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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드라마와 영화 이야기 38

드라마 <골든타임>의 현실과 비현실 드라마 에서 다루는 현실과 ‘비현실’ 텔레비전은 아침부터 한밤까지 드라마로 지새운다. 오죽하면 드라마 공화국이란 표현까지 등장했겠는가. 공중파마다 밤낮으로 내보내는 일일드라마는 ‘기하(幾何)’이며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 등의 이른바 ‘미니 시리즈’는 또 기하인가. 공중파에서부터 케이블 방송까지 드라마는 차고 넘친다.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드는 의문, 왜 우리는 그렇게 드라마에 집착할까. 자기 삶이 지나치게 평범해서 늘 극적인 삶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이른바 ‘막장 드라마’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극적 신파로 아롱진 삶에 대한 동경 때문은 아닐까. 드라마는 즐겁다, ‘본방 사수’의 드라마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요즘은 나도 드라마에 슬슬 취미를 .. 2021. 8. 15.
“분명 ‘액션’ 영환데 이 물기는 도대체 뭐지?” [리뷰] 류승완 감독의 일요일 조조 상영의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는 ‘모가디슈’는 에티오피아와 케냐와 접경한 동아프리카 국가 소말리아의 수도라는 것밖에 알지 못했다. 소말리아 내전에 휘말린 한국 외교관이 고립된 도시를 탈출하는 영화로만 알았지, 영화의 고갱이가 ‘남북한 동반 탈출 실화’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영화가 시작되면서였다. 내용도 확인하지 못하고서 영화를 봐야겠다며, 혼자서 극장을 찾은 이유를 시원하게 설명할 수 없다. 나는 류승완 감독이나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 같은 배우에 꽂혔던 것일까. (2019) 이후 거의 2년 만의 극장 나들이였으니, 어쩌면 그것은 내가 의식하지 못한, ‘영화가 선사하는 전율’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내전으로 빚어진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 2021. 8. 4.
“늘 지기만 하는 이야기, 지겹지도 않으우?” [리뷰] 김성제 감독의 * 영화의 내용이 일부 들어 있습니다. 김성제 감독의 을 주말 조조 상영으로 보았다. 텅 빈 영화관 맨 뒷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우리가 마치 관람 불가의 성인영화를 보러 온 고교생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객은 꼼짝없이 우리 둘뿐인가 싶었는데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대여섯의 관객이 더 들었다. 자녀인 듯한 남녀를 대동한 초로의 부부와 젊은 남녀 두 쌍이었다. 그들은 조용히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자리를 찾아 앉았다. 나는 젊은 남녀보다 초로의 내외가 궁금했다. 타이를 매진 않았지만, 정장 차림의 깡마른 몸매에 잿빛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어떤 이일까. 주말 아침부터 ‘소수’나 관심을 가질 만한 영화를 보러 온 저 사람은. 첫머리에 ‘허구’라는 사실을 밝히며 시작되지만, 이 영.. 2021. 7. 18.
삶과 노래, 김운경 드라마의 파토스 극작가 김운경 드라마 이야기 은근히 기다렸다가 시청한 텔레비전 드라마의 한 장면이 남긴 여운이 꽤 오래 가슴에 남았다. 물론 얼마 전 소개한 김운경의 (JTBC)다. 작가 특유의 변죽만 울리며 지나가는 듯한 장면 가운데 몇 개의 컷이 남기는 쓸쓸한 여운이다. ‘에레나가 된 순희’, 김운경 드라마의 파토스 주인공 주변의, 이런저런 ‘지질하고 세속적이며, 더러는 교활하기도 한 갑남을녀’ 가운데 전직 형사 봉달호가 있다. ‘봉걸레’라는 별명이 암시하듯 이 전직 형사는 자신이 잡아들인 범인들의 뇌물도 마다치 않는 지저분한 인물이다. 그는 아내인 전직 소매치기 박양순과 함께 노래방을 운영하는데 ‘꽤 돈을 들인 시설인데도 홍보가 안 돼’ 장사가 시원찮다. 꾀죄죄하고 지질한 이 퇴출 형사 역을 맡은 배우는 안내상이다.. 2021. 6. 11.
‘막장’ 너머, 김운경 드라마 <유나의 거리> 김운경 작가의 드라마 텔레비전 드라마를 잘 안 본 지 꽤 되었다. 아마 2012년 ‘골든타임’(MBC)을 끝으로 나는 한동안 TV 드라마와 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본방을 사수’하는 드라마 ‘참 좋은 시절’(KBS2)에 은근슬쩍 곁눈질을 시작한 게 얼마 전의 일이다. 이야기의 얼개나 전개가 다소 허술하다고 느끼면서도 거기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은 아역, 성인 할 것 없이 출연 배우들이 제대로 구사하는 사투리 덕분이다. 진국의 경상도 사투리가 주는 생생한 사실감과 그것이 떠올려 주는 감정의 결이 예사롭지 않았던 까닭이다. 경상도 사투리의 참맛을 알게 해 준 경상도 사투리는 퉁명스러운데다 말끝이 짧아서 호남이나 충청도의 그것에 비기면 ‘여운’이라 할 만한 게 없는 편이다. 그런 경상도 사투리가 뜻.. 2021. 6. 5.
왜 이 뻔한 노부부 이야기에 젊은 관객 몰릴까 [리뷰] 다큐 영화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지난 토요일, 아내와 함께 영화 를 보러 갔다. 오후 첫 상영이어서인가, 복합상영관 앞은 한산했다. 상영관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은 우리 내외 외에 40대 부부 두어 쌍, 그리고 20대 남녀 몇 명이었다. 나는 그 젊은 연인들을 건너다보며 머리를 갸웃했다. 2주 후, 뉴스는 이 영화가 3백만의 관객을 불러 모으면서 역대 다큐멘터리 흥행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영화의 돌풍을 전하면서 매체들은 저마다 그 원인을 분석하기 바쁘다. 하긴 그렇다. 공중파에서도 몇 차례 방송되었다는 이 노부부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 게 없다. 극적 반전은커녕 중심 서사조차도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남녀노소 구분 .. 2021. 4. 21.
소와 아버지에게 바치는 <워낭소리> [영화평] 다큐멘터리 영화 이충렬 감독의 아내와 함께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상영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를 보고 왔다. 지난해 3월 를 본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이 도시에는 다큐멘터리 상영관도 없고 괜찮은 예술영화 따위도 들어오지 않는다. 챙기지 않으면 못 보겠다 싶어서 서둘러 나는 난생처음으로 인터파크에서 표를 예매했고 부리나케 대구를 다녀온 것이다. 대충 위치가 거기쯤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거의 10년 만에 찾은 도심은 낯설었다. 영화관은 도심의 한 빌딩 3층이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서 아내는 ‘불나면 큰일 나겠다’고 중얼거렸다. 워낙 화제가 되어서인가, 200여 석의 자리가 관람객으로 꽉 찼다. 자리는 좁고 불편했지만,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낡고 오래된 상영관이어.. 2021. 4. 14.
<낮술>, 그래 인생은 그런 거야, 어쩔래? 영화 이 말하는 것들 어제 오후에 동성아트홀에서 을 보았다. 그 전날 친구들과 오래 ‘밤술’을 마셨고, 모텔에 든 건 새벽이었다. 숙취가 가시기 시작할 무렵인 오후 2시께에 나는 대구의 예술영화 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의 좁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 ‘불편’은 일반 상영관에선 올리지 않는 ‘돈 안 되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인지 모른다.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 관객은 3~40명 선. 안경을 가져오지 않아서 비교적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상영 115분 동안, 나는 나른하게 가라앉는 몸과 싸우며 뒤편 관객들의 반응을 아주 민감하게 살피고 있었다. 대부분 2, 30대인 관객들은 서둘러 실소했고, 더러는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언제든 재미있는 장면만 나.. 2021. 3. 28.
정말 이 영화로 지난 5년을 ‘정산’할 수 있을까 김재환 감독의 신작 마침내 MB가 주연한 영화가 개봉되었다. 들머리에 박힌 주연배우의 이름을 보고 긴가민가하던 관객들도 65분짜리 이 복합장르(?)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굳이 엔딩 크레디트에 올라오는 ‘기획·주연=모조리 MB’라는 안내를 보지 않더라도 말이다. 를 만든 김재환 감독의 신작 은 감독 스스로 밝혔듯 ‘코믹 호러’ 영화다. “2007년에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했던 말(공약)을 지금 들으면 코미디로 느껴지고, 지난 5년을 겪은 사람들에게 영화 속 ‘엠비’의 표정·음성들이 공포(호러)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출연진은 호화롭다. MB가 주연인 대신, 정동영과 이회창은 ‘조연’이고 허경영은 ‘찬조 출연’, 김제동이 ‘특별출연’했다. 물론 이 영화는 다큐.. 2020. 10. 21.
VOD로 만나는 ‘꽃보다 할배’들의 젊은 시절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만나는 원로 배우들의 전성기 문학 교과서에서 ‘삼포 가는 길’을 가르칠 차례다.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생략된 원문을 인쇄해 나눠주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영화 (1975)의 자료 사진을 찾아 나섰다. 30년이 훌쩍 지난 탓인지 마땅한 자료가 눈에 띄지 않았다. 겨우 몇 장의 스틸컷과 아랫부분이 잘린 포스터를 갈무리할 수 있었다. 주초에 두 개 반은 그거로 수업을 했다. 스틸컷에 나온 낯익은 배우들은 아이들에겐 낯설기 짝이 없다. 그나마 주인공 영달 역의 ‘백일섭’은 안면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머리를 갸우뚱한다. 분명 칼라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왜 스틸컷은 흑백밖에 남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어저께 기사를 통해 한국영상자료원(http://www.koreafilm.o.. 2020. 9. 14.
<부당거래>, 영화와 ‘현실’ 사이 류승완 감독의 영화 (2010) 영화가 환기해 주는 씁쓸한 ‘현실’ ‘허구를 압도하는 현실’이란 명제가 공공연히 사람 입에 오르내린 게 언제부터일까. 이전 시대만 하더라도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허구의 세계를 통해서 사람들은 ‘일탈의 현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현실은 허구의 상상력을 간단히 넘어버렸다.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그걸 구태여 확인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못 된다. 그런 끔찍한 현실을 굳이 곧이곧대로 들여다보아야 하는 상황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를 보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영화가 그리고 있는 연쇄살인 사건, 경찰·검찰과 스폰서 간의 유착과 기업의 입찰 비리 따위는 매우 낯익은 것이다. 모두가 우리의 기시감을 유.. 2020. 8. 12.
우리 아이들이 본 다큐 영화 <우리 학교> 홋카이도 조선 초중고급학교 교원, 학생들과 함께한 3년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는 김명준 감독이 홋카이도 조선 초중고급학교의 교원, 학생들과 함께 3년여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들의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해방 후 재일 조선인들에 의해 세워진 조선학교의 역사와 그 현재에 관한 이야기며, 타국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자기 민족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키려는 민족 구성원들의 이야기이다. 지난 5월 18일부터 지역의 한 대학 강당에서 DVD로 가 상영되었다. 이틀 동안 2회 상영된 이 영화를 본 이들은 약 6백여 명, 그중 100여 명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세계 인식의 폭을 넓히는 매우 좋은 기회임을 역설했고 아이들은 이른바 나의 ‘강추.. 2020.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