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2125

백무산 시 ‘장작불’을 읽으며 노동시인 백무산의 시 ‘장작불’ / 이재무 시 ‘장작을 패며’ 백무산 시인과 이재무 시인은 각각 ‘장작’을 노래했다. 한 사람은 ‘장작불’을, 또 한 사람은 ‘장작 패는 법’을 노래했다. 하나는 우리 자신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넘어야 할 세계다. 차이는 그것뿐, 두 편의 노래 속에 담긴 뜻은 다르지 않다. 이 시편들에 대해 보태는 것은 군더더기다.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제는 장작이 일어나 말할 차례라는 것을. [장작불 택스트 보기 / 장작을 패며 택스트 보기] 2008. 12. 17. 낮달 2020. 12. 19.
어떤 ‘사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 사태 잘못 기른 딸 탓에 국내 유수의 재벌 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서툴게 부린 오너의 오만과 위세가 수십 년간 쌓아온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를 까먹은 데 그치지 않고, 온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얘기다. 판단 오류…, 사과는 사과를 낳고 뭉뚱그려 자식을 ‘잘못 길렀다’라고 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게 어찌 자식 교육을 잘못한 탓이기만 하겠냐고 말이다. 마흔 살짜리 부사장의 이른바 ‘닭짓’의 이면에 도사린 것은 이 땅의 천박한 자본주의, ‘합리적 계약’이 아닌 ‘봉건적 주종’으로 이해되는 노자(勞資) 관계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무한 특권으로 군림하려는 이 나라 부자들, 이른바 ‘상류계급’의 민낯이다.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2020. 12. 18.
대학에서 온 제자의 편지 대자보 학교에서 온 제자의 편지 전임 학교에서 담임했던 여학생이 하나 있다. 신분이 드러나는 걸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편의상 ‘K’(나는 로마자 두문자를 쓰지 않지만 여기선 예외다.)이라 해 두자. 인근 군 지역의 중학교를 나와서 중상위 정도의 성적으로 입학했는데 입학 후에 꽤 열심히 공부했나 보았다. 내가 담임을 맡았던 2학년 때는 치고 올라와 문과에서 수위를 다투게 되었다. 작가와 교사가 꿈이었던 아이 아주 야무지고 빈틈없는 아이여서 교사들끼리 하는 말로 ‘입 댈 게 없는’ 학생이었다. K는 수업 시간에 교사의 강의를 한 자도 빼놓지 않고 기록하는 등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아이가 작가와 교사의 꿈을 갖고 있고 습작을 해왔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진급하고 몇 달이 지나서였다. K는 당연히 남.. 2020. 12. 17.
삐뚤빼뚤 칠곡할매들의 손글씨, ‘폰트’로 나왔다 경상북도 칠곡군, 성인 문해교육 참가자 5인의 글씨로 만든 글꼴 공개 경상북도 칠곡에서 성인 문해교육으로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이 세 차례나 시집을 낸 데 이어 삐뚤빼뚤 적은 한글로 글꼴을 만들어 내놓았다. 칠곡군은 그간 한글을 공부해온 김영분(74), 권안자(76), 이원순(83), 이종희(78), 추유을(86) 할머니의 서체를 한글과 영문폰트로 각각 만들어 공개했다. 칠곡군 안 22개 마을 ‘성인 문해교실’에서 한글 공부가 시작된 것은 2008년부터였다. 높은 문해율을 자랑해 왔지만 여전히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이들은 곳곳에 적지 않다. 이들이 노년에서야 비로소 글을 깨치기 위해 연필을 잡게 한 것은 물론 고단한 삶 탓이다. 일흔이 넘은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치게 된 것은 단순히 읽기와 쓰기 능력을 .. 2020. 12. 16.
TV 방송 표기-‘무릎팍 도사’에서 ‘장미빛 연인들’까지 TV 방송 표기의 ‘비표준어’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제목에 쓰이는 한글이 좀 ‘거시기’한 경우가 있다. 한글로 된 제목인데, 뭔가 찜찜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런 이름 말이다. 최근 으로 방영되고 있는 주말 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이 그런 경우다. ‘장밋빛 인생’과 ‘장미빛 연인들’ 나는 물론 이 드라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 드라마를 알게 된 것은 예고방송과 포털에 도배된 연예 기사의 표제를 통해서다. ‘장미빛 연인’은 또 뭔고, 하고 넘어가다가 문득 그게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장밋빛’으로 써야 하는데 왜 ‘장미빛’이지? 나는 머리를 갸웃했다. 방송사에 교열부서가 없을 턱이 없는데 온 나라에 전파를 내보내면서 프로그램 제목을 잘못 쓸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얼핏 고인이 .. 2020. 12. 16.
파인 김동환, 일제에 엎드려 ‘웃은 죄’ 서사시 ‘국경의 밤’과 ‘산 넘어 남촌에는’의 시인 김동환의 친일 부역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교사가 추적한 친일문인의 민낯] 파인(巴人) 김동환(金東煥·白山靑樹, 1901~?)이라면 낯선가. 그럼 혹시 「북청 물장수」나 우리나라 최초의 서사시라는 「국경의 밤」을 기억하시는가. 그도 저도 아니면 「웃은 죄」라는 시는 어떤가. 시골 마을 우물가 처녀와 한 나그네 사이에 오간 미묘한 교감을 과감한 서사의 생략으로 그려낸 이 짧은 시는 여운이 꽤 길다.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 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 웃고 받었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그래도 기억이 아.. 2020. 12. 16.
이마트가 대형마트 아니라는 법원…기가 막힌다 서울고법,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 판결 논란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이제 더는 대형마트가 아니다.” 웬 흰소리냐고?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그렇다. 서울고법 행정8부(재판장 장석조)는 지난 12일,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6개 대형마트가 서울 동대문구청과 성동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대형마트가 아니다? 이들 대형마트는 각 구청이 2012년 11월, 조례에 따라 자정부터 아침 8시 사이에는 영업하지 말고 매달 둘째·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라고 통보하자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원심은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 폭이 적지 않겠지만, 중소유통업자나 전통시장 매출 증대에 큰 영.. 2020. 12. 15.
활동가 ‘고 이상윤’을 보내며 1961~2007.12.10 한 활동가가 죽었다. 불의의 사고다. 지난 10일 자정께 지인들과 술자리를 마친 귀갓길, 그는 횡단 보도를 건너고 있었고 한 음주 운전자가 그를 덮친 것이다. 내가 그의 죽음을 안 것은 이튿날 오후, 내가 고입 논술시험 채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소식을 전해주던 동료 하나는 이틀 전 그를 만났을 때, 그가 내 안부를 물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채점을 마치고 바로 의료원에 들렀다. 이미 지역의 지인들과 활동가들이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그들 중 하나에게서 그를 치고 달아난 사고 운전자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막역하게 마음을 나누어 온 사이가 아닌 한, 타인의 죽음 앞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식장을 짓누르고 있는 슬픔과 숨죽인 비탄 사이에.. 2020. 12. 14.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석유 ‘곤로’ 이야기 드라마가 불러낸 1980년대 조리기구 ‘석유 곤로’ 요즘 케이블 채널 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아래 ‘응8’)을 즐겨 시청하고 있다. 같은 채널에서 방영했던 이후 다시 드라마에 서서히 빠지고 있다. 한동안은 이웃한 채널 에서 방영한 과 함께 주말 밤을 온전히 드라마 두 개에 빠져 지냈다. ‘응8’은 금·토요일, ‘송곳’은 토·일요일에 방영하는 드라마여서 밤 8시대의 ‘응8’을 보고 이어서 ‘송곳’을 시청하다 보면 주말 밤이 꼴딱 넘어가곤 했다. 그러나 ‘송곳’은 이미 종영했다. 최규석의 만화는 지금도 계속 연재되고 있으니 언젠가 그것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응8’은 흔히 말하는 복고 드라마다. ‘응답하라 1997’(이 드라마는 보지 못했다) 이래 회를 거듭할수록.. 2020. 12. 13.
베이비붐 세대와 연금, 혹은 노후 베이비붐 세대와 연금 이야기 부쩍 ‘베이비 부머(baby boomer)’ 관련 기사가 많다. 어제는 에서 ‘빚 8000만원…절반은 연금도 없어’라는 제목으로 ‘노후 막막한 베이비 부머들’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 개인 자산을 분석한 결과로 베이비붐 세대들은 부채는 많지만, 노후 준비 상태는 크게 미흡하다는 게 주 내용이다. 에서는 “은행도 구조조정 삭풍… 베이비 부머 ‘빙하기’”라는 기사를 올렸다. 점포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 등 고강도 경영효율화가 이루어지면서 그 여파가 베이비 부머에게 미쳤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인 1959년생에 대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는데 이후 3, 4년간 퇴직 러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기사다. 베이비 부머, 연금, 노후 베이비붐이란 특정 시기에 출생자가 폭.. 2020. 12. 12.
‘바꼈다’는 ‘바뀌었다’, ‘복스런’은 ‘복스러운’ [가겨찻집] 줄임말 바르게 쓰기, 모음 축약이 불가능한 사례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할 때 힘을 덜 들여서 소리를 내려 한다. 이른바 ‘발음 경제’다. 자음과 모음을 줄여서 발음하는 ‘축약’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두 개의 소리(음운)가 합쳐져서 하나의 소리(음운)가 되는 축약은 자음과 모음에서 다 일어난다. 예사소리인 ‘ㄱ, ㄷ, ㅂ, ㅈ’이 ‘ㅎ’을 만나 거센소리인 ‘ㅋ, ㅌ, ㅍ, ㅊ’로 바뀌는 ‘거센소리되기’가 ‘자음 축약’인데 ‘좋고[조코]’, ‘잡히다[자피다]’, ‘옳지[올치]’ 등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모음 축약’은 모음 두 개가 줄어서 한 모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사이’가 ‘새’로 주는 ‘간음화’(단모음 둘이 합쳐져 단모음이 되는 것)나 ‘그리어’가 ‘그려’로 줄 때 단모음 둘이 줄어서 .. 2020. 12. 11.
‘표현의 자유’ 2제(題) ‘표현의 자유’ 뒤에 숨는 한일 양국 정부 1. 일본의 혐한 시위와 아베 정부 어제(11일) 뉴스룸이 전한 국제뉴스 하나. 일본 극우세력의 혐한 시위가 갈수록 도를 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최고재판소(우리의 대법원)가 혐한 시위를 벌인 단체에 1억 원대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관련 기사] 극우단체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치 않는 시민 모임)는 2009년과 2010년 세 차례에 걸쳐 총련 계열의 교토 조선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수업을 방해하고 혐오 발언(“조선학교를 일본에서 내쫓아라”, “북한의 스파이 양성기관이다” 등)을 일삼았다. 학교 앞에서 확성기로 고함을 지르고 시위를 막는 교직원들과 몸싸움까지 벌이는 등의 행패를 부리자 조선학교 측이 법에 호소하자 법원이 조선학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020.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