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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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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에 걸친 ‘구황(救荒)의 자선’, 빗돌로 남았다 [선산 톺아보기 ⑩] 지산동의 3대 자선, ‘박동보 구황비’와 계선각(繼善閣) 구미시 야은로에서 지산동으로 빠지는 샛길, 기아오토큐 건너편 산어귀에는 기와를 얹은 흙 담장으로 둘러싸인 낡은 팔작지붕의 누각 한 채가 서 있다. 정면 3칸, 측면 1칸의 누각 정면 처마 아래엔 ‘繼善閣(계선각)’이란 현판이 걸렸다. 구미시 지산동의 ‘계선각’ 몇 발자국 앞에 난 한길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만, 이 누각의 내력을 알거나 그걸 궁금해하는 이들도 없는 모양이다. 동네 토박이일 듯한 이들에게 물어봐도 머리를 갸웃하여서 나는 부득이 지산동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아서 간신히 이 누각을 찾을 수 있었다. 누각은 단청한 기둥 사이에 벽 대신 청색의 나무 창살을 두었는데 누각 안에는 세 기의 빗돌이 서 있다. 그러니까.. 2022. 4. 6.
[사진] 지산동 샛강의 벚꽃, 주변 사물과 어우러지는 ‘풍경의 재발견’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구미 지산동 샛강의 ‘벚꽃 행렬’을 기사로 쓴 건 지난해 4월 1일이다. 샛강 벚꽃을 안 지는 훨씬 오래되었지만, 한 번도 그걸 글로 써서 누군가에게 추천해 보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해 작정하고 서너 차례 들러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가 그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굳이 ‘깨달았다’라고 쓴 것은 내가 너무 무심하게 샛강의 벚꽃 물결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깨우쳤기 때문이다. 나는 더러 지인들에게, 금오천 벚꽃 구경 가서 사람들에게 치이는 대신 샛강에서 느긋하게 봄꽃을 즐겨보라고 권유하곤 했었다. 그러나 나는 샛강을 벚꽃을 봄이면 꽃을 만개하는 그저 그런 풍경 이상으로는 바라보지 않았었다. 샛강을 한.. 2022. 4. 5.
현미 채식으로 체중 감량을 현미 채식 한 달 현미 채식을 시작한 지 한 달이 가까워진다. 밥은 현미, 반찬은 채소류만으로 구성된 식탁은 좀 허무하긴 하다. 다소 아쉽긴 하지만 그게 그리 힘이 들지는 않는다. 쌀밥은 물론이거니와 보리밥도 금하니 학교에도 현미밥을 싸서 다닌다. 밥만 들고 식당에 가서 그날 나온 푸성귀 등의 나물 반찬으로 식사를 한다. 엠비시에서 방영한 ‘목숨 걸고 편식하다’란 특집 프로그램으로 나는 ‘현미 채식’을 알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은 현미 채식으로 혈압약을 끊고 건강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는 현미 채식이 몸무게를 줄이고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데 깊은 흥미를 느꼈다. 나는 같은 내용의 책도 샀다. 이 프로그램은 현미밥, 채소 반찬, 과일 섭취를 통해 뇌혈관병(중풍), 고혈압, 당뇨병, 파킨슨병, 치매 등.. 2022. 4. 3.
그 ‘특별한 형제들’이 건너온 한국 근현대사 [서평] 정종현 지음, ‘특별한 형제들’ 정종현 교수의 은 그가 2019년에 펴냈던 (휴머니스트)을 준비하며 접한 조선인 유학생들의 극적인 삶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에서 비롯되었다. 제국대학 유학생들에 관한 관심은 식민과 분단, 전쟁과 냉전으로 전개된 20세기 한국의 근현대사를 헤쳐온 인물들로 이어졌는데, 그는 그중에서도 ‘형제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함께 나고 자랐지만, “역사의 갈림길에서 때로는 비슷하게, 때로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 형제들의 삶이야말로 한국 근대의 속살을 드러내는 이야기”(출판사 책 소개, 아래 같음)였기 때문이다. 역사의 갈림길에서 엇갈린 형제들의 삶 책의 부제는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을 넘나드는 근현대 형제 열전’이다. 부제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식민과 해방, 전쟁과 분단의.. 2022. 4. 2.
김천시 남면, 오봉저수지의 봄 오봉저수지 주변 드림밸리 오색테마공원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구미에서 금오산 자락을 넘으면 김천시 남면이다. 오른쪽으로 한 십여 분 달리면 남면 오봉리 오봉(梧鳳) 저수지에 닿는다.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1979년에 공사에 들어가 10년 만인 1989년에 완공한 오봉저수지는 규모는 유역 면적 14.60㎢, 만수 면적 43만 7400㎡이니 꽤 큰 인공호수다. 김천시는 2017년 11월 오봉저수지 주변을 묶어 ‘드림밸리 오색테마공원’을 완공했다. 드림밸리 오색테마공원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 테마공원 사업에 선정돼 2013년부터 100억 원을 들여 만든 시민 휴식·레저공간이다. 자연환경을 둘러볼 수 있는 수변 테라스, 수중 정자, 저수지 데크 로드 등.. 2022. 4. 2.
4월, 잔인하지 않게 4월, ‘잔인하지 않게’ 맞이하자 15년 전에 처음 블로그를 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절대던 시절의 글이다. 그 당시 신영복 선생의 그림으로 된 탁상용 ‘참교육 달력’을 넘기면서 달마다 쓰던 글이다. 한참 철 지난 글이라 싶어서 제쳐둔 글인데, 새로 읽으니 그 울림이 새삼스러웠다. 우정 새 글인 것처럼 읽어보기로 한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다 사월은 한 백인 시인의 시 한 편으로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다. 사월을 노래한 시인이 어찌 그 이뿐이었겠냐만 엘리엇의 서사시 ‘황무지(荒蕪地) The Wasteland’가 노래한 사월의 이미지는 전후 10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이 땅에선 화석으로 살아 있다. 황무지가 1차 세계대전 뒤 전쟁을 낳은 현대문명을 비판한 작품이고, 사월을 ‘잔인한 달’로 노래한 까닭.. 2022. 4. 1.
최정희 - ‘군국’의 어머니와 ‘황군’ 아들 ‘군국의 어머니’를 찬양, 일제의 전쟁 수행과 총동원 체제에 협력 소설가 최정희(崔貞熙, 1912~1990)는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이는 이름을 대면 떠오르는, 잘 알려진 작품이 없는 탓이 크다. 지명도 높이는 데는 그만인 교과서에 실린 소설도 없으니 더 말할 게 없다. 문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나 역시 짧게라도 최정희를 설명할 재간이 없을 정도다. 최정희는 서사시 「국경의 밤」과 「웃은 죄」, 「북청 물장수」, 「산 너머 남촌에는」 같은 서정시로 유명한 파인 김동환의 두 번째 부인이었다. 파인과의 사이에 뒷날 소설가가 된 지원(1943~2013)과 채원(1946~ ), 두 딸이 있다. 부창부수라던가, 그도 남편 못잖은 친일 행적을 남겼다. 남편 김동환과 함께 거론되는 친일 행적 최정희는 .. 2022. 3. 27.
2022년 3월의 꽃망울 *PC에서는 사진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 해마다 봄을 맞으러 집을 나선다. 집안에는 보이지 않는 봄이 바깥에는 시나브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파트 화단에는 산수유가, 동네 골목길 곳곳에는 매화와 명자꽃이 핀다. 늦겨울이 따뜻하면 2월부터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지만, 올해는 저온이 이어지면서 3월 초에야 겨우 산수유가 움을 틔웠다. 꽃망울은 “아직 피지 아니한 어린 꽃봉오리”로 ‘망울, 몽우리’로 부르기도 한다. 무채색으로 죽어 있던 가지에 도톰하게 망울이 부풀기 시작해서 조금씩 크기를 키워오다가 마침내 풍성한 꽃잎으로 피어나는 과정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3월 7일부터 3월 16일까지 한 열흘간 내가 따라다닌 꽃망울이다. 그게 그거 같을 수 있지만, 들여다보.. 2022. 3. 24.
정비석, 낙원 일본을 칭송하던 『자유부인』의 작가 의 작가 정비석의 친일 부역 정비석(鄭飛石, 1911~1991)은 40대 이하의 독자들에겐 좀 낯선 작가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는 1930년대에 단편 소설 「졸곡제(卒哭祭)」와 「성황당(城隍堂)」으로 정식 등단한 소설가다. 그는 이른바 미문(美文)으로 널리 알려진, 1960, 70년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금강산 기행 수필 「산정무한(山情無限)」의 지은이이기도 하다. 정비석은 1911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하동, 본명은 서죽(瑞竹)이다. 필명으로 비석생(飛石生)·남촌(南村) 등을 썼으며, 본명 대신 스승 김동인이 지어 주었다는 필명 ‘비석’으로 활동하였다. 1929년 6월 신의주중학교 4학년 때 ‘신의주 고등보통학교 생도 사건’으로 검거되어, 1930년 12월 신의주지방법원 형.. 2022. 3. 22.
‘글쓰기’의 괴로움 글쓰기는 괴롭다 심심파적 삼아 글을 끼적댄 지 예닐곱 해가 지났다. 그런저런 이야기에 그치지만 블로그에 쓴 글이 천 편을 넘기면서 글쓰기가 주는 기쁨이나 성취감만큼이나 그게 주는 스트레스와 괴로움도 커진다. 뭔가라도 써서 올려야 한다는 강박에서는 얼마만큼 해방되었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괴로움은 여전하다. 글쓰기의 기쁨과 괴로움 글 한 편을 쓰는 데 나는 꽤 오랜 시간을 들이는 편이다. 생각의 갈피를 잡고 그 숙성을 기다리며 궁싯거리는 시간을 빼도 그렇다. 초를 잡아놓고도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다 쓴 글도 퇴고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글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가장 쉽게 쓰이는 글은 두서없이 이런저런 생각을 펼 때나 .. 2022. 3. 21.
‘PD수첩’에 서린 PD들의 땀과 좌절의 세밀화 [서평] PD수첩 제작진 지음 2008년 이후, 이른바 ‘PD수첩’ 사태로부터 시작된 , 혹은 ‘PD수첩’의 만만찮은 수난사는 MB정부 출범 이후 시민들이 감당해야 했던 이런저런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경험들과 닮아 있다. 닮은꼴 ‘MB 정부’와 ‘MBC’ 아니, 더 근원적으로 살펴보면 정권교체를 바라보는 진보 개혁진영의 시각과 권력에 의해 선택된 새 사장을 맞이하는 구성원들의 관점은 대동소이했던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 사람들은 대부분 국민의 정부 이래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이루어졌던 민주주의와 인권의 형식과 내용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일관되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비록 보수적인 우파의 집권이긴 하지만 역사와 진보의 추세를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2. 3. 20.
새로 만난 시인들 - ③ 신용목 신용목의 ‘갈대 등본’과 ‘소사 가는 길, 잠시’ 새로 만난 시인으로 안현미와 손택수에 관한 글을 썼다. 검색으로 그들의 대표작은 물론이거니와 이런저런 소소한 정보들도 금방 ‘긁어’ 올 수 있으니 인터넷 시대는 참 편리하다. 그들의 시집을 따로 읽지 않고 그들에 대해 쓸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이 인터넷의 힘이다. 안현미에 이어 쓸 시인으로 나는 손택수, 신용목을 일찌감치 정해 두었다. 안현미와 손택수의 시집 과 와 함께 신용목의 시집 를 받은 것은 지난 2월 25일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기까지 나는 그 시집을 열어보지 못했다. 시집이란 게 그렇다. 조바심으로 기다리던 연재소설도 아니니 서둘러 펼 일도 없고, 또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잡듯이 읽어 내려갈 일도 없다. 짬 나면 잠깐씩 들여다보고, 마음에 .. 2022.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