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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2

세상의 모든 ‘자식들’, 모든 ‘어버이’ 찾아뵐 어버이 계시지 않은 어버이날에 낫는가 싶던 기침이 어제부터 다시 슬슬 잦아지기 시작했다. 간밤에 깰 때마다 소리 죽이고 기침하느라 힘이 들었다. 5시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다시 병원엘 가야 하나 어쩌나 하고 궁싯거려야 한다는 사실이 좀 짜증스럽다. 지난 어린이날은 방송고의 중간고사 시험날이었다. 더는 어린이가 없는 집에서는 ‘어린이날’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날일 뿐이다. 우리 집뿐 아니라, 주변에 어린이가 있는 친지도 거의 없다. 장성한 아이가 혼인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는 이상 당분간 어린이날을 챙길 일은 없을 터이다. 어버이날도 다르진 않다. 어제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랬다. 친가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처가에도 장모님 한 분만 살아계시니 ‘어버이날’을 챙기는 게 훨씬 ‘수월.. 2020. 5. 9.
‘짐 되기 싫다’ 목숨 끊는 부모의 길 자식에게 짐이 되길 거부하며 목숨을 거두는 어버이들 ‘자식’으로 태어나 ‘부모’가 되어 세상을 뜨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자식이나 부모는 인간의 삶에서 대부분 거치게 되는 사회적 지위니 그게 대수로울 일은 없다. 그러나 시절이 하 수상하니 그런 지위로 사는 일도 예사롭지 않아졌다. “자식들 짐 되기 싫다”고 하며 말기 암을 앓고 있는 부부가 음독했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 암에 걸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60을 갓 넘긴 아버지와 50대 중반의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기가 앓고 있는 병도 자식에게 짐이 된다고 여기는 이 오래된 부모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어쩐지 스산해지는 기분을 가눌 수 없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헌신해 온 어버이들이 졸지에 자식들로부터 ‘버림을 받는’ 경우는.. 2020. 5. 7.
메르켈과 아베, 혹은 ‘기억의 간극’ 아베의 과거사 인식과 메르켈의 역사 인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이 다시 논란이다. 그의 연설은 제국주의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과 주변국의 식민지배 등에 대한 그의 과거사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무대였는데도 그는 어정쩡하게 이를 피해갔다는 것이다. 아베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한 과거 도발적 발언은 자제하고 ‘침략전쟁의 사죄와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내각의 인식’은 ‘계승한다’라고 했지만, 맥락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또 ‘식민지배와 침략’이나 ‘사죄’ 등 명확한 용어도 피해 한계를 드러냈다. [이상 연합뉴스 참조] 이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데 그중 눈길이 가는 것은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 2020. 5. 4.
청소노동자, ‘투명인간’에서 ‘여성’으로 청소노동자의 ‘인간 선언’에 부쳐 “노동운동을 시작하고 제일 먼저 스스로 깜짝 놀랐던 것이 화장실에서였다. 사업장 화장실에서 서서 볼일을 볼 때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가 들어와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태연하게 볼일을 마치고 나갔었다. 노동운동을 하고 노동자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나서야 그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남자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 흠칫하게 되더라. 그전에는 청소노동자를 사람으로 인식하지도 못했던 거다. 소변기, 대걸레, 비품 상자 같은 사물이나 다름없었다.” - 장귀연 ‘더 이상 투명인간이 아니다’(2011.8.30, ‘세상 읽기’) 중에서 한 남성 노동자의 고백이다. 장귀연은 ‘존재해도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같은 노동자’로 청소노동자를 이야기한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은 청소를 위해 구부정하.. 2020. 5. 3.
‘무거움’에서 ‘가벼움’으로 - 오늘의 ‘대학생’을 생각한다 바뀐 시대, 바뀐 문화, 혹은 대학생의 역할 # 1. 광주캠퍼스는 74개 학과 중 57개 학과에서, 여수캠퍼스는 30개 학과 중 20개 학과에서 각각 선배들이 신입생과 후배들에게 기합을 줬다. 일부 학과는 선배들이 군대 유격장의 조교처럼 군복에 빨간 모자를 착용했다. 기합은 선착순 달리기와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나기, 오리걸음으로 운동장 돌기, 심지어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은 30분~2시간 동안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대] # 1-1. 최근 이 학교에선 사관학교 생도 못지않은 지나친 신입생 예절 교육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한 신입생은 “복도에서 선배를 그냥 지나쳐 먼저 갈 수 없다”며 “늘 ‘먼저 지나가겠습니다, 선배님’ 하고 물은 뒤 대.. 2020. 5. 2.
‘죽음의 굿판’에 질식당한 죽음…그래도 행복했다 [추모] 1991년 분신으로 항거한 안동대 김영균 열사 20주기 5월이 오고 있다. 흔히들 ‘계절의 여왕’으로 기려지곤 하는 5월, 그러나 이 땅에서 5월의 의미는 아프고 무겁기만 하다. 사람들은 1980년 5월, 광주항쟁과 그 피의 기억들로 5월을 떠올린다. 세월이 흘러도 1980년 광주의 슬픔은 거기서 스러져간 희생의 크기와 무관하게 무겁고도 무거운 까닭이다. 사람들은 광주의 5월만 기억하지만, 5월은 해마다 돌아온다. 광주의 피비린내가 상기도 가시지 않은 1991년의 5월도 마찬가지다. 그해 4월 26일 강경대가 전투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이래 5월 25일 김귀정이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압사하기까지 무려 열세 명의 학생과 노동자 등이 분신과 투신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1970년 청년 노동.. 2020. 5. 1.
‘판문점선언’과 구미의 이발소 풍경 ‘판문점선언’과 티케이 지역의 슬픈 ‘확증 편향’ 남북정상회담 뒤, 구미의 이발소 풍경 대체로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나 단체와 교유하다 보니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날것 그대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드물 수밖에 없다. 주변에도 보수적인 사람들이야 적지 않지만, 이들은 굳이 견해가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 의견을 드러내는 걸 꺼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감 없이 지역 주민들의 정치적 견해를 들으려면 상대가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야 한다. 사람들이 여론을 듣기 위해 시장을 찾거나 택시를 타고 기사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 까닭이 달리 있겠는가 말이다.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판문점선언이 발표될 무렵에 나는 시내의 한 시민단체 사무실에 있었다. 버스를 타고 오느라 듣지 못했던 선언.. 2020. 4. 29.
[경축] 노동절(메이데이) 126돌 2016년 126돌 노동절, 일백스물여섯 돌 노동절을 맞는다. 노동자들의 희생과 결의로 이룬 날에 장미 한 송이 바친다. 김남주 시인의 시 ‘물 따라 나도 가면서’를 따라 읽으며. * 메이데이 관련 글 118돌, 노동절(메이데이)을 맞으며 ‘메이데이’ 120돌, 그리고 2010 한국 [오늘] 첫 메이데이(May Day),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2016. 4. 30. 낮달 2020. 4. 28.
재보궐선거와 아내의 ‘비관주의’ 2020년 4.29 재보궐 선거 “그거 보우. 내가 뭐랬수? 맨날 그 모양이라니까.” 어제 서울과 경기, 인천, 광주에서 실시된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아내의 촌평이다. 선거를 앞두고 파문이 일었던 이런저런 정치적 스캔들 등 집권당의 추문과 무능을 표심과 연결해 보는 선거 보도나 희망 섞인 관측에 대해서 아내는 진작 무 자르듯 그렇게 잘랐었다. “아나~. 김칫국은 그만! 두고 보우. 이번에도 또 1번이 다 될 거니까.” 최근 현안에 대한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이 꼬이고 막힌 정국을 풀어내는 단초가 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 게 기대라면 기대다. 세월호 정국을 늪으로 밀어 넣은 지난해 보선 결과에 대한 학습효과인 셈이었다. 참사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배배 꼬인 상황은 그래도 지지받을 수 있다는 집권당과 .. 2020. 4. 28.
‘아기공룡 둘리’, 서른 살이 되었다 ‘아기 공룡 둘리’ 30주년 오늘 아침 컴퓨터를 켜고 구글(www.google.co.kr)에 접속했더니 대문 로고에 낯익은 얼굴들이 떠 있다. 확인해 보니 ‘아기공룡 둘리 탄생 30주년’이다. 아, 이럴 땐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윤동주와 박완서의 탄생을 기렸던 구글이다. [관련 기사 보기 : 윤동주에서 박완서까지 - 구글 로고의 진화] 구글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문 로고를 통해서 그 나라의 중요한 기념일이나 인물을 꼼꼼히 챙기는, 이른바 열린 ‘마인드’를 보여 왔다. 구글은 설날과 한가위 같은 명절은 물론이고 한글날도 빼놓지 않고 기린다. 비록 그날의 로고를 바꾸는 일시적 형식에 불과하지만, 국가별 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구글이 지향하는 개방성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에 따르면 ‘아기.. 2020. 4. 23.
TK(대구경북)는 언제쯤 ‘김부겸’들을 받아들일까 21대 총선 ‘폭정’과 ‘생지옥’ 내건 통합당 계열 싹쓸이...‘정치적 고립’ 냉정히 성찰해야 미래통합당 소속의 정치인들이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나 ‘폭주’, ‘폭정’ 같은 원색적 표현으로 비난하기 시작한 것은 자유한국당 시절부터였으니 그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표현의 정합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정치인의 언어와 표현이란 그 정치적 편향성만큼이나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곤 했다. ‘폭정’과 ‘생지옥’, 주권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예의 표현은 그들의 주관적 정서이면서 동시에 자당 지지자들에게 상대 정당과 그 정치 행위를 부정적으로 프레임 짓는 의미로서 꽤 기능적일 수 있다. 적어도 같은 언어와 표현을 공유하는 이들의 정치적 세계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 틀도 동질적일 .. 2020. 4. 21.
‘고대 마을 시지(時至)’, 수천 년 잠에서 깨어나다 [달구벌 나들이] ④ 대구박물관(2) ‘마침내 찾은 유적 고대마을 시지(時至)’ 전시회 개관한 지 20년이 훨씬 지난 대구박물관을 처음 찾으면서 나는 조금 설레고 있었다. 내가 그린 ‘퇴임 후의 그림’에 없었던 박물관에 가는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작 박물관에 가면서 유난을 떤다고 나무라지 마시라. 박물관이 일상이 되는 문화적 경험이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올해 나는 매월 두 차례씩 실시되는 동네 도서관 주관의 ‘인문학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25인승 버스를 타고 두세 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는 주변 지역의 절집, 문학관, 박물관, 도요(陶窯) 따위를 다녀오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빠듯한 시간에 숙제하듯 치르는 행사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오가는 데 시간 대부분을 쓰고 불과 .. 2020.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