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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은 ‘사진’이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by 낮달2018 2020.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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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1학기 생활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내 사진

▲ <오마이뉴스>에 싣고, 나중에 <안동넷>에 게재된 기사에 쓰인 사진의 원본.  2007년 6월, 영주 소백산 죽계구곡.
▲ 내 사진이 실렸다는 교과서

오늘 오후에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가 쓴 기사의 사진을 교과서에 실었는데 이를 확인해 달라는 전갈이었다. ‘저작권협회’와 ‘사진’, ‘교과서’ 따위의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는 게 쉽지 않았다.

 

협회의 담당자는 내게 <안동넷>의 객원기자가 아니냐고 물었고, 나는 한때 그랬다고 대답했다. <안동넷>은 안동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매체다. 지역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 업첸데 어느 날 거기서 내 블로그의 글을 게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물론 영세매체가 원고료 따위를 줄 일은 없다. 나는 순순히 그러자고 했다.

 

그게 내가 뜻하지 않게 <안동넷>의 객원기자가 된 경위다. <안동넷>에 내 글이 모두 몇 편이나 실렸는지는 알지 못한다. 거기서 알아서 내 블로그의 글을 옮겨갔기 때문이다. 글쎄, 한 이태쯤 갔던 거 같다. 나중에 내가 다른 이유로 게재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내 ‘객원기자’ 노릇은 끝났다.

 

“내 사진을 교과서에 싣는다고요?”

“아니요. 이미 실렸어요.”

“언제, 어디에요?”

“올해, 중학교 3학년 1학기 생활국어 교과서에요.”

“무슨 사진이지요?”

“들꽃 사진인데요. 확인해 주세요.”

 

내가 긴가민가하자 담당자는 기사의 유알엘(url)[바로 가기 ☞]과 스캔한 교과서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었다. 아래가 그것이다. 사진을 보고 나는 그게 ‘죽계구곡’을 다녀와 <오마이뉴스>에 보낸 기사“아홉 굽이에 흐른 게 어찌 시심(詩心)뿐이랴”라는 걸 알았다. 2007년 6월에 나간 기사니 거의 7년 전의 글이다.

 

교과서에 실린 사진은 소백산 초암사로 오르는 계곡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던 찔레꽃이다. 담당자가 보내준 스캔 이미지 속의 사진을 나는 잠깐 실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아내와 함께 오르던 그 계곡 길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내 사진은 ‘학습활동’에 실린 고은 선생의 시 ‘그 꽃’의 배경 사진이었다. 아, 선생의 시를 얼마 전 방송고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교과서에 나와서가 아니라 노벨상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문득 그 시를 소개한 것이다.

▲ 생활국어 교과서의, 내 사진이 실린 학습활동
▲ 생활국어 책끝에 실린 자료 출처

교과서 부록에 실린 ‘시각 자료 출처’에도 내 이름이 선명하다. ‘안동 뉴스, 2010년 2월 25일’로 기록되어 있으나 유알엘을 통해 확인해 보니 2008년 2월 25일에 <안동넷>에 다시 실렸다. 글쎄, 착오가 난 이유는 알 수 없다.

 

담당자는 ‘해당 이미지가 업무상 찍은 사진 저작물’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기사 작성을 위해 업무상으로 찍은 사진이라면 저작권이 매체에 있게 된다는 얘기였다. 물론 내 글과 사진은 매체와는 아무 관계가 없으니, 전적으로 그 권리는 내게 있다. 나는 그런 요지로 답신을 보냈다.

 

저작권을 인정받은 것은 2008년 8월, 안동 만휴정의 현판 사진[관련 글 : 사진 한 장 팔고, ‘저작권자’가 되다!] 이은 두 번째다. 글쎄, 무어 배경 사진으로 흐릿하게 사용된 데 불과하니 요란을 떨 일은 전혀 아니다. 귀가해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래도 그게 어디우? 교과서에 실렸으니 기념할 만하지 않우?”했다. 그렇다. 그렇게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2014. 11. 25. 낮달

 

*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이 교과서도 바뀌었을 것이다.

 

 

아홉 굽이에 흐른 게 어찌 시심(詩心)뿐이랴

소백산 죽계구곡(竹溪九曲)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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