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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202

[574돌 한글날] 한글 ‘11,172’ 자 조합형 한글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글자 11,172자 지금은 옛이야기가 된 셈이지만, 한때는 완성형이니 조합형이니 하는 ‘한글 코드’ 얘기가 심심찮았다. 컴퓨터의 한글 코드를 이르는 말이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새기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한글 코드’란 쉽게 말하면 컴퓨터를 통한 ‘한글 구현 방식’이다. 한글 코드는 조합형, 완성형, 확장 완성형, 유니코드(Unicode) 등으로 나뉜다. 완성형, 조합형 논란도 옛이야기 컴퓨터의 메커니즘은 0과 1로 작동한다. 따라서 문자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문자마다 일련의 숫자를 할당하여 구분해야 하는데 이를 ‘문자 코드’라 한다. 조합형은 모든 자모(ㄱ, ㄴ, ㅏ, ㅗ…….)에다 숫자를 할당하여 이를 불러와 한글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완성형은 이미 만들.. 2020. 10. 9.
‘수입산’도 ‘해독약’도 없다…<표준국어대사전>의 배신 [서평] 한글날에 읽어보는 박일환의 570돌 한글날이다. 때를 맞아 신문, 방송 등 매체들은 저마다 심각하게 ‘한글’을 소환한다. 한 해 내내 무심히 잊고 지내다가 문득 그 존재를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매체마다 ‘한글’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이다. 새삼 한글의 가치를 확인하고, 잘못 쓰이고 있는 말글을 돌아보고, 우리말 상식과 맞춤법도 불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한글날 주간을 즈음하여야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이런 보도 형태는 결국 평소에 한글이 받아온 나라 글자의 지위에 걸맞지 않은 홀대를 반증할 뿐이다. 새삼 과학성과 합리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강변해 보았자 영어에 밀리고 치이는 현실에서 그 울림은 공허할 뿐이다. 국어사전을 잘 이용하지 않는 것도 그런 현실에서 비롯.. 2020. 10. 9.
지구촌 시대? ‘한글이 보이지 않는다’ 한글 없는 565돌 한글날…영어 없이는 못 사는 지자체와 정부 부처 565돌 한글날(10월 9일)을 맞는다. 한글날은 2005년 우여곡절 끝에 ‘국경일’의 지위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공휴일과는 거리가 먼 날인데 올해는 공교롭게도 일요일과 겹친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더니 이날은 ‘찬 이슬이 맺힌다’라는 ‘한로(寒露)’다. 한글날을 즈음한 우리의 대응은 여느 해와 다르지 않다. 예년처럼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 주간(10.3.~10.9.)을 정하고 한글날 누리집을 열었다. 565돌 한글날, 한글 주간 주제는 ‘한글로 통하다’이다. “한글로 세계를 향하고 한글로 하나가 되며, 한글로 함께하는 사회 우리는 한글로 통합니다.” 누리집에는 ‘유네스코 세종대왕상 초청 행사’를 비롯하여 전시.. 2020. 10. 9.
[한글날 관련 글 모음] 562돌부터 569돌까지 [569돌 한글날] ‘가짜’가 ‘진짜’처럼 쓰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는 각각 시청자들의 바른 언어생활을 이끌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고 있다. ‘바른 말 고운 말’(KBS)과 ‘우리말 나들이’(MBC)가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모두 아나운서가 진행한다. 그러나 양 방송사가 이런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과 정작 아나운서들이 쓰는 언어는 별개의 것이다. 바른말·고운 말, 구호와 실제 사이 일간지마다 제각각 이런 말글 관련 꼭지를 하나씩 두고 있는 것이 지면에 쓰이는 언어가 모범적이라는 증거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쪽에선 바른 말글 생활을 강조한다고 해도 정작 그것을 기사나 방송에서 실현하는 건 절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글날이다. 신문과 방송은 저.. 2020. 10. 8.
[568돌 한글날] 한글박물관, 높임말, 맞춤법 3제 [경축! 한글날 568돌] 1. ‘국립 한글박물관’ 한글날에 개관 모레가 한글날이다. 세종 임금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여 반포한 1446년(세종 28년)을 기준으로 568돌이다. 이번 한글날은 1990년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고 나서 두 번째로 맞는 날이다. 한글날이 국경일에서 다시 국가 지정 공휴일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한글날을 기리는 일은 예전 같지 않다. 몇 해 전만 해도 인터넷에 독립된 ‘한글날 사이트’를 마련하여 한글날을 기리고 각종 행사 등을 소개하더니만 요즘은 그것도 눈에 띄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에 가보니 한글날에 ‘국립 한글박물관’(관장 문영호)이 개관한다는 소식이 걸려 있다.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일깨우는 전시와 체험,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용산구 서빙고로 .. 2020. 10. 7.
‘되어라’와 ‘돼라’는 써도 ‘되라’는 못 쓴다? ‘한가위 되라’라는 기사의 ‘오탈자’ 지적에 부쳐 내가 쓴 기사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명절 인사 잘못하셨습니다”가 에 실린 것은 한가윗날 밤이었다. 한가위를 맞이하여 여기저기 이 ‘한가위 인사’가 펼침막으로 붙고, 이웃끼리 이 엉터리 인사말로 정겹게 안부를 주고받을 걸 생각하면서 안 되겠다, 헛발길질이라도 해야겠다고 하면서 쓴 기사였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명절 인사 잘못하셨습니다 어법에 어긋난 인사말은 그만, 이제는 '되세요' 말고 '보내세요'·'쇠세요'를 쓰자 www.ohmynews.com 다음 날 아침에 확인했더니 이 기사의 조회 수는 3천이 채 되지 않았다. 한가윗날 밤이야 가족, 친지들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때니 기사에 관심을 둘 일은 없을 것이었다. 정오 못 미쳐서 당직 편집 .. 2020. 10. 4.
‘예초기’ 대신 ‘풀깎이’는 어떨까? ‘예취기’, ‘에치기’, ‘에추기’ 등으로 불리는 ‘예초기’, ‘풀깎이’로 쓰면 편할 텐데 바야흐로 벌초 시즌이다. 주말에 주변 산을 찾으면 온 산에 예초기의 엔진 소리가 진동한다. 산에서 이제는 땔감을 구하지 않게 되면서 산은 울창한 숲으로 우거졌다. 따로 소를 먹이거나 쇠풀을 뜯는 것도 아니니 수풀도 마찬가지로 무성하다. 예전처럼 낫을 가지고 덤비는 건 무리다. ‘불감당’이라는 뜻이다. 원래 길이었던 곳도 마구 자라난 풀 때문에 구분이 되지 않는다. 부득이 예초기를 마치 낫 휘두르듯 하며 풀을 쳐 내며 길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한두 기가 아니라 십수 기의 산소를 돌봐야 하는 집안에선 예초기는 필수가 되었다. 아마 일본에서 개발된 것으로 보이는 이 ‘풀 깎는 기계’를 예초기(刈草機)라 한다. 그런데 주.. 2020. 10. 4.
‘와사비’와 ‘덴푸라’ 여전히 남아 있는 일본어 찌꺼기 1. ‘고추냉이’와 ‘와사비’ ‘고추냉이’라고 하면 잠깐 헷갈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와사비(わさび/山葵/和佐比)’라 하면 이내 머리를 주억거릴 것이다. 그렇다. 주로 일본 요리에서 뿌리를 갈아서 양념으로 쓰는 고추냉이는 ‘와사비’라는 일본말로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와사비’는 ‘사시미’라고 불리는 ‘회’를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인 까닭이다. 매운맛으로 치면 고추냉이는 겨자와 비슷하다. 뿌리를 간 매운맛은 겨자와 비슷하지만,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과는 다르다. 고추냉이는 혀를 자극하기보다는 증기가 코를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를 먹을 때 간장에 좀 과하게 고추냉이를 풀면 눈물이 쑥 둘러 빠지는 느낌을 겪은 사람은 안다. 고추냉이는 우리의 .. 2020. 10. 3.
‘한가위 되세요’, 진보 진영의 동참(?) 이제 ‘한가위 되세요’는 쓰지 않는 데가 없다 다시 그걸 주제로 글을 쓰려니 정수리가 따갑다. 하나 마나 한 소리를 다시 하는 기분은 정말 ‘아니다’. 글쎄, 누가 공식 감시자 구실을 맡겨준 것도 아닌데 또 그걸 일일이 살펴보는 게 거시기해서 올 한가윗날은 무심히 보냈다. 그예 까지… 그런데 한가위 다음 날 아침 에 들렀다가 좀 아연했다. 제호 아래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가 선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에 이어 그예 도 이 ‘한가위 되세요’의 시대적 물결(?)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우리 말글에 대한 애정과 실천이 남다른 데가 있었던 였던 만큼 이런 변화는 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도 결국 이 ‘택도 없는’ 인사말을 현실 언어로 받아들이겠다고 작정한 것일까. 하긴 도 기사 중간에 ‘핫(hot).. 2020. 9. 28.
여전히 ‘한가위 되세요’ - ‘백약이 소용없다’ 잘못된 명절 인사 ‘한가위 되세요’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명절이 다가오면서 거리와 아파트 단지 곳곳에 걸린 펼침막마다 ‘한가위 되세요’가 넘쳐나고 있다. 어느덧 그걸 주제로 입을 떼는 게 민망할 정도다. ‘~되세요’ 형식의 이 황당한 인사말은 이미 관공서의 자동응답시스템(ARS)에까지 진출했다. 쓰기보다 쓰지 않기가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 된 듯싶다. 그간 내가 쓴 관련 글의 목록 2012/09/30 “한가위 되세요!”는 쭉 계속된다 2010/10/02 여전히 ‘한가위 되시라’, 그 뒷이야기 2010/09/24 여전히, ‘한가위 되라’고 한다 2010/09/18 한가위, ‘되지’ 말고 즐겁게 ‘쇠자!’ 소용없는 일이란 걸 알면서 인터넷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다. 한가위 인사에 있어 포털은 중립을 취.. 2020. 9. 28.
“한가위 되세요!”는 쭉 계속된다 어법에 어긋난 명절 인사 생각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나 “희망찬 설날 되세요.” 따위의 비문이 우리 일상을 점령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이제 바야흐로 이 ‘~ 되세요’는 그야말로 ‘대세’가 되었다. 그나마 어법을 지키려고 애쓰던 언론사들마저 이 발랄한(!) 비문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가위 아침, 전자우편으로 날아온 기업이나 단체의 한가위 인사들, 인터넷에서 잠깐 검색해서 확인해 본 결과이다. 엄밀한 통계적 의미가 있을 수는 없지만 이게 ‘대세’라는 걸 부인할 도리는 없어 보인다. 이른바 ‘콩글리시’라 해서 잘못 쓰는 영어에 대한 사회적 반응과는 견주어지는 대목이다. 대문에 명절을 기념하는 문구나 그림을 붙였던 언론사 누리집들은 이번 한가위에는 좀 썰렁해 보인다. 그림으로 대신하거나, .. 2020. 9. 28.
한가위, ‘되지’ 말고 즐겁게 ‘쇠자!’ ‘비문(非文)’인 ‘한가위 되세요’가 무심히 쓰이는 현실 하도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같은 비문(非文)이 늠름하게 쓰이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되세요’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글로 ‘가겨찻집’ 문을 열었었다. 그리고 그건 ‘주말’이나 ‘하루’에 그치지 않고 명절 인사로도 합당하지 않다는 글을 썼다. 10년 전에 쓴 글인데, 세상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같은 주제로 쓴 글 세 편을 붙였다. [관련 글 : 나는 ‘즐거운 주말’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즐거운 주말’이 되고 싶지 않다 ‘말글 살이 이야기 - 가겨찻집’를 시작하면서 새로 방 한 칸을 들인다. 내 블로그는 네 칸짜리 ‘띠집’인데 여기 또 한 칸을 들이면 ‘누옥(陋屋)’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세 칸을 넘으� qq9447.tistor.. 2020.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