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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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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으로 줄 세우는 사회, 줄 서는 아이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경쟁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 캠페인’ 모두 이미 알 만큼은 아는 얘기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사는 물론, 학부모도 일찌감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언론이 필요 이상의 호들갑을 떠는 걸 바라보는 기분은 좀 씁쓸하고 겸연쩍다. 그것은 마치 이미 널리 알려진 자신의 치부를 새삼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민망함 같은 것이기도 하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 모두 아는 이야기다 교육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남부지역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관행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는 ‘경쟁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 캠페인’ 출범 후 전주·광주·마산/창원·울산·부산·대구·안동 등 남부 7개 지역에서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받은, 학부모들의 ‘제보’를 통.. 2020. 10. 29.
[2010 텃밭일기 ⑨] 거둠과 이삭(2) 그간 모두 여덟 편의 ‘텃밭일기’를 썼다. 첫 일기는 4월 28일 텃밭농사를 짓기로 결정한 뒤 밭에 퇴비를 뿌린 일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파종, 햇상추, 개화, 결실, 병충해에 관한 이야기를 한 꼭지씩 다루었고 9월 5일에 올린 마지막 여덟 번째 일기는 고추를 거두고 이를 말린 이야기였다.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의 구조물 지붕과 에어컨 실외기 위 등을 오가며 건조한 고추는 아내가 방앗간에 가 빻았더니 네 근 반쯤이 나왔다고 했다. 한 열 근은 너끈히 거둔다고 했던 이는 이웃 이랑에서 고추를 지었던 선배다. “애걔, 겨우 그거야?” “올 고추 농사는 다 그렇대. 그간 우리가 따 먹은 풋고추를 생각해 보우.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지 뭐…….” 맞다. 뒷간 갈 적과 볼일 보고 난 다음의 마음이 다른 것일 뿐이.. 2020. 10. 28.
부산경찰서에서 터진 폭탄, 의열단 투쟁의 출발이었다 박재혁 의사의 ‘부산경찰서 폭탄 투척 의거’ 100주년을 기리며 올해는 박재혁(朴載赫, 1895~1921) 의사의 ‘부산경찰서 투탄(投彈) 의거’ 100주년을 맞는 해다. 1920년 스물다섯 조선 청년은 단신으로 폭력적 식민통치 권력 기구였던 경찰서에 들어가 서장을 향해 폭탄을 던졌고, 이듬해 감옥에서 단식 끝에 순국했다. 25살 청년 박재혁, 부산경찰서에 폭탄을 던지다 인간의 수명도 쉽게 이르기 어려운 시간인 ‘100년’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어우러져 오늘에 소환된다. 1세기 전, 한 식민지 청년의 투쟁과 희생을 기리면서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오욕의 식민지 역사와 함께 독립을 위해 젊음을 던진 청년의 분노와 그의 시대를 생각한다. 1920년이 더러 ‘민국(民國) 2년’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 전해(19.. 2020. 10. 27.
우리 반 고추 농사(Ⅴ) 익은 고추를 따다 지난 5월 이래 내가 노심초사 가꾸어 온 우리 반 고추농사를 오늘 걷었다. 점심시간에 마지막 사진을 한 장 찍고 화분을 교사 뒤편으로 옮겼다. 일부러 시켰던 것도 아닌데 그 동안 꾸준히 화분에 물 주는 일을 도맡았던 이웃 반 아이와 우리 반 아이 둘이 거들었다. 아이들에게 포기를 뽑으라니 그것도 수월찮은 듯 낑낑대더니 겨우 지지대와 함께 뽑아놓는다. 그나마 총총히 달린 몇 개의 고추를 훑어 따고 나서 화분은 뒤편 산기슭에다 갖다 엎었다. 지난 몇 달간 몇 그루의 고추를 훌륭히 길러 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한 장한 흙인데, 그 양이 보잘것없다. 저 한정된 토양을 더 기름지게 하느라고 나는 몇 번씩이나 유기질 비료를 거기 듬뿍 파묻었던가. 내려오는데 문득 기독인들이 ‘아멘’ 이라 중얼.. 2020. 10. 27.
억새와 코스모스-구미 낙동강 체육공원 구미 낙동강체육공원의 억새와 코스모스 강변 곳곳에 체육공원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4대강 사업의 결과다. 개중에는 흉내만 내놓고 관리가 안 돼 흉물이 된 데도 있지만, 근처 주민들에게 생광스러운 체육과 여가 공간이 된 곳도 있다. 구미의 낙동강 체육공원도 그중 하나다. 구미 낙동강 체육공원은 2012년, 지산동과 고아읍 괴평리 일대 둔치에 2.11㎢ 규모로 조성된, 종합경기장과 축구장, 야구장, 족구장, 풋살경기장, 게이트볼장 등 전체 42면의 다양한 체육시설과 구미 캠핑장, 자전거대여소, 어린이 놀이시설 등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체육공원이다. 여유로운 공간은 봄에는 금계국 단지, 가을엔 핑크뮬리와 억새 등 계절 별로 다양한 꽃을 심어 장관을 연출한다. 2018년에 연간 이용객이 100만 명을 넘었다.. 2020. 10. 26.
우리가 ‘반국가 사범’이라고? 어떤 보수단체의 ‘전교조 고발’ “야, 드디어 우린 반국가 사범이 됐데? 정년은커녕 더는 학교에 붙어 있지 못하는 거 아냐?” 며칠 전 대구에 사는 벗은 전화통에다 대고 대뜸 그렇게 말했다. 잠깐 헷갈렸다가 짚이는 게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는 전화선을 통해 좀 씁쓸한 웃음을 주고받았다. 이름도 어렵고 복잡해서 금방 외워지지도 않는 어떤 단체로부터 ‘우린’ 고발을 당한 것이다. 어떤 보수단체의 전교조 고발, “이적단체 구성과 가입…” 혐의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인 이적단체 구성과 가입, 제7조 제4항인 이적단체 구성원의 허위사실 날조 유포 등. 어쩐지 으스스하다. 고발자는 ‘반국가교육 척결 국민연합’. 새 정부 들어서면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려는 보수진영의 액션은 자못 화려한데 ‘척결(.. 2020. 10. 26.
전근대의 교실 풍경, 그 상처의 기억들 고교생, 조회에 참석 않는다고 학생회장에게 맞아 숨지는 사고에 부쳐 강릉에서 고교 2학년생이 조회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학생회장에게 맞아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단다. 모니터에 뜬 그 사고 기사의 제목을 보고 있는데도 얼른 그 내용이 짚이질 않았다. ‘조회’는 뭐고, ‘학생회장’은 뭐지? 어떻게 ‘조회’ 불참이 ‘학생회장’의 ‘구타’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들은 아직도 그런 학교가 있는가를 의아해하면서 이 참사에 머리를 흔들었다. 이야긴즉슨 사고가 일어난 학교에선 학생회장이 조회 참석을 독려할 수 있었다는 거고, 또 당연히 불참자에 대한 징벌 권한도 갖고 있었다는 거다. 오늘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해 보니,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형식으로 보면 학.. 2020. 10. 25.
대구·경북은 ‘보수꼴통’? 맞잖아!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대구·경북의 ‘보수꼴통’ 논란 국정감사에서 나온 야당 의원의 ‘대구·경북은 보수꼴통’ 발언으로 대구 경북이 ‘들끓고 있단다’. 아니, 지금 우리 주변은 조용하고 잠잠한데? 물론이다. 대중들이야 그런 발언에 귀를 쫑긋 세울 만큼 한가하지 않으니 말이다.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보수꼴통’ 논란 발단은 이렇다. 대구시와 경북도 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권영길(민주노동당), 김상희(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구·경북은 보수 세력의 총본산이라고 하는데, 두 분 교육감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심지어 폄하하는 용어로 수구꼴통 본산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억울하지 않나?” (이상 권영길) “과거 대구·경북은 경제, 문화, 교육의 중심지였는데 발전이 .. 2020. 10. 24.
복효근 시인 <따뜻한 외면>으로 ‘신석정문학상’ 수상 제2회 신석정문학상은 복효근 시인의 시집 복효근 시인이 ‘신석정문학상’을 수상했다. [관련 기사] 지난해의 도종환 시인에 이어 두 번째 수상자다. [관련글 : 신석정과 신석정문학상, 그리고 도종환] 수상작은 시집 . 신인들을 대상으로 공모하는 ‘신석정 촛불문학상’의 수상자는 정지윤 시인. 신석정은 일반에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와 같은 감성적인 시를 쓴 이로 기억되는 시인이다. 시의 소재를 자연에서 구하고 자연에 귀의하려는 시작 태도와 동양적 자연관에 서구의 목가적 분위기를 결합한 독특한 시 세계를 보여주었다는 정도로 평가되는 시인에 대해서는 몇 해 전부터 재평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 미발표 유작이 공개되고 그가 남긴 참여시가 적지 않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엄혹한 일제 말기에도 친일 .. 2020. 10. 23.
천생산·천생산성, 혹은 기억의 시차 구미 천생산과 천생산성을 오르다 지난 일요일 방송고 학생들과 함께 천생산(天生山)에 올랐다. 현장 체험학습, 옛날식으로 말하면 가을 소풍이다. 글쎄, 현장 체험학습이라고 하면 더 세련되어 보이고 교육적일지는 모르겠으나 내겐 소풍(逍風)이란 이름이 훨씬 정겹다. 방송고 ‘늦깎이’들의 ‘가을 소풍’ 오전 9시 반께 천생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에 모인 학생들은 조금 들떠 있었다. 스무 살 어름의 젊은이들이든 4, 50대의 시니어들이든 깊어가는 가을에 산을 찾았으니 얼마간 들떠도 괜찮은 일일 것이었다. 간단하게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함께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에 이르는 시니어 그룹들은 가정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레저 문화에 비교적 익숙하다. 남자들 못지않은 산행 경력과 체력을 자랑하는 4.. 2020. 10. 23.
‘핑크 데이’와 퇴계의 ‘도포 구멍’ 약자에 대한 배려 ‘핑크 데이’와 스승에 대한 존숭 ‘도포 구멍’ 캐나다의 ‘핑크 데이’ 오늘 자 의 ‘트위터 브리핑’ 난에 오른 ‘이 주의 리트윗’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다. 내용은 캐나다에 있다는 ‘핑크 데이’에 관한 이야기다. 초등 남학생이 핑크빛 옷을 입고 등교하였다가 ‘게이’라는 놀림을 받게 되자 자살한다. 이 사건 뒤에 죽은 아이를 기리고 따돌림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해 모든 남녀 초등학생들이 핑크빛 옷을 입고 등교하는 ‘핑크 데이’가 제정되었다는 건데 마지막 언급의 울림이 예사롭지 않다. “대응 방식으로 이들은 개인을 탓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공유하도록 한다.” ‘핑크 데이’? 그런 날이 있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인터넷에도 여러 번 검색해 보았는데 비슷한 내용도 눈에 띄지 않는다. 캐.. 2020. 10. 23.
류호정·장혜영 의원에게 보내는 ‘꼰대’의 당부 가는 길이 고되겠지만, 그래도 계속 ‘거슬러 올라가’ 주시라 “어이!” 에서는 ‘어이’는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을 부를 때 하는 말.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라고 풀이된 감탄사다. 만만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나 쓸 이 감탄사가 국정감사장을 잠깐 달군 모양이다.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영홈쇼핑 최창희(71) 대표가 정의당 류호정(28) 의원의 질의에 답하던 중 이 감탄사를 쓴 것이다. 모르긴 해도 어쨌든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온 피감기관장으로 최 대표가 일부러 ‘어이’를 쓴 것은 아닐 터이다. 아마 무심코 써 놓고 아차 싶었을 것이다. 일흔 살이 넘은 자신에게 까칠하게 질의를 이어가는 이십 대 의원이,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헌법기관이라는 국민의 대표, 이른바 ‘선량.. 2020.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