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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어떤 광고

by 낮달2018 2021.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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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명문대’가 연출한 ‘상식의 전복’

▲ 2009년 1월 13일 자 <한겨레> 10면 하단에 실린 예의 광고 ⓒ 한겨레 PDF

어떤 예비역 육군 대령 하나가 시방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연세대 총동문회(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가 그를 ‘2010년 자랑스러운 연세인상’ 수상자로 선정한 까닭이다. [관련 기사 : 노무현 분향소 부순 서정갑이 ‘자랑스러운’ 연세인?]

 

수상자는 서 씨 외에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동건 한국아나운서클럽 회장이다. 일부 연세대 동문들은 서 씨의 수상 소식에 경악하면서 선정 취소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 동문은 서 씨의 ‘자랑스러운 연세인상’ 수상을 반대하는 의견광고를 언론에 싣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에, 정확히 10면 오른쪽 아래에 이들 ‘서정갑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연세인 일동’ 명의의 광고가 실렸다. 물론 내용은 ‘대국민 사과’다. ‘서 씨가 연세대 출신임을 부끄럽게’ 여겨왔는데 ‘수상자로 선정되어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스럽다는 내용이다.

 

덧붙여 이들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지만, ‘쥐구멍에는 쥐새끼가 웅크리고 있어 그도 저도 못 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의견광고는 그야말로 ‘황당한’ 사태에 대해서 이들이 함께 모을 수 있었던 의견과 행동이었던 모양이다. 진지하기보다 반쯤 농조의 언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2006년 9월 8일 국민행동본부가 <조선일보>에 낸 광고. <미디어 오늘 >

서 씨는 서울역 광장 등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인공기를 불태우고, 현직 대통령을 내란외환죄로 고발하는 등의 집회 시위를 주도해 온 사람이다. 그가 본부장으로 있는 ‘반역 저지 국민 저항운동의 사령탑’이라는 국민행동본부가 어떤 성격의 단체인지, 어떤 일을 해 왔는지 아는 사람은 알지 않겠는가.

 

이런 서 씨를 수상자로 선정한 총동문회는 선정 이유를 서 씨가 “전사자 기록 찾기 운동 등을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 왔다”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참여정부 시절, 주요 일간지에다 반정부 선동을 일삼던 전력은 이들 눈에 띄지 않았던가 보다.

 

광고를 읽다가 웃고 말았지만, 입맛은 쓰다. 이런 형식의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데가 우리 사회라는 걸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든 의견은 갈릴 수 있고 한 인간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극과 극을 달릴 수 있을 터이다.

 

그러나 어떤 사회든 ‘상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통의 감정 체계, 지식과 가치체계가 있다. 이 일련의 소식이 시사하는 것은 그런 ‘상식의 전복’ 같아 보인다. 아닌 21세기에 펼치는, 자칭 타칭 명문 사학 연세대의 행사치고는 정말 지나치게 ‘생뚱맞지’ 않은가 말이다.

 

 

2010. 1. 1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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