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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2125

2008, 총독의 소리 최인훈 연작 소설 ‘총독의 소리’ 오마쥬 는 작가 최인훈의 연작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가상한 신식민지 현실을 배경으로 패전 후 지하로 들어간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유령 방송을 통해 반도의 재점령을 노리고 있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가상의 인물인 총독의 모습은 일련의 연설 속에 감춰져 있을 뿐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인물의 행위가 없는 담화 상황만으로 짜인, 서사적 규범을 뛰어넘는 형태적 파격을 통해 새로운 문학적 인식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글은 작가의 작품 형식과 그 일부 내용을 빌려 2008년의 한국, 그리고 한일관계 등을 다루고 있다. 글 가운데 원작을 인용한 부분의 글자는 붉은 색깔로 표시하였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조선총독부 지하부가 보내드리는 유령 해적방송.. 2020. 12. 10.
수상 거부? 기특한 ‘고딩’들 인권위의 표창장을 거부한 고등학생들 막장으로 치닫는 현병철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세계 인권의 날(12월 10일)을 앞두고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인권 표창장을 받는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 인권논문상 일반부 우수상을 받을 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 에세이상 고등부 대상을 받을 김은총 학생 등이 인권상 수상을 ‘거부’한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방송’이나 ‘동성애자인권연대’가 단체나 조직이지만, 영복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은총 학생은 유일한 개인이다. 2010 인권 에세이 공모전 고등부 대상 수상자인 이 여학생의 당찬 수상 거부가 잔잔하게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고 있다. 현병철, 시상 자격 없다는 ‘발칙한 여고생’ ‘상’이란 크든 작든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는 영예고 환희다. 그러나 이런 상 받기를 거절.. 2020. 12. 8.
그, 혹은 그들의 ‘공감(共感) 능력’ 박근혜와 그 정부의 공감능력 박근혜 정부의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황당한 장면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그의 태도다. 나중에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했지만 그게 온전히 연민과 슬픔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걸 믿기 힘들 정도다. 그것은 결코 상상을 뛰어넘는 끔찍한 비극, 305명이 눈을 번연히 뜬 채 심해로 가라앉아야 했던 기막힌 현실을 성찰한 이의 모습이 아니다. 고교생 250명을 포함한 305명의 죽음을 책임져야 했던 국정의 최고 책임자의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남의 고통을 내 것으로 이해하는 힘, ‘공감’ 능력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분노했는가. 그것은 상대의 불행과 슬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했던 .. 2020. 12. 7.
학교는 아이들의 이름을 새겨야 하는 곳 - 기념식수론 두 개의 ‘기념 식수’ 지난 11월에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 심겨 있던 ‘국회 기념식수 1호’가 뽑혔다. 이 지난 6월 보도한 ‘가짜 기념식수 1호’라는 특종 기사의 결과다. 저간의 사정은 이랬다. 1982년 당시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미국의 부시 부통령이 방한했다. 부시는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국회 경내에 기념식수를 했다. 국회의사당의 ‘가짜 기념식수’ 소동 의사당 현관 앞 잔디밭에 심은 나무는 3.5m의 100년생 주목이었다. 그러나 의 한 기자가 지난 5월 확인한 결과 심어진 나무는 주목이 아니라 일본산 ‘화백나무’였다. 사실 확인 과정에서 국회 사무처는 원래 심은 나무가 ‘화백나무’였다고 강변했는데 이는 거짓말이었다. 나무가 1년여 만에 죽자, 다시 주목을 심었는데 이 .. 2020. 12. 6.
[근조] 리영희 선생님의 부음에 부쳐 1929 ~ 2010. 12. 5. 리영희 선생께서 돌아가셨다. 며칠 전 정운현 선생의 블로그에서 문병 소식을 들으면서 병환이 매우 위중하다는 것을 알았는데 불과 며칠 새에 결국 세상을 버리신 것이다. 아침에 조반을 짓던 아내로부터 나는 선생의 부음을 들었다. “이영희 선생이 돌아가셨대.” “그래, 위중하시다더니 그만…….” 아침밥을 먹고 나서 인터넷에 들어갔더니 여기저기서 선생의 부음 관련 기사가 떠 있다. 많은 기사에서 선생을 ‘사상의 은사’라고 보도했던 프랑스 일간지 의 평가를 전하고 있다. 외국 언론의 평가지만 그것은 더하거나 뺄 필요가 없는, 선생의 삶과 사상이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끼친 가르침에 걸맞은 표현이다. 나는 선생을 존경하고 선생의 저작을 통해서 눈과 생각이 트이기는 했지만, 그를 .. 2020. 12. 5.
다시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라고? 한국의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열풍에 부쳐 다시 ‘하루키’다. ‘열풍’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이 나라 독서계의 드문 풍속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장편소설 를 사기 위해 독자들은 서울의 대형서점 계산대 앞에 줄을 서고 있단다. 다시 이는 ‘하루키 열풍’ 하루키의 책은 7월 1일 신작 판매 이벤트에서 10분 만에 100부가, 하루 만에 5700부가 팔렸단다. 4년 전 화제를 모았던 전작 에 비하며 예약판매량도 3배쯤 앞선단다. 이 책은 메이저 출판사인 민음사가 초판만 20만 부를 찍었고 추가로 5만 부를 제작 중이라고 했다. 선인세(!) 역시 16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나 어쩐다나. 하루키의 인기는 일본은 물론이고 구미에서도 높다고 하지만 한국 독자들의 열광도 만만찮다. 의 정원식 기자는 기사.. 2020. 12. 4.
‘찌라시’와 ‘선전지’ 사이 일본어 찌꺼기 ‘찌라시’가 온존하는 까닭 바야흐로 ‘찌라시’ 전성시대다. 찌라시는 원래 일본말로 우리나라에선 ‘선전지’로 순화해 쓰지만, 정작 이 말이 쓰이는 상황은 좀 색다르다. 찌라시는 ‘값싸다’, ‘무가치하다’는 뜻에서부터 ‘믿을 수 없는 유언비어’까지의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찌라시’, 값싸거나 믿을 수 없거나 내가 아는 바로는 ‘찌라시’가 본래의 의미 이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안티조선’ 운동이 펼쳐질 때가 아닌가 한다. 가 보여 준 저급한 편향적 보도 행태에 주목하면서 사람들은 를 ‘찌라시’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요즘은 극우세력들이 나 , 같은 매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는 것 같다.) 찌라시가 다시 조명받은 것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비밀 누설 의혹과 관련해서다. .. 2020. 12. 3.
줄다리기, 인류 무형 문화 유산이 되다 ‘줄다리기’(Tugging rituals and games)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줄다리기’(Tugging rituals and games)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 2일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는 나미비아 빈트후크에서 열린 제10차 회의에서 줄다리기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위원국들이 아태 지역 4개국이 협력하여 공동 등재로 진행한 점과 풍농을 기원하며 벼농사 문화권에서 행해진 대표적인 전통문화로서 ‘줄다리기’의 무형 유산적 가치 등을 높이 평가했다”라고 한다. 이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을 시작으로 강릉 단오제(2005),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처용무(2009), 가곡.. 2020. 12. 2.
이문열의 ‘촛불 알레르기’, 다시 도지다 작가 이문열의 ‘촛불 알레르기’ 촛불만 켜지면 두드러기가 나는 작가 이문열(69)의 알레르기 증상은 여전한 모양이다. 이 씨가 지난 2일 에 기고한 “보수여 죽어라, 죽기 전에…새롭게 태어나 힘들여 자라길”이라는 칼럼이 새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진 이문열의 ‘촛불’ 알레르기 그동안 여러 차례 그의 알레르기 현상을 다룬 글을 써온지라 이번에는 구경만 하고 말렸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은근히 속이 거북해진다. 이번 그의 칼럼은 그가 기대어 온 ‘보수’가 기실은 ‘수구’의 참칭임을 새삼 확인해 준 듯하다. 이문열이 ‘촛불집회’를 ‘위대한 포퓰리즘’, ‘불장난’이라 폄하하고 ‘의병’ 운운하던 2008년 6월에 나는 그에 관한 첫 번째 글을 썼다.[관련 글 : 이문열, 찢을까 살라버릴까] 이듬해(200.. 2020. 12. 1.
이문열의 ‘황당과 우울’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는 왜 ‘황당’하고 ‘우울’해야 했던가 어째 기척이 없나 했다. 오늘 그예 그는 입을 열었다. 물론 보수신문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다. ‘시국 관련 오랜만에 말 꺼’낸 작가 이문열 이야기다. 어째 조용하다고 했는데 기어코 그를 이 먼지 세상에 끄집어내는 것은 그가 역시 이 나라 ‘보수 우익’의 수호천사인 탓인가. 보도에 따르면 ‘강기갑 국회 폭력 무죄’, ‘PD수첩 명예훼손 무죄’ 등 ‘일련의 재판 결과’에 대해 그는 ‘우울한 심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말을 아끼면서 황당하고 울적하다는 말을 거듭했다”라고 한다. 그는 ‘우울한 이유’로 “예전에 내가 다분히 엄살 섞인 한탄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엄살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이건 무.. 2020. 11. 30.
종편과 미디어렙…, 언론노조 총파업 종합편성채널의 개국, 언론노조 총파업 1990년대 초반, 내가 살고 있던 시골에는 지국이 없었다. 나는 이웃 시군으로부터 우편으로 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운 좋으면 당일 오후에 신문을 받을 수 있었지만, 대개는 하루가 지난 ‘구문(舊聞)’을 받아야 했다. 1990년대 ‘신문 없는 날’의 기억 어쩌다 휴간이 겹쳐 ‘신문이 없는 날’이 이어지면 마치 ‘지옥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토머스 제퍼슨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방송도 권력에 손아귀에서 놀던 시절의 얘기다. 그 시절 의 존재 가치가 그랬다. 요즘 나는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이 맥없이 무너지고, 가 넘어가더니 그예 도 거의 ‘떡실신’ 상태다. 늦게 배운 도둑질.. 2020. 11. 30.
‘독자’와 함께 가는 길 -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의 경우 독자와 함께하는 언론 매체들 한 보름쯤 전에 이 실시하는 ‘프레시앙 되기’에 참여했다. 나는 정해진 금액 중 최소액의 CMS 출금 자동이체에 동의했고 어제는 내 은행 계좌에서 첫 출금이 이루어진 것도 확인했다. ‘프레시안에서 FTA 광고를 그만 보고 싶지 않은가’라는 의견광고에서 시작된 의 이 움직임은 간단히 말하면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통해 언론의 품위와 생존을 지켜가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을 처음 만난 건 2001년께였다. 동료들에게 ‘권할 만한 인터넷 신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서 돌렸는데, 거기에 와 함께 추천한 온라인 신문이 이었다. 그때, 나는 가 매우 대중적인 논조(기자 구성이나 운영의 성격으로 불가피한)의 진보(개혁) 언론이라면 은 속보성은 뒤지지만 전문 기자의 안목에 돋보이는 고.. 2020.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