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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밝혀진 바’와 ‘밝혀진바’는 어떻게 다른가

by 낮달2018 202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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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겨찻집] 의존 명사 ‘바’와 연결어미 ‘ㄴ바’의 구분

 

흔히 ‘의존 명사’로만 알려진 ‘바’는 때에 따라서는 어미 ‘-ㄴ바’의 형식으로도 쓰인다. 아래 예문을 보자.

 

⑴ 회의에서 심의한 바를 발표하겠습니다.
⑵ 규정을 심의한바 몇 가지 빠진 게 있었다.

 

예문 ⑴의 ‘심의한 바’와 ⑵에 쓰인 ‘심의한바’는 띄어쓰기만 다를 뿐 같은 낱말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의 문법적 차이는 ⑴은 동사의 관형사형 ‘심의한’에 의존 명사 ‘바’로, ⑵는 어간 ‘심의하’에다 어미 ‘ㄴ바’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의존 명사 ‘바’

 

<표준국어대사전>은 의존 명사 ‘바’의 뜻을 네 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그것은 ⑴앞에서 말한 내용 그 자체나 일 따위를 나타내는 말, ⑵일의 방법이나 방도, ⑶앞말이 나타내는 일의 기회나 그리된 형편의 뜻을 나타내는 말, ⑷자기주장을 단언적으로 강조하여 나타내는 말 등이다.

 

⑴ 평소에 느낀 를 말해라.
⑵ 나아갈 를 밝히다.
⑶ 어차피 매를 맞을 에는 먼저 맞겠다.
⑷ 우리는 우리의 굳건한 의지를 내외에 천명하는이다.

 

네 개의 예문에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것은 의존 명사 ‘바’에 모두 조사가 붙어 있다는 점이다. ⑴과 ⑵에는 ‘-를’, ⑶엔 ‘-에는’, ⑷엔 서술격 조사 ‘이다’가 붙어 있다.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하라.” 같은 문장에는 조사가 붙어 있지 않지만, 실제로 ‘바’에는 관형격 조사 ‘-의’가 생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미 ‘-ㄴ바’

 

어미 ‘-ㄴ바’가 쓰이는 환경은 “받침 없는 동사 어간,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는다. 이 어미의 뜻은 “뒤 절에서 어떤 사실을 말하기 위하여 그 사실이 있게 된 것과 관련된 과거의 어떤 상황을 미리 제시하는 데 쓰는 연결 어미”인데, 쓰임새에 따라 ⑴앞 절의 상황이 이미 이루어졌음을 나타내는 것과 ⑵‘-ㄴ데’, ‘-니’ 따위에 가까운 뜻을 나타내는 거로 나뉜다.

 

⑴ 서류를 검토한바 몇 가지 미비한 사항이 발견되었다.
⑵ 그는 나와 동창인바 그를 잘 알고 있다.

 

⑴은 앞 절의 서류 검토가 이미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이어지는 문장이다. ⑵에서 ‘-ㄴ바’는 ‘동창인데’ 또는 ‘동창이니’ 정도의 뜻으로 새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의존 명사 ‘바’에는 약속한 듯 조사가 붙었지만, 어미 ‘-ㄴ바’에는 조사를 붙일 수 없다. 어미에도 조사가 붙을 수는 있지만, 여기엔 조사를 붙이면 문장이 이상해지기 때문이다.

▲ 의존 명사 '바'와 어미 '-ㄴ바'의 구분

어미 ‘-ㄴ바’는 앞에 오는 어간의 종류나 시점에 따라 ‘-는바, -은바, -던바’ 등으로 쓰일 수 있다. 어미 ‘-ㄴ바’는 ‘-(으)므로, -(으)니까, -(었)는데’ 등과 같은 다른 어미로 대체할 수 있다.

 

⑴ 네가 약속한바(약속했으니까, 약속했으므로)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⑵ 그를 믿은바(믿었으니까, 믿었으므로) 따로 계약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⑶ 상부에서 공기 단축을 강요했던바(강요했으므로) 자연히 공사는 부실해졌다.
⑷ 경력을 확인해 본바(확인해 봤는데) 몇 가지는 사실과 달랐다.

 

문장에 쓰인 의존 명사 ‘바’와 어미 ‘-ㄴ바’를 구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우선 앞말과 ‘바’를 띄어 쓴 것은 볼 것 없이 의존 명사다.
· ‘바’에 조사가 붙거나 붙일 수 있는 것은 의존 명사, 조사를 붙일 수 없고, 붙이면 비문이 되는 ‘바’는 어미다.

 

 

2021. 1. 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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