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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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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사향’의 PC, 청춘의 ‘설레임’? ‘사양(仕樣) → 품목, 설명, 설명서’ 어저께 출근하다 길가의 풍선 간판을 읽다 말고 실소했다. 어떤 피시(PC)방 앞 인도에 세워놓은 풍선 간판에 ‘구미 최고 사향’이란 글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건 ‘사양(仕樣)’을 잘못 쓴 게 틀림없었는데, 문득 일본식 한자어 사양은 이미 ‘품목(品目)’ 등으로 순화되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사양은 일본어 ‘시요(しよう.仕樣)’를 우리말로 읽은 것이다. 의 ‘사양’ 풀이는 “설계 구조. ‘설명’, ‘설명서’, ‘품목’으로 순화”다. 순화어가 여럿인 것은 상황에 맞게 순화하면 된다는 뜻이겠다. 흔히 쓰이는 ‘선택사양’은 ‘선택 품목’으로 ‘(제품) 사양서’는 ‘(제품) 설명서’로 바꾸는 식으로 말이다. 풍선 간판의 ‘최고 사양’은 아마 ‘최신 제품’이라는 뜻으로.. 2021. 5. 19.
줄여 쓰기- ‘난쏘공’에서 ‘열폭’까지 ‘생선’이 ‘생일선물’이라고? 동료 여교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중학교 3학년짜리 아들 녀석이 ‘생선’을 사러 나간다고 해서 물었다. ‘웬 생선이냐’고 했더니 아이는 심드렁하게 받더란다. “아니, 친구 ‘생일 선물’ 말이야…….” 그걸 세대차로 돌릴 일이냐고 동료는 투덜댔다. 긴 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언어 경제’의 원칙에 부합할뿐더러 사람들 사이에 두루 쓰이는 줄임말을 통해 사회적 동질성을 확인하기도 한다. 애당초 줄여 쓰기는 한자어에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을 ‘한국’이라고 줄여 읽고, ‘한국전력’을 ‘한전’이라고 줄이는 방식 말이다. 이는 대체로 널리 알려진 학교 이름 따위를 가리킬 때 자주 쓰인다. ‘고대, 연대’라고 할 때 이를 이해 못 할 사람은 .. 2021. 5. 19.
21년, ‘퇴행’과 ‘반복’은 넘어서 가자 무한경쟁 교육 중단! 참교육 지키기 전국교사대회 지난 일요일(16일), 여의도에서 ‘무한경쟁 교육 중단! 참교육 지키기 전국교사대회’가 열렸다. 버스와 기차를 타고 모여든 1만여 교사들은 십수 년을 되풀이해 온 익숙한 집회를 치러냈다. 내 기억에 틀리지 않다면 그동안 이 ‘5월 교사대회’가 베풀어지지 않은 해는 한두 해밖에 없다. 법외노조이던 초기 교사대회는 이른바 ‘원천봉쇄’와 닭장차와 백골단을 피해서 마치 스파이 접선하듯 장소를 옮겨가며 열렸다. 학생운동이 살아 있던 시대였다. 교문 앞을 점령한 경찰 병력을 굳건히 막아준 이들은 제자였던 대학생들이었다. 최루탄과 원천봉쇄를 넘어서 학생들이 백골단 등 경찰들을 막고 있는 시간에 교사들은 여유 있게 학교 안에서 집회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때로는 경찰.. 2021. 5. 18.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며 아흔일곱 김형석 교수와 강골의 투사 오종렬 선생 5월호에 김형석 교수의 글 한 편이 실렸다. ‘그분의 충고’라는 짧은 수상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이 백수를 앞둔 철학자가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는 1920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치면 아흔일곱 살이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이다. 맏형님이 사다 놓은 게 분명한 그의 수상집, 를 통해서다. 제목에도 한자를 섞어 쓴 그 책을 나는 아무의 도움 없이 읽어냈다. 내용은 희미하게 떠오르는데 주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글이었다는 기억밖에 없다. 스무 살 무렵에 나는 같은 출판사(삼중당)에서 문고본으로 나온 이 책을 다시 샀는데 그걸 다시 읽었는지 어땠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 뒤에는 나는 그의 글을 다.. 2021. 5. 17.
야구 선수 ‘진갑용’은 ‘진감뇽’인가, ‘진가뵹’인가? 애매한 ‘사람 이름 읽기’에 대하여 프로야구단 삼성의 주전 포수 진갑용의 이름은 중계 캐스터 또는 해설자에 따라 달리 불린다. 어떤 사람은 [진가뵹]으로 또 어떤 이는 [진감뇽]으로 부르는데 대체로 [진감뇽]이라 부르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아 보인다. [진감뇽]인가, [진가뵹]인가 ‘진갑용’을 [진감뇽]으로 읽는 이유는 표준발음법 7장(음의 첨가) 29항의 발음법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표준발음법 29항은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앞 단어나 접두사의 끝이 자음이고 뒤 단어나 접미사의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에는, ‘ㄴ’ 음을 첨가하여 [니, 냐, 녀, 뇨, 뉴]로 발음한다.”로 되어 있다. ‘솜이불’이 [솜ː니불]로, ‘맨입’이 [맨닙]으로, ‘색연필’이 [생년필]로, ‘영업용’이.. 2021. 5. 17.
고운사(孤雲寺), 석탄일 부근 지난 화요일에 고운사(孤雲寺)에 들렀다. 작년 9월에 들른 후 여덟 달 만이다. 푸른 빛은 다르지 않았으나 지난해의 그것이 ‘묵은 빛깔’이라면 올해 다시 만난 것은 ‘새 빛깔’이다. 지난해 찍은 사진과 견주어 보면 새 빛깔은 훨씬 맑고 선명해 보인다. 등운산(騰雲山) 고운사는 경상북도 북부 지역의 60여 말사를 거느린 교구 본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소박하고 고즈넉한 도량이다. 약 1Km에 이르는 해묵은 솔숲길이나, 여러 채의 낡은 단청을 한 전각들이 산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 절집의 정경은 평화롭고, 소박해 보인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 수행도량답게 인근에 밥집 하나 없는 것은 이 절집이 가진 미덕 중의 미덕이다. 절집으로 들어가는 솔숲길은 예와 다름없이 아름답고 고적했다. 길가의, 제.. 2021. 5. 17.
노천명, 여성 화자를 앞세운 친일시들 ‘사슴’의 시인도 일제에 부역했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은 시인 노천명(盧天命, 1912~1957)의 「사슴」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한 퀴즈 프로그램에서 유명 연예인이 과감히 ‘기린’이라고 답하여 장안의 화제가 되었듯 목이 길기로는 기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기린도 목이 길어서 슬픈가? 사슴이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 된 것은 한 시인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로운 삶’을 노래한 시에서 ‘사슴’은 곧 감정 이입의 기법으로 투영된 시인 노천명 자신이었다. 일제에 부역한 「사슴」의 시인 내가 우리 현대시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 한림출판사에서 펴낸 『영원한 한국의 명시』를 통해서였다. 나는 집안을 굴러다니던 세로쓰기의 이 장정 본 시집으로.. 2021. 5. 16.
‘스승의 날’ 유감 스승의 날 앞둔 교단 풍경, 웬 ‘자성(自省) 모드’ ‘자성(自省) 모드’란다. 스승의 날을 앞둔 교단 풍경을 전하는 연합뉴스의 표제(5월 12일자)다. 까닭은 물론 ‘비리로 얼룩진 교육계’ 탓이다. ‘일부 초등학교 카네이션도 반입 금지’라는 부제는 표제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기사의 첫 문장도 압권이다. 비리의 주범이라도 되는 양 교사들은 납작 엎드려서 숨을 죽인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교육계 비리로 국민을 실망시킨 올해 스승의 날에 축하를 받는다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웬 ‘자성 모드’? 안다. 그게 요즘 우리 사회가 교단을 바라보는 보편적 시각이며, 그걸 의식한 교육계가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쯤이야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이 쓸쓸한 풍경은 마치 우리가 가끔 만나.. 2021. 5. 16.
점심 거르기 4·15 공교육 파탄정책 철회 단식 하는 위원장과 함께해 점심을 거르다 일 년 365일 중 가장 어정쩡하고 민망한 날, 스승의 날이다. 예년 같으면 지역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교직원 체육대회 때문에 임시 휴무가 되겠지만, 올해는 정상 근무다. 아이들이 날을 챙겨주었다. 아침에 교실에 가니 불을 꺼 놓고 케이크에 불을 붙여 놓았다. 한바탕 스승의 노래가 흐르는 동안 나는 바보처럼 미소를 깨물고 아이들을 내려다보았다. 한때는 아이들의 노래를 들어야 하는 순간의 민망함이 견디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좀 무덤덤해져 있다. 아이들은 작은 꽃바구니 하나, 제각기 사연을 적은 종이 한 장, 속옷 한 벌을 전해 준다. 어젯밤에는 자정을 넘기면서 아이들의 문자가 연신 날아와 잠을 설치게 하였다. 2008년 스승의 날 풍경은.. 2021. 5. 15.
[사진] 불법 사드 원천무효 제3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 행동 소성리의 ‘오다 만 봄’ 어제(5월 13일)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불법 사드 원천무효 제3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 행동 #사드 #멈춰’가 베풀어졌다. 5월의 두 번째 주말, 지역 주민과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8백여 명의 시민들은 ‘사드 배치 즉각 중단과 철회’에 힘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소성리 마을회관에서부터 진밭교 삼거리를 거쳐 평화 계곡의 가톨릭 피정의 집에 이르는 1.6㎞ 구간에서 ‘사드 부지 인간 띠 잇기’(오후 3시) 행사를 벌였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인간 띠를 이은 채 마을회관에서 전해오는 돌을 날라 골프장 진입로인 진밭교 삼거리에 모은 뒤 1.8m 높이의 ‘평화의 돌탑’을 쌓았다. 이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모인 중간에 한 차례 지나간 소나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3차 .. 2021. 5. 14.
병원 나들이, 의사와 환자(2) 진료비와 택시요금 기침을 시작한 지 한 달이 꼴깍 지나갔다. 정작 다른 어딘가가 아픈 건 아닌데 기침은 끈질겼다. 좀 나아지는가 하다가 다시 살짝 나빠지는 걸 되풀이하는 가운데 한 달을 넘긴 것이다. 목이 아파서 수업을 제대로 못 한 날이 4월 7일이었고, 오늘이 5월 14일이다. 꼭 한 달하고도 일주일이 지난 셈이다. 5월 5일 방송고 등교일 때 이웃 반 여학생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어느 병원에서 치료받았느냐고 물어 ‘아무개 이비인후과’에 다녔다고 하니까, 이 친절한 아주머니는 인근 동네의 ‘아무개 소아과’를 추천했다. 그녀는 전적으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확신을 힘주어 말했다. “그 병원은 안 듣고요, 거기 ‘아무개 소아과’에 가세요. 거기서 목감기를 잘 잡아요.” “소아과? 목감기인데?” “글쎄, 가보.. 2021. 5. 14.
성적 차별, 학교도 ‘계급사회’로 가는가 성적에 따라 아이들을 ‘차별’하는 학교들 어버이날을 전후하여 들려오는 소식들이 귀에 어지럽다. 또 60대 부부가 자녀들이 여행을 간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고맙고 미안하다.” 이들이 남긴 유서의 한 구절이 아프게 시야에 박힌다. 어떤 아들은 대변 못 가린다며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때려 숨지게 했고, 40대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했다고 한다. 사는 게 고단해서라고 말하기도 하고,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진 세상이라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상은 나날이 깨어가고 편리해지는데도 정작 살아가는 건, 이 가파른 무한경쟁의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은 여전히 힘겹기만 한 것일까. 학교의 ‘억압과 차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며칠 전.. 2021.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