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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2125

‘더럽고 냄새나야 근로 능력 없다’? 기초생활 수급자의 근로능력 판단 기준 ‘보건복지가족부 고시 2009-243(근로 능력 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고시)’의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201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고시에서 말하는 ‘근로 능력 판단 기준’은 국민 기초 생활 수급자가 근로 능력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를 판별하는 기준이다. 지금까지는 기초생활 수급자가 ‘질병·부상으로 인해 근로 능력이 없는 자’로 판정받으려면 의료기관에서 받은 근로능력 평가용 진단서를 제출하면 되었다. 그러나 올 1월 1일부터는 기초 생활 수급자가 근로 능력이 없는 자로 판정받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진단서를 내는 것 외에 시군구청 담당 공무원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진 것이다. ‘환상적’ 근로 능력 평가 기준 그런데 이 공무원에게 맡겨진.. 2021. 1. 5.
갑오 2주갑(周甲), 다시 동학년(東學年)을 생각한다 동학농민혁명(1894) 이후 120년이 지났다(2014년) 2014년은 갑오(甲午)년이다.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지 120년째, 1954년에 이은 두 번째 60년, 즉 2주갑(周甲)이다. 갑오년은 한편으로 ‘갑오개혁’이 이루어진 해로도 역사에 기록된다. 우리는 중고등학교에서 ‘갑오개혁’을 ‘갑오경장(更張)’으로 배웠다. 갑오 농민혁명(1894) 2주갑(2014) 120년 전 갑오년에 일어난 두 역사적 사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갑오경장’을 더 친숙하게 느꼈나 보다. 박 대통령은 ‘120년 만의 갑오경장’을 환기하며 “120년 전의 경장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성공하는 경장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단다. 친절하게 ‘경장(更張)’은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풀.. 2021. 1. 4.
은퇴, 혹은 세대교체 오는 2월 말을 끝으로 나는 교직을 떠나게 되었다. 1984년부터 선 교단에 머문 시간은 31년, 정년을 세 해나 남기고 나는 이 ‘혹성’을 탈출한다. 동갑내기 친구들 가운데 지금도 직장 생활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들은 일찌감치 퇴직했기 때문이다. 2, 3년 전부터 예고된 50대 중후반 세대들의 은퇴 러시에 어느덧 나도 합류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른바 베이비붐(baby boom) 세대, 한국전쟁 뒤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인구가 급증할 때 태어난 베이비부머(baby boomer)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인구의 14.5%인 714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한평생 가정과 사회를 위해 애썼지만 아무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이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중 65.. 2021. 1. 3.
겨울나기 ‘내복’과 차표 ‘사고’ 내복 입기, 그리고 차표 실수를 몇 차례 저지르다 이번 겨울을 나면서 여느 겨울과 달라진 것은 간간이 내복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내복을 벗어버린 것은 중학교에 들어가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복을 입으면 따뜻해서 든든하다기보다는 답답한 느낌이 컸던 것은 한창때여서 그랬을 것이다. 그 무렵엔 옷을 입어도 맵시가 통 나지 않는다며 내복을 입는 친구도 거의 없었다. 군 복무 시절엔 멋보다는 방한이 더 요긴한 문제여서 지급받은 겨울 내의를 절도록 입고 지냈다. 겨울을 나면서 내의를 빨아보면 서너 번씩 헹구어도 아크릴 사(絲)의 갈색 내복에선 땟물이 끝도 없이 우러나올 정도였다. 제대하고 나선 다시 내복과 멀어졌다. 아예 안 입은 것은 아니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내복을 챙겨 입곤 했지만, 그런 날이 겨우내 몇 .. 2021. 1. 2.
죽음, 혹은 영면(永眠) 강남희 1940~2007.12.27. 형수님이 돌아가셨다. 지난 27일 오전 6시께. 급성 신부전증으로 투병했는데 좀 회복되는가 했더니 병마는 이미 당신의 몸을 망가뜨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향년 68세. 얼마든지 더 살아 있어야 할 나이다. 떠날 나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남은 사람의 슬픔은 더 컸다. 아니다. 당신이 산 세월이 워낙 고단해서 자식들의 비통함이 더 컸는지 모른다. 고인의 지아비, 그러니까 내 형님이 세상을 뜨신 게 1992년이니 15년 만에 내외는 이승이 아닌 저세상에서 만나게 될 것인가. 음력으로 치면 형님이 세상을 버린 날짜 하루 전이다. 정작 생전에 내외의 정리는 그렇지 못했으니 이건 웬 반어인가. ‘천생연분’이라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이 착잡해진 이유도 거기 있다. 형수가 우리 ‘.. 2020. 12. 31.
공익 제보자와 ‘조직 배신자’ 사이 ‘공익’ 앞에 눈을 감는 우리 사회의 ‘조직인’들 또 한 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다. ‘살인’과 진배없다는 해고 앞에 우리는 무심해져 있다. 비몽사몽간에 눈을 번쩍 떴다가 이내 눈을 감아버린다. 그런데 이 사람은 공익 제보자다.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케이티(KT)가 국제전화를 가장한 별도의 국내 통신망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내부 고발했던 이해관(49) KT 새 노조위원장이 바로 그다. [관련 기사] 해고 사유는 간단하다. KT는 “병가 신청이 승인되지 않았는데도 10일 넘게 근무지를 이탈하고, 시상식 참여를 위해서 무단 조퇴했다”라며 이 위원장을 해임 처분했다. 줄이면 ‘무단이탈’과 ‘무단조퇴’를 번갈아 했다는 얘긴데 사실 징계 사유는 ‘무단조퇴’가 먼저였다. 공익제보와 ‘해고’ 사이.. 2020. 12. 31.
소방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제천 화재 참사 관련 논란에 부쳐 제천 화재 참사 이후, 소방대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에 대한 이런저런 주문과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29명이나 사망한 사고니 슬픔과 안타까움은 비단 유족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세월호’를 겪으며 얻은, 적지 않은 ‘트라우마’ 탓도 크다. 재난을 막고 긴급 구조 활동을 벌이는 소방대의 활동은 그것 자체로 매우 긴요한 공공서비스다. 화재는 워낙 황망히 치를 수밖에 없는 일이어서 진압과 구조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 화재에는 유족뿐 아니라, 사고의 추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불만 제기와 제언을 그치지 않고 있다. ‘세월호 트라우마’가 가르쳐 준 것 일단, 재난 구조 활동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불만을 당당히 이야기하고 건설.. 2020. 12. 30.
권오설, 살인적 고문 견디고 ‘6·10만세’를 지켜냈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②] 조선공산당 산하 고려공산청년회 책임 비서 권오설(1897~1930)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 세상에 나온 것은 1848년 2월이었고, 69년 뒤인 1917년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했다. 식민지 치하에 조선공산당이 창립된 것은 1925년 4월이었다. 조선공산당은 ‘조선혁명’의 과제를 민족해방혁명, 반제국주의 혁명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기 과업을 수행하면서 독립운동에도 헌신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들은 해방 후 38도선 이남에 친미 반공 국가가 세워지면서 잊히기 시작했다. 일제의 가혹한 탄압 아래서 이들이 벌인 계급투쟁도, 반제국주의 민족해방 투쟁도 이념 저편에 묻혀 버린 것이었다. 조선공산당 창당을 전후한, 이 잊힌 혁명가들의 삶과 투쟁을 돌아본다. 19.. 2020. 12. 30.
‘고통 분담’? 필요한 것은 ‘희생의 교대’다 대통령 신년 연설에서 요구한 ‘고통 분담’ 대신 ‘희생의 교대’ 대통령 신년 연설의 화두는 ‘고통 분담’ 새해 신년 연설(1월 2일 10시)에서 대통령이 강조할 화두는 ‘고통 분담’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경제 위기 속에서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인지,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과 국민적 단합과 의지, 각 경제주체의 고통 분담을 호소”하리라고 한다. ‘고통 분담’은 나라가 어려운 시기마다 정치 지도자에 의해 강조되어온 익숙한 명제다. 나는 경제에 대해서는 ‘상식’ 수준의 이해밖에 갖지 못한 사람이지만 그 뜻을 새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라 안팎에 몰아치고 있는 경제 위기에 따르는 ‘고통을 나누어서 지는’ 주체는 물론 정부와 국민, 자본과 노동자, 혹은 부자와 빈자일 터이다. 나라의 .. 2020. 12. 29.
“너희 집도?” “6천 마리 죽였어요” [르포] 구제역 휩쓴 안동·예천 지역…주민들은 울상, 지역경제 꽁꽁 ‘54년 만의 혹한’이라는 성탄절. 많은 가정과 교회에서 ‘구주 오신 날’을 기리고 있을 때,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는 구제역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지난 11월 29일 안동시 와룡면 서현 양돈 단지에서 최초의 구제역 양성반응 판정이 있은 지 꼭 27일 만이다. 지역을 얼어붙게 한 것은 수십 년 만의 추위만이 아니다. 양돈 단지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일주일 만에 무려 30곳으로 번졌고, 예천·영양·영주·봉화 등 경북 일곱 개 시군으로 확산하였다. 12월 25일 현재 안동에서는 한우 3만2000여 마리, 돼지 9만4000여 마리 등 총 12만9000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는 전체 가축 16만6000여 마리 가운데 83%에 해당하는 .. 2020. 12. 28.
병, 혹은 ‘몸의 배신’?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병, 몸의 배신일까 11월의 첫 주말인데 근 열흘째 나는 두문불출 중이다. 지난달 27일 산을 오르다 오른쪽 종아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10일에는 경주 남산 답사를, 12일에는 서울을 다녀올까 하는데 그때까지 다리가 말끔히 낫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좀 답답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넘기고 간신히 생활이 가지런해졌다 싶어진 게 10월이었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 넘게 산을 다녀오고, 음식 조절을 하면서 체중도 얼마간 빠졌고 아내도 예전의 평상심을 되찾았다. 독감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지난겨울의 막바지에 둘 다 호되게 독감을 앓았던지라 아내는 올겨울엔 꼭 독감 예방접종을 하자고 했다.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예방접종 소식을 확인한 뒤 19일에 우리는 보건소를 찾았다. 민간 .. 2020. 12. 28.
‘법률’과 ‘선율’- 왜 ‘률’과 ‘율’로 다르게 표기하나 [가겨찻집] 한자어 ‘렬’과 ‘률’의 표기 최근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사망 증가율’이 ‘사망 증가률’로 표기된 기사를 적지 않게 발견했다. ‘렬’과 ‘률’의 발음은 꽤 까다롭다. 그러나 증가율은 ‘-률’이 아니라 ‘-율’로 발음되는데 왜 그렇게 표기했을까. 하긴 그걸 [증가률]로 발음하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니긴 하다. 한자음 가운데에는 우리 말과 달리 ‘ㄹ 음으로 시작하는 소리가 드물지 않다. 이 발음에 관한 규정이 “한글맞춤법” 제11항이다. 내용은 “한자음 ‘랴, 려, 례, 료, 류, 리’가 낱말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라는 규정이다. 한자음 ‘량(良)’은 두 번째 음절에 오면 본음대로 ‘선량’으로 쓰이지만, 낱말 첫머리에 올 때는 ‘ㄹ’.. 2020.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