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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교단(1984~2016)에서

‘죽는소리’ 마라, 그건 당신의 선택이었다

by 낮달2018 202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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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 명단 ‘불법 공개’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들

▲ 전교조 교사 명단공개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법원의 공개금지 결정에도 조전혁 의원 등은 전교조에 소속된 교원의 명단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였다. 이에 전교조는 법원에 재차 명단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또한 조전혁 의원이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계속하여 명단을 공개할 경우 하루에 3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전교조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조전혁 의원은 전교조 명단을 내리겠다면서도 구질구질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 글은 조전혁 의원과 나머지 명단공개에 불법적으로 참여해 놓고도 이런저런 핑계로 전교조를 음해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비판이다.

 

아이들 말로 하면 좀 ‘치사찬란하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명단공개 강행에 따른 법원의 ‘1일 벌금 3천만 원’ 강제 절차가 시작되려 하자 전교조 명단을 내리겠다면서 한 변명 말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4일 자정을 기해 명단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사족 같은 말씀을 덧붙였다고 한다.

 

“국가에 납부하는 벌금도 아니고 한해 백억 원이 넘는 조합비를 쓰고 있는 귀족노조에 바칠 이유는 없고, IMF 때 빚보증 문제로 대학에서의 봉급을 차압 당해 고생한 아내를 더 이상 공포감으로 시달리게 하는 것은 국회의원을 떠나 지아비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기사 보기]

 

‘공공의 이익’과 ‘아내 걱정’ 사이

 

글쎄, 조 의원이 보여준 ‘아내 사랑’은 눈물겹긴 하지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가 사자후로 부르짖은 ‘공공의 이익’과 ‘아내의 걱정’ 사이의 간극이다. 그는 ‘학부모의 알 권리’를 명분으로 법률과 법원의 처분을 무시하고 ‘불법’을 저지르면서 스스로 ‘순교자연’했다. 그러나 그는 ‘순교자가 아니라 인권파괴범’(민주노동당 논평)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그는 자신이 내세웠던 ‘공공의 이익’보다 ‘아내의 걱정’과 ‘지아비의 도리’가 훨씬 많이 밟혔나 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우리는 그를 이해해 줄 수 있다.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라는 건 우리네 삶의 진실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역시 걸리는 건 그가 스스로 고백했듯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선량’이라는 점이다.

 

그의 아내는 단 한 사람이지만, 그가 불법적 명단공개를 통해 인권을 침해한 사람의 수는 무려 6만 명이 넘는다. 그가 한 말을 뒤집어서 말하면 이는 결코 ‘지아비를 떠나 국회의원의 도리가 아닌’ 것이다. 물론 그는 확인되지 않은 ‘1천만 학부모’의 뒤에 숨을 테지만 말이다.

 

그는 백기를 드는 순간까지도 정직하지도 ‘쿨하’지도 못했다. 그는 “‘돈 전투’에서는 일단 졌다고 고백한다.”라고 했고, “억이 넘는 돈이니까 한 번에 드릴 능력은 안 된다. 구해지는 대로 매주 1천~2천만 원씩 (전교조에) 갖다주겠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위법한 행위에 대한 전교조의 항의와 법률적 대응을 ‘돈 전투’라고 규정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스스로 부른 ‘딜레마’를 ‘가난한 국회의원 조전혁과 부자 노조’라는 틀로 바꾸어 냈다며 쾌재를 불렀을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요즘 시민들은 그리 어수룩하지 않다.

 

그는 법원이 결정한 간접강제금에 대해서 “3천만 원의 ‘벌금’이 어떻게 계산됐는지 모르겠다.”, “테러 수준의 공포를 느낀다.”, “돈으로 압박하는 것은 전교조가 상투적으로 쓰는 수법이다.”라며 불평했다. 같은 당의 정두언 의원은 “어설픈 수구 좌파 판사의 무모한 도발”이라고까지 매도했다.

 

그러나 이 부분의 진실은 다음과 같다. <한겨레>에 실은 글에서 금태섭 변호사는 아주 명쾌하게 이 사실을 정리해 주었다. 금 변호사는 ‘이행강제금’이 가처분 결정을 위반한 데 대한 ‘벌금’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위반하면 내야 하는’ 돈이라고 말한다.

 

법원의 간접강제금은 ‘벌금’이 아닙니다. 가처분 결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벌금’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위반하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명단을 공개해서 애초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법원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린다고 해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가처분 결정까지 받았음에도 명단이 공개되어 버린 교원노조가 회복하기 힘든 손해를 본 것이지요.

 

     - 금태섭(변호사) / <한겨레> 칼럼(2010. 5. 3) 중에서 (☞ 기사 보기)

 

조전혁 의원이 중얼댄 이야기를 일일이 반박할 일은 없다. 그러지 않더라도 그것은 어수룩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훨씬 현명한 국민 대중의 여론 시장에서 정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하도 ‘치사찬란’하게 들이대는 듯해 그가 제기한 결정적인 왜곡과 폄훼에 대해서는 쥐어박지 않을 수 없다.

 

‘조합비 1백억’과 ‘귀족노조’

 

그는 ‘벌금’도 아닌 돈을 ‘한해 백억 원이 넘는 조합비를 쓰고 있는 귀족노조에 바칠 이유’가 없다고 일갈했다. 부득이 칼을 거둘 수밖에 없지만, 적에게 어떤 이익도 넘기지 않겠다는, 자못 ‘승부사’다운(!) 일격이다. 그러나 그의 일격은 잘못된 이해와 왜곡된 인식 위에 위태하게 서 있다.

 

그는 ‘이행강제금’이 벌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물쩍하게 그 돈이 사람들에게 ‘벌금’으로 비치는 걸 고까워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는 이행강제금의 규모가 사람들에게 ‘과하다’는 심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를 원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액수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명단을 공개해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므로 사법부의 결정을 지키기만 하면 그는 한 푼도 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 전교조 기관지 <교육희망>에 실린&nbsp; 2009년 결산보고 가운데 대차대조표 ⓒ 교육희망

그는 전교조가 한 해 백억 원이 넘는 조합비를 쓴다는 사실에도 시비를 걸었고, ‘귀족노조’라 부름으로써 서민 대중들의 정서를 자극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천만의 말씀’이다. 6만 명이 넘는 조합원을 둔 거대 단일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연간 조합비가 100억이 넘는다는 게 새삼스러울 일은 없다.

 

나는 33호봉으로 매달 18,980원의 조합비를 낸다. 이는 조합비 상한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즉 나보다 호봉이 높은 이도 나와 같은 액수의 조합비를 낸다는 뜻이다. 이는 내 본봉의 0.7%가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전교조의 조합비 수준은 다른 업종의 노조와 비교할 때 중간 수준이라고 한다. 1인당 평균 조합비를 1만5천 원으로 잡아도 연간 조합비 규모는 100억을 간단히 넘는다.

 

따라서 ‘100억’이란 액수는 조합원 수의 규모에 따른 크기일 뿐, 그게 ‘귀족노조’라고 매도할 이유는 전혀 없다. 6만이 넘는 교사가 조합원이라는 사실은 한편으로 전교조의 정체성에 동의하는 교사들의 지지가 그만큼 높다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 그는 이른바 ‘어용노조’라 불리었던 ‘노총’, 정치적 야합으로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했던 지난 시대의 노조꾼들을 떠올렸을지 모르지만, 전교조는 이와는 전혀 다른 ‘민주노조’이다.

 

전교조의 모든 예결산은 투명하게 공개되며 최고의결기구인 전국대의원대회를 거쳐 집행 운영된다. 사람들은 100억이 넘는 조합비 중 무려 37%가 전임자의 임금으로 지급된다는 사실도 잘 모를 터이다. 현직에 있는 전교조 간부가 노동조합 전임자로 근무하기 위해서 휴직을 하게 되면 이후 근무 기간 중의 임금은 전교조에서 맡는다는 말이다.

 

전교조는 ‘전임자 임금’ 지원을 받지 않는다

 

현행 노동조합 중에서 전교조는 공무원노조와 함께 법률에 따라 전임자 임금을 사용자인 정부나 사학재단으로부터 받고 있지 않다. 지난해 시국선언으로 70명이 넘는 전임자가 해임되었지만, 이들의 임금도 조직이 부담해 왔다. 단순히 임금을 기준으로 보면 전교조는 전임자의 조합 활동으로 사용자인 정부나 사학재단에 어떤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

 

전임자들은 무한책임을 지면서 조합 활동을 이끌고 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어떤 특권도 없다. 그들은 현직의 조합원과 똑같은 수준의 봉급을 받을 뿐, 전임에 따른 다른 금전적 혜택을 받지 못한다. 몇만 원 수준의 이른바 ‘전임수당’이 고작인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해임·파면의 징계를 받기도 하고 감옥에 가는 걸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당연히 그들은 ‘귀족’과는 거리가 먼 조합원들의 일꾼일 뿐이다. 물론 그들에게는 주어진 지위에 따른 권한이 있긴 하다. 그것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긴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은 권한을 가진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시대의 전임자들은 주어진 권한보다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하는 시간을 살고 있다.

 

치사찬란하기로는 조전혁 의원의 거사(?)와 순교(?)에 감읍해 명단공개에 흔쾌히 동참한 한나라당의 의원들의 동료애도 피장파장이다. ‘이행강제금’의 성격을 몰랐을 리 없는, 법률가 출신의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른바 ‘조전혁 펀드’ 모금에 참여하고 릴레이 형식의 명단공개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릴레이 형식의 명단공개’란 명단을 공개했다가 만약 법원에서 어떤 조치가 있으면 내리고, 다른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명단을 공개했다가 내리는 식이라고 한다. 입법권을 가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이런 교묘한 방법으로 자신들이 만든 법을 비켜가게 된 것도 일종의 아이러니다.

 

그들은 법을 만들고 고치는 국회의원이다. 만약 법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일이다. 어떤 저항 수단도 갖지 못한 사람들이 고육지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법의 그물을 빠져나가려 하는 것은 정도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교사 소속 단체와 학력과의 영향 관계 기사 ⓒ 한국일보 기사 갈무리

사족이다. 정두언 의원은 “이번에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면서 수능성적하고 비교해 봤다. 전교조가 많은 학교가 역시 수능성적이 떨어졌다.”라며 “전교조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바로 학교를 황폐화시킨 원인이 전교조인 것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해서가 아닌가 싶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기사 보기)

 

‘회복하기 힘든 손해’, 어떡할 것인가

 

그러나 정답은 교원들의 소속 단체와 학업성적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도 없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법이 정한 교육과정에 따라 아이들을 교육할 뿐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기사는 설사 그것들이 일정한 상관관계를 갖더라도 그 영향은 매우 ‘미약’하다고 전하고 있다. [☞ 한국일보 기사 보기]

 

2010년의 한국 사회는 참 고단하다. 입법을 맡은 국회의원에 의해 저질러진 유례없는 인권침해는 우리 사회의 초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조 의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건 싸움’(기자회견문)에서 스스로가 순교자를 자처했다. 그러나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가처분 결정까지 받았음에도 명단이 공개되어 버린 전교조는 ‘회복하기 힘든 손해’를 입었다.

 

그 ‘손해’를 ‘당당하지 못함’이나 ‘부끄러움’ 따위로 이해하는 단세포적 사고를 넘지 못한 이들에게 할 말이 없다. 전교조는 필요하면 아이들에게든 학부모에게든 얼마든지 자신의 소속 단체를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적으로 해당 교사 자신의 선택에 달린 문제일 뿐, 이처럼 무례하고 위법적인 방법은 아니어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배상할 것인가. 이제 조 의원과 그의 위법행위에 동참한 한나라당의 동료의원들이 답할 차례다. 현실적으로 어떤 ‘알 권리’도 요구하지 않은 대다수 학부모도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이는 특정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을 이념으로 덧칠하면서 교단과 교육을 왜곡하고 있는 이들이 학부모들에게 사죄하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0. 5. 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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