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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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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참소주’ 회사의 결혼 퇴직제 지역 주류업체의 수상한 제도 며칠 전 의성으로 귀촌한 친구 내외가 집에 들렀다. 나가서 점심을 먹으면서 반주로 소주를 주문했다. 요즘은 식당에서도 소주를 시키면 원하는 상표를 물어본다. 나는 문득 생각이 나서 ‘참이슬’을 시켰다. “뉴스 봤지? 금복주 여직원들은 결혼하면 사표를 써야 한다며? 그래서 진로를 시켰어.” “그래, 한동안 나도 참소주 안 마셨잖아. 거짓말 광고 때문에 뿔나서.” 그렇다. 나는 특정 상표의 소주를 찾는 일이 전혀 없지만, 꽤 오래 친구는 금복주에서 나온 ‘참소주’를 기피했다. 5~6년 전의 일이다. 이 회사에선 ‘참소주’의 주원료를 천연 암반수라고 광고했지만, 실제 수돗물로 소주를 만든 게 들통이 나버렸었다. 분노한 친구는 늘 참이슬을 주문했다. 이른바 ‘팔도 소주’라 하여 지역.. 2021. 3. 18.
‘굳은살’은 ‘배지’ 않고 ‘박인다’ ‘배’는 건 알, 굳은살은 ‘박이다’ 어제 용산역 광장에 ‘강제 징용 노동자상’을 공개하는 제막식이 열렸다. 이 노동자상은 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노역을 살다 억울하게 희생된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기리고자 그들이 끌려가기 직전의 집결지인 용산역에 세워진 것이다.[관련 기사 : 일제 강제노동 집결지에 세워진 빼빼 마른 노동자상]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빼빼 마른 노동자가 오른쪽 손으론 곡괭이를 들고 다른 손으론 햇빛을 가리고 서 있는 모습’의 이 동상은 ‘오랜 시간 탄광에서 일하다 밖으로 나왔을 때 눈이 부셔 햇빛을 가리는 노동자의 모습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강제 징용과 징병은 근로정신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함께 청산하지 못한 식민지 시기 역사의 일부다. 뒤늦었지만 이 노동자상의 건립이 강제 .. 2021. 3. 17.
‘맞아도 싼 아이들’은 없다 ‘맞아도 싼’ 행위는 몰라도, ‘맞아도 싼 아이들’은 없다 “저는 체벌을 찬성한다. 저희 아이는 안 맞는데 그 옆에서 시끄럽게 하는 소수의 아이 때문에 저희 아이같이 평범한 다수의 아이가 피해를 보고 있다. 그 다수 아이의 인권은 어떻게 할 거냐?” ‘학생 인권’에 대해 강연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게 따져 물었다는 한 학부모의 발언이다. 지난 14일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 서울본부 주최로 열린 ‘학생 인권 시민 연속 특강’에서다. 이 학부모는 ‘곽 교육감을 싫어한다’며 위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에 대한 곽 교육감의 답변은 좀 원론적이다. 곽 교육감은 “평범한 아이, 사고 안 치는 아이들이 다수고 그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라면서 “학생 인권을 소수 학생을 위한.. 2021. 3. 17.
어떤 봄날에는… 가끔씩 어떤 봄날에는 김광규 시인처럼 그러고 싶다.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2008. 3. 16. 낮달 2021. 3. 16.
‘맹세’로 ‘국가 정체성’을 기른다고? ‘국기에 대한 맹세’로 ‘국가 정체성’ 기른다는 부산 교육청 뜬금없이 ‘국기에 대한 맹세’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부산시 교육청발 소식이다. 내용인즉슨 부산시 교육청이 관내 초중학교에 공문을 보내 매일 조회 때마다 학생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기사 바로가기] 이에 대해 교원단체 등이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빼앗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청이 밝힌 이 지침의 목적은 자못 거룩하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자기 정체성·국가 정체성 교육이 미흡해 의식행사에서 학생들의 참여 태도가 진지하지 못하니 “학생들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 국가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부산시 교육청, 매일 아침 ‘국.. 2021. 3. 15.
어떤 만화가의 한미 FTA 박광수가 그려낸 ‘멋진 신세계’ 에 연재한 만화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만화가 박광수가 바야흐로 내일로 다가온 한미 FTA 발효일에 맞추어 전개될 신세계를 만화로 그려 보였다. 박광수의 한미 FTA 홍보만화는 정부 정책 홍보사이트인 ‘공감 코리아’(바로가기)에 게재한 일련의 시리즈 만화다. 이 만화에서 그리는 세상은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여서 누리꾼들을 환호작약(?)하게 하고 있다. 박광수가 그리는 한미 FTA는 한 가족 모두를 ‘변화시킨다.’ 먼저 아빠다. 아빠는 ‘자동차 부품 관세 철폐’, ‘원자재 수입 원가 하락’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서 ‘보다 싸진 와인과 과일 안주’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한미 FTA로 엄마도 달라진다. 엄마는 ‘좋은 영양 크림을 보다 알뜰하게 구입하고’ ‘.. 2021. 3. 14.
[임정답사]허리 숙여 절하는 광복군… ‘그 가뭇없는 꿈의 안부’ [임시정부 노정을 따라 ⑬] 충칭(重慶)③ 광복군의 국내 진공 계획 ‘독수리 작전’과 임정의 귀국 충칭에 복원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의 전시물은 대부분 사진 자료다. 1940년대 사진이라 해상도가 매우 낮아 사람의 얼굴이나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진도 적잖다. 이는 80여 년 전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게 쉽지 않았던 탓이다. 망명한 민족 지도자들이 임시정부를 세운 지 21년 만에 ‘광복군’이라는 이름의 직속 군대를 창설한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긴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 조직한 군대라는 점 외에도 광복군의 열악한 존재 조건은 일일이 셀 수 없었다. 임정은 창군(創軍)은 했지만, 실질적 무장력이 될 병사도 없었고, 그 군대를 운영·유지할 돈도 없었다. ‘병사’를 모으는 광복군의 활.. 2021. 3. 14.
춘신(春信), 봄소식을 기다리며 비담임으로 맞이한 2011학년도 좀 무심하게 2011학년도를 시작했다. 담임을 맡지 않게 되면서 3층 1학년 교무실에서 1층의 본 교무실로 내려왔다. 학년 교무실에 비기면 두 배는 넘을 널따란 교무실은 지난해 수천만 원을 들인 인테리어 공사로 쾌적해졌다. 사방 내벽을 원목으로 처리해서인지 숨쉬기가 훨씬 편해졌다는 걸 느낀다. 배정받은 자리도 마음에 든다. 교감 옆자린데, 지난해 학년을 같이 한 동료들 셋이 옹기종기 모였다. 왼편으로 개수대와 정수기, 출입문 등이 모두 가깝고, 뒤쪽의 수납공간도 마음에 든다. 창을 등지고 앉으니 실내가 한눈에 들어와 시원하다. 드나드는 아이들로 부산한 학년 교무실과 같은 활기는 없지만, ‘절간’ 같은 고즈넉한 분위기도 좋다. 수업 시수는 지난해와 같은데 보충 시간이 줄면서.. 2021. 3. 13.
조합원 명단 공개? 그건 ‘나의 권리’다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 요구 법제처가 ‘교원 단체 및 교원노조에 가입해 있는 교원들의 실명을 국회의원에게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교사 명단공개 요구에 대해 교과부가 법제처에 낸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다. 법제처는 “교원노조와 교원단체 가입 교사들의 명단은 개인정보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 해석했고 이에 따라 교과부는 기존의 ‘명단 거부’ 태도를 바꾸어 전교조와 한국교총 소속 교사 명단을 모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교과부-법제처의 장군멍군, ‘명단공개 하라’ 법제처는 이 유권해석에서 “교원들의 교원 단체 및 노조 가입과 관련된 실명 자료는 기본적 인권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어 수집이 금지된 개인정보.. 2021. 3. 12.
봄, 혹은 심드렁함 봄이지만 심드렁한 3월 남부라곤 하지만 안동은 경북 북부 지역이다. 봄이 더디다는 뜻이다. 4월에도 이 지방 사람들은 겨울옷을 벗지 못한다. 연일 신문 방송으로 전해지는 꽃소식도 남의 이야기다. 섬진강 근처에는 매화와 산수유가 제철이라던가. 그러나 주변은 온통 잿빛일 뿐이다. 빈 시간에 잠깐 교사 뒤편의 산기슭을 다녀왔다. 옥련지(玉蓮池) 연못가의 수달래는 아직 꽃눈조차 보이지 않고, 남녘에는 한창이라는 매화가 겨우 꽃눈을 내밀고 있다. 사진기를 들고 상기도 쌀쌀한 산 중턱을 기웃거렸다. 어디선가라도 푸른빛의, 새싹 새잎을 만나고 싶었다. 산 중턱의 낙엽 더미에서 새잎을 만났다. 이제 겨우 새끼손톱만큼 자라고 있는 돌나물이었다. 안으로 말린 도톰한 잎의 질감이 싱그럽게 마음에 닿아왔다. 3월 중순, 그러.. 2021. 3. 11.
학부모에게 편지 보내다 2009학년도 시작, 학부모에게 편지 2005년 새로 담임을 맡은 이래 올해로 5년째 내리 담임 노릇을 하고 있다. 해마다 3월이면 짬을 봐 아이들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흔히들 말하는 가정통신이다. 며칠 전에 인쇄해 둔 편지를 봉투에 넣어 봉하고 주소 라벨을 붙여서 행정실에 넘겼다. 아이들 편에 부쳐도 되지만 늘 우편으로 부쳤다. 아무래도 그게 예의에 맞은 듯해서다. 아이들은 나중에야 담임이 부모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안다. 아, 우리 담임이 집에 편지를 보냈구나……. 그리고 그게 다다. 나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모두 심상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아이를 맡았으니 마땅히 부모들에게 고하는 것이 고작이다. 나이로 따지면 학부모 중에서 나보다 연장인 이는 없다. 그래도.. 2021. 3. 10.
새로 만난 학교와 아이들 2012학년도 옮긴 학교에서 지난 2월 16일 자 인사에서 구미 시내의 한 남자고등학교로 발령받았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여기가 내가 근무할 마지막 학교가 될 터이다. 1989년 여름에 타의로 떠난 학교가 남학교였으니 23년 만에 남학교로 돌아온 셈이다. 여학교에서 시작한 교직 생활, 남학교에서 마치게 되겠다. 23년 만에 ‘남학교’로 돌아오다 특별한 감회는 없다. 밤낮으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시행되는 등 입시교육의 살풍경은 지역을 가리지 않으니까. 몇 해 걸러서 학교를 옮길 때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수십 년 경력에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아이들은 그나마 수업하면서 이내 친해지지만, 동료 교사들과 격의가 없어지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까지는 집에서 차로는 15분쯤, 걸어서는 한 40분쯤.. 2021.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