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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퇴직일기

퇴직 동료와 함께한 문경새재 소풍

by 낮달2018 2021.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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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동료와 함께 문경새재 나들이

▲ 산행을 시작한 일행들이 신구 경상감사가 업무와 관인을 인수인계한다는 정자, 교귀정 부근을 지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문경새재 소풍을 다녀왔다. 전교조 경북지부가 창립 27주년을 기념하여 베푸는 행사다. 이름하여 ‘은빛 선생님들의 함께하는 소풍’이다. 어느새 퇴직 조합원이 300여 명이 되었는데 이들 가운데 시간이 나는 이들이 모인 것이다.

 

지역 퇴직자는 선배 한 분에 후배가 서너 명쯤 있었다. 그중 후배 교사 두 사람과 함께 이 행사에 참여했다. 10시 반에 새재 주차장 앞 정자에 모인 이는 모두 서른다섯. 일흔을 훨씬 넘긴 초대 지부장 이영희 선생님을 비롯하여 선배가 열두어 명, 그리고 나머지 후배 교사들이었다.

 

해직과 복직을 함께한 동료들, 활동가들 외에도 낯선 이들도 몇 분 있었지만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전교조 창립을 함께 한 동료들의 경우는 그동안 나눈 세월이 30년 가까이 된다. 가족이나 이웃 못잖은 교유를 나누어 온 이들이니 어느새 무관한 사이가 되었다.

 

모두 편안하고 넉넉한 표정이었다. 죽을힘으로 만든 조직이 27살 성년에 다시 정권의 반역사적 탄압으로 노조의 지위를 상실했는데도 그렇다. 그러나 어찌 전교조가 정권의 탄압 따위에 연연하겠는가. 1889년 창립 이래 10년 동안이나 법외노조로 활동해 온 이력도 있거니와 전교조는 그런 외형적 변화와 무관하게 이미 교직 사회에 뿌리내린 조직이 아닌가 말이다.

 

전임으로 근무하다 학교 복귀를 거부해 직권 면직된 지부장이 와서 인사를 하고 갔다. 후배 해고자인 셈인데 아무도 그걸 안됐다고 여기지 않는 것도 해직과 복직을 거듭하며 단련한 내공 덕분인지 모른다. 북부지역에 근무하면서 가까이 지낸 선배들을 만나는 기분은 각별했는데 모두 건강한 모습이어서 더욱 그랬다.

▲ 새재 제2관문 앞에서 찍은 단체 사진. 일부러 흐리게 처리하였다.
▲ 문경새재 제2관문인 조곡관. 새재 삼관문 중 제일 먼저 세워진 것으로 선조 27년(1594)에 세워졌다.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행을 시작하여 12시 반쯤에 2관문에 도착했다. 거기서 미리 준비해 준 김밥 등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잠깐 쉬었다. 함께 산길을 오르면서 나눈 이야기는 다양했다. 떠나온 학교 이야기며, 참석하지 못한 동료들 동정이며 소일하는 이야기 등이 이어졌다.

 

안동에서 정년퇴직한 한 선배는 지금 백두대간을 혼자서 종주하고 있다고 한다. 무릎도 시원찮은 양반이 어떻게 그런 맘을 먹었는지, 걱정하면서도 그 용기를 기리지 않을 수 없다. 의성에 사는 친구는 복숭아 봉지를 씌우느라 짬을 내지 못해 오지 않았다.

 

하산해서 예약해 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술잔을 나누었다. 소일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어떻게 골프 이야기가 나와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적지 않은 퇴직자들이 소일거리로 골프(주로 스크린 골프)를 즐기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성격에 관한 생각이 각자 다르다 보니 의견이 나뉜 것이다. 나는 여전히 여유 있는 사람들의 여흥을 위한 스포츠니 굳이 ‘대중 스포츠’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스크린 골프를 소일거리로 삼는 선배 한 분은 돈도 거의 들지 않는 데다가 술 마시고 놀아가면서 즐길 수 있는 ‘오락’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지부에서 상근하는 후배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앞으로 연간 100여 명씩 퇴직 조합원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퇴직자들에게 조직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거두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참석자들에게 기념품 봉투를 돌렸다.

 

‘가슴 벅찬 참교육! 힘냅시다 전교조!’라 박힌 다포(茶布), 책상 유리 밑에다 까는 용도로 만든 수건과 참교육 노래 모음 시디(CD)가 한 장 들어 있었다.

▲ 기념품으로 받은 책상 유리 밑에다 까는 용도의 다포와 참교육 노래 모음 시디.

집에 와서 시디를 재생하면서 다포를 꺼내놓고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난 30여 년의 시간이 슬라이드처럼 머릿속을 차례차례 스쳐 지나갔다. 편곡한 ‘참교육의 함성으로’의 가락도 새삼스레 마음에 쓸쓸하게 닿아왔다. 물론 이 ‘쓸쓸함’은 내가 저 대열에서 떠나왔다는 깨달음에서 오는 것이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글·곡 김영좌

노래(솔로) 김영좌, 조석현, 반영준

코러스 전교조 전국노래패 연합

 

정말 여기가 끝일까 우리들이 꿈꾸던 세상은

정말 이대로 멈추나 우리들이 외치던 함성은

아직도 거리엔 가슴 아픈 수많은 사람들

춥고 어두운 골목에서 헤매이는 사람들

위로받지 못하고 내버려진 사람들 이토록 많은 상처투성이 세상에서

아직도 내디딜 한 걸음이 있다면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걸어갈 길이 남아 있다면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제목의 노래는 가사에 마음이 움직였다. 노동조합으로서 법적 지위를 잃어서가 아니라, 언제든 싸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교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만이 아니라 우리 교육에 온존하고 있는 모순과 비합리, 비민주적 관행 따위와의 싸움은 결코 끝낼 수 없는 것이다.

 

 

2016. 6. 1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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