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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4

[사진] 소성리 8차 범국민 평화 행동 -“평화 온다 사드 가라” 소성리 8차 범국면평화행동 스케치 어제(7.7.)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진밭교 앞에서 베풀어진 ‘제8차 소성리 불법 사드 철거 범국민 평화 행동’에 참여했다. 집회는 지난 4월 21일 제7차 범국민행동 이후 두 달 만이고, 개인적으로는 6차 행동(2017. 12. 2.)에 참여한 뒤 7개월여 만이다. [관련 글 : 소성리, 2017년 겨울-“사드 뽑고 평화 심자”] 남북·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평화의 시대, 사드 뽑아 완성하자” 그간, 나라 안팎으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4월 7차 행동 전후로 소성리에서 국방부가 사드 기지에 공사 장비와 자재를 들이려다가 주민·시민단체와 경찰 간에 두어 차례 충돌이 있었다. 4월 27일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다. 회담.. 2021. 7. 8.
대한변협의 커밍아웃(?) 촛불집회가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변협의 성명 흔히들 율사라고도 부르는 변호사는 우리 사회의 최상층 엘리트 집단이다.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사법연수원을 거쳐 판검사로 임용되거나 변호사로 진출하는 이른바 ‘법조(法曹)’의 길은 좁고 가파르다. 비슷한 엘리트 집단으로 의사를 꼽기도 하지만, 그것과의 차별성은 적지 않다. 의대를 졸업하면 누구나 의사가 될 수 있지만, 법대를 나온다고 해서 누구나 법조인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법은 한 국가나 사회를 규율하는 가장 기본적인 강제 규범이니 좋든 싫든 사람들은 이 법의 규제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판검사가 그 법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사람이라면 변호사는 합법적으로 그 법의 규제와 영향을 무력화하거나 최소화하는 활동을 통해 사람들의 인권.. 2021. 7. 7.
역사의 퇴행, 혹은 어떤 예후(豫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에 대한 보수의 반격 ‘능숙한 집행자’로서 솜씨를 보임으로써 국민을 감동하게 하고자 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첫 외교 업무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몸소 카트카를 운전하면서 부시와 진한 우정을 과시한 것까진 좋았고 쇠고기 수입이라는 선물로 한미 FTA를 매듭짓고 싶었던 그의 ‘쾌도난마’식의 행보가 ‘한미동맹 복원’이라는 목표를 가볍게 넘을 듯했다. 그러나 정작 그것은 국민의 먹을거리에 대한 ‘소박한 우려’를 넘지 못하고 그예 좌초당하고 말았다. 국민의 우려 앞에 굳이 ‘소박한’이라는 수식어를 쓰는 까닭은 자명하다. 국민의 저항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그것을 ‘삶과 생활’의 문제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촛불집회가 초기는 물론, 지금까지 여학생과 주부 등 여.. 2021. 7. 2.
짧게……, 쓰기 가능하면 짧게 써야 하는데 … 블로그를 연 지 반년이 가까워져 온다. ‘묵은 글 곳간’이라며 오래된 글까지 재탕해 가며 간신히 지붕을 얹고, 창문을 여미고, 서투르게 지게문을 달았다. 오늘까지 올린 글은 모두 아흔일곱 편, 나누어 보니 매월 열여섯 편, 이틀에 한 편쯤 글을 올린 셈인데, 언제 그리 바지런을 떨었는가 싶다. 글은 가능하면 짧게 쓰자, 하고 늘 자신에게 이르지만, 글은 마치 고삐 잃은 말처럼 손아귀를 벗어난다. 이 진부한 일상과 삶에 대한, 성글고 거친 소묘가 내 글일진대, 무엇이 그렇게 하 많은 곡절을 감추고 있는지 늘 중언부언을 거듭하고 마는 것이다. 때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물에 대한 ‘단순화’이다. 단순하고 명료한 사실을 복잡하고 모호하게 포장하고 변용하는 것은 ‘먹물’들의 오래.. 2021. 6. 29.
국민의 지갑 안 ‘1000원’이 우스운가 KBS 수신료 1000원 인상안 기습 처리 등의 해프닝에 부쳐 · 소주 1병 · 껌 한 통 · 200ml 우유 한 통 · 할인 중인 빵 한 봉지 · 중국산 문구류……. 대형 할인점에서 1,000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목록이다. 10원짜리가 더 이상 일상생활에서 의미 있게 쓰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100원짜리도 거스름돈으로나 쓰이니 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그 10원의 10배, 100원의 10배인 1,000원의 가치도 예전 같지 않다. 오죽하면 ‘개도 물어가지 않는다’라는 표현으로 그 가치가 폄하되기도 하겠는가. 그러나 남의 돈 1,000원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1,000원의 가치는 절대 작지 않다. 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라면 두 개를 너끈히 살 수 있다면 그 액면가의 위.. 2021. 6. 24.
‘마늘 돈가스’ 하나로 고향 사람들을 홀린 두 청년 [경북 의성 청년 창업 이야기 ⑤] 안계면 경양식집 ‘달빛레스토랑’ 사장 소준호·김동찬씨 안계의 ‘달빛레스토랑’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상상한 것은 1980년대 초임 시절의 소읍에 있었던 경양식집이었다. 도시 못잖은 실내장식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던, 다소 어두운 조명의 그 레스토랑은 젊은이들로 붐볐다. 나도 몇 차례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돈가스를 사 먹이곤 했었다. 돌아온 청년들, 고향에 레스토랑을 열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달빛레스토랑은 수제 맥주 공방 호피 홀리데이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있었다. 출입문 옆에 ‘의성형 도시 청년 시골 파견제 1호점’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눈에 실내가 고스란히 들어왔다. 맞은편은 주방이었고, 두 줄로 놓은 테이블은 모두 다섯 개에 불과.. 2021. 6. 22.
선거 뒷담화, 혹은 우리들의 보통선거 2018년 지방선거 이야기 우리들의 보통선거 보통선거(Universal suffrage)란 연령 이외의 자격 조건을 두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선거권이 주어지는 선거를 말한다. 여성의 참정권이 일반화된 현재에는 연령(보통 18세에서 20세 이상)만을 자격 조건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 선거를 마치고 친구들 몇이 모여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대체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우리 지역의 변화와 변화하지 않은 것들을 곱씹는 것들이었다. 대구와 경북은 이번 선거에서 익숙한 보수 도지사와 교육감을 뽑았다. 그런 한편으로 뜻밖의 반전, 단연 민주당 시장을 뽑은 구미가 화제에 올랐다. 그 반전의 요인으로 구미시민의 평균연령과 30대 이하 비중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친구 장은 씁쓸하다고 고백했다... 2021. 6. 22.
‘낮과 밤’이 다른 수제 맥주 공방, 술만 만들지 않아요 [경북 의성 청년 창업 이야기 ④] 가치와 경험을 나누고픈 ‘호피 홀리데이’ 대표 김예지 씨 경북 의성군 안계면 소보안계로에 있는 조그만 수제 맥주 공방 ‘호피 홀리데이(Hoppy Holiday)’는 의성 청년 창업의 맏이 격이 되는 가게다. 가게 명판에는 청년 점포 4호점이라 되어 있지만, 이는 등록된 순서일 뿐, 안계에 들어선 가게 가운데선 맨 먼저 문을 연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에 문을 연 이 가게는 도로변에서 10m쯤 들어간 골목에 오른쪽으로 돌아앉아 있다. 하얀 페인트칠을 한 단층 슬래브집은 현관문 양쪽에 붙인 명판과 마당에 높이 매달아 놓은 전등들만 아니면 여염집처럼 보인다. 호피 홀리데이(아래 ‘호피’)는 “홈브루잉(homebrewing 가정 양조)을 즐겨하는 양조인들과 취미로써 맥주.. 2021. 6. 20.
우토로를 위한 ‘가랑비’가 필요하다 우토로 마을 살리기운동 아름다운재단에서 엽서가 왔다. 재단과 소중한 인연이 되어주었다며 6월의 ‘처음 자리 마음 자리’에 초대하는 편지다. 실한 나무 모습의 주황색 재단 엠블럼도, 단아한 글꼴의 아름다운재단 이름도, 재생지 느낌의 누런 엽서 봉투도 아름답고 정갈하다.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엽서를 열어보고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렇다. 뒤늦게 (https://www.beautifulfund.org/ssl.html 의 캠페인 메뉴)에 참여한 게 지난 5월 12일이다. 잠깐 머릿속에 어둔한 어림셈이 벌어진다. 그 정도 소액에 이런 봉투에, 편지에 남는 거나 있을까……. 처음에 10만 원을 생각하다가 그게 뚝 분질러져 5만 원이 되었고, 그것도 손이 곱아 고작 3만 원으로 체면치레를 했기 때문이다. 희망 모금을 시.. 2021. 6. 19.
잠깐 '힐링'하러 의성에 왔다 눌러앉은 취준생들 [경북 의성 청년 창업 이야기 ②] 프로젝트 ‘담다’의 최성신·김민재씨 프로젝트 ‘담다’의 사무실 겸 공방은 안계파출소에서 의성 이웃사촌 지원센터로 가는 길 왼쪽에 있었다. 점심시간에 갔다가 허탕을 치고 3시쯤에야 사무실을 지키는 스물일곱 동갑내기 최성신, 김민재씨를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의성군에서 연 귀촌 프로그램 ‘도시 청년 의성 살아보기’ 제1기 동기생이다. 대구 출신 동갑내기 ‘의성 살아보기’에서 만나 창업 같은 대구 출신이지만 두 사람을 공동 창업자로 이어준 것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였다. 경영학과를 나와 취업을 준비하던 민재씨나 코이카 국제봉사단으로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로 출국 예정이었던 성신씨를 의성으로 당긴 것은 SNS에 뜬 ‘청춘구 행복동’ 모집 공고였기 때문이다. 민재씨는.. 2021. 6. 17.
‘조용한 여자’에서 ‘나섬녀’로 82쿡닷컴에서 숙제하는 여성들 요리·생활 사이트인 ‘82쿡닷컴(http://www.82cook.com/)’이 떴다. 이 사이트 회원들의 광고주들을 상대로 한 ‘불매 운동’에 관해 가 82쿡닷컴에 ‘경고장’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아니다. 뜬 곳은 더 있다. ‘선영’ 씨로 유명한 마이클럽(http://www.miclub.com/)이 그렇고, 패션사이트인 ‘소울드레서’도 그렇다. 82cook.com은 “‘가족 사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요리와 알뜰 살림을 위한 정보나 지혜를 나누는 사이버 공간”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이트가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은 역시 마이클럽이나 소울드레서 등과 마찬가지로 회원들이 쇠고기 정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오늘 나는 난생처음으로 82쿡닷컴.. 2021. 6. 17.
김천시민들, 삼백 번째 ‘촛불’을 밝혔다 김천시민의 사드배치반대 촛불 300회 6월 16일 저녁 8시부터 김천역 광장에서 300회째 ‘사드 배치 결사반대 김천 촛불집회’가 열렸다. 김천역에 내렸을 때는 아직 8시 전, 집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나는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역 광장 한쪽에 앉아서 광장의 시민들을 오래 지켜보았다. 300번째 촛불을 밝힌 씩씩한 시민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는 김천의 촛불을 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때 낙관적으로 전망되었던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선을 앞두고 전임 정부에서 알박기 형식으로 사드를 기습적으로 배치한 뒤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나쁜 쪽으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려 열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집회, 지칠 만도 하건만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여유가 넘쳤다. 사람들은 익숙.. 2021.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