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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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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한 ‘사과밭 열매솎기’ 아이들과 함께 한 농가 봉사활동 우리 학교에는 동아리가 꽤 많다. 연극, 영상, 요리, 과학, 역사, 문학, 미술, 풍물, 방송, 봉사 등 각 영역별 동아리가 순전히 저희 힘으로 꾸려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찔끔 예산을 지원하고, 지도교사를 배정하는 게 다인데도 아이들은 학교 축제 말고도 매년 한두 차례씩 발표회나 전시회를 빼먹지 않고 치러낸다. 봉사동아리를 맡다 연극 동아리를 한 해 맡아보고 난 이후, 나는 동아리 지도교사 노릇을 사양해 왔다. 동아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선후배끼리 가르치고 배우는 체제다 보니 활동의 형식과 내용이 손댈 수 없을 만큼 굳어져 있는 동아리가 많다. 그런 걸 섣불리 고치겠다고 덤비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다. 공부는 바쁘고 활동 시간은 적다. 그러면서도 일.. 2021. 6. 4.
도시 청년들, 시골 우체국 자리에 ‘퓨전 식당’을 열었다 경북 의성군 안사면, 인구 800명 시골에 식당 연 청년들 이야기 벼르던 의성군 안사면(安寺面)에 다녀왔다. 의성은 한때 도내에선 ‘대읍(大邑)’이었으나 소멸위험 1위의 기초단체로 떨어진 고장. 안사는 의성에서도 면세가 보잘것없는 동네인데, 거기 외지 청년이 음식점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의성군은 유소년 인구 대비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 대비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가장 작은 지방자치단체다. 이런 객관적 지표가 의성을 소멸위험 1위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의성군은 다양한 정책으로 맞섰다. 그 덕분일까.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합계출산율이 1.76명을 기록해 경북 도내 1위를 차지했고, 귀농 인구 실적도 같은 등수를 기록했다. 의성군은 청년들의 .. 2021. 6. 3.
‘삼라만상’이 무슨 뜻이에요? ‘양공주’는요? 요즘 아이들의 어휘력, 걱정이다 아무래도 시골 아이들이 대도시 아이들보다 어휘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무엇보다 도시 아이들에게 비기면 시골아이들의 시청각적 자극은 제한적이다. 연극 같은 공연예술은 물론이거니와 영화 보기도 쉽지 않은(군 단위 지역에는 영화관이 거의 없다.) 아이들에게 문화적 자극은 TV가 고작인 것이다. 개인차로 볼 수밖에 없는 독서 체험도 시골 아이들이 대도시 아이들을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런 격차가 자연스레 어휘력으로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아이들의 어휘력은 심각한 구석이 많다. 중학생들의 경우에는 국어 시험이 아니라 가정이나 사회 시험을 치면서도 감독 교사에게 문항에 나온 말뜻을 묻는 경우가 적지 않을 정도다. 넉넉한 어휘력은 무엇보다 사유의 영역을.. 2021. 6. 3.
쑥갓 맛을 새로 배우고 익히다 잘 안 먹던 쑥갓을 새로 먹으며 맛을 익히다 벗 세한도는 나를 두고 ‘미식가’라고 이른다. 글쎄, ‘맛있는 음식을 가려 먹는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이라는 본뜻으로라면 나는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게 단지 ‘입이 좀 까다로운 사람’이거나 ‘맛에 좀 예민한 사람’이라는 의미라면 동의할 수 있다. 입이 까다로워서 어릴 적부터 잘 먹지 못하는 게 많았다(이는 미식가의 자질에 한참 못 미치는 특성이다). 비린 것을 꺼려서 젓갈을 넣은 김치(우리는 이를 ‘젓지’라고 했다)를 먹지 않았고, 읍내의 국수 공장에서 빼 오는 소면(‘왜국수’라고 했다)도 비린내가 나서 잘 먹지 않았다. 나는 향에 예민하다 무엇보다 나는 향신료(香辛料) 맛에 예민한 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향신료를 많이 쓰는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의 .. 2021. 6. 2.
[2017 텃밭 일기 2] 산딸기, 밭에서 익다 텃밭 걸음이 잦아졌다 요즘 텃밭 걸음이 잦다. 아내가 사흘돌이로 텃밭 타령을 해대고 나는 두말없이 그러자고 날을 받아서 집을 나선다. 주 1회도 쉽지 않던 지난해에 비기면 텃밭 걸음이 잦아진 것은 풀을 매야 해서, 물을 주어야 해서, 진딧물을 살펴봐야 해서 등의 이유 때문이다. “꼴같잖은 농사지으면서 이런 말 하면 거시기하지만, 농작물이 임자 발걸음 소리 듣고 자란다잖우?” “아무렴. 자주 들여다봐야 뭐가 돼도 되겠지.” 농사일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자라면서 밭일을 거든 경험이 있는지라, 아무래도 일하는 가락이 좀 다르다. 같이 일을 하다가도 가끔 아내에게 퉁을 맞곤 하는 까닭이다. 힘쓰는 일은 다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내에게 내 일은 시뻐 보인다 싶으니 좀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 2021. 6. 1.
남이섬의 5월, 그리고 ‘책 나라 축제’ 남이섬엔 ‘남이’가 없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남이(南怡)섬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드라마 ‘겨울 연가’ 때문인가. ‘겨울 연가’의 남자 주인공 ‘욘사마’가 일본에서 뜨고 일본 관광객들이 이 드라마의 무대로 몰려 들면서였던가. 그러나 나는 그 드라마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나는 남이섬이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에 있는 북한강의 강 섬이라는 걸 알았다. 원래는 홍수 때에만 섬으로 고립되었으나, 청평댐의 건설로 온전히 섬이 되었고 남이 장군의 묘소 덕분에 ‘남이섬’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그러나 이 섬에 있는 묘소는 남이가 이 섬에 묻혔다는 전설의 결과일 뿐, 정작 남이의 묘소는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경기도 .. 2021. 5. 31.
다시 ‘북봉산’ 우리 동네 뒷산, 북봉산 지난 주말에 아내와 함께 ‘마침내’(!) 북봉산에 올랐다. 가파른 우리 아파트 뒷길을 피해 이웃 아파트의 뒷길을 택했다. 조팝꽃이 하얗게 핀 산기슭을 오르자 평평하고 제법 널따란 등산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길은 매우 평탄하고 넉넉하게 산마루를 타고 정상으로 이어졌다. 대개 산이 그렇듯 북봉산은 소나무가 많은 산이다. 이 산이 4월부터 짙푸르러 보이는 것도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는 잡목들 가운데서 소나무가 그 변함없는 푸른빛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주말인데도 등산객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한 시간 남짓 오르니 정자 하나가 나타났다. 산꼭대기에 정자를 세우는 것은 이 지역의 특징인 듯하다. 북봉산 정상이다. 해발 388m. 산악인들이 세운 빗돌 곁에 벽진 이씨의 한 종회가 세운 ‘.. 2021. 5. 30.
어떤 <국어사전>을 쓰십니까? 이야기 대체로 사람들은 국어사전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워낙 이 나라에선 대접받는 언어라 어릴 때부터 부득이 끼고 살 수밖에 없는 영어사전과는 경우가 다르다. 그게 ‘쉬운 모국어’라서가 아니라 그거 잘못 써서 타박 들을 일이 잘 없어서 그렇다. 영어 철자 하나를 빼먹은 것은 ‘쪽팔리는’ 일이지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어긋나는 걸 아무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집집이 보급판 ‘국어사전’이 한 권씩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일부러 국어사전을 사는 일은 드물었으니 그건 물론 초중등학교 졸업식에서 타온 상품이기 쉬웠다. 그런데 영어사전과는 달리 그건 서가에 장식용으로 꽂혀 있다가 누렇게 바래져 가곤 했다. 과 국어사전을 그래도 가끔 뒤적였던 나는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 한동안은 사전을 들고 수업에.. 2021. 5. 29.
칠곡할매글꼴, 박물관에 소장되고, 공개글꼴로 ‘문화유산’이 되었다 문화유산 된 ‘칠곡할매글꼴’ 5종, 한글박물관에 표구로 소장되고 한컴오피스에도 탑재 경북 칠곡군에서 성인 문해교육으로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의 손글씨로 만든 글꼴 ‘칠곡할매서체 5종’이 나온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깨친 한글로 쓴 시집 세 권에 이어 자신들이 ‘삐뚤빼뚤’ 쓴 손글씨가 서체가 되는 경이로운 체험은 그들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이들에게도 적지 않은 감동이었다(관련 기사 : 삐뚤빼뚤 칠곡할매들의 손글씨, ‘폰트’로 나왔다). 칠곡할매글꼴이 일상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당초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나는 칠곡군이 이 글꼴을 군 홍보 문구 표기와 칠곡 지역 특산물 포장 등에 쓰겠다고 하였으니 이 글꼴로 쓰인 ‘꿀벌 참외’나 ‘금남 오이’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썼다. 그러나 이후 거의 반년이 지났으.. 2021. 5. 28.
문학기행 - 춘천 김유정 문학촌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 문학촌을 찾아서 춘천시 신동면에 있는 경춘선 신남역이 ‘김유정역’으로 바뀐 것은 2004년 12월이다. 길에다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꽤 오래된 일이지만, 역에다 작가의 이름이 붙은 것은 처음이다. 25일, 이 간이역을 찾았을 때 청기와를 얹은 전형적 형태의 이 조그만 역사는 흰색과 보라색으로 단장하고 얌전하게 서 있었다. 역이 있는 신동면 중리는 작가 김유정(1908~1937)의 고향, ‘실레마을’이다. 그가 태어나 자랐고, 20여 년간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와 마지막 삶을 꾸린 곳이다. 그는 이 고향마을에서 실제로 목격한 일을 소설의 소재로 활용했고 작품 속 등장인물도 이곳에 실존했던 인물들이 많았다. 작가가 스스로 소개한 고향 마을의 모습은 이렇다. “강원도 산.. 2021. 5. 28.
‘광복회’의 쇠고기 수입 관련 성명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 성명 낸 ‘광복회’ 지난 24일 한겨레 제4면 하단에 광복회의 통단 광고가 실렸다. ‘정부와 정치인 및 국민에게 드리는 성명서’다. 광복회는 ‘일제에 항거하며 조국광복에 이바지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으로 구성된 단체’다.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국민에게 드려야 하는 내용이 무엇인가 살폈더니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성명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된 광복회의 입장은 정부의 그것과 비슷하다. 광복회는 ‘한참 공부에 열중할 어린 학생들이 국론을 분열시키는 촛불 시위에 동원되는 것을 목도하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어 성명을 낸다고 밝히고 있다. 학생들의 임무는 ‘공부’에 그쳐야 하고, 그들을 또 ‘동원’되는 피동적 존재로만 바라보는 관점도 익숙하다. 이 .. 2021. 5. 27.
어느 평교사의 단식 소내 선생님의 단식 우리 나이로 올해 예순, 선배 평교사 한 분이 닷새간의 단식을 벌였다. 소내 김두년 선생님. 예천 출신으로 오래 예천지역에서 교육·문예 운동을 벌여 오신 분이다. 복직을 예천으로 하면서 나도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소내’는 선생의 필명이다. 고향에 흐르는 내[천(川)]인 ‘솔내’에서 따온 이름이다. 우리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국어 교사로서 시집을 내기도 했고, 오직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천직으로 알고 교단을 지켜온 분이다. 선생이 단식 중이라는 걸 안 것은 지난 24일 아침이었다. 그는 지금 전교조 안에서도 어떠한 직책도 맡고 있지 않은 평조합원이다. 그는 근무하고 있는 중학교에서 이른바 방과 후 교육을 하루에 두 시간씩이나 편성하는 등의 학교 운영을 비롯, 이명박.. 2021.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