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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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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맞는 봄, 3월 2010학년도가 시작됐다 2010학년도가 시작되었다. 의례적인 문투라면 ‘대망의 2010 어쩌고’라고도 할 수 있을 테지만, 2010학년도는 내게 ‘슬그머니’ 그 민얼굴을 내밀었다. ‘슬그머니’라고 표현한 까닭은 올해도 꼼짝없이 담임을 덮어쓰고 말았기 때문이다. 2009학년도를 마치면서 나는 지난 3년 동안의 담임에서 놓여난다는 사실에 은근히 설레고 있던 참이었다. 학급과 아이들에게서 벗어난 여유와 한가로움을 어떻게 즐길까 하는 고민은 그것만으로도 신나는 일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그러나 '미리 마신 김칫국'은 썼다. 내가 ‘비담임’에서 ‘담임’으로 급전직하(!)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우선 학교별 교원의 ‘정원 조정’이 있었다. 현행 교원 수는 법정 정원에 훨씬 못 미치는데도 올해도 어김없이 감원이 이루.. 2021. 3. 8.
‘봄 기척’ 산수유와 매화 봄을 알리는 꽃, 산수유와 매화 해마다 봄이 오는 기척이 느껴지면, 사진기를 둘러메고 동네와 북봉산 어귀를 어슬렁대곤 한다. 역시 가장 먼저 계절을 알리는 ‘봄의 척후’는 산수유다. 지난해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 산수유와 매화는 꽃망울을 맺은 것은 비슷한데, 벙글기 시작한 건 산수유가 앞섰었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의 끝, 2월 2일이었다. 봄의 척후, 산수유 올해도 2월 초순부터 아파트 앞 화단의 산수유를 드나들 때마다 눈여겨보았지만 꽃망울은 낌새도 없었다. 올겨울이 제법 추웠다는 걸 떠올리며 당연히 매화도 그러려니 하면서 2월을 보냈다. 그런데 나는 우리 동네가 북봉산 아래여서 봄이 더디다는 사실과 아파트 앞 계단이 볕이 잘 들지 않는 그늘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걸 깨우친 것은 2월 하순에 우연.. 2021. 3. 7.
다시 삼월 2008학년도 시작 연중 가장 길고 지겨운 한 주다. 월요일(3일) 개학을 했으니 한 보름쯤 너끈히 지난 듯한 느낌인데도 아직 목요일이다. 잠시 짬도 없이 이것저것 업무 보랴, 수업하랴 단내를 풍기면서 동료들은 ‘아직도야?’를 외친다. 3월 말까지 시간은 느림보처럼 움직일 것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학교 풍경이다. 2학년을 다시 맡았다. 애당초엔 비담임으로 갈까 했으나 남은 세월이 만만찮은데 벌써 첨지 흉내를 내어선 안 되겠다 싶어서 담임을 희망한 것이다. 학급은 같은 5반이지만 지난해와 달리 문과반이다. 복도 많지, 아이들 숫자도 작년의 24명에 이어 26명이다. 이과 세 반이 두 반으로 줄면서 5반이 문과반이 된 것이다. 고정관념 탓도 있겠지만 문과반과 이과반은 교과에 따라 수업 분위기가 달라진다. .. 2021. 3. 7.
다시 시작이다, 2013학년도 2013학년도를 시작하며 어저께 입학식과 함께 2013학년도가 시작되었다. 방송고 정보를 맡게 되어서 방송고 교무실로 옮겼다. 방송고의 보직은 교무·학생·정보 등 셋인데 이번에 정보를 맡았던 동료가 만기로 이동하면서 비게 된 자리로 오게 된 것이다. 방송고 교무실은 교사 셋이 책상 세 개를 맞대놓고 의좋게 근무하는 미니 교무실이다. 굳이 보직을 맡을 일은 없으나 이리로 오기 위해선 보직을 희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되어도 좋고 안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자리를 원했던 동료들이 여럿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본교에 비기면 업무 부담이 무겁지 않다. 별도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근무하거나 시간 여유를 갖고 싶은 이들이 이 자리를 희망했던 것이다. 교감 선생은 경쟁이 치열했지만, 경력으로 .. 2021. 3. 6.
[임정답사]‘홀로서기’ 끝 광복군, 일본의 항복으로 길을 잃다 [임시정부 노정을 따라 ⑫] 충칭(重慶)② 한국광복군의 창설과 일본의 패망, 그리고… 답사의 마지막 날은 충칭의 롄화츠(연화지 蓮花池) 청사와 복원된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을 찾는 일정이었다. 롄화츠 청사와 한국광복군 총사령부는 1919년 임정을 수립한 뒤 20년 넘게 이어온 항일 투쟁을 수렴하면서 광복을 맞을 때까지 가장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해 나간 행정과 군사의 사령탑이었다. ‘민족 대표와 독립운동 중심기구’로서의 위상 회복한 충칭 임정 상하이를 떠난 이래 8년여 동안 항저우, 전장, 창사, 광저우와 류저우, 치장을 거쳐온 임정은 전쟁으로부터 비교적 안정된 지역인 충칭에 정착하면서 조직과 체제를 정비하기 시작하였다. 임정은 충칭에 오기 전인 1940년 5월 민족주의 세력을 통합하여 한국독립당을 창당함.. 2021. 3. 6.
삼월, 그리고 서설(瑞雪) 3월 내린 상서로운 강설 개학 첫 주,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장 길고 힘든 주일이 계속되고 있다. 수업하고 돌아오면 소소한 일거리가 끊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낯선 아이들은 복도를 지나며 씩씩하게 인사를 해대지만 정작 어느 녀석이 어느 녀석인지 구별할 수조차 없다. 다시 2학년이다. 나는 잠깐만 망설였다. 이번엔 구체적으로 문과반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과반이 한반 늘면서 문과의 끝 반인 4반을 맡았다. 아이들은 서른셋. 작년의 스물다섯에 비기면 여덟 명이 많을 뿐이지만. 교실이 꽉 찬 느낌이고, 사흘째지만 아이들 얼굴을 익히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이웃 반에는 저희가 중1 때 특별활동을 하면서 얼굴을 익힌 아이가 몇 있지만, 우리 반엔 나와 연이 있는 아이가 전혀 없다. 어저께 아이들 자기소개서를 읽다.. 2021. 3. 5.
‘자유인’으로 첫발 내딛기 퇴직, 자유인으로 출발 어쨌든 2월 한 달은 곤혹스러운 시간이었다.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과는 무관하게 하는 일마다 두서가 없어서 몸과 마음이 두루 어정쩡하고 애매했다. 딱 부러지게 어떻다고 하지도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지도 못하는 요령부득의 시간이 속절없었다. 3월이 눈앞에 다가오자, 나는 새날을 맞을 준비를 하기로 했다. 마지막 일요일 오후엔 머리를 깎았고 다음날 아침엔 공중목욕탕을 다녀왔다. 해마다 새 학년도를 앞두고 만날 아이들을 그리면서 준비하던 일상을 나는 자유인으로 맞이할 날에 고스란히 되풀이한 것이다. 금오산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마지막 토요일엔 금오산 어귀를 찾았다. 얼음 사이에서 봄을 부르는 꽃, 흔히들 복수초(福壽草)라 부르는 얼음새꽃을 찾아서였다. 이 꽃을 검색하다가 경북.. 2021. 3. 4.
광고 두 개 교육운동 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패러디 광고’ 대형 입시교육 업체가 지하철 따위에 내건 광고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 광고의 핵심은 ‘친구(우정)가 공부를 대신해 주지 않는다’다. ‘성적을 위해 친구를 버리라고 부추긴다’라는 지적을 받은 건 당연하다. 이에 교육운동 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이 광고를 비튼 ‘패러디 광고’를 만들었다. 문제 광고의 원문에서 ‘우정’을 ‘성적’이나 ‘공부’로, ‘친구’를 ‘학원가’로, ‘친구’를 ‘어른’ 따위로 바꾼 것이다. ‘아브라카타브라 기적은 반드시 일어나’라는 주문 아래 업체의 광고는 ‘합격 불변의 법칙’을 강조하지만, 패러디는 ‘나는 너의 우정을 믿어’다. 정작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구구절절 옳고 시원하기론 패러디 광고가 그만.. 2021. 3. 3.
[임정답사]충칭의 5년, 화시탄 물결 따라 사랑과 죽음도 흘러가고 [임시정부 노정을 따라 ⑪] 충칭(重慶)① 토교마을에서의 삶과 토교대(土橋隊) 넷째 날, 오후에 우리는 버스 편으로 마지막 임정 청사가 있었던 충칭 시내로 들어갔다. 해방까지 머문 충칭은 상하이를 빼면 임정이 가장 오랜 기간 주재(駐在)한 도시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일어나면서 급박하게 전개되어 간 제2차 세계대전의 추이에 따라 충칭 임시정부도 바빠졌다. 임정은 여기서 광복군을 창군함으로써 비록 소규모지만 직속 군대를 보유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항일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교마을에서 시작된 충칭 생활 그로부터 80여 년 뒤, 충칭을 찾은 한국인들이 엄청나게 변모한 이 거대한 도시에서 임정의 자취를 찾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요인과 가족들이 머문 토교마을과 그들이 묻힌 허상산 묘지, 조선의용대.. 2021. 3. 2.
대보름 아침, 책 몇 권 대보름 찰밥과 새로 산 책들 정월 대보름이다. 아침 식탁에 찰밥과 나물이 올랐다. 아내는 찰밥이 제대로 된 것 같지 않다고 투덜댔지만, 나는 대추와 밤까지 넣어 지은 밥 한 그릇을 얌전히 비웠다. 나물은 고사리, 취, 냉이, 시금치 등이었는데 내가 늘 입에 올리는 아주까리 나물이 예전 맛이 아니었다. 나물 맛, 혹은 입맛 잎의 결이 살아 있으면서 담백한 풍미를 가진 게 아주까리 나물인데 어째 식감이 예전 같지 않았다. 너무 삶아 물러서 그런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나는 입에서 뱅뱅 도는 말을 삼켜버렸다. 아주까리 나물 맛이야 거기가 거길 터, 변한 건 내 입맛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저께 며칠 전 주문한 책 몇 권을 받았다. 퇴직 신청을 하면서 이제 책 사 읽는 것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2021. 3. 2.
[임정 답사] 임정, 초모 공작으로 광복군 창설작업에 본격 나서다 [임시정부 노정을 따라 ⑩] 치장(綦江), 광복군의 밑돌 ‘한국청년전지공작대’ 결성 셋째 날, 우리는 류저우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5시간쯤 걸려 쭌이(遵義)에 도착했다. 인구 800만의 이 도시는 1935년 1월, 중국공산당의 장정(長征) 도중 열린 ‘쭌이 회의’로 마오쩌둥이 권력을 잡아 이후 장정을 이끌게 된 곳이다. 중국공산당 권력의 한 축이었던 보구(博古) 등 볼셰비키 그룹은 이 회의에서 패전을 책임지고 물러나야 했다. 4월 초순 떠나 월말에야 치장에 도착 우리는 쭌이에서 묵고 다음 날 쭌이 회의장을 둘러본 뒤, 바로 구절양장(九折羊腸)의 ‘72굽이 산길’을 돌아 치장으로 내달았다. 류저우를 떠나 치장까지 오는데 이동 시간만 따지면 7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1939년 4월 초순, 임정과 식.. 2021. 3. 1.
<친일 인명사전>과 교과서 서울시교육청의 의 관내 중고교 배포 관련 논란 서울시교육청이 관내 중고등학교에 (아래 ) 배포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14년 말, 서울시의회는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을 보급하기로 하고 예산을 책정했다. 이미 을 보유하고 있는 학교를 뺀 583개 중고교가 배포 대상이었다. 그런데 여당 소속 시의원들까지 동의하여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 예산은 1년 넘게 집행되지 못했다. 이른바 ‘보수를 참칭하는 극우세력’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해를 넘겨 예산이 불용 처리되게 되자, 서울시교육청은 구입 예산 교부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도 보수 진영에서 딴지를 걸었다. 예산 교부 방침이 알려지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보수 학부모단체들이 ‘정치 사전’ 운운하며 배포에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 2021.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