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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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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들의 이웃입니까?” 용산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서 참사 264일째의 용산 지난 주말(10일) 오후, 경북 북부지역의 교사들 40여 명은 용산참사의 현장을 찾았다. 오후 두 시에 서울역에서 열릴 교육 주체 결의대회에 가던 길이었다. 용산을 찾은 것은 며칠 전에 ‘한 시간쯤 일찍 출발하면 용산을 들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던 내 제의에 따라서였다. 용산참사 문제는 한가위를 앞두고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정작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례도 치르지 못한 유족들에게 명절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뿐이었을 터였다. 우리는 그들에게 필요한 게 작은 위로와 연대의 손길이 아닌가 생각한 것이다. 따로 미리 연락한 방문은 아니었다. 우리는 무작정 ‘용산 살인 철거 희생자·열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길을 잘못 들어 5.. 2020. 10. 13.
10월의 학교 풍경, 그리고 아이들 10월의 학교 풍경 중간고사가 끝나면서 잠시 소강상태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책에다 코를 박고 있다. 아침 여덟 시 이전에 학교에 와서 밤 열 시가 넘어야 집으로 가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은 거의 14시간이 넘는다. 아이들을 남겨두고 퇴근할 때마다 안쓰러움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이다. 아이들은 학교 급식소에서 오후 1시, 6시에 각각 두 끼의 식사를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틈만 나면 매점으로 달려간다. 막대사탕이나 짜 먹는 얼음과자를 입에 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이 주전부리로 보상받으려는 ‘결핍’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집보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으니 자연 일상을 고스란히 학교로 옮겨야 한다. 교실의 콘센트에는 늘 휴대전화와 PMP, 전자사전 등의 충전기가 꽂.. 2020. 10. 12.
까발려진 미국의 빈곤과 계급, 그리고 ‘아메리칸드림’ [서평] 세라 스마시 지음 우리는 가난하고, 그리고 여자로 태어났지. 이것만 해도 이 세상에서 우리 몸은 투 스트라이크를 당한 거야. 게다가 엄마는 남자들이 소유하고 싶어 하는 외모를 가졌고, 나는 원하지 않은 아이였으니, 안 그래도 위험한 세상에서 흔들리던 우리가 각각 원 스트라이크씩을 더 먹었지. 하지만 엄마는 자기가 쓰레기가 아니란 걸 알았어. 자기 딸도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도. - 책 130쪽 1977년 9월, 캔자스주 위치토시의 트레일러 주차장 옆 작은 교회에서 마흔다섯 살 난 농부 ‘아니’가 열세 살이나 어린 신부 베티와 결혼식을 올렸다. 베티는 나이는 서른둘이지만 여섯 번이나 결혼과 이혼을 되풀이해 온 여자였다. 두 사람의 혼인으로부터 누대에 걸친 세라 스마시(Sarah Smarsh)의, 가.. 2020. 10. 11.
“○○ brand family sail 때 get한 item이에요.” 영어 남발, 도를 넘었다 “미국 ○○백화점에서 운 좋게 겟한 아이랍니다.” 오늘 아침 김은형 기자의 글[오늘은 뭘 ‘겟’했나요]에 인용된 문장이다. 시류를 잘 알고 있는 독자들은 벌써 여기 쓰인 ‘겟’이 영자 ‘get’이라는 걸 눈치채고도 남겠다. 우리말로 옮기면 볼 것 없이 ‘얻다’이다. 우리말로 써도 두 음절에 불과하니 특별히 영자로 쓰는 게 경제적이지도 않다. 그런데도 굳이 그렇게 쓰는 것은 무슨 멋인가. 두어 해 전에 나는 “슬림(slim)하고 샴푸(shampoo)하다?”라는 글을 통해 우리말 접미사 ‘-하다’와 로마자가 ‘이종교배’한 사례를 든 적이 있다. 영자와 결합한 접미사 ‘-하다’는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드라이(dry)하다’, ‘패스(pass)하다’, ‘데이트(date)하다’는 이미.. 2020. 10. 11.
이제 자치법규에서도 ‘사리(砂利)’는 ‘자갈’로 자치법규에 남은 일본식 한자어 23개 일괄정비 행정안전부는 지난 8일, 한글날을 맞아 자치법규에 남아있는 일본식 한자어 23개를 정비한다고 밝혔다. ‘자치법규’에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일본식 한자어를 정비함으로써 행정 용어에서 바람직한 표준어 사용을 확대하고 국민이 자치법규 용어를 이해하기 쉽도록 개선하자는 차원’에서다. 자치법규는 자치단체에서 제정하는 조례와 규칙인 자치법규에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일본식 한자어가 그대로 쓰이고 있는데 이를 일괄정비 한다는 것이다. 일괄정비란 관련성 있는 자치법규를 함께 개정하는 입법기술로, 개별 자치법규를 일일이 개정하지 않고 ‘일괄개정 조례(규칙)안’을 만들어 본칙에서 쉽게 개정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여러 자치법규에서 쓰이는 ‘사리(砂利)’는 ‘자갈’, ‘구배(勾.. 2020. 10. 10.
[574돌 한글날] 한글 ‘11,172’ 자 조합형 한글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글자 11,172자 지금은 옛이야기가 된 셈이지만, 한때는 완성형이니 조합형이니 하는 ‘한글 코드’ 얘기가 심심찮았다. 컴퓨터의 한글 코드를 이르는 말이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새기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한글 코드’란 쉽게 말하면 컴퓨터를 통한 ‘한글 구현 방식’이다. 한글 코드는 조합형, 완성형, 확장 완성형, 유니코드(Unicode) 등으로 나뉜다. 완성형, 조합형 논란도 옛이야기 컴퓨터의 메커니즘은 0과 1로 작동한다. 따라서 문자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문자마다 일련의 숫자를 할당하여 구분해야 하는데 이를 ‘문자 코드’라 한다. 조합형은 모든 자모(ㄱ, ㄴ, ㅏ, ㅗ…….)에다 숫자를 할당하여 이를 불러와 한글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완성형은 이미 만들.. 2020. 10. 9.
‘수입산’도 ‘해독약’도 없다…<표준국어대사전>의 배신 [서평] 한글날에 읽어보는 박일환의 570돌 한글날이다. 때를 맞아 신문, 방송 등 매체들은 저마다 심각하게 ‘한글’을 소환한다. 한 해 내내 무심히 잊고 지내다가 문득 그 존재를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매체마다 ‘한글’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이다. 새삼 한글의 가치를 확인하고, 잘못 쓰이고 있는 말글을 돌아보고, 우리말 상식과 맞춤법도 불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한글날 주간을 즈음하여야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이런 보도 형태는 결국 평소에 한글이 받아온 나라 글자의 지위에 걸맞지 않은 홀대를 반증할 뿐이다. 새삼 과학성과 합리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강변해 보았자 영어에 밀리고 치이는 현실에서 그 울림은 공허할 뿐이다. 국어사전을 잘 이용하지 않는 것도 그런 현실에서 비롯.. 2020. 10. 9.
지구촌 시대? ‘한글이 보이지 않는다’ 한글 없는 565돌 한글날…영어 없이는 못 사는 지자체와 정부 부처 565돌 한글날(10월 9일)을 맞는다. 한글날은 2005년 우여곡절 끝에 ‘국경일’의 지위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공휴일과는 거리가 먼 날인데 올해는 공교롭게도 일요일과 겹친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더니 이날은 ‘찬 이슬이 맺힌다’라는 ‘한로(寒露)’다. 한글날을 즈음한 우리의 대응은 여느 해와 다르지 않다. 예년처럼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 주간(10.3.~10.9.)을 정하고 한글날 누리집을 열었다. 565돌 한글날, 한글 주간 주제는 ‘한글로 통하다’이다. “한글로 세계를 향하고 한글로 하나가 되며, 한글로 함께하는 사회 우리는 한글로 통합니다.” 누리집에는 ‘유네스코 세종대왕상 초청 행사’를 비롯하여 전시.. 2020. 10. 9.
<오마이뉴스> ‘로마자 제호’를 다시 생각한다 여전히 한글 제호 없이 ‘영자 제호’를 쓰고 있는 가 한글을 쓰지 않고 로마자로만 ‘ohmynews’라 표기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우리 말글살이에 대한 이런저런 발언을 계속해 오면서도 나는 이 문제에 관한 한 별로 정색한 기억이 없다. 뿐 아니라, 진보를 표방하는 인터넷 언론 가운데서 로마자로 제호를 쓰는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던 탓도 있고, 이미 태어난 지 10년이 훨씬 넘었으니 어떤 형식으로든 대중의 용인을 받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겠냐는 속내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로마자 ‘제호’, 혹은 ‘부끄러움’ 567돌 한글날을 맞으면서 나는 “‘KB’에서 ‘MG’까지-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라는 글을 썼다. 기업과 은행권에 분 ‘로마자 로고 쓰기’ 추세를 살피며 그런 .. 2020. 10. 9.
[사진]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누가 주연일까 김천시 감문면 배시내의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단지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건 언제나 사실이다. 장천 코스모스 축제를 다녀오면서 경기도와 충청도, 강원도와 전라도 등지에서 열리는 코스모스 축제를 주워섬겼지만 정작 인근에서 베풀어진 행사는 모르고 지나갔길래 하는 말이다. 지난 일요일은 방송고 등교일, 정기고사를 치르는 날이었다. 아침에 교무실에 들른 우리 반 여학생(소녀가 아니라 50대 아주머니다.)이 스마트폰으로 잔뜩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인근에 있다는 해바라기 밭을 소개해 주었다. “한번 가보세요. 아주 대단해요.” “거기가 어디요?” “김천 감문인데요. 배시내라고 아세요?” “배시내?” “배시내 지나 개령 가는 길에 있는 빗내들이라는 곳인데요…….” “빗내? 아, ‘빗내농악’의 그 빗내?” 삼한시대에 김천시.. 2020. 10. 8.
[한글날 관련 글 모음] 562돌부터 569돌까지 [569돌 한글날] ‘가짜’가 ‘진짜’처럼 쓰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는 각각 시청자들의 바른 언어생활을 이끌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고 있다. ‘바른 말 고운 말’(KBS)과 ‘우리말 나들이’(MBC)가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모두 아나운서가 진행한다. 그러나 양 방송사가 이런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과 정작 아나운서들이 쓰는 언어는 별개의 것이다. 바른말·고운 말, 구호와 실제 사이 일간지마다 제각각 이런 말글 관련 꼭지를 하나씩 두고 있는 것이 지면에 쓰이는 언어가 모범적이라는 증거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쪽에선 바른 말글 생활을 강조한다고 해도 정작 그것을 기사나 방송에서 실현하는 건 절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글날이다. 신문과 방송은 저.. 2020. 10. 8.
[568돌 한글날] 한글박물관, 높임말, 맞춤법 3제 [경축! 한글날 568돌] 1. ‘국립 한글박물관’ 한글날에 개관 모레가 한글날이다. 세종 임금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여 반포한 1446년(세종 28년)을 기준으로 568돌이다. 이번 한글날은 1990년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고 나서 두 번째로 맞는 날이다. 한글날이 국경일에서 다시 국가 지정 공휴일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한글날을 기리는 일은 예전 같지 않다. 몇 해 전만 해도 인터넷에 독립된 ‘한글날 사이트’를 마련하여 한글날을 기리고 각종 행사 등을 소개하더니만 요즘은 그것도 눈에 띄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에 가보니 한글날에 ‘국립 한글박물관’(관장 문영호)이 개관한다는 소식이 걸려 있다.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일깨우는 전시와 체험,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용산구 서빙고로 .. 2020.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