.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을 나와.. 2021. 1. 26.
‘큐 앤 에이(Q&A)’와 ‘문답’ 사이 일상어를 대체하는 영어 일전에 블로그에 올린 글,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2)”은 별 호응이 없었다. 에 기사로 채택되지도 않았고 의미 있는 조회 수의 변화도 없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내왕하던 이웃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댓글이 달리는 경우는 드물어서 조회 수는 어떤 의미로든지 독자들의 관심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였었다. 한글이 ( )안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어찌 어찌하다가 정년 퇴임한 선배 국어과 교사와 연락이 닿았다. 그도 의 뉴스룸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는 어떤 경로든지 이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알파벳이 괄호 밖으로 나왔으니 이제 한글이 대신 괄호 안에 들어갈지도 모르겠어요.” 선배가 방송사에도 이의를 제기해야 하지 않겠냐고 .. 2021. 1. 25.
‘지식인’, 혹은 이외수를 위한 변명 마광수 교수가 제기한 ‘지식인론’ “이외수, 지식인은 아니고 글은 위선적이다…….”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기사 보기] 어떤 누리꾼이 ‘화천군민이 불과 2만5천 명인데 이외수 작가를 위한 감성마을에 100여억 투자!’라는 윤 아무개 목사(대선 때 ‘십알단’을 이끌며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그 사람)의 주장을 자신의 누리집에 올리자 거기 단 댓글을 통해서다. “내가 어릴 때 화천에서 살았는데, 정말 가난한 곳이었어요. 그런데 군민 혈세로 미친 × 호화 주택이나 지어주고 있으니 우리나라 행정가 나으리들의 무지몽매함이 드러나는고나. 이외수 옹은 전문대학(2년제 교육대학) 중퇴라서 지식인이 아니다. 이외수 씨를 조금 아는 사이라 그 사람 글이 위선적이라고 까는 글을 공.. 2021. 1. 24.
‘눈 맑은 사내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나? 사내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남녀학교를 두루 돌아다닌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춘기에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정신연령이 훨씬 높다는 통설은 사실에 가깝다. 여학생들은 아주 감성적이면서도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데서 뜻밖에 폭넓은 관점과 태도를 보여준다. 물론 이 통설은 개인차를 무시한다는 전제에서 유효하다. 여학생들이 자기 이해를 유독 밝히는 깍쟁이일 거라는 편견은 생각보다 훨씬 뿌리 깊다. 그러나 실제로 여학생들은 ‘관계’에 대한 이해에 있어 훨씬 어른스러운 입장과 태도를 보인다. 복잡한 걸 꺼리고 단순한 걸 선호하는 남자아이들은 즉흥성이 강하고 여자아이들은 문제의 전후좌우를 살피고 상대를 배려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대부분 남녀공학으로 운영되는 시골 학교나 중학교에 근무해 보면, 이런 점은 아주 확연하게 .. 2021. 1. 23.
“삼성 ‘대체재’ LG 제품, 이제 더는 사지 않겠다” LG의 청소노동자와 계약 해지, 불매운동에 동참하려는 까닭 새해 벽두에 노동자들이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엘지(LG) 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어딘가 했더니 여의도에 있는 ‘트윈타워’다. 한때 해마다 여의도 집회로 가는 전세 버스 속에서 늘 건너다보았던 지상 34층짜리 ‘쌍둥이 빌딩’에서 지금 용역업체의 계약해지에 반발하며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단다. 보도에 따르면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 명은 지난해 12월 말 계약이 해지되었다. 건물 관리 회사인 엘지 계열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이 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와의 계약을 종료하면서다. 정부 지침은 원청의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을 승계하도록 권고하는 것인데도, 노동자들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노동자 가운데 30여 명은 계약해지에 항의하며 .. 2021. 1. 22.
[가겨찻집] ‘수인한도’와 ‘참을 수 있는 정도’ 불필요한 ‘문어’, 한자어의 흔적들 ‘글로 쓰는 문장이 입으로 말하는 언어와 일치되는 현상’이 언문일치(言文一致)다. ‘언문일치’라는 개념은 ‘언문 불일치’를 전제로부터 비롯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랫동안 한자를 빌려 써 입말[구어(口語)]을 그대로 글말[문어(文語)]로 기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글말과 입말의 일치, ‘언문일치’ 우리말의 언문일치는 교과서의 한글 전용과 1980년대의 일간지의 한글화를 통해 한글이 주류 통용 문자의 지위를 얻게 되면서 비로소 그 형식과 내용을 제대로 갖추어 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는 입말과 글말이 특별히 다르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옛 편지글에 남았던 문어의 흔적들 1960년대와 70년대까지만 해도 편지글에서 공공연히 쓰이던 상투적 문구는 이제 .. 2021. 1. 22.
보수단체들, ‘다문화 정책’을 중단하라고? ‘다문화 사회’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지난 19일, 인터넷 에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 국가’로 가고 있다는 초파리 유전학자 김우재의 칼럼이 실렸다. 같은 날, 와 는 각각 보수단체들이 의뢰한 ‘다문화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우연이겠지만, 이 칼럼과 광고는 우리 사회가 다다른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엇갈린 현실과 그 인식의 틈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같은 날, 다른 엇갈린 의견 김우재의 칼럼 ‘샤를리 에브도와 원곡동’은 국가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며, ‘인종적 특성으로 국가를 규정하려는 방식’은 이미 정당성을 잃었다고 말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그는 이미 국내 체류 외국인이 150만 명을 넘어섰고(2013년 기준) 75만 명 내외의 귀화 다문화 가족이 존재하며 다문화 가정 자녀 수는.. 2021. 1. 21.
그래도 ‘서동요’는 ‘맛둥의 노래’다 익산 미륵사지 서탑 안에서 사리 봉안 기록판 발굴 지금은 터만 남은 익산 미륵사(彌勒寺)는 백제에서 가장 큰 절집이었다. 또 그 절집 금당 앞에 세운 미륵사지석탑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탑이다. 이 탑은 양식상 목탑에서 석탑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충실하게 보여 주는 중요 문화재로 국보 11호로 지정되어 있다. 미륵사는 탑의 동쪽에 같은 규모의 돌탑이 있는, 이른바 동서 쌍탑(雙塔)의 배치였음이 밝혀짐에 따라 이 탑은 저절로 서탑(西塔)이라는 본이름을 찾게 되었다. 동탑은 1993년 복원되었는데, 어지간히 눈 밝은 이들도 두 탑이 쌍둥이라는 걸 알아보지 못한다. 동탑은 예산이 부족하여 기계로 깎은 돌로 미끈하게 복원됨으로써 1300년 세월을 꼼짝없이 무화해 버렸기 때문이다. 19일, .. 2021. 1. 20.
<레 미제라블>과 쌍용자동차 영화 과 쌍용자동차 변상욱의 ‘기자 수첩’ 이야기 글쎄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엔 이른바 ‘스타’ 기자의 전통이 빈약한 것 같다. 언론계에서야 특종을 놓치지 않는 유능한 민완 기자의 면면이 알려져 있겠지만, 대중들은 기사를 주목할 뿐, 기사를 쓴 기자에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언론계에 리영희, 송건호 선생 등 존경받는 언론인은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니, 그 지명도가 어떤 수준인지는 알 수 없다. 끈질긴 탐사보도로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파헤쳐 대통령을 사임시킨 의 칼 번스타인(Carl Bernstein)과 보브 우드워드(Bob Woodward) 기자와 같은 무게를 지닌 현직 언론인은 지금 얼마나 될까. 새삼 스타 기자 이야기로 허두를 뗀 것은 요즘 우리 언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느끼.. 2021.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