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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202

‘차칸남자’와 ‘고아떤 뺑덕어멈’ 사이 맞춤법을 무시하고 파괴하는 드라마 제목 뜬금없이 아직 방영되지도 않은 드라마의 제목이 말썽이다. 오늘(12일) 첫 방송을 앞둔 한국방송(KBS) 제2 텔레비전의 새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 남자’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한글학회 등의 한글 단체들이 이 드라마의 제목을 두고 “우리말을 파괴하는 표현”이라고 비판하면서 KBS에 항의 공문을 보내 시정을 촉구했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 한글단체 “KBS ‘차칸남자’ 우리말 파괴…바꿔라”] 한글학회는 “우리 말글을 제대로 쓰고 그 교육과 계도에 앞장서야 할 한국방송공사에서 한글맞춤법을 무시하고 우리말을 파괴하면서까지 연속극을 만든다는 데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문제의 ‘우리말 파괴’가 가리키는 것은 ‘차칸남자’의 ‘차칸’이다. ‘차칸남자’? ‘.. 2020. 9. 27.
‘고까’ 사다리와 ‘고까’ 도로 한자어, 발음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지난달 중순께 한 지상파 방송 뉴스에서 ‘고가사다리’를 [고까사다리]라 말하는 걸 들었다. 다행히 그렇게 말한 사람은 앵커도 기자도 아닌 방재업체 관계자였다. 그보다 더 오래 전에, 역시 공중파 뉴스에서 ‘고가도로’를 [고까도로]라고 발음하는 기자의 리포트를 들으면서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같이 ‘고가’로 써도 ‘시렁 가(架)’ 자를 쓴 ‘고가(高架)’와 ‘값 가(價)’ 자를 쓴 ‘고가(高價)’는 명백히 다르다. ‘시렁’이라면 요새 사람들은 낯설지 모르겠다. “물건을 얹어 놓기 위하여 방이나 마루 벽에 두 개의 긴 나무를 가로질러 선반처럼 만든 것”이 시렁이다. ‘값비싼’ 사다리와 도로? ‘고가(高架)’는 [고가]로 읽고 ‘고가(高價)’는 [고까]로 읽는다... 2020. 9. 26.
♂개는 ‘수캐’고 ♀고양이는 ‘암고양이’다 ‘암수’가 붙어 거센소리로 축약되는 예는 정해져 있다 창(窓) 내고자 창을 내고자 이내 가슴에 창 내고자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져귀 수돌져귀 배목걸쇠 크나큰 장도리로 둑닥 박아 이내 가슴에 창 내고자. 잇다감 하 답답할 제면 여다져 볼가 하노라. - 청구영언(靑丘永言) 이 노래는 지은이를 알 수 없는 사설시조다. 사설시조만이 갖는 특징적인 수사법과 해학이 넘치는 작품이다. 과감한 비유, 그리고 열거와 반복으로 만드는 특유의 가락은 흥겹기만 하다. 물론 그 재료는 민중들의 일상적 언어다. 마음속에 쌓인 비애와 고통,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하면서 시적 화자는 자기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당대의 온갖 문의 종류(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를 나열하고, 암톨쩌귀와 수톨쩌귀에.. 2020. 9. 23.
‘하사(下賜)’, 왕조시대의 언어와 근대 버리지 못하는 왕조 시대의 언어들 대한제국이 일제에게 강제 병합되면서 봉건왕조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이 난만한 민주주의 시대에도 왕조시대의 수직적 질서와 관련된 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시절의 권위적 언어가 남은 것은 20세기의 100년으로도 완고한 봉건적 질서를 넘기가 간단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사(下賜), 왕조시대의 언어들 뜬금없이 ‘봉건’을 얘기하는 것은 한가위를 앞두고 대통령이 군 장병에게 특별휴가와 간식을 주기로 하면서 쓴 ‘하사(下賜)’란 표현으로 인한 논란 때문이다. 굳이 국어사전을 펴보지 않아도 ‘하사’가 왕조시대의 언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임금이 신하에게, 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물건을 줌.’으로 풀이된 하사의 ‘사(賜)’는 ‘주다’의 뜻이긴 하다. 그러나.. 2020. 9. 23.
‘지’라고 다 같은 ‘지’ 아니다, 의존명사 ‘지’만 띄어 쓴다 의존명사 ‘지’와 ‘어미’ ‘-지’나 ‘-ㄴ지’, ‘-ㄹ지’는 구분하라 지난해 3월에 ‘지’의 띄어쓰기에 관해 쓴 바 있다. 요지는 의존명사 ‘지’는 당연히 띄어 써야 하지만 나머지 ‘어미’로 쓰이는 ‘-지’나 ‘-ㄴ지’, ‘-ㄹ지’ 따위는 띄어 써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말에서 ‘의존명사’는 의미적 독립성은 없으나 다른 단어 뒤에 붙어서 명사 구실을 하므로, ‘단어’로 다루어진다. 독립성, 즉 혼자서 쓰일 수 없으므로 앞 단어에 붙여 쓰느냐 띄어 쓰느냐 하는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쓴다’라는 원칙에 따라 띄어 쓰는 것이다. 혼자 쓰일 수 없는 ‘의존명사’ 다음은 가장 흔히 쓰는 의존명사들이다. ‘주어성’이라 함은 주어로 쓰이는 성질이란 뜻이다. 주어로 쓰이는 이들 .. 2020. 9. 19.
‘주류 일절’에서 ‘안주 일체’까지 잘못 쓰이고 있는 한자어 산길로 접어드는 출근길 어귀에 음식점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가게가 하나 있다. 가게 바깥벽에 여기서 취급하는 품목을 선명하게 써 붙여 놓았는데, 거기 요즘에는 보기 드문 낱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부산물 일절’과 ‘다대기 일절’.(‘다대기’는 일본어 ‘tata[叩]ki’에서 온 말이다.) 아직도 저 낱말이 쓰이는가, 고개를 갸웃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저 습기 찬 6·70년대의 풍경과 정서를 고스란히 떠올려 주는 듯했다. 선술집이나 간이식당의 유리 달린 미닫이문마다 빨간 페인트(‘뺑끼’라고 불러야 더 어울리는!)로 써 놓은 메뉴는 십중팔구가 ‘주류 일절’, ‘안주 일절’이었다. 아직도 ‘일절(一切)’이 쓰인다 그것은 과자 부스러기나 석유를 팔던 동네 가게에도 붙어 있었다. .. 2020. 9. 17.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을 ‘저해한다’? 서술어, 함부로 생략해선 안 된다 술병에 붙이는 음주 경고문이 21년 만에 바뀌었는데 이 문구가 문법에 맞지 않은 비문(非文)이었다. 결국 논란 끝에 보건복지부를 이를 다시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문제의 문구는 주어와 서술의 호응이 되지 않는 비문이라는 것이다. [관련 글 : ‘주어의 생략’을 ‘주어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서 술병에 붙은 ‘과음 경고 문구’를 읽어보는 일은 거의 없지만 ‘흡연 및 과음 경고 문구 등 표시내용’은 고시로 지정된 의무사항이다. 소주든 맥주든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모든 주류용기에는 지정된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이번에 개정된 고시의 경고 문구는 세 가진데 그 중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을 경고한 문구가 잘못 쓰였다. 해당 문구는 문장 안에 세 가.. 2020. 9. 15.
‘햇빛’과 ‘해님’은 사이시옷 한 끗 차이? 합성어와 파생어에서 ‘사이시옷’ 쓰기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 소속의 김해님이란 선수가 있다. 언젠가 경기에 나온 그의 모습을 보았는데 등판에 새겨진 ‘김해님’이란 이름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햇님’이라 쓰지 않고 이름을 제대로 썼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그는 2007년 방출되어 지금은 일본 독립 리그의 코치로 활동 중이다. 얼마 전에는 의 화보에서 한 여성 모델을 만났는데 이름이 ‘김햇님’이었다. 비키니 차림의 젊은 여성 연예인들의 풍만한 몸매를 ‘황홀한’, ‘아찔한’, ‘명품’, ‘이기적’ 따위의 꾸밈말로 소개하며 누리꾼들을 유인하고 있는 코너다. 푸근한 표정의 이 모델도 몸매보다는 그 이름에 눈길이 갔다. 프로야구 선수 김해님과 모델 김햇님 사람의 이름은 ‘고유명사’다. 따라서 .. 2020. 9. 12.
‘신관’은 훤하고, ‘심간(心肝)’은 편하다 ‘신관’은 얼굴, ‘심간(心肝)’은 심장과 간장 “원장님 심간이 아주 편하신가 보네, 이렇게 활짝 웃고 계시니. 집이 온통 불타고 있는데, 대체 어찌하겠다는 심산인지….” “아이고, 어르신 요즘 신관이 훤하신데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위의 것은 지난 주말 한 일간지 기사[관련 기사 : 김명수 대법원장은 묵언수행 중?]에 나온, 어떤 변호사가 웃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진을 보면서 뇌까린 말이고 아래는 우리가 시골에서 흔히 듣곤 하던 말이다. 기사를 읽다가 나는 ‘심간’이 낯설어서 순간적으로 “어! 이거 신관을 잘못 쓴 거 아냐?”하고 생각했다. ‘신관’, 남의 얼굴을 높여 이르는 말 ‘신관’은 요즘 젊은이들은 더는 쓰지 않는 말이지만, 시골에 가면 일상어처럼 쓰인다. 짐작했겠지만, 이 말은 흔히 .. 2020. 9. 11.
‘뒷풀이’가 아니라 ‘뒤풀이’다 뒷말의 첫 소리가 된소리나 거센소리일 땐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 한글 맞춤법에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사이시옷’이다. 이는 사잇소리 현상을 표시하기 위해 앞말이 모음으로 끝났을 때 받침으로 붙이는 ‘시옷(ㅅ)’이다. (1) 시내 + 가 [시내까] → 시냇가 (2) 초 + 불 [초뿔] → 촛불 위 보기처럼 두 낱말이 어울려 새 낱말을 이룰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걸 표시하기 위해 ‘사이시옷’을 쓰는 것이다. 물론 앞말에 이미 받침이 있을 때는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 (1) 산 + 길 [산낄} → 산길 (2) 호롱 + 불 [호롱뿔] → 호롱불 모든 말에 이런 원칙이 지켜지면 좋은데, 문제는 여기 예외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일일이 그걸 다 들여다볼 수는 없으니 몇 .. 2020. 8. 26.
‘되(어)’와 ‘돼’의 구분 알쏭달쏭 맞춤법, 의식하면서 쓰자 맞춤법 따위에는 신경을 ‘끄고’ 되는 대로 ‘마구’ 문자를 보내도 될 때는 행복했을 것이다. 까짓것, 뜻만 통하면 됐지, 뭐. 학창 시절에도 그랬지만 ‘어른’이 되면 글쓰기와 멀어지는 게 현실이고 연애 시절엔 가끔 쓰던 편지조차도 쓰지 않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상의 유일한 글쓰기, 문자 메시지 작성 그래서 어느 날부터 문자 메시지 작성이 일상의 유일한 글쓰기(!)가 된다. 편한 사이엔 되는 대로 끼적여 보내면 그만이지만 상대가 윗사람이거나,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띄어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맞춤법은 맞는지, 높임 표현은 제대로 되었는지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또래들과 맞추느라고 편하게 쓰다가 어느 날부터 맞춤법 자체를 잊어버리게 된.. 2020. 8. 17.
‘갈게’와 ‘갈께’, 어느 게 맞나? 어미 ‘ㄹ게’ 는 ‘된소리’로 나도 ‘예사소리’로 적는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공중파보다는 케이블 방송 쪽의 자막이 훨씬 바르다고 생각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공중파의 경우, 뉴스나 예능 프로그램 화면의 자막에서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지만, 케이블 방송의 영화 자막은 뜻밖에도 띄어쓰기는 물론이거니와 맞춤법이 매우 정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상으로 촉박하게 준비되는 뉴스 화면과 여유를 갖고 만드는 영화 자막을 비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지상파 방송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 자주 눈에 띄는 까닭은 무엇일까. 특정 방송사에서 방송사고가 잦은 게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지난 2월 5일 밤에 방송된 ‘9시 뉴스’에서 확.. 2020.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