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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2

그래, 이제 무대에서 내려가라고? ‘475세대’의 퇴장,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9월 말께부터 여러 일간지에서 ‘베이비부머(Babyboomer)’를 다룬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라면 물론 한국 전쟁 후 급격한 출산 붐을 타고 태어나 세대를 이른다. 이들은 산업화와 민주화, 외환위기 등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 온 전후세대다. 베이비붐 세대는 6·25전쟁(1950~1953) 종전 2년 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되기 직전인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이들이다. 이들은 너무 어려서 4·19 혁명이나 5·16 쿠데타를 알지 못했지만, 이후 전개된 10대에는 박정희 군부, 20대에는 80년대 신군부의 독재를 경험한 세대다. 일간지에 따르면 이들은 대략 712만 명에 이르는 거대 인구집단이다. 이는 .. 2020. 10. 6.
“자식들에게 비정규직 물려주고 싶지 않아 열심히 싸웁니다” [현장] 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들의 한가위 한가위는 한 해의 수확을 기리고 나누는 전통 명일이다. 이날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덕담으로 기억되는 것은 이 겨레의 명절이 풍요의 제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살이가 팍팍하고 삶이 고단하여도 이 계절에 거두는 풍성한 수확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위안이 되는 것이다. 한가위에 해고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천막을 찾는 마음이 언짢아지는 것은 그래서다. 그들은 모두가 공평하게 누려야 할 명절을 빼앗겼고, 우리는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사람들이 명절날의 푸근한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이들은 천막 안에서 자신에게 이르지 못한 풍요를 확인하며 쓸쓸히 하루를 죽여야만 하는 것이다. 노동부, “아사히글라스는 해고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 2020. 10. 5.
처용(處容), 처용가, 처용 문화제 울산광역시의 ‘처용문화제’, ‘특정 종교활동 지원 행위’라고? 처용문화제가 ‘특정 종교활동 지원 행위’? 울산에서 40년이 넘게 베풀어져 온 지역 전통 문화제인 ‘처용문화제’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울산시에서 처용문화제에 예산 지원을 하고 있는데 지역 기독교계에서 이를 ‘특정 종교활동 지원 행위’라며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기독교계의 논리는 단순·명쾌(?)하다. 이들은 처용문화제를 ‘무속신앙의 한 유형’이라며 다른 신앙을 믿는 시민을 정서적으로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설화에 처용이 역신(疫神)을 물리치는 내용이 나오고 조선 시대 처용무도 귀신을 쫓기 위한 궁중 나례였음을 예로 들며 처용을 ‘무당’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처용(處容)은 권2 기이(紀異) 편의 ‘처용랑 망해사(望海寺).. 2020. 10. 2.
블로그 조회 수, ‘애착’과 ‘집착’ 사이 블로그 방문자 ‘조회 수’가 뭐라고! 블로그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티스토리로 옮긴 지 2년이 다 돼 간다. ‘오마이뉴스 블로그(오블)’에서 10년 넘게 쓴 글이 1700여 편이었는데 이걸 몽땅 한꺼번에 옮기는 방법이 마땅찮았다. 온전히 새로 시작하기도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틈나는 대로 옛글을 옮기면서 가끔 새 글을 쓰는 방식으로 블로그를 운영해 왔다. 티스토리로 옮기면서 이제 더는 오블에서처럼 부지런히 활동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시나브로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먹은 대로 일을 쳐내는 게 쉽지 않아서 글 한 편 쓰는 데도 갑절의 시간이 걸리고, 쓴 글도 맥없이 늘어지기만 했기 때문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새 블로그는 옛글을 갈무리하는 공간쯤으로 여기기로 한 것은 그래서였다. 일부러 마실도 가지 않았다. .. 2020. 9. 29.
이문열, 그도 그 ‘험한 꼴’의 일부가 아닌가? 이문열은 ‘보수우익’의 ‘백기사’? 가 작가 이문열의 인터뷰 기사(2010.9.5)를 실었다. 글쎄, 이 굳이 이문열을 만난 것은 인터뷰 서두에 나온 대로 ‘인사청문회-유명환 딸 특채 파동’ 등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이 ‘보수우익 작가’로부터 ‘쾌도난마’식 해법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문열은 요즘 같은 ‘보수가 몰리는’ 시기에 등장하는 우익의 ‘백기사’ 노릇을 계속해 왔으니 말이다. 그는 현시기에 대해서 “정말 험한 꼴을 못 봐서 그렇다”라고 개탄했다고 한다. 물론 이 비판이 겨냥하는 곳은 보수 진영이다. “좌파에 정권뿐만 아니라 국회 권력까지 다 넘겨줘 봐야 정신 차릴까? 한심하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정신 차릴 주체’를 따로 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국 보수는 너무 많은 짐을 실은 배와 .. 2020. 9. 18.
그들을 더는 ‘가정부’라 부르지 말라 가사 노동자, ‘가정부’ 아닌 ‘가정관리사’로 “가사노동자를 가정부라 부르지 말라” 인터넷에서 우연히 만난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에서 방영할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의 제목을 바꾸라고 요구한 주체는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노동자회·전국가정관리사협회 등의 여성단체다. ‘가정부’라는 이름이 가사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직업을 비하’한다는 이유에서다. 어쩐지 낯설어 뵈지 않는다 싶더니 이 ‘가사서비스 노동자’와 관련한 제목 논란은 2011년도에 (KBS)에서도 있었다. 당시 한국방송은 ‘식모들’이란 제목의 드라마를 방송하려다 여성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로맨스 타운’으로 제목을 바꿨었다. 가정-부(家政婦) 「명사」 일정한 보수를 받고 집안일을 해 주는 여자. · 가정부를 두다. · 그가.. 2020. 9. 8.
‘교원 단결권’ 되찾는 데 7년, 그건 너무 길었다 전교조 합법 지위 회복에 대한 퇴직 원년 조합원의 감회 오늘 새벽, 잠에서 깨어나면서 손을 뻗어 머리맡의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했다. 4시 15분. 새로 잠들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나는 내처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오라는 잠은 오지 않고 문득 며칠 전에 확인한 1989년 해직 동료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상식의 회복’ 앞에 모두 담담하다 대화방에선 뇌를 수술하고 정양 중인 내 띠동갑 일흔일곱 살 김 형님의 근황에 쾌유를 비는 후배들과 수도권으로 옮겨가 근무하다 최근 공모 교장으로 초빙된 동료 여교사에 대한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지난 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는 대법원판결 소식은 누군가의 ‘노조 승리!’.. 2020. 9. 8.
한국 부자와 서양 부자 한국 부자와 서양 부자는 어떻게 다른가 # 미국과 유럽 풍경 · 미국 거대 부자에 대한 과잉보호를 그만두라(Stop Coddling the Super-Rich) “백만 달러 이상을 버는 이들의 경우 –2009년의 경우 모두 236,883가구– 나는 백만 불을 초과하는 과세대상 소득 –이것은 물론 배당과 자본이득을 포함한다– 에 대한 세율을 즉시 인상할 것이다. 그리고 천만 달러 이상을 버는 이들에 대해서는 –2009년의 경우 모두 8,274가구– 추가적인 세율 인상을 제안할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은 억만장자에 우호적인 의회로부터 그동안 충분히 과잉보호를 받아왔다. 우리 정부가 고통 분담에 대해 진지해져야 할 때다.” -워렌 버핏(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유럽 “빈곤층에게 더 큰 타격을 주는 긴축 정책이 .. 2020. 9. 1.
삼천오백 원, 혹은 음료 한 병의 ‘선의’ 폭염 속, 한 경관이 노점상 할머니에게 보인 선의 초중등학교에서 학생들 대신에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 청소를 도맡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엔간히 일반화된 상황 같다. 덕분에 아이들은 청소를 면제받고 아주 잘 관리된 깨끗한 화장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더럽고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밖에 없었던 20년 전을 생각하면 가히 ‘장족’의 발전이라 할 만하다. 잘 청소된 화장실을 이용하고, 가끔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몇 해 전에 ‘청소노동자’ 문제를 환기하게 된 홍익대 파업 투쟁을 떠올리곤 한다. 그 투쟁은 학생과 시민들의 연대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는 승리를 선사했지만, 예의 투쟁에 크고 작은 힘을 보탠 사람들에겐 우리 사회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었던 것 같다. .. 2020. 8. 31.
‘녹천정’과 ‘통감관저’ 사이 통감관저터 표석 제막식 8월 29일은 꼭 1백 년 전에 나라를 빼앗긴 날이었다. ‘경술국치’라는, 저 20세기 초엽의 민족적 결기가 묻어나는 이름에 배어 있는 겨레의 분노와 한은 쉽게 잴 수 없다. 그러나 일백년 이쪽의 현재는 무심하고 심상하기만 하다. 한때는 청소년들이 ‘마이클 잭슨의 생일’로 기억한 이날은 일요일이었고 전국 각지에서 철늦은 여름비가 내렸다. 그 빗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모여 ‘식민주의 청산과 평화실현을 위한 한일 시민 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고 뉴스는 전한다. 뒤늦었지만 양국 시민들이 ‘강제병합’이 무효임을 밝히는 공동선언을 발표한 것은 뜻깊은 일이다. ‘통감관저 터’ 표식 제막 이날 공동선언에 앞서 양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한일 강제병합조약이 맺어진 서울 남산의 통감관저 터에.. 2020. 8. 30.
‘낡고 오래된’ 차 이야기 (1) 13일, 금요일의 행운 현재 내가 타고 있는 차는 세피아Ⅱ인데 1997년 12월식이다. 오는 12월이면 꽉 찬 10년이 된다. 대략 16만 5천여 킬로미터를 탔다. 10년이 다 됐지만 차는 여전히 무던한 편이고, 무엇보다 차를 바꿀 만한 여유가 없으니 당분간(이게 몇 년쯤이 될는지는 알 수 없다.) 더 곁에 두어야 하는 물건이다. 차도 사람처럼 늙는다. 해수 앓는 노인처럼 호흡이 고르지 않기도 하고 관절이나 뼈마디가 탈이 나 움직일 때마다 우둑우둑 소리를 내기도 한다. 사람과는 달리 얼마간의 돈을 들이면 관절이나 장기를 바꿔 낄 수도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젊어서 곱고, 씩씩하다가 늙으면 미워지고 기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람을 닮았다. 그러다 보니 갓 사서 반짝이는 차는 품 안의 각시처럼 애지중.. 2020. 8. 22.
사진 한 장 팔고, ‘저작권자’가 되다! 그 정자에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보인다 [안동 정자 기행 ①]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만휴정(晩休亭) 아이들에게 조선 시대 선비들의 시가(詩歌)를 가르치다 보면 그들은 어쩌면 스스로 엮고 세운 ‘띠집’ 안에 갇힌 사람이 아닌가 하는 qq9447.tistory.com 지난 6월 25일이다. 블로그 쪽지함으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도서출판 추수밭(청림출판의 인문·교양 도서 전문 브랜드라고 한다.)의 편집자로부터였다. 에 실린 기사를 보고서 하는 연락이라면서 그 출판사에서 내는 책의 본문에 내 기사에 실린 사진을 쓰고 싶다는 전갈이었다. 서신에서 그 편집자는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사진 원본을 구입하고 싶다고 정중하게 제의해 왔다. 나는 잠깐 혼란스러웠다. 웬 저작권? 그건 워낙 내 삶과 무관한 개념이어서였을.. 2020.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