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구미시 의회의 예산삭감으로 무산되다
전면 ‘무상급식’은 아니지만 ‘부분 무상급식’이라도 시행하려는 경상북도교육청의 계획에 경상북도 의회가 재를 뿌렸다. 지난 18일, 경북도교육청이 도내 면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시행할 2학기 무상급식 예산 15억을 삭감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경북도교육청이 올린 도내 면 지역 초등학생 무상급식 시행 예산(40억)을 삭감한 데 이은 것이다.
무상급식은 전국 80% 이상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지역민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경상북도 의회는 ‘포퓰리즘’ 운운하며 무상급식을 회피한 끝에 결국 지역민들의 무상급식 요구와 열망을 짓밟아 버린 것이다.
고작 15억, ‘예산 부담’으로 삭감했다고?
이번에 경상북도 의회가 삭감한 예산 15억 원은 2011년 경상북도교육청 본예산 2조 8470억 원의 0.0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도 의회는 ‘예산 부담’을 핑계로 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 예산은 일제고사 예산 33억, 초등 영어 관련 예산 340억에 비기면 가히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경상북도보다 훨씬 도세가 약한 충청북도는 올해 3월 1일부터 전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충청북도의 전체 무상급식 예산 규모는 740억이다. 전체 초·중학생도 아닌 초등학생을, 그것도 1차 예산 삭감 관계로 2학기부터 실시하겠다는, 고작 15억에 불과한 예산을 ‘부담’이라며 삭감한 것이다.
‘포퓰리즘’ 운운은 정치권에서 보편적 복지를 부정하며 부르대는 궁색한 논리다. 시골 초등학생들에게 점심을 먹이겠다는 게 어째서 ‘포퓰리즘’인지 설명할 수 있는 인사가 그들 가운데 정말 있기나 할까.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실시한다’라는 헌법적 정신을 따른 정책이라는 것을 정말 알지 못할까.
그들에게는 헌법정신도, 스스로가 대변하여야 하는 지역민들의 이해도 고민할 필요가 없을지 모르겠다. 골치 아픈 ‘소신’ 대신 그들은 단지 소속 정당의 당론을 어떤 고민도 없이 충실하게 따르는 ‘하수인’의 역할을 기꺼이 맡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치적으로 ‘안전’하다
그래도 그들은 정치적으로 ‘안전’하다. 지역의 정치적 정서의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들은 차기 선거에서 재선될 것이다. 지역민의 뜻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소속 정당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한, 소신을 선택했을 때 주어질 ‘불안한 미래’ 대신 자신들에게 주어진 지방 권력은 ‘현재’인 것이다.
도 의회에서 예산이 삭감됨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에서 세워둔 무상급식비 지원도 공중에 뜨게 되었다. 구미시는 올해 1학기부터 면 지역 초·중학생과 읍·동 지역 초등학교 1~3학년 학생에게 무상급식비를 지원하기로 하고 자체 예산 32억 원을 확보한 상태였다고 한다.
현재 무상급식은 전국 5,700여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경북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무상급식은 기왕에 일부 시군의 소규모 학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전부다. 도 의회가 추가경정예산을 세우지 않는 한 도 교육청 예산으로 이루어지는 무상급식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티케이(TK), 경북은 이번에도 보수 본색을 여지없이 보여준 것인가.
2011. 3. 23. 낮달
* 경북에 무상급식 문제가 완전 해결된 것은 2017년 12월이 되어서다. 다른 시도의 상황을 보아하니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보편적 복지는 선택적으로 수용되는 대한민국의 풍경은 여전히 전근대적이다. [아래 기사 참조 : 마지막 4개 섬, 경북에도 무상급식 물결]
'이 풍진 세상에 > 교단(1984~2016)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학 교사’가 되겠다고? ‘의사’가 아니고? (0) | 2021.04.04 |
---|---|
봄, 혹은 희망 (0) | 2021.03.27 |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0) | 2021.03.20 |
‘맞아도 싼 아이들’은 없다 (0) | 2021.03.17 |
‘맹세’로 ‘국가 정체성’을 기른다고? (0) | 2021.03.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