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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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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베를린 장벽 붕괴 [역사 공부 ‘오늘’]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무너지다 28년 만에 베를린 장벽 붕괴-‘육지의 섬’ 혹은 ‘반파시스트 보호벽’ 1989년 11월 9일은 목요일이었다. 오후 7시, 동독 경찰과 군 당국이 여행 자유화 정책을 선언함으로써 마침내 동서 베를린을 막고 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1961년, 사회주의 진영에 대한 서방측 선동을 차단한다는 구실로 장벽이 구축된 지 28년 만이었다. 1961년 8월 12일 밤 동독은 서베를린으로 통하는 모든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한 장벽을 설치했다. 철조망과 블록으로 이루어진 장벽은 기관총 초소와 지뢰 지역이 설치된 5m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으로 대체되었다. 1980년대에는 고압선과 방어 진지들이 45㎞에 걸쳐 구축되어 베를린시를 양분하고 서베를린 주.. 2019. 11. 9.
부석사에서 만난 ‘진국의 가을’ 아이들 체험활동에 묻어 간 부석사 부석사를 다녀왔다. 근 4년 만이다. 예천에 살 때는 일 년에도 서너 차례 넘게 다니던 곳이다. 멀리서 온 벗이나 친지, 제자들의 길라잡이가 되어서였다. 안동으로 옮아오고 나서는 발길이 뜸해졌다. 바쁘게 산 탓일까. 마지막으로 다녀온 게 2007년 5월이었다. 아이들 ‘체험활동’에 묻어간 부석사 10월 마지막 토요일(10월 29일) 1학년 아이들의 체험활동이 부석사와 소수서원 일원에서 펼쳐졌다. 1학년을 전담하고 있던 나는 이 활동에 무임승차(?)했다. 10월도 깊었겠다, 나는 부석사의 가을을 좀 진국으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8시께 출발한 전세버스는 9시가 조금 넘어 부석사 주차장에 닿았다. 차에서 내리는데 아뿔싸,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오후에나 비 소식이 있겠.. 2019. 11. 8.
이야기 따라 가을 따라 가본 선비 집과 절집 경북의 서원과 산사 가을 풍경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려면 날이 차가워져야 한다고 했던가. 정직하게 돌아온 가을을 제대로 느끼려면 길을 나서야 한다. 무심한 일상에서 가을은 밤낮의 일교차로, 한밤과 이른 아침에 드러난 살갗에 돋아오는 소름 따위의 촉각으로 온다. 그러나 집을 나서면 가을은 촉각보다 따뜻한 유채색의 빛깔로, 그 부시고 황홀한 시각으로 다가온다. 시월의 마지막 주말, 길을 나선다. 대저 모든 ‘떠남’에는 ‘단출’이 미덕이다. 가벼운 옷차림 위 어깨에 멘 사진기 가방만이 묵직하다. 시가지를 빠져나올 때 아내는 김밥 다섯 줄과 생수 한 병을 산다. 짧은 시간 긴 여정에 끼니를 챙기는 건 시간의 낭비일 뿐 아니라 포식은 가끔 아름다운 풍경마저 심드렁하게 만든다. 오늘의 여정은 영주 순흥, .. 2019. 11. 7.
그 숲길, ‘순정(純精)’의 단풍을 잊지 못하리 [여행] 팔공산 단풍길 순례 가을에 나뭇잎이 붉거나 노랗게 물드는 현상, 단풍(丹楓)은 가을의 관습적 표지다. 사람들은 ‘꽃소식[화신(花信)]’으로 오는 봄의 추이를 짚듯 첫 단풍의 시기로 가을을 가늠하는 것이다. 새봄의 꽃소식은 북으로 올라오지만, 단풍은 온 산을 발갛게 물들이며 남으로 내려온다. 단풍은 나뭇잎이 더는 활동하지 않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잎이 활동을 멈추면 엽록소가 파괴되고 자가분해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안토시아닌이라는 화학물질이 단풍의 빛깔을 결정한다. 안토시아닌이 생성되는 종은 붉은색 또는 갈색 계열의 단풍이, 안토시아닌이 생성되지 않는 종은 엽록소의 녹색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잎 자체에 들어 있는 노란빛 색소들이 나타나게 되어 노란 단풍이 드는 것이다. 보통 하루 최저 기.. 2019. 11. 6.
대관령 ‘양떼목장’에 없는 것 [2박 3일 강원도 회갑 여행] ⑤ 대관령 양떼목장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속초에서 출발하여 대관령마루길에 있는 대관령 양떼목장에 닿은 것은 해가 서편으로 한 뼘쯤 기운 시각이었다. 원래 평창군 도암면이었던 이 지역 이름이 대관령면이 된 것은 2007년이다. 낯선 도암이라는 이름 대신 널리 알려진 대관령으로 바꾼 것이다. 강원 영월군 서면이 ‘한반도면’, 강원 영월군 하동면이 ‘김삿갓면’, 경북 고령군 고령읍이 ‘대가야읍’으로 바뀌는 등 지명을 지역 특색을 살리는 이름으로 바꾼 예 가운데 하나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도나 각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는 달리 지자체 소속 읍면동의 명칭은 자체 조례 개정만으로 변경할 수 있어서 이루.. 2019. 11. 6.
케이블카와 권금성, 다시 만난 설악 [2박 3일 강원도 회갑여행] ④ 설악산 권금성과 영랑호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주문진에서 점심을 먹고 설악동 어귀에 닿은 것은 오후 두 시께였다. ‘국립공원 설악산’으로 들어서면서 우리는 잠깐 어리둥절했다. 아마 주변이 오래된 기억과 달리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관광지답게 너무 잘 정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학여행, ‘일탈과 통과제의의 시간’ 1997년에 시골 고등학교 아이들의 수학여행을 인솔하고 온 이래 20여 년 만에 찾은 설악이었다. 그때 고교 수학여행은 설악산 일색이었지만 지금은 제주도뿐 아니라 나라 밖으로 나가는 학교도 드물지 않아졌다. 어쨌든 예전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살림살이가 나아진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시.. 2019. 11. 5.
우포(牛浦), 2009년 가을 2009년 가을에 찾은 창녕 우포 지난 10월 말께에 우포(牛浦)를 다녀왔다. 우연한 여행이다. 블로그의 이웃들과 함께였다. 애당초 내가 정한 목적지가 아니었기에 그것은 내게 아주 가볍고 부담 없는 시간이었다. 사진기를 갖고 갈까 말까 하고 망설였지만 나는 줌렌즈를 끼운 카메라를 맹꽁이 가방에 넣고 동행했다. 1박 2일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같이한 시간은 길지 않다. 심야에 술을 좀 마셨고, 이른 새벽에 서둘러 숙소를 떠나 안개 자욱한 우포늪 주변을 서성였다. 나는 빛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되는 대로 셔터를 눌렀다. 늘 그렇듯이 나중에 이미지를 통해 여정을 복기(復碁)하면서 쓸 만한 사진만 고르면 될 터이니까. 동류의 사람들이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유유상종이라 하지 않는가. 비슷한 눈으로 세상을 .. 2019. 11. 5.
사우디 여성들의 첫 투표, 그리고 여성참정권 1893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후 122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국 83년 만에 ‘보통선거’를 통해 20명의 여성 지방의회 의원이 탄생했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들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 등 참정권을 부여했는데 이는 1893년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후 122년 만이다. 사우디 여성들 122년 만에 첫 투표 아닌 21세기에 웬 ‘여성참정권’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기실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은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그것도 일찌감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구미 선진국에서는 이 가장 기본적인 시민권을 얻기 위해 적지 않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근대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참정권이 제한되었던 것은 여성은 남성보다 능력이 떨어지고 또 가정.. 2019. 11. 4.
바다 역 정동진과 강릉항 커피 기행 [2박 3일 강원도 회갑 여행] ③ 정동진(正東津)과 강릉항 커피 거리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경포대를 떠나 예약해 둔 숙소가 있는 정동진에 닿았을 때는 이미 날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리조트의 널따란 주차장에 차를 대자 거대한 배 모양의 건축물이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히고 있었다. 아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 멋있는데! 진짜 배유?” “설마, 거죽만 배 모양이겠지. 내부는 몽땅 객실일 게고.” 이 리조트에 묵기로 한 것은 방송고 학생의 권유 때문이었다. 나보다 서너 살이 많은 그 학생은 객실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지만, 숙박료가 비싸지 않다며 이 리조트를 내게 추천했다. 평소 같았으면 모텔에서 묵는 비용의 몇 배나 드는 데를.. 2019. 11. 3.
의성 등운산 고운사(孤雲寺)의 가을 본색 경북 의성 등운산 고운사에 당도한 진국의 가을 집을 나설 때의 생각은 소호헌을 둘러 서산서원을 둘러오는 것이었다. 시간이 나면 고운사에 들르든지 말든지…,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정작 소호헌은 잠시 들렀고, 서산서원으로 가지 않고 반대쪽 길인 고운사로 곧장 가 버린 것이다. 보물 제475호 소호헌(蘇湖軒)은 안동시 일직면 망호리에 있는 조선 중기의 별당 건축물이다. 본래 안동 법흥동 임청각의 이명이 다섯째 아들 이고의 분가 때 지어준 것이나 이고가 외동딸과 혼인한 중종 때의 학자 서해에게 물려준 집이다. 망호리는 목은 이색의 후예인 한산 이씨 일족이 세거하고 있는 마을이다. ‘소퇴계(小退溪)’라고 불리는 영조 대의 대학자 대산 이상정(1711~1781)도 여기서 태어났다. 인근의 서산서원은 목은 이색을.. 2019. 11. 3.
밀양, 2017년 11월 경남 밀양의 ‘항일투쟁’ 기행 입대를 앞둔 청춘의 어느 날, 아내와 함께한 짧은 여행을 하기 전까지 밀양(密陽)은 이 나라의 나머지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나와 무관한 도시였다. 그 짧은 여행의 기억으로 밀양은 내 기억의 사진첩으로 슬그머니 들어왔다. 밀양, 그 도시와의 인연과 기억 그리고 한때 젊음의 열망을 함께 지폈던 벗 하나가 거기 정착하게 되고 30년 전에 내 앞에서 국어 교과서를 펴고 있었던 여제자 하나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밀양은 내 삶의 어떤 부분으로 성큼 들어왔다. 벗 덕분에 우리는 매년 한 차례씩 그 도시에 들러 명승을 찾고 함께 술을 마시고 모텔이나 친구의 시골집에서 자곤 했다. 거기 살고 있던 여제자와 연락이 닿으면서 부산에 살고 있던 그 동기들이 대거 몰려와 단란한 시간.. 2019. 11. 2.
슬프구나 유랑의 삶, 변강쇠와 옹녀 다시 읽기 변강쇠와 옹녀는 조선 후기에 연행되던 판소리 12마당 중 가루지기타령(변강쇠타령, 횡부가橫負歌)의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고전은 멀고 영화는 가깝다.’ 두 남녀는 1980년대를 풍미한 에로영화로 먼저 데뷔하는 바람에 판소리가 아니라 영화의 주인공으로 ‘인구에 회자’한다. 에로영화에 절륜한 정력, 혹은 음란무비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변강쇠와 옹녀에게서 무슨 우리 고전 서사문학의 냄새 따위를 맡을 겨를은 없다. 나도향의 사실주의 단편 ‘뽕’이 영화화된 이후, 그게 문예영화가 아니라 에로영화의 원조인 것처럼 이해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가루지기타령은 지금 전하지 않는 판소리 일곱 마당 가운데 유일하게 신재효에 의해 판소리 사설로 정착된 작품이다. 신재효는 성적 표현이 지나치게 비속하였던 기왕의 이.. 2019.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