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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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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분담’? 필요한 것은 ‘희생의 교대’다 대통령 신년 연설에서 요구한 ‘고통 분담’ 대신 ‘희생의 교대’ 대통령 신년 연설의 화두는 ‘고통 분담’ 새해 신년 연설(1월 2일 10시)에서 대통령이 강조할 화두는 ‘고통 분담’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경제 위기 속에서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인지,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과 국민적 단합과 의지, 각 경제주체의 고통 분담을 호소”하리라고 한다. ‘고통 분담’은 나라가 어려운 시기마다 정치 지도자에 의해 강조되어온 익숙한 명제다. 나는 경제에 대해서는 ‘상식’ 수준의 이해밖에 갖지 못한 사람이지만 그 뜻을 새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라 안팎에 몰아치고 있는 경제 위기에 따르는 ‘고통을 나누어서 지는’ 주체는 물론 정부와 국민, 자본과 노동자, 혹은 부자와 빈자일 터이다. 나라의 .. 2020. 12. 29.
“너희 집도?” “6천 마리 죽였어요” [르포] 구제역 휩쓴 안동·예천 지역…주민들은 울상, 지역경제 꽁꽁 ‘54년 만의 혹한’이라는 성탄절. 많은 가정과 교회에서 ‘구주 오신 날’을 기리고 있을 때,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는 구제역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지난 11월 29일 안동시 와룡면 서현 양돈 단지에서 최초의 구제역 양성반응 판정이 있은 지 꼭 27일 만이다. 지역을 얼어붙게 한 것은 수십 년 만의 추위만이 아니다. 양돈 단지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일주일 만에 무려 30곳으로 번졌고, 예천·영양·영주·봉화 등 경북 일곱 개 시군으로 확산하였다. 12월 25일 현재 안동에서는 한우 3만2000여 마리, 돼지 9만4000여 마리 등 총 12만9000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는 전체 가축 16만6000여 마리 가운데 83%에 해당하는 .. 2020. 12. 28.
병, 혹은 ‘몸의 배신’?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병, 몸의 배신일까 11월의 첫 주말인데 근 열흘째 나는 두문불출 중이다. 지난달 27일 산을 오르다 오른쪽 종아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10일에는 경주 남산 답사를, 12일에는 서울을 다녀올까 하는데 그때까지 다리가 말끔히 낫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좀 답답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넘기고 간신히 생활이 가지런해졌다 싶어진 게 10월이었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 넘게 산을 다녀오고, 음식 조절을 하면서 체중도 얼마간 빠졌고 아내도 예전의 평상심을 되찾았다. 독감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지난겨울의 막바지에 둘 다 호되게 독감을 앓았던지라 아내는 올겨울엔 꼭 독감 예방접종을 하자고 했다.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예방접종 소식을 확인한 뒤 19일에 우리는 보건소를 찾았다. 민간 .. 2020. 12. 28.
‘법률’과 ‘선율’- 왜 ‘률’과 ‘율’로 다르게 표기하나 [가겨찻집] 한자어 ‘렬’과 ‘률’의 표기 최근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사망 증가율’이 ‘사망 증가률’로 표기된 기사를 적지 않게 발견했다. ‘렬’과 ‘률’의 발음은 꽤 까다롭다. 그러나 증가율은 ‘-률’이 아니라 ‘-율’로 발음되는데 왜 그렇게 표기했을까. 하긴 그걸 [증가률]로 발음하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니긴 하다. 한자음 가운데에는 우리 말과 달리 ‘ㄹ 음으로 시작하는 소리가 드물지 않다. 이 발음에 관한 규정이 “한글맞춤법” 제11항이다. 내용은 “한자음 ‘랴, 려, 례, 료, 류, 리’가 낱말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라는 규정이다. 한자음 ‘량(良)’은 두 번째 음절에 오면 본음대로 ‘선량’으로 쓰이지만, 낱말 첫머리에 올 때는 ‘ㄹ’.. 2020. 12. 28.
<작은책>과 사람들 오늘 오후에 월간 두 권을 받았다. 2008년 1월호. 인근에 사는 리 선생(그는 국어 교사이면서도 자기 성을 ‘이’가 아닌 ‘리’로 쓰고 싶어 한다. 그의 뜻을 존중하는 뜻에서 나도 ‘리’로 쓴다.)이 보내준 것이다. 낯설지는 않으나 은 처음이다. 책을 뒤적이다가 나는 내가 이 책의 성격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에게서 에 대한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게 지난 15일이다. “월간 이라고 아시는지? 혹 구독하고 계시는지?” 나는 심드렁하게 답을 보냈다. “아는데 보고픈 생각은 별로야.” “두 권씩 보내드릴 테니 1권은 이상윤 씨 따님에게……, 안 될까요? 문상도 못 갔는데…….” 이 친구는 원래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럴까. 물론 그는 고 이상윤을 모른다. 나와 오랫동.. 2020. 12. 27.
애니멀스(The Animals)와 김상국의 ‘해 뜨는 집’ 애니멀스가 부른 ‘해 뜨는 집과 김상국의 번안곡 상처 입은 장미들이 모여 사는 거리 눈물에 젖은 가슴들이 웃음을 파는 거리 애니멀스(The Animals)가 부른 ‘해 뜨는 집(The House Of The Rising Sun)’을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때였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형이 즐겨 불렀던 노랜데, 정작 나는 그 무렵에도 그 원곡을 들어본 적이 없다. 형이 흥얼거린 번안곡을 부른 국내 가수가 김상국이었다는 사실을 안 것도 얼마 전의 일이다. 집에 텔레비전은 아예 없었고, 라디오를 듣는 일도 쉽지 않았던 1960년대였다. 대도시로 유학 와 형과 누나 집을 전전하던 시골 소년이 대중문화를 접하는 일은 고작 그런 형식으로만 가능했던 때였다. 나는 형을 통해 ‘해 뜨는 집’의 리듬과 가사를 익혔다. 4.. 2020. 12. 26.
‘안녕 대자보’에서 영화 <변호인>까지 1. ‘안녕’을 물어온 대자보 한 대학생의 글이 대학과 2013년의 한국 사회에 불러일으킨 반향은 적지 않다. 그것은 살기 바빠서든,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냐고 냉소해 왔든 일신의 안녕만 돌아본 우리 자신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다. 내 삶과는 무관하다고만 뇌며 세상을 짐짓 외면하고 살아온 젊은이들과 소시민에게 예의 대자보는 정말 안녕하시냐고 물었다. 그 물음은 또 한편으로 젊은이들이 겪고 있으면서도 잊고 있었던 좌절과 고통, 분노를 환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1960년대에 김수영 시인은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부정한 권력과 사회적 부조리에 저항하지 못하는 소시민의 자기반성을 통렬하게 노래한 바 있다. 그것은 한편으론 지식인의 무능과 허위의식에 대한 고발이기도 했다. 그는 ‘왕궁’과 ‘왕궁의 음.. 2020. 12. 25.
‘사망 증가율’ 2300%의 ‘진실과 거짓’ ‘코로나 사망 증가율 2300%’ 기사에 부쳐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이른바 이 나라 보수·수구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정부를 공격하고 폄훼하는지 말이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파적 이해가 ‘팩트’를 압도하고, 흠집을 내기 위해서 사실도 비트는 방식이 교묘하면서도 야비하기 이를 데 없다. 포털 ‘다음’에 올라오는 기사는 제목만 보면 그게 어떤 매체에서 썼는지가 대충 짚어진다. ‘조중동’에다 그만그만한 언론들 죄다 비슷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 나라 망하라, 얼른 망하라”고 주문을 외는 것 같다고 하겠는가. 정부 공격거리가 많아질수록 바빠지는 이들 보수(사실은 ‘수구’라 써도 무방한) 언론 중에 ‘제일’은 경제지들이다. 이른바 ‘자본’의 편에 서서 .. 2020. 12. 24.
조선공산당도 ‘일제통치 타도·조선 독립’이 목표였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①]조선공산당 초대 책임 비서 김재봉(1890~1944)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 세상에 나온 것은 1848년 2월이었고, 69년 뒤인 1917년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했다. 식민지 치하에 조선공산당이 창립된 것은 1925년 4월이었다. 조선공산당은 ‘조선혁명’의 과제를 민족해방혁명, 반제국주의 혁명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기 과업을 수행하면서 독립운동에도 헌신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들은 해방 후 38도선 이남에 친미 반공 국가가 세워지면서 잊히기 시작했다. 일제의 가혹한 탄압 아래서 이들이 벌인 계급투쟁도, 반제국주의 민족해방 투쟁도 이념 저편에 묻혀 버린 것이었다. 조선공산당 창당을 전후한, 이 잊힌 혁명가들의 삶과 투쟁을 돌아본다.[기자말] 한국 최초의.. 2020. 12. 24.
‘신정의론(新正義論)’, 2010년 대한민국 2010, 트라마시쿠스의 재림? 2010년 세밑에 ‘정의’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정의가 ‘강자의 이익’이라고 주장한 것은 아테네의 소피스트 트라시마쿠스(Thrasymachus)다. 그런데 트라시마쿠스의 이 정의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바야흐로 재현된 것이다. 트라시마쿠스는 당연히 ‘힘은 정의롭다’고 믿었다. 그에 따르면 ‘법률은 지배자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정의로운 것이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것은 모든 국가에서 관철된다. 그래서 트라시마쿠스는 ‘정의로운 것은 어디서나 비슷한 것, 즉 더 강한 편의 이익이라는 결론은 매우 건전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지난 12월 8일, 집권 여당 한나라당은 2011년 예산안과 4대강 관련 법안, UAE 파병동.. 2020. 12. 24.
두 전직 대통령은 왜 <국방백서>에 빠진 걸까 두 진보 대통령을 백서에서 뺀 국방부 눈 밝은 누리꾼의 눈에나 띌 단신 하나가 보도된 것은 지난 21일이다. 홍진수 기자의 기사 “국방·외교 대통령이 ‘국방백서’에서 빠졌는데…누구?”다. 기사의 요지는 국방부가 발간한 ‘2012 국방백서’ 특별부록의 한미 동맹사 연표에 실린 사진에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있지만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없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사에서 빠진 ‘전직 대통령들’ 국방백서는 그간 국방정책과 관련 자료 등을 총정리해 국내외에 알리는 목적으로 국방부에서 격년으로 발간하는 백서다. 국방부는 이번 백서에 ‘한미동맹의 과거·현재·미래’란 특별부록을 모두 8쪽(268~275)에 걸쳐 실었다.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시작된 한미동맹 역사를 연표 형식으로 정.. 2020. 12. 23.
아이들의 ‘오지 않을 미래’를 생각한다 아이들의 희망과 미래, 꿈과 현실의 부조화 학년말이다. 방학을 앞두고 졸업반 아이들은 대학입학 정시 지원을 위한 상담 등으로 바쁘다. 가능한 학교를 찾느라 고심 중인 아이들의 얼굴에는 수능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 돈다. 그러고 보면 상대적으로 수시에 합격한 아이들이 누리고 있는 ‘망중한’은 그야말로 ‘황금’의 시간이라 할 만하다. 학년말 졸업반 아이들의 얼굴에 드러나는 긴장은 시나브로 재학생들에게도 옮아간다. 해가 바뀌면 진급하게 되는 아이들에게도 새삼 시간은 만만치 않은 무게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방학 중에 실시하는 보충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숫자는 예년에 비겨 많아졌다. ‘꿈과 현실의 부조화’ 아이들은 아주 영악해 뵈지만 정작 어떤 부분에서는 얼치기다. ‘꿈과 현실의 부.. 2020.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