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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2125

<작은책>과 사람들 오늘 오후에 월간 두 권을 받았다. 2008년 1월호. 인근에 사는 리 선생(그는 국어 교사이면서도 자기 성을 ‘이’가 아닌 ‘리’로 쓰고 싶어 한다. 그의 뜻을 존중하는 뜻에서 나도 ‘리’로 쓴다.)이 보내준 것이다. 낯설지는 않으나 은 처음이다. 책을 뒤적이다가 나는 내가 이 책의 성격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에게서 에 대한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게 지난 15일이다. “월간 이라고 아시는지? 혹 구독하고 계시는지?” 나는 심드렁하게 답을 보냈다. “아는데 보고픈 생각은 별로야.” “두 권씩 보내드릴 테니 1권은 이상윤 씨 따님에게……, 안 될까요? 문상도 못 갔는데…….” 이 친구는 원래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럴까. 물론 그는 고 이상윤을 모른다. 나와 오랫동.. 2020. 12. 27.
애니멀스(The Animals)와 김상국의 ‘해 뜨는 집’ 애니멀스가 부른 ‘해 뜨는 집과 김상국의 번안곡 상처 입은 장미들이 모여 사는 거리 눈물에 젖은 가슴들이 웃음을 파는 거리 애니멀스(The Animals)가 부른 ‘해 뜨는 집(The House Of The Rising Sun)’을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때였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형이 즐겨 불렀던 노랜데, 정작 나는 그 무렵에도 그 원곡을 들어본 적이 없다. 형이 흥얼거린 번안곡을 부른 국내 가수가 김상국이었다는 사실을 안 것도 얼마 전의 일이다. 집에 텔레비전은 아예 없었고, 라디오를 듣는 일도 쉽지 않았던 1960년대였다. 대도시로 유학 와 형과 누나 집을 전전하던 시골 소년이 대중문화를 접하는 일은 고작 그런 형식으로만 가능했던 때였다. 나는 형을 통해 ‘해 뜨는 집’의 리듬과 가사를 익혔다. 4.. 2020. 12. 26.
‘안녕 대자보’에서 영화 <변호인>까지 1. ‘안녕’을 물어온 대자보 한 대학생의 글이 대학과 2013년의 한국 사회에 불러일으킨 반향은 적지 않다. 그것은 살기 바빠서든,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냐고 냉소해 왔든 일신의 안녕만 돌아본 우리 자신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다. 내 삶과는 무관하다고만 뇌며 세상을 짐짓 외면하고 살아온 젊은이들과 소시민에게 예의 대자보는 정말 안녕하시냐고 물었다. 그 물음은 또 한편으로 젊은이들이 겪고 있으면서도 잊고 있었던 좌절과 고통, 분노를 환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1960년대에 김수영 시인은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부정한 권력과 사회적 부조리에 저항하지 못하는 소시민의 자기반성을 통렬하게 노래한 바 있다. 그것은 한편으론 지식인의 무능과 허위의식에 대한 고발이기도 했다. 그는 ‘왕궁’과 ‘왕궁의 음.. 2020. 12. 25.
‘사망 증가율’ 2300%의 ‘진실과 거짓’ ‘코로나 사망 증가율 2300%’ 기사에 부쳐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이른바 이 나라 보수·수구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정부를 공격하고 폄훼하는지 말이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파적 이해가 ‘팩트’를 압도하고, 흠집을 내기 위해서 사실도 비트는 방식이 교묘하면서도 야비하기 이를 데 없다. 포털 ‘다음’에 올라오는 기사는 제목만 보면 그게 어떤 매체에서 썼는지가 대충 짚어진다. ‘조중동’에다 그만그만한 언론들 죄다 비슷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 나라 망하라, 얼른 망하라”고 주문을 외는 것 같다고 하겠는가. 정부 공격거리가 많아질수록 바빠지는 이들 보수(사실은 ‘수구’라 써도 무방한) 언론 중에 ‘제일’은 경제지들이다. 이른바 ‘자본’의 편에 서서 .. 2020. 12. 24.
조선공산당도 ‘일제통치 타도·조선 독립’이 목표였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①]조선공산당 초대 책임 비서 김재봉(1890~1944)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 세상에 나온 것은 1848년 2월이었고, 69년 뒤인 1917년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했다. 식민지 치하에 조선공산당이 창립된 것은 1925년 4월이었다. 조선공산당은 ‘조선혁명’의 과제를 민족해방혁명, 반제국주의 혁명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기 과업을 수행하면서 독립운동에도 헌신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들은 해방 후 38도선 이남에 친미 반공 국가가 세워지면서 잊히기 시작했다. 일제의 가혹한 탄압 아래서 이들이 벌인 계급투쟁도, 반제국주의 민족해방 투쟁도 이념 저편에 묻혀 버린 것이었다. 조선공산당 창당을 전후한, 이 잊힌 혁명가들의 삶과 투쟁을 돌아본다.[기자말] 한국 최초의.. 2020. 12. 24.
‘신정의론(新正義論)’, 2010년 대한민국 2010, 트라마시쿠스의 재림? 2010년 세밑에 ‘정의’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정의가 ‘강자의 이익’이라고 주장한 것은 아테네의 소피스트 트라시마쿠스(Thrasymachus)다. 그런데 트라시마쿠스의 이 정의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바야흐로 재현된 것이다. 트라시마쿠스는 당연히 ‘힘은 정의롭다’고 믿었다. 그에 따르면 ‘법률은 지배자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정의로운 것이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것은 모든 국가에서 관철된다. 그래서 트라시마쿠스는 ‘정의로운 것은 어디서나 비슷한 것, 즉 더 강한 편의 이익이라는 결론은 매우 건전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지난 12월 8일, 집권 여당 한나라당은 2011년 예산안과 4대강 관련 법안, UAE 파병동.. 2020. 12. 24.
두 전직 대통령은 왜 <국방백서>에 빠진 걸까 두 진보 대통령을 백서에서 뺀 국방부 눈 밝은 누리꾼의 눈에나 띌 단신 하나가 보도된 것은 지난 21일이다. 홍진수 기자의 기사 “국방·외교 대통령이 ‘국방백서’에서 빠졌는데…누구?”다. 기사의 요지는 국방부가 발간한 ‘2012 국방백서’ 특별부록의 한미 동맹사 연표에 실린 사진에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있지만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없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사에서 빠진 ‘전직 대통령들’ 국방백서는 그간 국방정책과 관련 자료 등을 총정리해 국내외에 알리는 목적으로 국방부에서 격년으로 발간하는 백서다. 국방부는 이번 백서에 ‘한미동맹의 과거·현재·미래’란 특별부록을 모두 8쪽(268~275)에 걸쳐 실었다.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시작된 한미동맹 역사를 연표 형식으로 정.. 2020. 12. 23.
아이들의 ‘오지 않을 미래’를 생각한다 아이들의 희망과 미래, 꿈과 현실의 부조화 학년말이다. 방학을 앞두고 졸업반 아이들은 대학입학 정시 지원을 위한 상담 등으로 바쁘다. 가능한 학교를 찾느라 고심 중인 아이들의 얼굴에는 수능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 돈다. 그러고 보면 상대적으로 수시에 합격한 아이들이 누리고 있는 ‘망중한’은 그야말로 ‘황금’의 시간이라 할 만하다. 학년말 졸업반 아이들의 얼굴에 드러나는 긴장은 시나브로 재학생들에게도 옮아간다. 해가 바뀌면 진급하게 되는 아이들에게도 새삼 시간은 만만치 않은 무게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방학 중에 실시하는 보충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숫자는 예년에 비겨 많아졌다. ‘꿈과 현실의 부조화’ 아이들은 아주 영악해 뵈지만 정작 어떤 부분에서는 얼치기다. ‘꿈과 현실의 부.. 2020. 12. 22.
다시 ‘애동지’에 ‘희망’을 생각한다 2017년, 이른 동지에 생각하는 희망 다시 11월 초순의 동지, ‘애동지’에 5년 전 애동지 생각 내일이 동지다. 음력으로 11월 초닷새니, 이번 동지는 애(애기)동지다.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 한다.) 5년 전인 2012년 동지는 12월 21일, 역시 애동지였다. 그날 지역에는 드물게 1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해마다 빼먹지 않고 팥죽을 끓였던 아내는 아침에야 그날이 동지란 걸 깨달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전전날(12.19.) 치른 대선의 결과에 까무룩 잦아들어 버린 결과였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3.6% 차이로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했다. 그날, 블로그에 올린 글 ‘동지, 폭설과 팥죽’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 2020. 12. 21.
유명인사 마케팅 시대-김황식 생가 복원 해프닝 김황식 전 총리 생가는 복원할 만한가 무엇보다도 감동, 감읍(感泣)하기 잘 하는 사람들이다. 성취는 누구의 것이든 가리지 않고 함께 집단적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즐긴다. 그것은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시샘의 정서와는 같으면서도 다른 무엇이다. 일단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라고 여기면 놀라운 동질성을 발휘하려는. 유난히 혈연이나 지연, 학연 같은 공동사회에 대한 집착이나 선호도 비슷한 정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시골에서도 흔히 목격하는 현수막에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때는 명문대 입학이나 사시나 고시 등의 합격자에만 국한되던 ‘축하’가 요즘은 학위, 훈장, 승진 따위로 범위를 넓혔다. 생가 복원도 추세? 아들이 박사 학위를 받은 부녀회장, 이사관으로 승진한 아들을 둔.. 2020. 12. 20.
작가 654명, ‘검찰 권력 해체’를 요구하다 작가 654명, ‘검찰 권력 해체를 촉구하는 작가 성명’ 발표 검찰 개혁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검찰 간 갈등에 대해 마침내 작가들이 입을 열었다. 지난 17일, 작가 654명이 ‘검찰 권력 해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권여선, 김용택, 박민규, 안도현, 임헌영, 장석남, 정찬, 함민복 등 작가 654명이 ‘검찰 권력 해체를 촉구하는 작가 성명’을 발표하고 공수처의 조속 설치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 시민검찰제 추진 등을 요구했다. 작가들은 성명에서 검찰이 국가기구 가운데 “가장 ‘정치적인’ 집단”으로 “지배 권력에 기생하며 살아왔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이들이 “기소독점권과 영장 청구권을 독점하고 법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적용해” 왔다며 검찰은 “검찰의 ‘독립’.. 2020. 12. 19.
새 학기 책 꺼풀? 변소 뒤지? 이젠 ‘시간 그릇’ 시간의 나침반, 나의 ‘참교육 달력’ 이야기 달력은 한 해의 시간표다. 그것은 일상의 가늠자이면서 한 시기의 나침반이다. 물리적인 시간을 길쭉한 사각형의 종이 뭉치 속에 쟁여 넣은 생활의 계획표다. 사람들은 달력을 한 장씩 찢고 넘기면서 세월을 헤아리고 그 무상을 새롭게 이해하기도 한다. 교과서 책 꺼풀에도 쓰고, 바람벽에 도배도 하고, 변소 ‘뒤지’로도 달력과 관련된 가장 오랜 기억은 초등학교 시절의 것이다. 새 학기에 새 교과서를 받아 집으로 가져오면, 누님은 보관해둔 묵은 달력의 낱장을 찢어 아주 튼튼하게 꺼풀을 입혀 주었다. 신문지도 흔하지 않던 시절이어서 적당한 두께의 매끄러운 달력 종이는 조악한 품질의 교과서를 보호하는 데는 그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꺼풀을 입혀야 할 책이 몇 권인가, 쓸 수.. 2020.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