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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선진화’ 원년, 퇴행 3제

by 낮달2018 2021.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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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역사의 퇴행

▲ 기존 교과서와 대안 교과서 비교. ⓒ 동아일보
▲ 대안 교과서 ⓒ 오마이뉴스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주축이 된 ‘교과서 포럼’이 한국 근현대사의 지배 기득권 세력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기파랑)를 펴냈다. 진보 학계는 이 책에 대해 이승만·박정희 반공 독재체제를 추수하는 ‘과거 찬양서’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주진오(상명대), 안병욱(가톨릭대) 교수의 평가는 단호하다. 이들은 각각 이 책을 한 마디로 일본 우익단체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낸 후소사 판 역사 교과서, “후소사 교과서의 한국판”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안병욱 교수는 포럼의 시각이 결과적으로 일본이 식민지배를 했기에 한국이 근대화될 수 있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연결돼 있다면서, 그것은 “일제가 조선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조선 반도 역사의 정체론, 타율성론을 교묘하게 정당화하는 논리”라고 분석했다. 주진오 교수도 포럼의 민족주의 비판에 대해 ‘광복 뒤 민족을 부정했던 세력의 자기 정당화요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안교과서에서는 4·3 사건을 “남로당이 일으킨 무장 반란, 북한 김일성의 국토 완정(완전 정복)론 노선에 따라 일어난 것”으로 기술하는 등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지난 1월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총리실 산하 제주 4·3 위원회의 폐지를 거론하기도 했다니 이들의 마음은 이심전심이었던가……. 어제 열린 4·3 60주년 기념식에 이명박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2. 일제고사, 교육 망령의 부활

▲ 교육희망 그림판. ⓒ 배영미(교육희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학력평가 시험. 이른바 ‘일제고사’가 전국 단위로 부활했다. 이와 관련하여 주간 <교육희망>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예산과 교육부 예산을 종합분석해본 결과, 학력평가 예산으로 총 288억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271억은 전국 542개 학교에 도서관을 고칠(리모델링) 수 있는 액수(1개교당 5천만 원)이고, 전국 초등학생 75만 3천 명 정도가 1년간 친환경 급식을 할 수 있는 액수(1인당 3만6천 원)다. 중학교 전국 연합 학력평가는 2회에서 4회로 늘어났다.

 

발맞추어 중학교마다 교과 방과후 학습(보충수업) 시행과 준비로 시끌벅적하다. 80년대 후반 당사자들의 양심선언으로 사라졌던, 사립학교 기부금 취업도 알게 모르게 다시 살아난 듯하다. 때로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도 하는가.

▲ 일제고사 덕분에 사교육업체가 특수를 누린다. ⓒ 윤근혁

3. 신공안 시대의 도래(?)

▲ 김용민의 그림마당(4월 4일) ⓒ 경향닷컴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신공안 회귀’ 의혹 커진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보안·정보 분야 경찰들의 활동 반경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 대학가 서점에서 사회과학서적에 대한 경찰의 검열과 인권·시국 집회를 지켜보는 경찰의 발길이 재개되고 있으며 대운하 반대 모임 교수 사찰에 이어 5·6공식 공안 경찰로의 회귀 조짐이 뚜렷하다고 한다.

 

성균관대와 서울대 앞의 인문 사회과학 전문서점에 경찰의 출입이 잦아지고 이들이 이념 서적을 여러 권 사가는 때아닌 호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 지난달 700회를 맞이했던 민가협 목요집회 현장에도 동향을 관찰하는 정보 경찰의 숫자가 늘어났다고. 덕분에 소홀해지는 민생치안 문제는 순발력 뛰어난 최고 권력자의 직접 지시로 때우면 금상첨화!

 

답답할 때는 개그가 약…….

 

ⓒ 카페 쥐박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반도 대운하를 풍자한 티셔츠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나는 찍지 않았‘읍’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 티셔츠는 쥐 발자국이 곳곳에 찍혀있는 한반도 지도를 배경으로 커다란 쥐 한 마리가 삽을 들고 있다. 물론 삽이 ‘파디빌(파 뒤집을)’ 곳은 ‘생땅’이다.

 

꼬리에 꽂혀있는 오렌지도 눈길을 끈다. 그게 ‘어륀지’임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맞춤법 ‘지체’로 보이는 서술어는 물론 이 대통령의 것이다.

 

인터넷에서 이 카페를 운영하는 이는 “한국의 썩은 정치인을 몰아내고 수익금을 전부 한국 정치발전에 쓰기 위한 게…아니다. 답답할 땐 개그가 최고의 약”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글쎄, 그렇게 웃으면서라도 이 어이없는 퇴행의 계절을 넘겨야 하는데…….

 

그래도 개그 같은 현실을 너털웃음으로 눙치면서 하루를 여는 사람들의 낙천성은 건강하다. 그걸 확인하는 것은 그나마 이 퇴행의 시절, 작은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2008. 4. 4.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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