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32 내가 찍은 ‘사진’이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중학교 3학년 1학기 생활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내 사진 오늘 오후에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가 쓴 기사의 사진을 교과서에 실었는데 이를 확인해 달라는 전갈이었다. ‘저작권협회’와 ‘사진’, ‘교과서’ 따위의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는 게 쉽지 않았다. 협회의 담당자는 내게 의 객원기자가 아니냐고 물었고, 나는 한때 그랬다고 대답했다. 은 안동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매체다. 지역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 업첸데 어느 날 거기서 내 블로그의 글을 게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물론 영세매체가 원고료 따위를 줄 일은 없다. 나는 순순히 그러자고 했다. 그게 내가 뜻하지 않게 의 객원기자가 된 경위다. 에 내 글이 모두 몇 편이나 실렸는지는 알지 못한다. 거기서 알아서 내.. 2020. 11. 25. 카메라, 카메라 (2) 펜탁스에서 펜탁스로, 카메라와 함께한 시간들 처음 사진기를 구경한 건 예닐곱 살 때쯤으로 기억된다. 열한 살 위의 누나를 따라다니면서 사진사를 만났다. 그 무렵 카메라는 워낙 귀한 물건이어서 그걸 가지고 다니는 이들은 ‘하이칼라’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사진사들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던 때인데 누나와 함께 있었던 사진사는 사진을 찍어주면서 마을을 도는 이른바 ‘영업활동’ 중이었던 것 같다. 사진과의 첫 만남 나는 완강하게 사진 찍기를 거부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무언가 두려웠던 것 같다. 마을 뒷동산에는 늙은 소나무가 많았다. 나무를 꽤 잘 탔던 나는 솜씨를 뽐내려고 구부정하게 굽은 소나무에 기어올랐다. 그 순간을 사진사는 놓치지 않았고 불의에 사진을 찍힌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사진을 .. 2020. 11. 24.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을 받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 15장짜리 사진 달력을 받다 그저께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이하 ‘달력’)이 왔다. 지난해와 달리 꽤 포장이 크다. 그렇다. 전체적으로 판형이 커졌다. 스프링으로 묶었던 지난해 달력과는 달리 올 달력은 낱장으로 떼어서 붙일 수 있도록 느슨하게 묶어놓았다. 달력 상단에 구멍이 뚫려 있어 묶인 상태로도, 낱장으로 걸 수도 있게 해 놓았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에서 전자우편으로 그런 사정을 알려왔는데, 오른쪽 사진처럼 간단한 끈으로 묶어 벽에 걸 수 있다고 했다. 달력은 올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에다 내년 열두 달이 묶여 장수로 열다섯 장이다. 크거나 작고, 흑백이거나 칼라로 찍은 사진 속의 피사체를 묶는 열쇳말은 ‘노동’이다. 씨 마늘을 심고 있.. 2020. 11. 23. 아, 대한민국…, ‘저들의 공화국?’ 영어 몰입 교육과 광우병 정국, 정부의 소통 불능 시국이 ‘하 수상(殊常)’하다. 여기서 ‘수상하다’라는 것은 ‘보통과는 달리 이상하여 의심스럽다’의 뜻이다. 유례없는 경제 한파는 물론이거니와 새 정부 출범 이래, 나라 안팎은 좀 뒤숭숭하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는 상태가 죽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 몰입에서 광우병까지 아마 첫 단추가 ‘영어 몰입교육’이었던 듯한데, 이는 ‘광우병 정국’에서 그 ‘소통 불능’의 상황을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꺼져가던 촛불 정국을 계기로 코너에 몰린 것처럼 보이던 정부는 이내 공세로 전환했다. 거기에 국가 권력기관이 총동원되어 수세에 몰린 권력과 정부를 버텨주는 좀 모양새 사나운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정권이 보수세력과 합창하는 ‘잃어버린 10년.. 2020. 11. 19. ‘겨울 공화국’을 다시 읽으며 양성우 시인의 저항시 ‘겨울 공화국’뜬금없이 양성우의 시 ‘겨울 공화국’을 떠올린 것은 며칠 전이다. ‘뜬금없이’라고 는 했지만 기실 이게 뜬금없는 일만은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안다. 2015년, 40년 전 유신 독재 시절의 비유 하나가 환기하는 기시감 때문이다. 양성우(1943~ ) 시인이 광주 YMCA에서 열린 구국기도회에 참석하여 이 시를 낭송한 것은 1975년 2월이었다. 그 3년 전에 박정희는 종신 집권을 위해 설계된 절대적 대통령제인 이른바 10월 유신을 단행했다. 비상계엄령 아래 위헌적 절차에 의한 국민투표로 제3공화국 헌법을 폐지하고 유신헌법을 확정 공포한 것은 두 달 후인 12월 27일이었다. 유신체제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 선거가 아닌, 관제 기구에 불과한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접선거로.. 2020. 11. 14. 무제, 어떤 ‘증서’ 한 장 민주화운동 관련자 증서 쑥스럽지만 한 번 더 청승을 떨어야겠다. 며칠 전, 택배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위의 봉투와 증서를 받았다. 겉봉을 뜯으니 위의 제법 두꺼운 봉투가 나오고 그 안에 검정 보드로 된 하드 커버 안에 ‘민주화운동 관련자 증서’가 들어 있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그게 여야 공동발의로 만든 우리 시대의 민주화 장정에 대한 ‘타협의 헌사’다. ‘유공자’라는 이름은 그들을 탄압하고 내쫓고 고문하고 감옥에 보냈던 과거 집권 세력에게는 ‘껄끄러운’ 찬사였을 터이니 말이다. 어쨌든 그 증서는 선명한 금색 정부 문장 아래 내 이름을 선명히 박아 놓고 있었다. “귀하는 대한민국의 민주 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켰으므로 의 규정에 의하.. 2020. 11. 13. 사이버 모욕죄, ‘파놉티콘(Panopticon)’을 꿈꾸는가 전문가들, ‘사이버 모욕죄’ 입법 반대, 법안 철회 촉구사이버 모욕죄, 표현과 민주주의 어제는 이른바 ‘빼빼로데이’였다. 말하자면, 어느 제과업체에서 만든 과자 이름이, 11월 11일이라는 날짜 표기와 겹치면서 무싯날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아이들과 ‘상업적’으로 만난 날이다. 이날, 법학·언론학 등 전문가 229명이 선언을 통해 정부의 ‘사이버 모욕죄’ 입법에 반대하고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고 한다. 말도 많던 그 ‘사이버 모욕죄’다. 한 배우의 자살을 계기로 그 배우의 이름을 붙이다가 유족의 항의를 받았던 그 법이다. 사이버 모욕죄가 ‘표현의 자유ㆍ민주주의 침해’일 뿐 아니라, ‘한국 지성의 말살 기도’라는 주장을 구태여 되뇔 필요는 없을 터이다. ‘OECD 국가들 대부분에서 이미 폐기되었거나 실질.. 2020. 11. 12. ‘빼빼로 데이’? ‘농업인’과 ‘지체장애인의 날’!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보다 ‘가래떡의 날’ 칼럼 ‘[유레카] 빼빼로 데이(정영무)’를 읽지 않았다면 아이들이 건네준 길쭉한 막대기 모양의 과자 한두 개를 씹으며 우리 시대의 씁쓸한 풍속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내일을 보낼 뻔했다. 천 년에 한 번 온다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라고 요란을 떨어대지만, 기실 내일은 열여섯 번째 맞는 ‘농업인의 날’이고 ‘지체장애인의 날’ 열한 돌이기 때문이다. 워낙 유행과 추세를 받아들이는 데는 정평이 난 사회이긴 하지만, 무슨 날에다 의미를 붙여서 이를 기념하는 날은 좀 유난스럽다. ‘밸런타인데이’가 그렇고 ‘화이트데이’가 그렇다. 정작 어른들은 그 의미도 제대로 새기지 못하는데 청소년들은 그걸 스스럼없이 자기 삶의 일부로, ‘관계’와 ‘우의’를 확인하는 장치로 받.. 2020. 11. 10. <의자 놀이> 사태 단상 공지영의 관련 사태를 생각한다 유명작가란 일반 대중들에겐 ‘외계인’과 다르지 않은 존재다. 그들의 삶이 자신들과 달라서라기보다 일상에서 그들을 만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삶은 대중들의 그것과 같지 않다. 그들은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그 범주 안에서 그들 유명인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간다. 사태 그래서다. 그들의 삶을 짐작하는 것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다루는 가십과 마찬가지 형식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른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힘입어 이들과 말을 섞을 수 있게 된 게 최근 일이다. 우리는 이들의 근황을 “어, 그렇다고? 그랬구나!”의 형식으로 받아들이고 이내 잊어버린다. 인기 작가 공지영이 쓴 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도 비슷하다. 나는 그 얘길 띄엄띄엄 주워들었다. 거칠게 .. 2020. 11. 6. 비둘기, ‘평화의 새’에서 ‘닭둘기’까지 잘못된 ‘통념’의 표본, ‘비둘기’, 이제 ‘닭둘기’가 되다 비둘기는 새 중에서 인간의 각별한 사랑을 받은 새다. 무엇보다 비둘기는 여전히 ‘평화의 상징’이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된 것은 기독교와 관계 깊다. 구약성서 창세기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비둘기는 두더러진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비둘기, ‘평화의 새’? 신은 타락한 인류를 벌하기 위해 대홍수를 일으키고, 믿음이 깊은 노아의 가족과 생물만 방주를 타도록 했다. 비가 멎자 노아는 물이 빠졌는지 보려고 방주에서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비둘기는 올리브 잎을 물고 돌아왔다. 이런 내력 때문에 비둘기와 올리브는 평화의 상징이 됐다. 한국군 중 베트남전에 최초로 파견된 부대의 이름이 비둘기였다. 비전투 부대인 건설지원단의 이름으로 ‘비둘기’.. 2020. 11. 5. “애비가 죽고 없어도 굳게 살아라” ‘고 권재혁 선생 40주기’ 추모제 기사를 읽고 오늘 아침 에서 ‘고 권재혁 40주기 추모제’란 기사를 읽었다. 기사의 제목은 “간첩 낙인 40년, 아버지 원망 이젠 내려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발표한 ‘간첩’과 ‘빨갱이’ 조작 사건이 한둘이 아니어서 좀 심상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워낙 생소한 이름이라 기사를 찾아 읽었는데, 마음이 여간 애잔해지지 않는다. 권재혁은 생소한 이름이다.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의 글(권재혁을 아십니까)에 따르면 그는 이른바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의 주범으로 사형을 당한 진보적 경제학자다. 지난 11월 4일이 그의 40주기였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권씨는 1955년 미국 오레곤대학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귀국해 건국대와 육.. 2020. 11. 4. 그 가게의 ‘공정 서비스’ 어느 도시락업체의 ‘공정 서비스’ 요즘 ‘스노우폭스(SNOW FOX)’란 도시락업체가 화제다. 이 업체의 한국 매장에 내건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란 글 덕분이다. 심심찮게 터지는 고객들의 이른바 ‘갑질’이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 안내문은 도입부터 자못 파격적이다. 도시락업체 ‘스노우폭스’의 ‘공정서비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고객은 왕’이라는 슬로건은 우리가 중학교에 다니던 때에도 있었으니 꽤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건 말 그대로 ‘구호’에 가까웠지 않나 싶다. 그때의 서비스 산업이란 오늘날과 비기기 어려운 아주 낮은 수준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서.. 2020. 11. 3.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