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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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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를 위한 ‘가랑비’가 필요하다 우토로 마을 살리기운동 아름다운재단에서 엽서가 왔다. 재단과 소중한 인연이 되어주었다며 6월의 ‘처음 자리 마음 자리’에 초대하는 편지다. 실한 나무 모습의 주황색 재단 엠블럼도, 단아한 글꼴의 아름다운재단 이름도, 재생지 느낌의 누런 엽서 봉투도 아름답고 정갈하다.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엽서를 열어보고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렇다. 뒤늦게 (https://www.beautifulfund.org/ssl.html 의 캠페인 메뉴)에 참여한 게 지난 5월 12일이다. 잠깐 머릿속에 어둔한 어림셈이 벌어진다. 그 정도 소액에 이런 봉투에, 편지에 남는 거나 있을까……. 처음에 10만 원을 생각하다가 그게 뚝 분질러져 5만 원이 되었고, 그것도 손이 곱아 고작 3만 원으로 체면치레를 했기 때문이다. 희망 모금을 시.. 2021. 6. 19.
잠깐 '힐링'하러 의성에 왔다 눌러앉은 취준생들 [경북 의성 청년 창업 이야기 ②] 프로젝트 ‘담다’의 최성신·김민재씨 프로젝트 ‘담다’의 사무실 겸 공방은 안계파출소에서 의성 이웃사촌 지원센터로 가는 길 왼쪽에 있었다. 점심시간에 갔다가 허탕을 치고 3시쯤에야 사무실을 지키는 스물일곱 동갑내기 최성신, 김민재씨를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의성군에서 연 귀촌 프로그램 ‘도시 청년 의성 살아보기’ 제1기 동기생이다. 대구 출신 동갑내기 ‘의성 살아보기’에서 만나 창업 같은 대구 출신이지만 두 사람을 공동 창업자로 이어준 것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였다. 경영학과를 나와 취업을 준비하던 민재씨나 코이카 국제봉사단으로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로 출국 예정이었던 성신씨를 의성으로 당긴 것은 SNS에 뜬 ‘청춘구 행복동’ 모집 공고였기 때문이다. 민재씨는.. 2021. 6. 17.
세대 뛰어넘기 - ‘젝스키스’에서 ‘2PM’까지 교사들과 아이들의 세대차 어떻게 넘을까 다른 세대들이 한 집에서 생활하는 가정처럼 학교도 여러 세대로 구성되어 있다. 10대의 아이들과 2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교사들이 마구 섞여 있는 데가 학교인 까닭이다. 그러니 거기엔 흔히들 ‘세대차’라고 하는 격차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각 세대가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행동양식, 정서, 가치관, 신념, 이데올로기 등을 갖는 것은 나이와 사회구조적 조건과 역사적 경험의 특수성으로 말미암는다. 한국전쟁을 겪은 60대와 광주항쟁마저 아련한 역사로 인식하는 1993년생(고1) 사이에 세대차가 존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교재로 공부하는 교사와 학생이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른 것은 적어도 우리 사회에선 크게.. 2021. 6. 17.
‘조용한 여자’에서 ‘나섬녀’로 82쿡닷컴에서 숙제하는 여성들 요리·생활 사이트인 ‘82쿡닷컴(http://www.82cook.com/)’이 떴다. 이 사이트 회원들의 광고주들을 상대로 한 ‘불매 운동’에 관해 가 82쿡닷컴에 ‘경고장’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아니다. 뜬 곳은 더 있다. ‘선영’ 씨로 유명한 마이클럽(http://www.miclub.com/)이 그렇고, 패션사이트인 ‘소울드레서’도 그렇다. 82cook.com은 “‘가족 사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요리와 알뜰 살림을 위한 정보나 지혜를 나누는 사이버 공간”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이트가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은 역시 마이클럽이나 소울드레서 등과 마찬가지로 회원들이 쇠고기 정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오늘 나는 난생처음으로 82쿡닷컴.. 2021. 6. 17.
‘교실 밖’의 교사, ‘교실 안’의 교사 해임된 교사와 징계 의결이 요구된 교사 민주노동당을 후원한 전교조 교사들을 파면·해임하라는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이들 교사를 대상으로 한 각 시도 교육감의 징계 의결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교육감으로 당선된 지역은 다소 사정이 나아 보이긴 해도 전체적으로 징계 국면이 시작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옥죄어 오는 탄압에 맞서는 단식, 농성… 전교조를 겨냥한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전교조가 할 수 있는 대응은 마땅치 않다. 정진후 위원장이 단식으로 저항하다 18일 만에 병원에 실려 가고 각 시도별로 도 교육청 농성에 들어간 게 현재 전교조가 할 수 있는 저항의 최대치. 칼자루를 쥔 강자 앞에서 약자의 저항은 단식이나 농성 등 제 살 갉아먹는 극한적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 2021. 6. 17.
김천시민들, 삼백 번째 ‘촛불’을 밝혔다 김천시민의 사드배치반대 촛불 300회 6월 16일 저녁 8시부터 김천역 광장에서 300회째 ‘사드 배치 결사반대 김천 촛불집회’가 열렸다. 김천역에 내렸을 때는 아직 8시 전, 집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나는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역 광장 한쪽에 앉아서 광장의 시민들을 오래 지켜보았다. 300번째 촛불을 밝힌 씩씩한 시민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는 김천의 촛불을 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때 낙관적으로 전망되었던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선을 앞두고 전임 정부에서 알박기 형식으로 사드를 기습적으로 배치한 뒤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나쁜 쪽으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려 열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집회, 지칠 만도 하건만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여유가 넘쳤다. 사람들은 익숙.. 2021. 6. 17.
‘밥 못 먹여 주는’ 시와 함께 살아온 시인의 20년 세월 [서평] 안상학 시집 지역에 사는 안상학 시인이 네 번째 시집을 냈다. 따로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았던가, 나는 그의 시집을 지역포털업체인 을 통해서 받았다. 일전에는 와 에도 서평이 실렸다. 서평에서 다루었던 시들을 새로 읽으면서 처음으로 나는 안상학 시인이 정말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관련 기사 : 능청스런 은유로 떠올리는 그리운 이름 ‘아배’] 기억이란 건 별로 믿을 게 못 된다. 나는 늘 그를 처음 만난 때를 1984년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1988년에 세상을 떠난 내 친구를 통해 안동의 어느 다방에서 그를 만났다고 기억하는데, 그때 그는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직후였다. 그러나 그가 신춘에 뽑힌 것은 1988년이니 내 기억은 착오다. 아마 당선 통보를 미리 받았던 1987년 연.. 2021. 6. 16.
‘뭇 보수’들에게 날리는 표창원 표 ‘보수’의 똥침 보수주의자 표창원의 발언들 “경찰 허위 발표로 당선…朴대통령 사퇴해야” “국정원 게이트, 정권 이익 위해 사법 정의 짓밟은 ‘쿠데타’” “법과 정의 짓밟은 박근혜, 더 이상 제겐 대통령이 아닙니다.” 내로라하는 야당 정치인이 내뱉은 말이 아니다. 모모한 재야 민주 투사의 일갈도 아니다. 그들의 말이었다면 그 말 속에 담긴 뜻은 그냥 의례적이거나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자유롭게 말하기 위해 경찰대 교수직을 박차고 나온 ‘보수주의자’”( 연재 ‘표창원의 죄와 벌’의 필자 소개)다. 보수주의자 표창원의 ‘멘탈’ 표창원은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자유인이 되었다.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게 항상 꿈’이었다는 이 보수주의자는 자신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이해·인식하되 그것과 어긋.. 2021. 6. 16.
아버지 고향에 돌아온 딸의 손만두, 의성을 구해낼까 [경북 의성 청년 창업 이야기 ②] 안계 '오늘손만두'의 김진우 씨 농촌에 젊은이가 떠난 지는 한참 오래되었다. 원래 마을이란 청년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비로소 ‘사람 사는 동네’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젊은이 없는 시골은 ‘아기 울음소리가 끊어진’ 적막강산으로 바뀌어 버렸다. 위기의 지자체들이 소멸에 맞서, 벌이는 사업은 여럿이지만, 그 핵심은 인구를 늘리는 데 있다. 도시 청년을 유치하여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그 핵심 목적은 다르지 않다. 안계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의성군이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 경로는 세 가지다. 경상북도의 ‘이웃사촌 시범 마을’ 사업 가운데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 지원을 받는 것과 도시 청년들의 농촌 공동체 마을 ‘청춘구 행복동’을 통해 운영하는 .. 2021. 6. 15.
학교는 지금 공사 중! 학기 중 학교는 공사 중이다 정부의 지시에 따라 ‘경제 활성화’와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지자체가 공사 발주를 서두르는 등 예산의 조기 집행에 나서면서 곳곳이 공사 중이다. 이 이른바 ‘예산의 상반기 조기 집행’은 가히 시대의 트렌드(?) 같아 보인다. 언론은 상반기 조기 집행 실적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여럿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러한 성급하고 경쟁적인 예산 조기 집행은 필요한 공사와 부실시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면서 주민들의 원성을 사는 것이 그 좋은 예다. 그뿐인가,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의 조기 집행으로 재원이 고갈되고 지방세 징수액마저 크게 줄자,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졸지에 앞당겨진 공사로 학교는 5월을 빼앗겼다 지자체의 예산 조.. 2021. 6. 14.
퇴직 동료와 함께한 문경새재 소풍 퇴직 동료와 함께 문경새재 나들이 지난 9일에는 문경새재 소풍을 다녀왔다. 전교조 경북지부가 창립 27주년을 기념하여 베푸는 행사다. 이름하여 ‘은빛 선생님들의 함께하는 소풍’이다. 어느새 퇴직 조합원이 300여 명이 되었는데 이들 가운데 시간이 나는 이들이 모인 것이다. 지역 퇴직자는 선배 한 분에 후배가 서너 명쯤 있었다. 그중 후배 교사 두 사람과 함께 이 행사에 참여했다. 10시 반에 새재 주차장 앞 정자에 모인 이는 모두 서른다섯. 일흔을 훨씬 넘긴 초대 지부장 이영희 선생님을 비롯하여 선배가 열두어 명, 그리고 나머지 후배 교사들이었다. 해직과 복직을 함께한 동료들, 활동가들 외에도 낯선 이들도 몇 분 있었지만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전교조 창립을 함께 한 동료들의 경우는 그동안 나눈 세월이.. 2021. 6. 13.
금계국(金鷄菊) 꽃밭에서 안동 낙동강변의 금계국 꽃밭 “안동엔 꽃이 많다.”라는 진술은 뜬금없을까. 지방자치제가 뿌리를 내리면서 모든 지방 자치단체가 시가지와 관내 일원을 아름답게 단장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니 말이다. 요즘 어디를 가도 연도는 꽃길이다. 철 따라 달라지는 꽃길을 가꾸는 것은 그 목적이 어디에 있든 좋은 일이다. 안동의 4월은 벚꽃으로 하얗게 빛나고, 5·6월은 금계국의 노란빛으로 부시다. 안동시는 꽃과 숲이 어우러진 ‘생태환경 도시’ 조성을 위해 2006년부터 금계국을 심기 시작해 첫해인 2006년에 97㎞, 지난해 100㎞, 올해 100㎞의 금계국 꽃길을 만들었다. 지난 5월 말부터 온 시가지와 도로가 금계국 노란 꽃으로 뒤덮여 있다. 짙은 녹색의 줄기 때문에 더 화사하게 두드러지는 노란 꽃의 행렬은 길마다.. 2021.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