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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풍경

우포(牛浦), 2009년 가을

by 낮달2018 2019.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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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가을에 찾은 창녕 우포

▲ 우포는 경상남도 창녕군 이방면과 유어면ㆍ대합면에 걸쳐 있는 늪지성 호수다.

지난 10월 말께에 우포(牛浦)를 다녀왔다. 우연한 여행이다. <오마이뉴스> 블로그의 이웃들과 함께였다. 애당초 내가 정한 목적지가 아니었기에 그것은 내게 아주 가볍고 부담 없는 시간이었다. 사진기를 갖고 갈까 말까 하고 망설였지만 나는 줌렌즈를 끼운 카메라를 맹꽁이 가방에 넣고 동행했다.

 

1박 2일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같이한 시간은 길지 않다. 심야에 술을 좀 마셨고, 이른 새벽에 서둘러 숙소를 떠나 안개 자욱한 우포늪 주변을 서성였다. 나는 빛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되는 대로 셔터를 눌렀다. 늘 그렇듯이 나중에 이미지를 통해 여정을 복기(復碁)하면서 쓸 만한 사진만 고르면 될 터이니까.

 

동류의 사람들이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유유상종이라 하지 않는가. 비슷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걸 나누는 것은 유쾌한 일인 것이다. 나이와 사는 곳, 하는 일도 제각기 달랐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삶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아주 정겹고 유쾌하게 나누었던 것 같다.

 

만남은 짧고 작별의 시간은 서둘러 다가온다. 이튿날 오후 늦게, 우리는 악수를 하고, 뒷날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다른 벗들은 모두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2009년 가을의 우포행을 정리한 듯하다. 이제 내 차례인 것이다. 굳이 차례를 기다렸던 것은 아니다.

 

몇 장의 사진을 고르고 규격에 맞게 보정한 뒤, 그것을 천천히 한 장 한 장 바라보았다. 그것을 렌즈에 담을 때의 공기, 숨결, 풍경과 느낌 따위를 새롭게 복기하면서. 시간이 흘러도 그것들은 아주 생생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기억될 터이다.

 

우포 곳곳을 안내한 부지런한 초석 님의 넘치는 에너지와 우포가 연출해 내는 모든 풍경을 담으려 했던 해를 그리며 님의 한결같은 눈길을. 그리고 시종 몸 가볍게 일행을 챙겨준 얄랴셩 님의 바지런과 군말 없이 늠름하게 우포를 돌아본 리수와 리준 자매, 그리고 리수 어머니의 너그럽고 푸근한 미소를.

▲ 창녕 술정리 동삼층석탑(국보 제34호)
▲ 창녕시장의 등겨 가루 메주(?). 등겨장의 재료다. 우포행 수확 중 하나다. ⓒ 해를그리며

 

2009. 11. 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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