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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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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의 교실 풍경, 그 상처의 기억들 고교생, 조회에 참석 않는다고 학생회장에게 맞아 숨지는 사고에 부쳐 강릉에서 고교 2학년생이 조회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학생회장에게 맞아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단다. 모니터에 뜬 그 사고 기사의 제목을 보고 있는데도 얼른 그 내용이 짚이질 않았다. ‘조회’는 뭐고, ‘학생회장’은 뭐지? 어떻게 ‘조회’ 불참이 ‘학생회장’의 ‘구타’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들은 아직도 그런 학교가 있는가를 의아해하면서 이 참사에 머리를 흔들었다. 이야긴즉슨 사고가 일어난 학교에선 학생회장이 조회 참석을 독려할 수 있었다는 거고, 또 당연히 불참자에 대한 징벌 권한도 갖고 있었다는 거다. 오늘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해 보니,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형식으로 보면 학.. 2020. 10. 25.
대구·경북은 ‘보수꼴통’? 맞잖아!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대구·경북의 ‘보수꼴통’ 논란 국정감사에서 나온 야당 의원의 ‘대구·경북은 보수꼴통’ 발언으로 대구 경북이 ‘들끓고 있단다’. 아니, 지금 우리 주변은 조용하고 잠잠한데? 물론이다. 대중들이야 그런 발언에 귀를 쫑긋 세울 만큼 한가하지 않으니 말이다.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보수꼴통’ 논란 발단은 이렇다. 대구시와 경북도 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권영길(민주노동당), 김상희(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구·경북은 보수 세력의 총본산이라고 하는데, 두 분 교육감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심지어 폄하하는 용어로 수구꼴통 본산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억울하지 않나?” (이상 권영길) “과거 대구·경북은 경제, 문화, 교육의 중심지였는데 발전이 .. 2020. 10. 24.
복효근 시인 <따뜻한 외면>으로 ‘신석정문학상’ 수상 제2회 신석정문학상은 복효근 시인의 시집 복효근 시인이 ‘신석정문학상’을 수상했다. [관련 기사] 지난해의 도종환 시인에 이어 두 번째 수상자다. [관련글 : 신석정과 신석정문학상, 그리고 도종환] 수상작은 시집 . 신인들을 대상으로 공모하는 ‘신석정 촛불문학상’의 수상자는 정지윤 시인. 신석정은 일반에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와 같은 감성적인 시를 쓴 이로 기억되는 시인이다. 시의 소재를 자연에서 구하고 자연에 귀의하려는 시작 태도와 동양적 자연관에 서구의 목가적 분위기를 결합한 독특한 시 세계를 보여주었다는 정도로 평가되는 시인에 대해서는 몇 해 전부터 재평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 미발표 유작이 공개되고 그가 남긴 참여시가 적지 않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엄혹한 일제 말기에도 친일 .. 2020. 10. 23.
천생산·천생산성, 혹은 기억의 시차 구미 천생산과 천생산성을 오르다 지난 일요일 방송고 학생들과 함께 천생산(天生山)에 올랐다. 현장 체험학습, 옛날식으로 말하면 가을 소풍이다. 글쎄, 현장 체험학습이라고 하면 더 세련되어 보이고 교육적일지는 모르겠으나 내겐 소풍(逍風)이란 이름이 훨씬 정겹다. 방송고 ‘늦깎이’들의 ‘가을 소풍’ 오전 9시 반께 천생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에 모인 학생들은 조금 들떠 있었다. 스무 살 어름의 젊은이들이든 4, 50대의 시니어들이든 깊어가는 가을에 산을 찾았으니 얼마간 들떠도 괜찮은 일일 것이었다. 간단하게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함께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에 이르는 시니어 그룹들은 가정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레저 문화에 비교적 익숙하다. 남자들 못지않은 산행 경력과 체력을 자랑하는 4.. 2020. 10. 23.
‘핑크 데이’와 퇴계의 ‘도포 구멍’ 약자에 대한 배려 ‘핑크 데이’와 스승에 대한 존숭 ‘도포 구멍’ 캐나다의 ‘핑크 데이’ 오늘 자 의 ‘트위터 브리핑’ 난에 오른 ‘이 주의 리트윗’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다. 내용은 캐나다에 있다는 ‘핑크 데이’에 관한 이야기다. 초등 남학생이 핑크빛 옷을 입고 등교하였다가 ‘게이’라는 놀림을 받게 되자 자살한다. 이 사건 뒤에 죽은 아이를 기리고 따돌림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해 모든 남녀 초등학생들이 핑크빛 옷을 입고 등교하는 ‘핑크 데이’가 제정되었다는 건데 마지막 언급의 울림이 예사롭지 않다. “대응 방식으로 이들은 개인을 탓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공유하도록 한다.” ‘핑크 데이’? 그런 날이 있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인터넷에도 여러 번 검색해 보았는데 비슷한 내용도 눈에 띄지 않는다. 캐.. 2020. 10. 23.
류호정·장혜영 의원에게 보내는 ‘꼰대’의 당부 가는 길이 고되겠지만, 그래도 계속 ‘거슬러 올라가’ 주시라 “어이!” 에서는 ‘어이’는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을 부를 때 하는 말.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라고 풀이된 감탄사다. 만만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나 쓸 이 감탄사가 국정감사장을 잠깐 달군 모양이다.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영홈쇼핑 최창희(71) 대표가 정의당 류호정(28) 의원의 질의에 답하던 중 이 감탄사를 쓴 것이다. 모르긴 해도 어쨌든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온 피감기관장으로 최 대표가 일부러 ‘어이’를 쓴 것은 아닐 터이다. 아마 무심코 써 놓고 아차 싶었을 것이다. 일흔 살이 넘은 자신에게 까칠하게 질의를 이어가는 이십 대 의원이,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헌법기관이라는 국민의 대표, 이른바 ‘선량.. 2020. 10. 22.
10월, 화초 기르기 ‘입문(?)기’ 화초 기르기에 입문하다 주변에 꽃을 가꾸는 이가 있으면 저절로 그 향을 그윽하게 누릴 수 있다며 ‘근화자향(近花者香)’ 운운한 게 지난 8월 말께다. 올해 학년을 같이 맡은 동료 여교사가 조그마한 화분마다 꽃을 길러서 창문 쪽 베란다 담 위에 죽 늘어놓았다는 얘기도 곁들였었다. 그저 꽃을 기르는 취미가 있나 보다, 하고 심상하게 바라보기만 했는데 웬걸, 이 이는 ‘화초 기르기’의 고수다. 추석을 쇠고서는 내게 멋진 화분에 든 고무나무를 분양해 주더니, 며칠 전에는 제라늄 한 포기를 건네주었다. 집에다 가져갔더니 아내와 딸애가 반색했다. 고무나무도 그렇고 제라늄도 처음이다. 고무나무는 두껍고 윤이 나는 대여섯 장의 잎이 보여주는 단순함과 무게감이 마음에 찬다. 잘은 모르지만 이런 화초가 주는 묘미는 그 단.. 2020. 10. 21.
정말 이 영화로 지난 5년을 ‘정산’할 수 있을까 김재환 감독의 신작 마침내 MB가 주연한 영화가 개봉되었다. 들머리에 박힌 주연배우의 이름을 보고 긴가민가하던 관객들도 65분짜리 이 복합장르(?)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굳이 엔딩 크레디트에 올라오는 ‘기획·주연=모조리 MB’라는 안내를 보지 않더라도 말이다. 를 만든 김재환 감독의 신작 은 감독 스스로 밝혔듯 ‘코믹 호러’ 영화다. “2007년에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했던 말(공약)을 지금 들으면 코미디로 느껴지고, 지난 5년을 겪은 사람들에게 영화 속 ‘엠비’의 표정·음성들이 공포(호러)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출연진은 호화롭다. MB가 주연인 대신, 정동영과 이회창은 ‘조연’이고 허경영은 ‘찬조 출연’, 김제동이 ‘특별출연’했다. 물론 이 영화는 다큐.. 2020. 10. 21.
물에 잠길 뻔했던 문화재들, 이리 보니 반갑네 음악과 유적 어우러진 충북 제천 ‘청풍문화재단지’ 수몰(水沒)의 역사는 근대화, 정확히 말하면 댐 건설의 역사와 겹친다. 자연적 지형의 변화로 한 마을이 깡그리 사라지는 일은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댐 건설은 당연히 인공의 호수를 만들어낸다. 이 인공호는 그 발치에 누대에 걸친 지역 공동체를 수장시켜 버린다. 수몰은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을 낯선 땅으로 쫓아냈다. 이른바 ‘수몰 실향민’이다. 분단으로 고향 잃은 사람들 대신 근대화와 개발은 물에 잠긴 고향을 둔, 전혀 다른 실향민을 양산했다. 그들은 물에 잠긴 집을 떠나 호수 주변의 인근 마을에 새로 뿌리를 내리거나 고향을 등지고 도회로 떠났다. ‘발 달린 사람’은 간단히 물에 잠긴 옛터를 떠나지만, 문제는 발 없는 고가 등의 문화재다. 이들은 여느 집이.. 2020. 10. 20.
‘도둑맞은 미래’, 그래도 그들은 ‘희망’이다 공공기관 신입사원 ‘초임 삭감’에 부쳐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모두가 힘든 시간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일자리 잃은 가장만큼 서러운 사람이 있을까. 나날이 옥죄어오는 고단하고 팍팍한 삶은 그 무력한 어깨를 짓누른다. 아무에게도 쉬 위로받을 수조차 없는 그 실존의 삶은 외롭고 쓸쓸하다. 거기에 비길 수는 없지만, 일자리를 찾다 지친 젊은이들의 삶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다. 오라는 데는 없고, 어딘가 가야만 하는 대졸 청년들에게 졸업은 피하고 싶은 통과의례다. 대학 진학이 일반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학까지(!) 졸업한 고급 인력’에 대한 주변의 기대는 적지 않다. 취업박람회는 물론이거니와 수십 개의 기업에 원서를 내 보지만,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는 게 쉽지 않다. 야금야금 갉아 먹히는 시간과 함께 자존감.. 2020. 10. 20.
‘백구자쑥’을 아십니까? 구절초와 쑥부쟁이의 구별 때로 우리가 가진 상식 가운데엔 그 실체와 벗어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른바 ‘상식의 허실’이다. 뜻밖에 우리의 앎이란 아주 부실할 뿐 아니라, 더러는 허무맹랑하기까지 하다. 특히 자연에 대한 우리 지식의 깊이는 생각보다 훨씬 얕다. 들이나 숲으로 나가 보라. 우리가 알고 있는 풀꽃과 나무의 목록이 얼마나 되는가 말이다. 그 빈약한 목록은 ‘이름 모를 꽃’, ‘이름 모를 나무’ 따위와 같은 황당한 문학적 표현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또 여러 개체를 하나의 이름으로 뭉뚱그리는 것도 그런 가난한 앎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들국화와 참나무는 그 좋은 예다. 편하게 쓰긴 하지만 정작 ‘들국화’라는 이름의 꽃은 없다. 그것은 국화과의 야생화를 통칭하는 말일 뿐이라는 것이다. 참나무도 .. 2020. 10. 19.
감 이야기(2) - 청도 반시(盤枾) 아내의 친구 집에서 반시를 얻어오다 올해엔 4월에 이어 지난 목요일(15일), 다시 청도를 다녀왔다. 코로나19 때문에 두문불출, 가히 유폐 상태에 있다 하여도 지나치지 않은 시절이라, 90km가 넘는 길을 나서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두 차례나 청도를 찾은 것은 거기 귀농한 아내의 오랜 친구가 자신이 지은 채소 등속을 좀 가져가라는 거듭된 권유를 내치기 어려워서다. 그녀는 스무 살 무렵에 아내와 함께 여러 차례 만나면서 편한 사이가 된 이다. 아주 유려한 필적으로 긴 편지를 쓰던 여고생은 예순을 넘긴 뒤 친정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짓고 있었다. 청도에선 누구나 짓는 감 농사 말고도 부지런히 푸성귀를 가꾸며 사는 그의 집 주변은 익어가고 있는 감과 채소 따위로 넉넉했다. 4월에 왔을 때, .. 2020.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