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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202

‘아퀴’와 ‘매조지다’ - 정겨운 우리말 ② ‘입말’과 ‘글말’ 더는 입말[구어(口語)]과 글말[문어(文語)]을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학교에서는 ‘언문일치’라고 가르친다. 이른바 언문일치 시대가 열린 것은 개화기를 지나면서였다. 원래 ‘언문일치’란 ‘우리말을 한문 문장이 아닌 국문체 문장으로 적고자 하는 개념’이었다. 곧 문장을 구어체로 적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어체와 문어체가 일치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그것들이 본질적으로 성격으로 달리하는 문체이기 때문이다. 문어체는 문어체답고, 구어체는 구어체다운 면모를 갖추는 게 이상이지, 그 둘이 아무 차별성 없이 일치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닌 까닭이다. 음성언어로 구현되는 구어와 문자로 기록되는 문자언어인 문어의 차이는 적지 않겠으나 가장 중요한 차이는 구어가 날것이라면 .. 2021. 4. 25.
불붙은 대선, ‘말과 말’ 사이 대통령선거의 ‘말과 말’ 대통령 선거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레이스도 불이 붙었다. 연일 총이 아니라, 말을 병기로 한 열전이 이어지고 있다. ‘말’은 때로 ‘총탄’이 되고 ‘폭탄’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 가운데 후보들 간 우열과 무관하게 그들이 쓰는 말도 무성하다. 말의 쓰임새를 환기해 본 두 장면 얘기다. #1.‘○○○ 의원’과 ‘의원 ○○○’ 사이 자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뛰는 정당 관계자 가운데 말을 무기로 대선전을 수행하는 이들도 꽤 많다. 대체로 선거 대책 본부의 대변인실이나 미디어 본부 등에서 활약하는 이들은 때가 때인지라 언론에 자주 불려 나온다. 그런데 이들이 방송에 나와서 하는 자기소개를 들으면 어쩐지 불편해질 때가 많다. (1) 전재수 : 네, 부산 북구 출신 전재수 국.. 2021. 4. 25.
세종 나신 곳 이웃에 웬 ‘영어 도서관’? 세종이 태어난 곳 근처 들어선다는 ‘영어 도서관’ 이 나라의 ‘우리 것 푸대접’의 역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도 서울의 내로라하는 특급호텔에서 한복 입은 손님이 쫓겨나고, 역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공부한다는 대학에서 모든 강의를 100% 영어로 한다는 소식을 확인하면서 사람들은 실소와 분노를 금치 못한다. 그게 우리 핏속에 남은 민족적 정체성의 자취일까. 세종대왕이 좌정하신 서울 한복판을 서울시가 ‘한글 문화관광 중심지’로 꾸민다면서 일대를 ‘한글마루지’로 선포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식당가를 ‘광화문 아띠’라 명명하려다가 세간의 반발의 산 게 석 달 전이다. [관련 글 : ‘아띠’? 광화문, 혹은 세종대왕 수난기] 그런데 이번에는 종로구가 또 한 건을 벌였다. 종로구에서는 세종대왕의 생가가 .. 2021. 4. 16.
‘오포세대’와 ‘일자리˙주거 절벽’의 세상…2014년 새말 국립국어원 발표 2014년 신어 새말[신어(新語)]이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변화무쌍한 현실을 사람들은 말을 통해 묘사하고 규정함으로써 변화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드러낸다. 거기에는 고단하고 분주한 세상살이는 물론이거니와 나날이 진화하는 사람들의 표현력도 담겨 있다.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이 발표한 ‘2014년 신어’를 훑어보면서 요즘 신어는 무엇보다 언중들의 발랄한 표현력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국어원이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일간지 등 온오프라인 대중 매체 139개에 등장한 새 낱말(신어)은 334개다. [국어원 보도자료 바로가기] ‘눔푸족’, ‘모루밍족’, ‘출퇴근 쇼핑족’, ‘오포 세대’, ‘앵그리맘’, ‘.. 2021. 3. 26.
‘시들음병’과 ‘칼 갈은 노장’ 끝소리가 ‘ㄹ’인 용언(동사·형용사)에 명사형 활용 어간의 끝소리가 ‘ㄹ’인 용언(동사·형용사)에 명사형 어미 ‘-ㅁ’을 붙여 명사형을 만들 때 반드시 ‘ᅟᅠᆱ’의 형식으로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 오래전에 다룬 내용이다. [바로 가기 ☞ ]모음으로 끝나는 어간엔 명사형 어미 ‘-ㅁ’만 붙이면 되지만 ‘ㄹ’로 끝나는 용언에는 어간을 밝혀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무심히 ‘베품’을 쓰고 있다. 얼마 전 시청한 공중파 방송 뉴스에서도 같은 오류가 보였다. 미국선녀벌레에 의해 발병하는 ‘참나무시들음병’이 확산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시들다’의 명사형은 ‘시들음’이 아니라 ‘시듦’이다. 당연히 이는 ‘참나무시듦병’으로 써야 옳다.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에 ‘자정 넘으면 / 낯설음도 뼈.. 2021. 3. 25.
점수는 ‘매기고’ 앞소리는 ‘메긴다’ ‘매기다’와 ‘메기다’의 쓰임 벌점을 ‘메기다’? 요즘은 인터넷 신문에서도 심심찮게 맞춤법에 어긋난 기사를 만날 수 있다. 이 오류는 ‘종이 신문’의 인터넷판에선 드물고 주로 인터넷 신문에서 잦다. 워낙 우후죽순처럼 생긴 매체가 많아서일까. 날이 갈수록 눈에 밟히는 경우가 늘어나는 듯하다. 연륜도 지긋하고 꽤 일반에 알려진 매체에서도 비슷한 잘못이 되풀이되는 걸 보면 입맛이 쓰다. 두어 차례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쪽지를 보냈는데도 그걸 고치지 않는 걸 보고 손을 놓아 버렸다. 잘못을 알려주면 금방 반영을 하는 매체가 없지는 않지만 그런 이른바 ‘지적질’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궁량으로 무슨 기사를 쓰는가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 어떤 종이 신문에서 ‘매기다’라고 써야 할 자리에 ‘메기다’를 쓴 걸 보았.. 2021. 3. 22.
장○○가 최○○의 ‘외조카’라고? ‘외조카’는 없다 미디어에서 잘못 쓰는 ‘호칭어’와 ‘지칭어’ 친척 사이의 관계나 거기 따른 호칭의 체계는 꽤 복잡하다. 이른바 ‘핵가족’ 출신의 젊은 세대들에겐 명절 때 만나게 되는 친척들 사이의 관계와 호칭을 이해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갓 시집온 새색시나 신행 간 새신랑이 새 사람을 보겠다고 모여든 친척들 앞에서 기가 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항렬’, 관계와 호칭의 출발점 친척은 혈연과 혼인으로 이루어진 관계다. 혼인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이 친족 관계는 확장되고 복잡해진다. 혼인은 다른 가문과 관계를 맺는 일이어서 이 관계망은 한결 더 복잡해지는 것이다. 친족 관계의 호칭은 부계(父系)와 모계(母系)는 물론 남매 사이에서도 갈린다.(더구나 우리말에선 ‘부르는 말’인 호칭과 ‘가리키는 말’인 지.. 2021. 3. 21.
기록은 ‘경신’하고 면허는 ‘갱신’한다 같은 글자인데 어떤 때는 ‘경’으로 어떤 때는 ‘갱’으로 읽는다 기록은 ‘경신’하고 면허는 ‘갱신’한다 한자 ‘更’의 독음은 두 가지로 각각 ‘경’과 ‘갱’으로 읽는다. 그래서 ‘경신’과 ‘갱신’은 한자 표기가 ‘更新’으로 같은 데다가 뜻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 헷갈릴 때가 많다. ‘경’으로 읽을 때의 뜻은 ‘고치다’이고, ‘갱’으로 읽을 때의 뜻은 ‘다시’다. ‘올림픽 기록 경신’, ‘개인 최고 기록 경신’처럼 ‘경신’은 “기록경기 따위에서, 종전의 기록을 깨뜨림. 이미 있는 제도나 기구 따위를 고쳐서 새롭게 함.”이라는 뜻이다. ‘갱신’은 “법률관계의 존속 기간이 끝났을 때 그 기간을 연장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계약 갱신’, ‘면허 갱신’, ‘여권 갱신’처럼 쓴다. ‘고치다’는 뜻이 있어서 ‘경’은.. 2021. 3. 19.
‘배춧잎’과 ‘양반다리’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없었다고? ’17 4/4분기 정보 수정 국립국어원이 ‘2017년 4분기 정보 수정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새로 사전에 올린 말인 ‘표제어 추가’가 6개, ‘품사와 뜻풀이 추가’가 9개, 그밖에 ‘표제어·뜻풀이·문법 정보·용례 수정과 삭제’가 15개 등 모두 30개다. 새로 추가된 표제어는 접미사 ‘-궂다’와 부사 ‘금쪽같이’, 동사 ‘기반하다’, ‘배춧잎’, ‘양반다리’, ‘합격점’ 같은 명사 등이다. ‘-궂다’는 “(일부 명사나 어근 뒤에 붙어) ‘그러한 상태가 심함’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심술궂다/앙살궂다/왁살궂다’ 등에 쓰이는 이 접사는 과 달리 에는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았던 말이다. 나머지 부사와 동사, 명사들은 좀 새삼스럽다. 무슨 말인가 하니 누구나 “아, 저 말들이 사전에.. 2021. 3. 18.
‘굳은살’은 ‘배지’ 않고 ‘박인다’ ‘배’는 건 알, 굳은살은 ‘박이다’ 어제 용산역 광장에 ‘강제 징용 노동자상’을 공개하는 제막식이 열렸다. 이 노동자상은 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노역을 살다 억울하게 희생된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기리고자 그들이 끌려가기 직전의 집결지인 용산역에 세워진 것이다.[관련 기사 : 일제 강제노동 집결지에 세워진 빼빼 마른 노동자상]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빼빼 마른 노동자가 오른쪽 손으론 곡괭이를 들고 다른 손으론 햇빛을 가리고 서 있는 모습’의 이 동상은 ‘오랜 시간 탄광에서 일하다 밖으로 나왔을 때 눈이 부셔 햇빛을 가리는 노동자의 모습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강제 징용과 징병은 근로정신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함께 청산하지 못한 식민지 시기 역사의 일부다. 뒤늦었지만 이 노동자상의 건립이 강제 .. 2021. 3. 17.
‘닭도리탕’과 ‘토시’, 혹은 ‘상식의 허실’ 일본어 논란 낱말 ‘닭도리탕’ 얼마 전, 작가 이외수가 ‘닭도리탕’은 일본식 이름이 아니라는 의견을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되었다. 그는 한 누리꾼의 주장을 좇아 ‘상식의 허실’이라며 이 주장에 동의를 표시한 것이다. 예의 누리꾼이 편 주장의 근거는 “외보도리(오이를 잘게 썰어 소금에 절인 뒤 기름에 볶아 만든 음식)에서 보듯이 ‘도리’는 순수 우리말로 ‘잘라 내다’라는 말”이라는 것이다. 일백수 십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인사의 의견이니 논란이 아니 될 수 없다. 국립국어원이 공식 트위터를 통해 논란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않을 수 없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 ‘とり’에서 온 것이라 보고, 이를 ‘닭볶음탕’으로 다듬었습니다. ‘도리’의 어원에 대해 다른 견해가 있는 것은 알.. 2021. 2. 27.
‘높임 과잉’?, ‘기사님 식당’과 ‘전화 오셨습니다’ 아무데나 ‘높임’이 쓰이는 ‘높임 과잉’의 시대 대량소비시대인 우리 시대의 특징 중의 하나가 ‘과잉’이 아닌가 싶다. 재화도 넘치고 그 공급과 소비도 넘친다. 그 소비의 방식도 넘친다. 흔히들 ‘냄비’로도 비유되는, 사람들의 특정 문제에 대한 천착은 온갖 방면의 붐을 낳았다. 아이들 교육도, 운동도 웰빙도 사람들은 마치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장사꾼이 넘치면서 일어나는 변화 중의 하나가 친절이다. ‘친절’은 ‘서비스의 기본’에서 ‘생존 전략’으로까지 평가절상되는 데 이르렀다. 당연히 이에 따르는 말의 변화도 예사롭지 않다. 전화번호를 물으려 114에 전화하면 안내원은 “사랑합니다, 고객님”으로 응대하고 집을 나서면 우리는 곳곳에서 ‘손님’으로 ‘고객님’으로 ‘아무개님’으로 불린다. 시장과 슈.. 2021.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