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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2136

어떤 만화가의 한미 FTA 박광수가 그려낸 ‘멋진 신세계’ 에 연재한 만화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만화가 박광수가 바야흐로 내일로 다가온 한미 FTA 발효일에 맞추어 전개될 신세계를 만화로 그려 보였다. 박광수의 한미 FTA 홍보만화는 정부 정책 홍보사이트인 ‘공감 코리아’(바로가기)에 게재한 일련의 시리즈 만화다. 이 만화에서 그리는 세상은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여서 누리꾼들을 환호작약(?)하게 하고 있다. 박광수가 그리는 한미 FTA는 한 가족 모두를 ‘변화시킨다.’ 먼저 아빠다. 아빠는 ‘자동차 부품 관세 철폐’, ‘원자재 수입 원가 하락’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서 ‘보다 싸진 와인과 과일 안주’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한미 FTA로 엄마도 달라진다. 엄마는 ‘좋은 영양 크림을 보다 알뜰하게 구입하고’ ‘.. 2021. 3. 14.
[임정답사]허리 숙여 절하는 광복군… ‘그 가뭇없는 꿈의 안부’ [임시정부 노정을 따라 ⑬] 충칭(重慶)③ 광복군의 국내 진공 계획 ‘독수리 작전’과 임정의 귀국 충칭에 복원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의 전시물은 대부분 사진 자료다. 1940년대 사진이라 해상도가 매우 낮아 사람의 얼굴이나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진도 적잖다. 이는 80여 년 전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게 쉽지 않았던 탓이다. 망명한 민족 지도자들이 임시정부를 세운 지 21년 만에 ‘광복군’이라는 이름의 직속 군대를 창설한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긴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 조직한 군대라는 점 외에도 광복군의 열악한 존재 조건은 일일이 셀 수 없었다. 임정은 창군(創軍)은 했지만, 실질적 무장력이 될 병사도 없었고, 그 군대를 운영·유지할 돈도 없었다. ‘병사’를 모으는 광복군의 활.. 2021. 3. 14.
춘신(春信), 봄소식을 기다리며 비담임으로 맞이한 2011학년도 좀 무심하게 2011학년도를 시작했다. 담임을 맡지 않게 되면서 3층 1학년 교무실에서 1층의 본 교무실로 내려왔다. 학년 교무실에 비기면 두 배는 넘을 널따란 교무실은 지난해 수천만 원을 들인 인테리어 공사로 쾌적해졌다. 사방 내벽을 원목으로 처리해서인지 숨쉬기가 훨씬 편해졌다는 걸 느낀다. 배정받은 자리도 마음에 든다. 교감 옆자린데, 지난해 학년을 같이 한 동료들 셋이 옹기종기 모였다. 왼편으로 개수대와 정수기, 출입문 등이 모두 가깝고, 뒤쪽의 수납공간도 마음에 든다. 창을 등지고 앉으니 실내가 한눈에 들어와 시원하다. 드나드는 아이들로 부산한 학년 교무실과 같은 활기는 없지만, ‘절간’ 같은 고즈넉한 분위기도 좋다. 수업 시수는 지난해와 같은데 보충 시간이 줄면서.. 2021. 3. 13.
조합원 명단 공개? 그건 ‘나의 권리’다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 요구 법제처가 ‘교원 단체 및 교원노조에 가입해 있는 교원들의 실명을 국회의원에게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교사 명단공개 요구에 대해 교과부가 법제처에 낸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다. 법제처는 “교원노조와 교원단체 가입 교사들의 명단은 개인정보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 해석했고 이에 따라 교과부는 기존의 ‘명단 거부’ 태도를 바꾸어 전교조와 한국교총 소속 교사 명단을 모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교과부-법제처의 장군멍군, ‘명단공개 하라’ 법제처는 이 유권해석에서 “교원들의 교원 단체 및 노조 가입과 관련된 실명 자료는 기본적 인권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어 수집이 금지된 개인정보.. 2021. 3. 12.
봄, 혹은 심드렁함 봄이지만 심드렁한 3월 남부라곤 하지만 안동은 경북 북부 지역이다. 봄이 더디다는 뜻이다. 4월에도 이 지방 사람들은 겨울옷을 벗지 못한다. 연일 신문 방송으로 전해지는 꽃소식도 남의 이야기다. 섬진강 근처에는 매화와 산수유가 제철이라던가. 그러나 주변은 온통 잿빛일 뿐이다. 빈 시간에 잠깐 교사 뒤편의 산기슭을 다녀왔다. 옥련지(玉蓮池) 연못가의 수달래는 아직 꽃눈조차 보이지 않고, 남녘에는 한창이라는 매화가 겨우 꽃눈을 내밀고 있다. 사진기를 들고 상기도 쌀쌀한 산 중턱을 기웃거렸다. 어디선가라도 푸른빛의, 새싹 새잎을 만나고 싶었다. 산 중턱의 낙엽 더미에서 새잎을 만났다. 이제 겨우 새끼손톱만큼 자라고 있는 돌나물이었다. 안으로 말린 도톰한 잎의 질감이 싱그럽게 마음에 닿아왔다. 3월 중순, 그러.. 2021. 3. 11.
학부모에게 편지 보내다 2009학년도 시작, 학부모에게 편지 2005년 새로 담임을 맡은 이래 올해로 5년째 내리 담임 노릇을 하고 있다. 해마다 3월이면 짬을 봐 아이들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흔히들 말하는 가정통신이다. 며칠 전에 인쇄해 둔 편지를 봉투에 넣어 봉하고 주소 라벨을 붙여서 행정실에 넘겼다. 아이들 편에 부쳐도 되지만 늘 우편으로 부쳤다. 아무래도 그게 예의에 맞은 듯해서다. 아이들은 나중에야 담임이 부모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안다. 아, 우리 담임이 집에 편지를 보냈구나……. 그리고 그게 다다. 나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모두 심상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아이를 맡았으니 마땅히 부모들에게 고하는 것이 고작이다. 나이로 따지면 학부모 중에서 나보다 연장인 이는 없다. 그래도.. 2021. 3. 10.
새로 만난 학교와 아이들 2012학년도 옮긴 학교에서 지난 2월 16일 자 인사에서 구미 시내의 한 남자고등학교로 발령받았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여기가 내가 근무할 마지막 학교가 될 터이다. 1989년 여름에 타의로 떠난 학교가 남학교였으니 23년 만에 남학교로 돌아온 셈이다. 여학교에서 시작한 교직 생활, 남학교에서 마치게 되겠다. 23년 만에 ‘남학교’로 돌아오다 특별한 감회는 없다. 밤낮으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시행되는 등 입시교육의 살풍경은 지역을 가리지 않으니까. 몇 해 걸러서 학교를 옮길 때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수십 년 경력에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아이들은 그나마 수업하면서 이내 친해지지만, 동료 교사들과 격의가 없어지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까지는 집에서 차로는 15분쯤, 걸어서는 한 40분쯤.. 2021. 3. 9.
다시 맞는 봄, 3월 2010학년도가 시작됐다 2010학년도가 시작되었다. 의례적인 문투라면 ‘대망의 2010 어쩌고’라고도 할 수 있을 테지만, 2010학년도는 내게 ‘슬그머니’ 그 민얼굴을 내밀었다. ‘슬그머니’라고 표현한 까닭은 올해도 꼼짝없이 담임을 덮어쓰고 말았기 때문이다. 2009학년도를 마치면서 나는 지난 3년 동안의 담임에서 놓여난다는 사실에 은근히 설레고 있던 참이었다. 학급과 아이들에게서 벗어난 여유와 한가로움을 어떻게 즐길까 하는 고민은 그것만으로도 신나는 일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그러나 '미리 마신 김칫국'은 썼다. 내가 ‘비담임’에서 ‘담임’으로 급전직하(!)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우선 학교별 교원의 ‘정원 조정’이 있었다. 현행 교원 수는 법정 정원에 훨씬 못 미치는데도 올해도 어김없이 감원이 이루.. 2021. 3. 8.
‘봄 기척’ 산수유와 매화 봄을 알리는 꽃, 산수유와 매화 해마다 봄이 오는 기척이 느껴지면, 사진기를 둘러메고 동네와 북봉산 어귀를 어슬렁대곤 한다. 역시 가장 먼저 계절을 알리는 ‘봄의 척후’는 산수유다. 지난해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 산수유와 매화는 꽃망울을 맺은 것은 비슷한데, 벙글기 시작한 건 산수유가 앞섰었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의 끝, 2월 2일이었다. 봄의 척후, 산수유 올해도 2월 초순부터 아파트 앞 화단의 산수유를 드나들 때마다 눈여겨보았지만 꽃망울은 낌새도 없었다. 올겨울이 제법 추웠다는 걸 떠올리며 당연히 매화도 그러려니 하면서 2월을 보냈다. 그런데 나는 우리 동네가 북봉산 아래여서 봄이 더디다는 사실과 아파트 앞 계단이 볕이 잘 들지 않는 그늘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걸 깨우친 것은 2월 하순에 우연.. 2021. 3. 7.
다시 삼월 2008학년도 시작 연중 가장 길고 지겨운 한 주다. 월요일(3일) 개학을 했으니 한 보름쯤 너끈히 지난 듯한 느낌인데도 아직 목요일이다. 잠시 짬도 없이 이것저것 업무 보랴, 수업하랴 단내를 풍기면서 동료들은 ‘아직도야?’를 외친다. 3월 말까지 시간은 느림보처럼 움직일 것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학교 풍경이다. 2학년을 다시 맡았다. 애당초엔 비담임으로 갈까 했으나 남은 세월이 만만찮은데 벌써 첨지 흉내를 내어선 안 되겠다 싶어서 담임을 희망한 것이다. 학급은 같은 5반이지만 지난해와 달리 문과반이다. 복도 많지, 아이들 숫자도 작년의 24명에 이어 26명이다. 이과 세 반이 두 반으로 줄면서 5반이 문과반이 된 것이다. 고정관념 탓도 있겠지만 문과반과 이과반은 교과에 따라 수업 분위기가 달라진다. .. 2021. 3. 7.
다시 시작이다, 2013학년도 2013학년도를 시작하며 어저께 입학식과 함께 2013학년도가 시작되었다. 방송고 정보를 맡게 되어서 방송고 교무실로 옮겼다. 방송고의 보직은 교무·학생·정보 등 셋인데 이번에 정보를 맡았던 동료가 만기로 이동하면서 비게 된 자리로 오게 된 것이다. 방송고 교무실은 교사 셋이 책상 세 개를 맞대놓고 의좋게 근무하는 미니 교무실이다. 굳이 보직을 맡을 일은 없으나 이리로 오기 위해선 보직을 희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되어도 좋고 안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자리를 원했던 동료들이 여럿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본교에 비기면 업무 부담이 무겁지 않다. 별도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근무하거나 시간 여유를 갖고 싶은 이들이 이 자리를 희망했던 것이다. 교감 선생은 경쟁이 치열했지만, 경력으로 .. 2021. 3. 6.
[임정답사]‘홀로서기’ 끝 광복군, 일본의 항복으로 길을 잃다 [임시정부 노정을 따라 ⑫] 충칭(重慶)② 한국광복군의 창설과 일본의 패망, 그리고… 답사의 마지막 날은 충칭의 롄화츠(연화지 蓮花池) 청사와 복원된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을 찾는 일정이었다. 롄화츠 청사와 한국광복군 총사령부는 1919년 임정을 수립한 뒤 20년 넘게 이어온 항일 투쟁을 수렴하면서 광복을 맞을 때까지 가장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해 나간 행정과 군사의 사령탑이었다. ‘민족 대표와 독립운동 중심기구’로서의 위상 회복한 충칭 임정 상하이를 떠난 이래 8년여 동안 항저우, 전장, 창사, 광저우와 류저우, 치장을 거쳐온 임정은 전쟁으로부터 비교적 안정된 지역인 충칭에 정착하면서 조직과 체제를 정비하기 시작하였다. 임정은 충칭에 오기 전인 1940년 5월 민족주의 세력을 통합하여 한국독립당을 창당함.. 2021.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