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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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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집 떠나는 똥만이 마음은 어땠을까 [서평] 박상규 기자의 자전적 청소년 소설 어린이를 위한 시와 이야기를 각각 ‘아이 동(童)’자를 써서 동시, 동화라고 부르고 이를 ‘아동문학’으로 뭉뚱그리는 것은 매우 고전적인 분류법이다. 문학의 예상 독자를 어른과 아이로 대별할 때 구획하는 전통적 범주의 분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세상은 한갓진 문학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형식으로 변화해 왔고, 그것을 담는 그릇으로써 문학의 성격과 형식도 훨씬 다양해졌다. 아동문학은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독자를 어린이로만 한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동화 가운데에는 어른들이 읽어도 무방한 작품도 적지 않으니 말이다. 황선미의 동화 (2000)은 지금까지 150만 부가 넘게 팔려 ‘100쇄’를 기록한 작품이다. 올해에는 영문판 출간 한 달 만에.. 2019. 12. 20.
한 ‘어머니의 죽음’을 생각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아이들을 남기고 떠난 젊은 어머니 한글날 아침 식탁에서 나는 그 라디오 뉴스를 들었다. 두 자녀를 기르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젊은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였다. 입안에 밥을 떠 넣다 말고 나는 잠깐 숨을 죽였다. 눈시울만큼이나 뜨겁게 가슴 한편이 서늘해져 왔다. 이게, 무슨……. 나는 간신히 그렇게 중얼거렸던 것 같다. “먼저 가서 미안해. 신발이 작아 발이 아프다는 데도 사주지 못해 미안해.” 그게 스물일곱 살, 젊은 엄마가 7살, 5살배기 철부지 아들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이는 8일 오전 자신의 원룸 창고의 가스 배관에 목을 매었다. 그녀는 사업에 실패한 남편과 이혼한 후, 두 아이를 데리고 식당에서 일하면서 원룸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철부지 아들 신발 사주지.. 2019. 12. 20.
계절의 미각, 고추 부각과 콩잎김치 고추 부각과 콩잎 김치 고추 부각 나이 들면서 좀 눅어지긴 했지만 나는 입이 짧은 편이다. 어릴 때부터 젓갈 따위는 질색이어서 젓갈을 넣은 김치도 먹지 않을 정도였다. 세월이 약이던가, 이제 아내가 깔끔하게 조리한 멸치 젓갈에도 더러 젓가락이 갈 정도이니 발전이라면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좋아하는 반찬은 대체로 담백한 것들이었다. 김이나 오징어채, 멸치나 달걀 조림 따위의 반찬을 즐겼고, 나물류는 대체로 무난하게 잘 먹었다. 스물을 넘기면서 흠씬 빠진 반찬으로 고추 부각이 있다. 풋고추에다 밀가루를 발라 찐 뒤에 바짝 말려서 기름에서 튀겨낸 이 음식이 ‘부각’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걸 안 것은 십 년이 채 되지 않는다. ‘부각’은 대체로 ‘식물성 식품에 찹쌀풀을 발라서 말려두었다가 필요할 때 기름에.. 2019. 12. 19.
좁지만 편안했던 ‘내 인생의 첫 집’을 떠나며 복직하여 마련한 24평 작은 집을 떠나며 내일모레면 이 도시를 떠난다. 2월 중순쯤에 나올 전보 명령에 앞서 서둘러 이사를 하는 것은 집을 산 이가 하루라도 빨리 집을 비워주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1월 말까지 수업이 남아 있고 2월 초에도 며칠 간 근무를 해야 하지만 부득이한 일이다. 아침에 아파트 앞 이발소에 가서 마지막 머리를 깎았다. “여기 한 십 년쯤 다녔지요?” 하고 물었더니 늙수그레한 이발사는 “벌써 그렇게 됐나요?” 하고 되묻는다. 예천에서 여기로 옮아온 게 1997년이다. 그해 7월에 준공검사를 앞두고 시공업체의 부도로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는 예천 서본리의 오래된 국민주택을 떠나 난생처음 내 명의의 아파트에 들었다. 좁지만 편안했던 ‘내 인생의 첫 집’ 식구들 모두 행복하게 새집에 입주했다.. 2019. 12. 17.
이제 ‘허접하다’도 ‘개기다’도 쓸 수 있다 국어원, ‘2014년 표준어 추가 사정안’ 발표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은 국민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그동안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았던 ‘삐지다, 놀잇감, 속앓이, 딴지’ 등 13항목의 어휘를 표준어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2014년 표준어 추가 사정안’을 발표했다. 발간(1999) 이후 언어생활에 쓰이면서도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은 낱말들을 검토해 온 국어원이 2011년 8월, ‘짜장면, 맨날, 눈꼬리’ 등 39항목을 표준어로 추가[관련 기사 : 이제, ‘짜장면은 짜장면이다’]한 지 세 해 만에 다시 표준어를 더한 것이다. 어문 규범과 언중들의 언어생활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언중들이 쓰는 낱말 가운데에 는 규범 바깥에 있는 말이 꽤 된다. 이번에 추가된 표준어는 .. 2019. 12. 16.
[오늘] 국군과 유엔군, 중공군에게 밀려 ‘흥남철수’ 시작 [역사 공부 ‘오늘’] 1950년 12월 15일, 흥남항을 통한 해상 철수 시작 장진호 전투, 그리고 흥남철수 1950년 12월 15일, 미 제10군단과 국군 제1군단은 함경남도 흥남항을 통해 해상 철수를 시작하였다. 12월 23일까지 아흐레 동안 이루어진 흥남철수(興南撤收)로 장진호 전투에서 패배한 국군과 유엔군 등 10만 명이 넘는 병력과 17,500대의 각종 차량, 35만 톤의 물자를 완전하게 철수시켰다. 1950년 12월, 당시 서부전선으로 북진한 제8군은 육로로 후퇴할 수 있었지만, 동부전선 장진호(長津湖) 방면으로 북진한 미 제10군단의 병력은 원산지역이 중공군에게 넘어가자 퇴로가 막혔다. 활로는 해상 철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장진호 전투는 같은 해 11월 27일, 중국 제9병단이 장진호 지.. 2019. 12. 14.
[오늘] 홀로코스트 전범 아이히만 교수형 선고 [역사 공부 ‘오늘’] 1961년 12월 15일, 예루살렘 법정 아이히만에게 교수형 선고 1961년 12월 15일, 이스라엘 정부가 연 예루살렘의 특별 3심 법정은 반인륜적 범죄로 기소된,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 즉 유대인 박해의 실무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1906~1962)에게 교수형을 선고했다. 전쟁이 끝난 뒤 미군에게 붙잡혔으나, 1946년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아이히만이 중동지역을 전전하다가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것은 1958년이었다. 그러나 그가 누린 평화는 짧았다. 나치 전범 추적자 지몬 비젠탈(Simon Wiesenthal)과 이스라엘 자원봉사 단체에 의해 정체가 드러난 아이히만은 1960년 5월 11일 부에노스아이레스 근처에서 체포되어 9일 뒤 비밀.. 2019. 12. 14.
여론 ‘모르쇠’한 구미시, 내년도 박정희 예산 대폭 늘렸다 여론 아랑곳하지 않고 구미시 내년도 박정희 예산 증액 그간 끊임없이 제기된 시민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구미시는 시 의회에 제출한 2017년도 예산안에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투자는 포기하고 박정희 예산 등 전시성 예산을 대폭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침체기인데도 투자 유치와 기업 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32% 축소했지만, 박정희·새마을 사업 등 전시성 예산은 전년 대비 90% 증가한 것이다. 여론은 ‘모르쇠’, 2017년 예산안 구미시는 구미시의회에 2016년도보다 200억 원(1.82%) 증가한 1조1,200억 원(일반회계 9000억 원+특별회계 2200억 원)의 새해 예산안을 제출하였다. 이에 따라 시 의회에서는 지난 6일부터 2017년 구미시 예산안 심사를 위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 특별위원.. 2019. 12. 13.
카메라, 카메라 GX-10으로 ‘D-SLR 세계’에 입문하다 그저께, 그러니까 12월 8일, 금요일에야 내 오랜 기다림이 마침표를 찍었다. 그날 오전에 무려 20여 일 만에 내 첫 D-SLR 카메라 GX-10이 도착한 것이다. 연애하던 때를 빼면 기다림 따위에 이만큼 목을 늘어뜨린 건 이번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렌즈를 장착한 바디를 손에 들었을 때의 느낌(사진가들의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묵직한 ‘그립감’!),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다. 손에 든 대포(‘똑딱이’라 부르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 대응하는, SLR 디카를 가리키는 변말이다.)는 똑딱이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로의 인도자에 걸맞은 크기와 묵직한 중량감으로 다가왔다.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 동안 인터넷을 뒤져 최저가로 사 놓은 UV필터, 2G짜리 SD카드까지 끼.. 2019. 12. 9.
아이에게 ‘안중근 의사’를 알려주고 싶다면 [서평] 박도 지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잘 알려진 박도 작가가 어린이를 위한 책 을 사계절 출판사에서 펴냈다. 표지에 그려진 만화 일러스트가 책이 어린이용임을 알려주고 있는데 정작 나는 ‘어린이용’은 어른들 책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었다. 안중근(1879~1910) 의사야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인들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좋아하는 독립운동가다. 그의 삶은 많은 책과 드라마, 영화, 그리고 뮤지컬 등으로 재구성되었고, 사람들은 짧지만 강렬한 그의 삶에서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는 일제가 한국을 강제병합하기 1년 전에 하얼빈에서 일제의 한국 침탈 주역인 이토 히로부미(1841~1909)를 저격 처단한 뒤, 사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뤼순 감옥에서 교수형으로 순국했다. 그는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 2019. 12. 7.
[오늘] 첫 시상, 이후 노벨상 이야기 노벨상, 그리고 노벨문학상 이야기 1910년 12월 10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첫 시상식이 열렸다. 알프레트 노벨(1833~1896)의 5주기를 맞아 3,150만 스위스 크로네(약 920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상금은 5개 부문 6명의 수상자에게 돌아갔다. 5개 부문 6명의 수상자 중 알 만한 사람은 물리학상을 받은 엑스(X)선을 발견한 뢴트겐((Wilhelm Conrad Röntgen)과 평화상을 프레데리크 파시(Frederic Passy, 국제평화연맹 설립자)와 공동 수상한 적십자 창설자인 앙리 뒤낭(Jean-Henri Dunant)이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알려진 이 역사적인 상의 첫 시상은 그러나 어수선했던 모양이다. 형식도 그랬지만, 내용으로도 그리 개운하.. 2019. 12. 6.
문정희 시인의 ‘몸과 삶’, ‘사랑’의 성찰 문정희 시집 『오라, 거짓 사랑아』(민음사, 2008) 뒤늦게 문정희의 시집 를 읽고 있다. 그의 시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정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그가 ‘외롭다’라고 하는 것과 그가 말하는 ‘사랑’은 다른 여성 시인이 그러는 것과는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게 연륜의 힘일까. 그의 시 ‘유방’을 읽는다. 화자는 유방암 사진을 찍는다. ‘윗옷’을 벗고 ‘맨살’로 ‘기계’ 앞에 선다. ‘에테르’처럼 스며드는 ‘공포’ 속에 ‘패잔병처럼 두 팔 들고’. 그리고 그 여자는 자신의 몸을, ‘축 늘어진 슬픈 유방’을 성찰하기 시작한다. ‘사춘기 때부터 레이스 헝겊 속에’ ‘싸매놓은’ 그 ‘수치스러운 과일’처럼 ‘깊이 숨겨왔던 유방’을. 노화를 경험하며 몸을 성찰하다 그것은 ‘.. 2019.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