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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교단(1984~2016)에서

퇴행의 시대, ‘전교조 교사’로 살기

by 낮달2018 2021.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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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 의원의 불법행위(교원단체 가입 교사 명단 공개)에 부쳐

▲ 전교조의 ‘전교조 명단 불법 공개 규탄 기자회견’ 모습 ⓒ <교육희망> 유영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자기 누리집에다 전교조와 교총 등 교원단체 가입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한 지 닷새가 지났다. 이는 물론 ‘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무시한 불법행위’다. 또 ‘정치적 이해를 위해 개인정보를 유출해 교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다. (전교조 위원장 기자회견에서 인용)

 

이게 집권 이래 입만 열면 ‘법치’를 강조해 온 ‘한나라당 식 법치’의 현주소다. 정치적 이해 앞에는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결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던 것일까. 전교조가 제기한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간명하다.

 

“노동조합의 가입과 탈퇴는 전적으로 당해 교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은 ‘업무 외적인 영역의 개인정보’다.”

“교원의 노조 가입 여부를 공개하는 것은 학부모의 학습권이나 교육권과 직접 관련이 없다.”

“따라서 교원의 노조 가입 여부를 공개는 ‘교원과 그들이 속한 노조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

 

명단공개의 부당성이야 따로 더 재론할 필요도 없겠다. ‘알권리’를 위한다며 자사 누리집에 명단을 재공개한 <동아일보>의 패악도 일종의 폭력이다. 자기 파당의 이해에 충실한 이른바 이 ‘찌라시 언론’은 정작 국민의 2/3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의 불법성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입과 눈을 봉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이 주장하는 ‘알권리’도 철저히 저들 파당의 이해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명단공개, 그러나 학교는 조용하다

 

조 의원은 명단공개 이후, 분노(?)한 학부모들의 항의성 민원이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에 봇물 터지듯 증가할 것을 원했을지 모르지만 기실 학교는 조용하기만 하다. 정작 거기에 뉴스 가치를 부여하는 교사도 없다. 조합원 교사들은 마주 보며 싱긋, 좀 씁쓸하고 허탈한 미소를 주고받았을 뿐이다.

 

“얘네들이 명단공개를 제대로 했는지 한 번 살펴봐야겠네.”

“보라는 학부모는 확인 안 하고 아마 자식 궁금한 교사 가족들만 들여다보고 있을걸.”

“설사 그게 궁금해 명단을 들여다본들 그게 다지, 기실 학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교사의 소속 단체가 무엇이라는 것이 교육내용을 달리 하는 게 아니라는 건 학부모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교원단체만 궁금할까. 아예 이참에 개인별 종교나 나가는 종교단체도 공개해 버리지, 그래.”

 

조 의원과 한나라당, 극우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명단공개를 통해서 전교조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싶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 정도로 허약한 조직이었다면 전교조는 진작 깃발을 내렸을 것이다. 무릇 모든 대중조직이 그렇듯 전교조도 외부적 도전과 시련을 통해서 자신을 성찰하는 가운데 성장해 왔다.

▲ 명단공개 가처분 신청 판결문 ⓒ 전교조 누리집

조합원 교사들의 심드렁한 반응은 지금까지의 오랜 경험에 기댄 것이다. 어차피 어렵고 힘든 가운데 꾸려온 조직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온 이들이다. 저들은 명단이 알려지는 데 교사들이‘전전긍긍’하기를 바랄지 모르지만, 거기에 흔들릴 이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저들이 전교조 명단공개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저들은 ‘전교조 교사들은 악(惡)이므로 이를 확인한 학부모들로부터 즉시 배척당할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선행 전제인 ‘전교조=악’도 틀렸고, 전교조임을 확인한 학부모들이 교사들을 내칠 것이라는 두 번째 전제도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늘 하는 얘기다. 전교조는 대중조직이다. 한때는 10만에 가까운 교사들이 모인 단체였다. 전교조의 강령과 목표에 대한 동의한다는 사실 외에 이들은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전교조라는 하나의 틀로 이들을 바라보지만, 이들의 다양한 개성과 행동 양식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전교조’라는 소속이 같다는 이유로 모두가 ‘열혈의 활동가’거나 ‘참교육의 실천가’일 수 없다는 뜻이다. 소수의 활동가, 조직 간부를 빼면 대부분의 조합원 교사들은 교직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던 평범한 교사들이다. 교직을 ‘성직’처럼 바라보는 사회적 통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들 모두에게 똑같은 도덕과 윤리를 요구할 수 없다는 말이다.

 

특별히 전교조 소속 교사에게 더 엄격한 도덕과 윤리를 요구한다는 것은 거기 전교조가 표방한 도덕성에 대한 기대가 숨어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뉴스의 조명을 받는 교사들의 소속을 굳이 ‘전교조’만 밝히는 까닭도 비슷하다. 얼마 전, 서울시 교육청의 인사 비리로 구속된 인사들의 소속이 모두 ‘교총’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밝히지 않았다.

 

저들의 전제(‘전교조=악’→ ‘학부모의 배척’)는 틀렸다

 

전교조에 대해서 유독 더 엄격한 도덕성의 요구와 기준이 불만스럽다는 뜻은 아니다. 어렵던 시절에 우리가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도 우리가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전교조라는 조직이 가진 상징성에다 교원이라는 신분의 특수성이 더 높은 도덕성과 헌신성을 요구한다는 걸. 도덕성과 헌신성의 견지가 역으로 학부모와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열쇠라는 사실도.

 

나는 개인적으로 전교조 결성 때부터 조합원으로 참여해 왔다. 그러나 아직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학부모의 우려나 비난에 노출된 적은 없다. 누차 말했듯 나는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교육하는 게 아니라 법이 정한 교육과정에 따라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론으로부터 배척당하고 있을까. 나는 그에 대한 우리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부정적 여론이 전교조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맞지 말아야 할 매를 맞고 있다면 그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객관적 수치로 이러한 여론이나 학부모의 인식을 분석할 어떤 수단도 없다. 내 얕은 경험에 기대어 보면 정작 아이를 전교조 교사에게 맡겨본 이 가운데 전교조를 비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촌지를 거부하는 교사를 가장 바람직한 담임으로 꼽는 학부모들에게 전교조 교사는 최상이었던 듯하다.

▲ 전교조가 지난 3년간 성과급 반납으로 시행한 사회적 기금 사용 현황 ⓒ <교육희망> 캡처

물론 이러한 사례는 일면적일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모두가 일관된 교육철학이나 행동 패턴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상, 이러한 평가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스로 교사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참교육’과 ‘전교조’에 의탁하고 있는 이라면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교직 생활이 아이들을 위한 헌신으로 귀결될 가능성은 훨씬 큰 것이다.

 

“대체로 ‘벌떡 교사’들이다. 옳고 그름을 명백히 구분한다.”

“승진이나 개인적 이해와 멀다. 당연히 ‘교포(교감 포기)’ 교사다.”

“아이들에게 유난하고 잔정이 많다.”

“권위에 대해 초연하며,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합리와 민주를 숭상하고, 학교의 비민주적 운영을 개선하고자 애쓴다.”

 

비민주적 학교 운영 따위에 무심하고 승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들에게 이런 경향의 전교조 교사들은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위계를 존중하며 그런 질서로 유지되는 관행을 즐기는 교육 관료들에게도 이들은 반갑잖은 존재다.

 

그러나 가능한 한 아이들과 학부모 편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학교나 관청의 행정 편의주의에 맞설 용기로 충만한 전교조 교사들을 학부모들이 꺼릴 이유는 별로 없다. 성적으로 차별하지도 않고 믿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려는 이들 교사를 흘겨보는 학부모는 과연 어떤 이들일까.

 

교육이 계속되는 한, ‘교사들의 꿈’도 이어지리니

 

극우 진영에서는 전교조를 ‘교육 황폐화’의 주범으로 몰아가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교육이 당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전교조의 책임은 적어도 정부나 사회의 책임보다 절대 무겁지 않다. 교육계의 부정부패, 입시경쟁 교육의 강화, 공교육의 파탄 등 오늘날 우리 교육 문제에 있어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단위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전교조에 대한 인식과 여론은 정작 이해 당사자가 아닌 ‘그림자 학부모’를 통해 형성된 것은 아닐까. 사사건건 뒤틀린 시각으로 전교조에 색칠을 거듭하는 수구 언론도 ‘왜곡’에 일조한다. 그것은 마치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여러 모순을 안고 갈 ‘희생양 만들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저께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한 ‘교총 소속의 교사’가 쓴 글(아래 참조 ☞ 원문 보기)은 외부자로서 전교조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그의 평가는 부분적으로 과장되었을 수도 있지만, 오늘날 학교 현장의 동료 교사들이 바라보는 전교조와 그 활동의 한 단면을 전하는 글이다.

 

정부와 수구세력의 탄압은 도를 더해가고 권력과 자본의 공세는 치열하다. 그러나 그것이 전교조가 지향하는 ‘참교육’,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의 대의를 훼손할 수는 없을 터이다. 때로 정체하고 퇴행을 거듭하긴 하지만 역사는 진보하고 그 가운데서 우리는 희망의 역사를 새로 써 갈 수 있으리라.

 

여론이나 학부모들의 우려와 상관없이 전교조와 소속 교사들은 ‘사랑과 배움과 희망의 공동체’로서의 학교와 교실을 꿈꾼다. 그리고 그 꿈은 ‘가르치는 것은 희망을 말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통해 이 척박한 땅에 어렵사리 뿌리내리고 있다. 정권과 사회의 보수화와는 무관하게 학교와 교육은 영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분회장과 함께 조전혁 의원의 ‘조합원명단 불법 공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단’에 참여하는 서명을 하면서 나는 우리 시대의 교사와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곰곰 생각해 본다.

 

전 교총 교사입니다

룰랄라 lovehs****

몇 년 전 첫 발령받자마자 첫날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차례로 부르시더이다. 첫 출근한 신규교사에게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이 전교조에 대한 욕과 함께 교총에 가입을 강요하시면서 아예 학교 교총 업무를 제 업무로 주시더군요.

 

전교조 선생님들 현장에서 정말 힘들게 일하고 계십니다. 전교조라고 하면은 일단 관리자들에게 까이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빨갱이니 좌파니 몰아붙이는 언론과 네티즌들에게 상처받고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뵌 전교조 선생님들은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셨습니다. 이렇게 대중들이나 언론, 관리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욕먹으실만한 분들이 아니십니다. 학교란 곳, 교육청이라는 곳, 관리자라는 분들 뒤에 비리 엄청나구요. 진정한 학생 교육보다는 학교의 실적, 업무, 안전에만 관심과 힘을 쏟는 곳입니다.

 

제가 봐온 전교조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좌파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 나 잘 먹고 잘살자고 하시는 분들이 아니십니다.

 

교육 현장의 잘못된 교육풍토와 관리자나 교육청의 잘못된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자신의 안위 및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학교 실적 만들기만을 위하는 학교, 관리자! 이 때문에 진짜 교육을 못 하고 계신 선생님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정말 “참교육”(전교조의 모토죠)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셨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교사에게 관리자와 다른 분들은 업무하는 방법, 공문 쓰는 법, 관리자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를 가르쳐 주시지만, 전교조 선생님들은 학급 운영하는 법, 학생들과 상담하는 법, 수업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물론, 간혹 “참교육”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세우시는 잘못된 조합활동을 하시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모임, 단체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부의 잘못된 구성원이구요. 그것은 그 선생님을 욕하고 징계해야 하는 일이지 전교조 자체를 이렇게 매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NEIS와 관련하여 학교의 전교조 선생님들께서 가슴에 리본을 달고 다니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전교조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당시 우리 친구들이 가장 좋아했던 대충 시간때우기 수업이 아니라 정말 열심히 가르쳐주시고 상담도 열심히 해주셨던 선생님들께서 다 리본을 달고 계셨습니다.

 

전교조에 부끄럽냐고, 당당하지 못하냐고 물으셨나요? 학부모나 학생이 알기 원한다면, 그리고 위의 경우처럼 필요한 경우 언제나 당당하게 공개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일방적으로 공개 당한 거죠. 공개한 것이 아니라 그냥 공개 당한 겁니다. 이는 엄연히 인권침해입니다. 아_ 뭐가 당당하지 못하냐구요?

 

전교조라고만 하면 무조건 좌파니 빨갱이니 몰아붙이고 교육청과 관리자들이 안 그래도 전교조라고 하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뭐라고 못해서 안달인데 우리 학교에 전교조 몇 명이다 라고 그냥 공개되면 위에서 가만히 놔두실 거 같습니까. 현장에서 전교조는 더욱 탄압받을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자꾸 전교조를 이상한 단체로 몰아붙이며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자신이 전교조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그동안 언론을 이용해서 만들어놓은 전교조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을 이용하기 위함입니다. 정치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희생양 하나 잡은 것입니다.

 

정말 학부모의 알권리를 위한 것이라면 지금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학교 정보공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학부모들이 궁금하면 학교 정보공시를 통해서 교원 조합원들의 수를 다 조회해 볼 수 있습니다.

 

항상 전교조 관련 기사를 속상한 마음으로 보기만 하다가 처음 이렇게 글 남겨봅니다. 이렇게나마 교육 현장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참교육”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들께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 원문에서 일부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단 나누기만 바로잡았습니다. /다음 ‘아고라’에서

 

2010. 4. 23. 낮달

 

* 이 웃지 못할 한 편의 촌극의 결말은 다음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들의 꿍꿍이속은 상식과 우리 사회의 자정 능력에 된통 되치기를 당하고 말았다. 

 

 

 

조합원 명단공개? 그건 ‘나의 권리’다

법제처가 ‘교원 단체 및 교원노조에 가입해 있는 교원들의 실명을 국회의원에게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교사 명단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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