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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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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과 ‘토시’, 혹은 ‘상식의 허실’ 일본어 논란 낱말 ‘닭도리탕’ 얼마 전, 작가 이외수가 ‘닭도리탕’은 일본식 이름이 아니라는 의견을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되었다. 그는 한 누리꾼의 주장을 좇아 ‘상식의 허실’이라며 이 주장에 동의를 표시한 것이다. 예의 누리꾼이 편 주장의 근거는 “외보도리(오이를 잘게 썰어 소금에 절인 뒤 기름에 볶아 만든 음식)에서 보듯이 ‘도리’는 순수 우리말로 ‘잘라 내다’라는 말”이라는 것이다. 일백수 십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인사의 의견이니 논란이 아니 될 수 없다. 국립국어원이 공식 트위터를 통해 논란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않을 수 없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 ‘とり’에서 온 것이라 보고, 이를 ‘닭볶음탕’으로 다듬었습니다. ‘도리’의 어원에 대해 다른 견해가 있는 것은 알.. 2021. 2. 27.
그런 ‘애국’은 싫다 타율적으로 강제하여 관철하는 ‘국기 사랑’ ‘애국(愛國)’은 특정 시기, 국가나 민족에 대한 개인의 심리나 태도를 결정짓는 매우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 국권 피탈기의 항일 투쟁과 한국전쟁 시기의 전쟁영웅들이 펼친 전설적 무용담의 원천은 다소 성격이 다르긴 하겠지만 ‘애국’이었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상시에 ‘애국’ 또는 ‘애국심’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나라를 떠나봐야 비로소 ‘애국자’가 된다거나, 국가 대항의 운동경기를 응원하면서 애국과 비슷한 감정을 겪게 되는 게 그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도 ‘애국’을 의식하며 살지 않는다 살아가는 일만으로도 바쁘고 힘겨운 보통 시민들도 다른 나라와의 외교 관계, 특히 일본과의 외교 마찰이나, 대미 관계에서의 예속 상황 등을 확인하면서 .. 2021. 2. 27.
그래도 ‘종이신문’을 포기할 수 없는 까닭 넘치는 인터넷, 온라인 신문에도 ‘종이 신문’을 포기할 수 없다 매일 새벽에 현관 앞으로 조간신문이 배달된다. 일어나 문을 열고 신문을 들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부모님 슬하를 떠나 객지살이를 시작하면서 시작된 신문 구독은 에서 1988년에 새 신문 로 바뀌었을 뿐 어언 30년이 넘었다. 한때 지역의 지국이 문을 닫으면서 이웃 시군으로부터 우편으로 를 받아 읽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운 좋으면 당일 치 신문을 받을 수 있지만, 운수 사나우면 다음 날 이미 ‘구문(舊聞)’이 된 신문을 받아야 했다. 집배원이 쉬는 일요일에는 신문을 받아 볼 수 없었다. 다음 날 읽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신문 없는 하루를 견디는 게 쉽지 않았다. 신문을 받으면 골골샅샅 광고까지 죄다 읽어내던 시절의 얘기다. 신문 없는 .. 2021. 2. 26.
‘삼성’ 앞에 선 ‘진보언론’ 거대재벌 삼성과 가난한 진보 언론 중앙 일간지들의 광고 게재 거부 김용철 변호사가 쓴 신간 광고가 중앙 일간지에 전혀 실리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를 읽고 나는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조중동과 매경과 같은 일간지는 물론이거니와 무료신문 조차 광고 게재를 거부하고 있다는 뉴스 앞에서 웃는 것 말고 달리 어떡하겠는가. 이어서 이 삼성그룹을 비판한 ‘김상봉 칼럼’이 부담이 된다면서 이를 지면에 싣지 않았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는 나는 마음이 짠해졌다. 과문하지만, 나는 이나 등의 진보언론들이 처한 어려움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자신의 칼럼을 등에 보내면서 밝혔다는 김상봉 교수의 생각에 깊은 신뢰를 느꼈다. 김 교수는 “이번 일을 두고 경향신문을 비난하기보다는 도리어 진정한 독립언론의 길을 걷도록 .. 2021. 2. 25.
김종한, 덧없는 이미지와 서정성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을 쓴 시인의 낯부끄러운 친일시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교사가 추적한 친일문인의 민낯] 능수버들이 지키고 섰는 낡은 우물가 우물 속에는 푸른 하늘 쪼각이 떨어져 있는 윤사월(閏四月) — 아즈머님 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놈일까요? 조용하신 당신은 박꽃처럼 웃으시면서 두레박을 넘쳐흐르는 푸른 하늘만 길어 올리시네 두레박을 넘쳐흐르는 푸른 전설(傳說)만 길어 올리시네 언덕을 넘어 황소의 울음소리는 흘러오는데 — 물동이에서도 아즈머님! 푸른 하늘이 넘쳐흐르는구료 -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風景)」, 《조선일보》(1937년 1월) 김종한(金鍾漢·月田茂, 1914~1944)의.. 2021. 2. 24.
교장의 ‘자격’을 생각한다 교장의 자격, 자격증에만 달려 있지는 않다 3월 전국의 초중고 가운데 최소한 두 개 학교는 ‘교장 없는 상태’로 새 학년도를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공모 교장 임용 후보자 가운데 내부형을 통해 평교사가 교장으로 뽑힌 학교의 교장 임용제청을 거부한 까닭이다. 이 불운한 학교는 서울의 영림중학교와 강원도 춘천시의 호반초등학교다. 전국 공모 교장 임용후보자는 모두 377명. 이 가운데 99.47%는 이른바 ‘교장 자격증’을 가진 이들이고, 평교사는 고작 0.53%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 평교사에 대한 임용제청을 교과부가 거부한 것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긴 하지만, 이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의 교사라는 게 결정적인 이유가 아닌가 싶다. 교과부의 교장 임용제청 거부 그런데 정작 .. 2021. 2. 23.
‘높임 과잉’?, ‘기사님 식당’과 ‘전화 오셨습니다’ 아무데나 ‘높임’이 쓰이는 ‘높임 과잉’의 시대 대량소비시대인 우리 시대의 특징 중의 하나가 ‘과잉’이 아닌가 싶다. 재화도 넘치고 그 공급과 소비도 넘친다. 그 소비의 방식도 넘친다. 흔히들 ‘냄비’로도 비유되는, 사람들의 특정 문제에 대한 천착은 온갖 방면의 붐을 낳았다. 아이들 교육도, 운동도 웰빙도 사람들은 마치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장사꾼이 넘치면서 일어나는 변화 중의 하나가 친절이다. ‘친절’은 ‘서비스의 기본’에서 ‘생존 전략’으로까지 평가절상되는 데 이르렀다. 당연히 이에 따르는 말의 변화도 예사롭지 않다. 전화번호를 물으려 114에 전화하면 안내원은 “사랑합니다, 고객님”으로 응대하고 집을 나서면 우리는 곳곳에서 ‘손님’으로 ‘고객님’으로 ‘아무개님’으로 불린다. 시장과 슈.. 2021. 2. 22.
‘시니어’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당신들에게 2012학년도 방송통신고 졸업에 부침 지난 17일로 방송통신고등학교의 2012학년도가 막을 내렸습니다. 물론 3학년 3반의 서른한 명 늦깎이 학생인 당신들의 감격스러운 졸업과 함께 말입니다. 사흘 전에 치러진 본교 졸업식 때와는 달리 저는 오랜만에 정장을 갖추어 입었습니다. 반드시 졸업반 담임이어서는 아니라 무언가 정중하게 이 의식 앞에 서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이에겐 그렇고 그런 한 해에 그칠지 모르지만 당신들에게 지난 삼년의 의미는 매우 각별했을 터입니다. 그 삼년은 이 나라의 고교생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요. 그러나 당신들에게 지난 세 해는 단순히 햇수로만 따질 수 있는 날은 결코 아니었지요. 이 ‘졸업’의 의미 한 해라고 해도 등교해야 하는 날은, 하루 7시간의 수업이 기다.. 2021. 2. 22.
‘봄’은 ‘밥’이고 ‘민주주의’다 이성부 시인의 시편 ‘봄’을 읽으며 유난히 지난겨울은 추웠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하는 게 맞지만 고단하게 살아가는 헐벗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난겨울 추위는 혹독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상의 기온을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바깥바람은 차고 맵다. 입춘 지나 어저께가 우수, 그래도 절기는 아는지 어느새 한파는 고즈넉이 물러나고 있는 낌새다. 아직 봄을 느끼기에는 이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는 ‘지난겨울’을 이야기하고 있다. 겨울의 막바지에 서 있지만 우리는 정작 이날을 겨울로 느끼지 않으며, 우리가 서둘러 온 이른 봄 가운데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계절 가운데 ‘봄’만큼 다양한 비유나 상징으로 쓰이는 게 또 있을까. 일찍이 이 땅에서 ‘봄’은 빛과 희망이었고, 해방과 독립이었다. .. 2021. 2. 21.
남자는 가라,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고픈 공구책 [서평] 필 데이비 외, 소유와 무관하게 집을 지니고 살아가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금방 지은 새집도 가끔 이런저런 말썽이 생기는데, 오래된 집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나이 들면서 사람이 이래저래 부실해지듯 집과 가재도구도 시간이 지나면서 낡고 해지기 마련인 것이다. 말썽 나는 족족 그걸 해결하기 위해 전문 기술자를 부르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부득이 사람들은 공구를 하나씩 마련하고, 그걸로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경험 없는 얼치기 생활인이 그걸 해결하는 건 쉽지 않다. 생활이 ‘공구’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목마른 이가 샘 판다고 어설프게 공구를 찾아 들긴 했지만, 정작 그걸 운용하는 게 적지 않은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 2021. 2. 21.
‘손 없는 날’과 ‘택일’ ‘손 없는 날’을 찾아 택일하는 민속 신앙 지난 설날에 장모님을 뵈러 처가에 들렀다. 안방 벽에 걸린 지역 농협에서 나누어 준 커다란 달력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림도 없이 글자만 커다랗게 박힌 재미없는 달력에 아주 친절하게 ‘손 없는 날’ 표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할 때마다 가끔은 들었던 얘기다. 굳이 ‘손 없는 날’을 선택하면 비용이 훨씬 더 드는 데다가 예약이 차 있어 날을 받기조차 어렵다는 얘기 말이다. 정작 사람들은 무심하게 시간 내기가 적당한 토요일을 선택했는데 그게 하필이면 손 없는 날과 겹치기도 한다. 이제 그런 민속도 쇠퇴해 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그걸 따지는 사람들도 적지만은 않다. 농협에서 아예 달력을 만들 때 ‘손 없는 날’을 박아서 만든 건 말하자면 그런 .. 2021. 2. 20.
‘시간의 복기’와 ‘글쓰기’로 마감되는 여행의 발견 시민기자의 ‘지각 여행·답사기’ 쓰기 여행의 ‘시작과 끝’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형식으로 보면 그것은 집을 떠나는 순간에 시작하여 다시 출발지로 돌아옴으로써 끝나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어느 날, 여행지 한곳을 마음에 담아두고 가끔 거기로 달려가거나 돌아와 아쉬움으로 그 여정을 되돌아보는 ‘마음의 행로’는 여행의 어디에 해당할까. 낯선 곳으로 집을 떠나고, 돌아와 사진첩에 여정을 갈무리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행의 공식’은 십몇 년 전에 에 답사기 몇 편을 싣게 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탐승(探勝)과 휴식을 위한 여행이든, 유적이나 역사 관련 답사든 내게 그것은 돌아온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내 여행은 적지 않은 시간과 씨름한 끝에 몇 편의 글로 정리되어야만 비로소 마감되기 때문이다. 내 .. 2021.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