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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202

국민 국어능력, 과반수가 ‘기초 이하’다? 국민의 국어 능력, 변변치 않다 국립국어원의 2013 국어능력 평가 결과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이 실시한 ‘2013년 국민의 국어능력 평가’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국어능력은 ‘보통 등급과 기초 등급의 경계선’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국민의 국어능력 수준을 진단하고 국어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실시된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원이 직접 가구를 방문하여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문법 등 5개 영역별로 엄선된 문제를 풀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국립국어원 보도자료 바로가기] 그런데 이 결과가 좀 심상찮다. 전체 평균은 1,000점 만점에 579.62점, 급별로는 우수 등급 11.9%(347명), 보통 등급 33.4%(975명), 기초 등급 45.. 2021. 2. 15.
새해 인사, ‘세배’로도 충분하다 어른께 드리는 새해 인사, ‘인사말’ 없어도 된다 바야흐로 ‘말’이 넘치는 시대다. 말이 넘치면서 쓸데없는 존댓말도 덩달아 넘친다. 이 말의 범람이 드러나지 않게 나누는 사람들 간의 정리조차 헤프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아니 해도 좋을 말을 굳이 하다 보니 은근히 나누는 교감조차 시대에 뒤떨어진 형식처럼 느껴지게 한다. “다른 인사말은 필요 없다. 그냥 절만 하여라.” 설날에 어른들께 세배하려는 아이들더러 내가 굳이 한 마디를 건넨 이유다. 조그만 녀석들이 세배하면서 잔망스럽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니 ‘올해도 건강하세요.’ 같은 인사를 어른처럼 건네는 걸 너무나 익숙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세배가 곧 ‘새해 인사’다 아이들은 내 말에 담긴 뜻을 잘 헤아리지 못했는지 세배를 하고 나더니, 다시 또.. 2021. 2. 10.
언어 예절, 그리고 가족의 변화 시대에 따라 변하는 언어 예절, 혹은 ‘가족의 변화’ 곧 설날이다. 전국에서 창궐하고 있는 구제역 때문에 설날을 전후한 ‘민족대이동’의 규모는 예년 같지 않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역시 사람들은 선물을 사고, 차표를 사서 귀향을 준비한다. 그것은 이 나라 사람이라면 피하지 못하는 몸에 밴 의례다. 연휴가 수요일부터여서 주5일 근무를 하는 이들에겐 이번 설날 연휴는 닷새가 옹글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 명절 순례는 다소는 고달플지 모르지만, 피를 나눈 가족의 견고한 유대와 동질성을 확인케 해 줄 것이다. 명절이 가까워지면서 언론도 명절 쇠기와 관련된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한다. 여성들의 ‘명절 증후군’, ‘명절날 가족 간 다툼 피하는 법’ 같은 기사와 함께 ‘친척 간 호칭, 제대로 알자’ 따위의 기사가 눈에.. 2021. 2. 8.
‘노력을 경주하다’는 인제 그만, ‘기울이다’로 쓰자 일상에서 쓰이는 어려운 한자어, ‘우리말’로 바꿔 쓰자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오랜만에 ‘경주하다’라는 낱말을 들었다. 홍남기 부총리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쓴 글에 "~ 노력을 최대한 경주해 나가겠습니다"로 나왔는데, 워낙 커다랗게 화면에 띄워 주어서 한참 들여다봤다. 하, 아직도 저걸 쓰는구나, 하고 감탄하는데 문득 40년도 훨씬 지난 내 20대 병영 생활이 떠올랐다. 나는 보병 부대의 ‘상벌계’에 해당하는 보직인 대대 행정서기병으로 근무했다. 징계와 포상 관련 업무가 주 임무였는데 둘 다 머리를 여간 짜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정기적인 포상 시기가 되면 대대의 해당 사병과 장교들의 공적서를 쓰는 게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아직도 쓰이는 어려운 한자어들 글쎄,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하는.. 2021. 2. 6.
초등 교과서와 박근혜 교과서, 혹은 ‘교육부의 쓸모’ 교육부, 초등 교과서에 한자 병기 시도 기어코 정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倂記)하려는 정책을 관철하려는 모양이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전 교과서(국어 제외) 일부 단어의 한자음과 뜻을 적는 ‘한자병기’를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 교과서에 병기할 수 있는 ‘초등용 한자 목록 300자’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부의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문제는 2014년 9월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시안)에서 “초등학교에 적정한 한자 수를 제시하고 교과서에 한자병기의 확대를 검토한다.”라고 밝히면서부터 논란이 시작되었다. 이에 한글시민단체와 교육단체 등은 한자병기 정책 폐기 운동으로 맞섰다.[관련 기사 : 교과서 한자병기 ‘이해력’ 신장? 사교육 아니고?] 교육부.. 2021. 2. 2.
수굼포, ‘삽’과 ‘삽질’ 사이 경북 남부지방의 ‘수금포’(삽)는 네덜란드어 스콥(schop)이 어원 정진규·정희성, 두 시인의 ‘삽’ 문태준이 엮고 잠산이 그린 를 뒤적이다가 정진규(1939~ ) 시인의 시 「삽」을 발견한다. 시는 ‘삽’이란 ‘발성’이 좋다는 시인의 탄성으로 시작한다. ‘땅을 여는 연장인데’도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이라고 하면서. ‘소리를 거두어들인다’ 함은 받침인 ‘ㅂ’ 소리가 ‘끝이 닫히는 소리’라는 말이겠다. 시인은 두 번 그 삽을 쓰겠다고 말한다. 한번은 ‘너를 파고자’, 또 한번은 ‘내 무덤’을 짓고자. ‘사랑’을 ‘얻고자’ 하는 것보다는 ‘죽음’을 거두어들일 때 쓰겠다는 부분이 서늘하게 마음에 닿아온다. 그렇다. 죽음은 그렇게 한 ‘삽’으로 거두어들이는 것이지. 문득 마음 한쪽에 .. 2021. 2. 1.
‘큐 앤 에이(Q&A)’와 ‘문답’ 사이 일상어를 대체하는 영어 일전에 블로그에 올린 글,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2)”은 별 호응이 없었다. 에 기사로 채택되지도 않았고 의미 있는 조회 수의 변화도 없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내왕하던 이웃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댓글이 달리는 경우는 드물어서 조회 수는 어떤 의미로든지 독자들의 관심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였었다. 한글이 ( )안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어찌 어찌하다가 정년 퇴임한 선배 국어과 교사와 연락이 닿았다. 그도 의 뉴스룸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는 어떤 경로든지 이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알파벳이 괄호 밖으로 나왔으니 이제 한글이 대신 괄호 안에 들어갈지도 모르겠어요.” 선배가 방송사에도 이의를 제기해야 하지 않겠냐고 .. 2021. 1. 25.
[가겨찻집] ‘수인한도’와 ‘참을 수 있는 정도’ 불필요한 ‘문어’, 한자어의 흔적들 ‘글로 쓰는 문장이 입으로 말하는 언어와 일치되는 현상’이 언문일치(言文一致)다. ‘언문일치’라는 개념은 ‘언문 불일치’를 전제로부터 비롯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랫동안 한자를 빌려 써 입말[구어(口語)]을 그대로 글말[문어(文語)]로 기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글말과 입말의 일치, ‘언문일치’ 우리말의 언문일치는 교과서의 한글 전용과 1980년대의 일간지의 한글화를 통해 한글이 주류 통용 문자의 지위를 얻게 되면서 비로소 그 형식과 내용을 제대로 갖추어 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는 입말과 글말이 특별히 다르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옛 편지글에 남았던 문어의 흔적들 1960년대와 70년대까지만 해도 편지글에서 공공연히 쓰이던 상투적 문구는 이제 .. 2021. 1. 22.
‘ABC’와 ‘가나다’ ‘기초 또는 기본’을 뜻하는 ‘ABC’ 대신 ‘가나다’로 쓰자고 제안한 손석춘 칼럼 지난해 연말에 의 손석춘 칼럼에 좀 낯선 제목이 하나 떴다. ‘직업적 기자로 살고 있는 모든 언론인들에 제안한다’는 부제를 단 이 기사의 제목은 “기자의 ㄱㄴㄷ”. 제목에 쓰인 한글 자음의 의미는 단박에 다가왔지만, 예의 낯선 느낌은 조금 부담스럽게 남았다. “기자의 ABC”라고 썼으면 아무도 그걸 낯설게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영자 ‘ABC’ 대신 쓰인 한글 자음 ‘ㄱㄴㄷ’이 주는 느낌 앞에서 우리는 좀 씁쓸하다. 모국어 자음보다 외국어 알파벳을 훨씬 더 친숙하게 느끼는 것은 우리의 말글살이가 그쪽에 더 친숙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과 우리말 표현이 자리를 잡지 못함에 관한 아쉬움은 크게 다르지.. 2021. 1. 19.
‘아띠’? 광화문, 혹은 세종대왕 수난기 광화문 현판 논란과 근처에 들어선 국적불명의 ‘아띠’ 광화문광장이라곤 딱 한 번 가 봤다. 지난해 1월 말께였다. 어딘지도 모르면서 누굴 만나느라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거기 만만찮은 크기의 세종대왕 동상이 딱 버티고 있었다. 나중에야 그게 광화문광장이었구나 했던 것이다. 시골 사람들이 서울을 이해하는 건 늘 그런 방식인 모양이다. 세종대왕은 뒤편으로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등지고 꽤 높은 좌대에 앉아 있었다. 세종임금은 반대편에 칼을 집고 서 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함께 광화문광장의 상징 같아 보였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두 분 임금과 장수가 경복궁을 등지고 앞뒤로 앉고 서 있는 모습은 괜찮은 그림 같다. 논란의 중심이 된 ‘광화문 현판’ 세종대왕과 그 뒤편의 광화문은 지난해부터 꽤 긴한 뉴스거리였.. 2021. 1. 15.
‘밝혀진 바’와 ‘밝혀진바’는 어떻게 다른가 [가겨찻집] 의존 명사 ‘바’와 연결어미 ‘ㄴ바’의 구분 흔히 ‘의존 명사’로만 알려진 ‘바’는 때에 따라서는 어미 ‘-ㄴ바’의 형식으로도 쓰인다. 아래 예문을 보자. ⑴ 회의에서 심의한 바를 발표하겠습니다. ⑵ 규정을 심의한바 몇 가지 빠진 게 있었다. 예문 ⑴의 ‘심의한 바’와 ⑵에 쓰인 ‘심의한바’는 띄어쓰기만 다를 뿐 같은 낱말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의 문법적 차이는 ⑴은 동사의 관형사형 ‘심의한’에 의존 명사 ‘바’로, ⑵는 어간 ‘심의하’에다 어미 ‘ㄴ바’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의존 명사 ‘바’ 은 의존 명사 ‘바’의 뜻을 네 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그것은 ⑴앞에서 말한 내용 그 자체나 일 따위를 나타내는 말, ⑵일의 방법이나 방도, ⑶앞말이 나타내는 일의 기회나 그리된 형편의 뜻을 나타내는 .. 2021. 1. 6.
‘법률’과 ‘선율’- 왜 ‘률’과 ‘율’로 다르게 표기하나 [가겨찻집] 한자어 ‘렬’과 ‘률’의 표기 최근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사망 증가율’이 ‘사망 증가률’로 표기된 기사를 적지 않게 발견했다. ‘렬’과 ‘률’의 발음은 꽤 까다롭다. 그러나 증가율은 ‘-률’이 아니라 ‘-율’로 발음되는데 왜 그렇게 표기했을까. 하긴 그걸 [증가률]로 발음하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니긴 하다. 한자음 가운데에는 우리 말과 달리 ‘ㄹ 음으로 시작하는 소리가 드물지 않다. 이 발음에 관한 규정이 “한글맞춤법” 제11항이다. 내용은 “한자음 ‘랴, 려, 례, 료, 류, 리’가 낱말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라는 규정이다. 한자음 ‘량(良)’은 두 번째 음절에 오면 본음대로 ‘선량’으로 쓰이지만, 낱말 첫머리에 올 때는 ‘ㄹ’.. 2020.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