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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민심’? 끓고 있기는 한가

by 낮달2018 2021.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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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민심’, 정말?

▲ 올 뉴스타파의 탁상달력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로 출발한 <뉴스타파>를 후원한 지 얼마나 되었나. 모르긴 몰라도 그건 우리 시대의 언론이 맥을 놓고 망가지기 시작한 시기와 겹칠 터이다. ‘탐사 저널리즘’이란 이름으로 새로 출발하긴 했지만 <뉴스타파>는 말 그대로 ‘뉴스를 타파’하고자 한 대안 매체였으니 이는 곧 권력 앞에서의 순치(馴致)된 기존 언론의 퇴행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지난해 11월께 <뉴스타파>에서 새해 달력을 희망하면 누리집에 주소를 등록하라고 해 했더니 해가 바뀐 둘째 날에 탁상용 달력을 보내왔다. 예의 신영복 선생이 쓴 멋진 제호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선명하게 박힌, 세로로 세우는 12장짜리 달력이다.

 

달력이 인쇄된 면의 반대쪽은 <뉴스타파> 회원들의 사진과 일상을 담았다. 동해에서 농사를 짓는 이, 여수의 안경사, 대구에서 찜 가게를 열고 있는 이, 시골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 서울에서 빵집 주인, 제주의 다이버숍 운영자, 고등학교 특수 교사, 제주 시내의 버스 운전사 등이다.

▲ <뉴스타파> 달력에 소개된 회원들. 이들의 미소는 맑고 아름답다 .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맑고 천진한 미소를 한입 가득 물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간절한 꿈을 같이 꾸게 되면 눈빛과 몸짓도 닮아가는 것일까. 가능하면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려고 애쓰는 이들의 <뉴스타파> 선택은 기존 공중파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중파 뉴스를 더는 보지 않게 된 지 꽤 여러 달이 지났다. 정작 실려야 할 기사는 빠지고 생뚱맞은 연성 뉴스로 분장한 공중파 뉴스를 보는 건 시간 낭비인데다가 멀쩡한 인상의 기자나 앵커가 그런 요긴치 않은 기사를 심각하게 되뇌고 있는 장면을 보는 게 혐오스러워서였다.

 

10월 말께부터는 종합편성 채널인 <JTBC>의 손석희가 진행하는 ‘뉴스9’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말했듯 멀쩡한 공중파 공영방송을 제치고 굳이 종편 뉴스를 봐야 한다는 사실은 씁쓸했다. 그러나 짚을 걸 빼먹지 않고 짚어주는 곳은 거기뿐이니 달리 무슨 도리가 있겠는가.

 

공영인 <KBS>와 <MBC>는 말할 것도 없고, 한동안은 공영방송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던 <서울방송(SBS)>도 슬슬 망가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고 보면 최소한의 ‘팩트’를 지향하는 시청자가 기댈 곳은 결국 <JTBC>뿐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팥죽 민심? 속은 뜨겁다

 

‘탐사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보도 영역을 지향하고 있긴 하지만, 여러 여건에서 <뉴스타파>가 설 자리는 좁기만 하다. 시시각각 타전되는 속보야 포기한다 치더라도 일주일에 한 편도 버거운 제작환경으로는 시청자들의 여러 가지 알 권리를 보장해 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전자우편으로 간간이 전해오는 <뉴스타파>의 ‘업로드’ 소식은 반갑기 짝이 없다. 나는 이 새 ‘업로드’를 바로 열어보지 않고 뜸을 들여가며 보는 편이다. 어차피 속보가 아닌 이상, 숙성(?)시켜서 읽는다고 기사가 달라지지는 않을 터이니 말이다.

▲김종배는 민심을 ‘겉은 잔잔하지만, 안은 뜨겁게 끓고 있는’ 팥죽에 비긴다. ⓒ <뉴스타파>

새해에 처음으로 업로드된 뉴스는 “신년 특집 - 대통령님, ‘팥죽 민심’을 아시나요…(2014.1.7.)”다. <뉴스타파>의 신년 기획 “미리 보는 2014”는 시사평론가 김종배,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선대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연구위원 등이 내다보는 2014년이다.

 

시사평론가 김종배는 ‘정치가 곧 민생’이라며 정치권이 민생을 국민에게 베푸는 ‘시혜’처럼 이해하고 있음을 꼬집는다. 국민이 자신의 표를 통하여 정치적 압력을 수행하고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또 궁극적으로 ‘자기 생활을 위한 요구’가 바로 민생인데 그걸 정치권이 알아서 챙겨주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는 것이다.

 

그는 ‘요란하게 끓지 않는 팥죽’을 예로 들면서 ‘표면만 보고 별로 뜨겁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가 데는 경우’를 상정하면서 그게 지금의 ‘민심’이라고 진단한다. 팥죽의 표면은 아주 잔잔하게 끓지만, 그 안은 어마어마하게 뜨겁다는 것이다.

 

‘권력이 국민을 속이기 안성맞춤인 해’?

 

‘정상’과 ‘비정상’이 전도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민심은 팥죽이라고? 김종배는 ‘두렵다’고 말한다. 정권과 국민의 대결 구도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는 상황을 막지 못하면 그 발화점이 외적 계기가 부여되어 폭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연구위원이 제기하는 2014년 한국의 경제 현실과 그 전망도 우울하다. 그는 OECD나 ILO에서 고용 안전의 지표로 사용하는 ‘근속연수’를 가지고 우리 경제 현실을 바라본다. 한국의 평균 근속연수는 5.1년(OECD 평균 10년), 1년 미만의 단기 근속자 비율은 35.5%,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 비율은 18%(OECD평균 36%)다.

 

장기근속자 비율은 가장 낮고 단기 근속자 비율은 가장 높은 상태를 뜻하는 이 숫자 놀음 속에 숨어 있는 건 질 낮은 일자리고, 청년 백수와 실업이요, 삼포세대의 좌절과 한숨이라는 건 굳이 짐작해 보지 않아도 될 일이다.

▲ 2014년엔 동계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의 체육행사가 이어지는 해다. ⓒ <뉴스타파> 갈무리

<뉴스타파>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묻는다.

 

“2014년은 다를 수 있을까.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올해엔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이어진다. 권력이 국민을 속이기 안성맞춤인 해다.”

 

<뉴스타파> 기사 바로가기

 

 

2014. 1. 1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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