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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과 ‘선율’- 왜 ‘률’과 ‘율’로 다르게 표기하나

by 낮달2018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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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겨찻집] 한자어 ‘렬’과 ‘률’의 표기

▲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한 기사 제목 중 '증가율'을 '증가률'로 쓴 예  ⓒ 장호철

최근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사망 증가율’이 ‘사망 증가률’로 표기된 기사를 적지 않게 발견했다. ‘렬’과 ‘률’의 발음은 꽤 까다롭다. 그러나 증가율은 ‘-률’이 아니라 ‘-율’로 발음되는데 왜 그렇게 표기했을까. 하긴 그걸 [증가률]로 발음하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니긴 하다.

 

한자음 가운데에는 우리 말과 달리 ‘ㄹ 음으로 시작하는 소리가 드물지 않다. 이 발음에 관한 규정이 “한글맞춤법” 제11항이다. 내용은 “한자음 ‘랴, 려, 례, 료, 류, 리’가 낱말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라는 규정이다.

한자음 ‘량(良)’은 두 번째 음절에 오면 본음대로 ‘선량’으로 쓰이지만, 낱말 첫머리에 올 때는 ‘ㄹ’음을 어두에 쓰지 못하는 ‘두음 법칙’에 따라 ‘양심(良心)’처럼 쓴다. ‘렬(列)·례(禮)·룡(龍)·률(律)·리(理)’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이 의존명사로 쓰이면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리유(理由)’는 ‘이유’로 적지만, 의존명사 ‘리(理)’는 ‘그럴 리가 없다’처럼 본음대로 적는다. 거리를 나타내는 의존명사 ‘리(里)’도 마찬가지여서 ‘남도 팔백 리’처럼 두음 법칙과 관계없이 쓰이는 것이다.

 

또,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합성어’에서는 둘째 음절 이하에서라도 ‘ㄴ, ㄹ’을 두음 법칙에 따라 ‘ㅇ’으로 적어야 한다. 예컨대 ‘연이율(年利率)’에서 ‘이(利)’의 본음은 ‘리’지만 ‘이율’로 적고, ‘열역학(熱力學)’에서 ‘역(力)’도 본음 ‘력’이 아니라 ‘역’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모음’과 ‘ㄴ’ 뒤에선 ‘열·율’, 나머지 ‘자음’ 뒤에선 ‘렬·률’로

‘렬’과 ‘률’은 낱말의 첫머리[두음(頭音)]가 아니라도 일정한 환경에서는 두음 법칙의 적용을 받는다. ‘나열(羅列) : 행렬(行列)’, ‘비율(比率) : 시청률(視聽率)’, ‘선열(先烈) : 열렬(熱烈)’, ‘선율(旋律) : 법률(法律)’이 그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정한 환경’이란 ‘렬, 률’이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 올 때를 이른다. 이때 ‘렬, 률’은 ‘열, 율’로 적어야 한다.

 

‘렬’과 ‘률’이 둘째 음절 이하에 오되, ‘ㄴ’받침이 아닌 다른 자음 아래서는 예외 없이 모두 ‘렬, 률’로 쓰인다. 예컨대, ‘장렬(壯烈)·격렬(激烈)·정렬(整列)’과 ‘확률(確率)·음성률(音聲律)’ 등은 ‘ㄱ, ㅇ’ 뒤여서 ‘렬’과 ‘률’로 쓰이는 것이다.

 

‘열’과 ‘율’로 쓰이는 경우는 모두 ‘모음’이나 ‘ㄴ’음 뒤다. 파열(破裂)·비율(比率)·세율(稅率)·균열(龜裂)·운율(韻律)·선율(旋律) 등이 그것이다. 같은 ‘율(律)’이라도 ‘선율(旋律)’과 ‘법률(法律)’이 다르고, 같은 운율이라도 ‘음수율(音數律)’과 ‘음성률(音聲律)’이 다른 이유다.

 

요약하면, ‘모음’과 ‘ㄴ’음 뒤에서는 ‘열·율’로, 나머지 자음 뒤에서는 ‘렬·률’로 표기하면 된다. 이것만 제대로 기억해도 실수할 일은 없어진다. 조금만 의식하면 바르게 말하고 쓸 수 있다. 올바른 말글살이로 생활의 품격을 지켜가 보자.  

 

 

2020. 12. 2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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