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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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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 받아들이기 ‘나이 듦’이든, ‘노화’든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 며칠 전 일이다. 퇴근하면서 며칠간 미뤄두었던 병원을 찾았다. 지난해 건강진단에서 나는 고지혈증 의심 판단을 받았고,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기 위해 지난달부터 약을 먹고 있었다. 지난 주말에 약이 떨어졌고 새로 약을 처방받으러 다시 병원에 들른 것이다. 내가 들른 병원은 가정의학과 의원이다. 젊은 의사가 시간에 쫓기지 않는 느긋한 자세로 매우 친절하고 상세하게 진료해 주어서 우리 가족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조금 불안해지는 기분을 간신히 가누고 있었다. 지난번 진료에서 혈압을 재고 의사는 ‘많이 높다’고 말했다. 나는 지난해 치른 두 번의 내시경 검사 때 쟀을 때 정상이었다고 대답하면서 무언가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혈압.. 2020. 5. 19.
[2017 텃밭 일기 ①] 기어코 농약을 치고 말았다 텃밭 농사와 농약, 그 ‘윤리적 딜레마’ 지난해 농사는 좀 늦었었다. 무엇보다 퇴직 이후 달라진 일상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좌충우돌하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 새 5월이었다. 시기를 놓쳤는데 농사가 되기는 할까, 저어하면서 텃밭에 고추와 가지, 방울토마토 등을 심은 게 5월 하순이었다.[관련 글 : 텃밭 농사, 그걸 기름 값으로 환산할 순 없다] 미리 이랑을 지어 검은 비닐로 씌우는 이른바 ‘멀칭’ 과정을 생략하고 시작한 농사에 우리는 잔뜩 게으름을 피웠던 것 같다. 매주 한 번꼴로 밭을 둘러보다가 여름으로 접어들면서부터는 밭에 들르는 일이 뜸해졌던 것이다. 9월 중순께 다시 들렀을 때 텃밭은 바랭이와 쇠비름 같은 풀이 우거져 마치 흉가처럼 을씨년스러웠다. 그러나 임자의 발걸음소리가 멀어졌어도 우리 .. 2020. 5. 18.
그는 왜 안동시민에게 주먹밥을 나눠줬을까 ‘5·18 기념 안동 주먹밥 나누기’ 행사 준비한 차명숙씨 이 땅의 슬픈 현대사는 ‘오월’을 보통명사에서 고유명사의 자리로 끌어올렸다. ‘계절의 여왕’과 ‘메이퀸’ 따위의 달콤한 어휘로 싱그러웠던 오월은 그러나, 1980년 빛고을의 고통스러운 항쟁의 시간을 거치면서 자유의 하늘을 찢는 날카로운 총성과 핏빛으로 거듭 피어났기 때문이다. ‘고정간첩의 사주로 일어난 폭동’에서 ‘사태’를 거쳐 공식적으로는 ‘민주화 운동’으로 정착했지만, 여전히 빛고을의 오월은 혼란스럽다. 5·18을 ‘민중항쟁’으로 부르는 사람만큼 그것을 ‘사태’와 ‘폭동’으로 이해하는 이의 숫자도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영남 사람들에게 5·18광주민중항쟁은… 스물여덟 돌 5·18을 맞아 5·18 기념재단이 벌인 설문조사 결과, 국민 열 중 하.. 2020. 5. 18.
퇴출? ‘임을 위한 행진곡’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한다고? 국가보훈처가 새 ‘오월의 노래’를 제정한다고 나부대다가(!)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게 지난해 12월 초순쯤이다. 당시 보도를 보고 나는 “‘임을 위한 행진곡’에 담긴 건 피로 얼룩진 역사와 진실이다”라는 글을 썼다.(☞ 글 바로 가기) 보훈처가 들끓는 여론 앞에 무릎을 꿇고 ‘생뚱맞은 계획’을 철회한 것은 잘 아시는 바와 같다. 5·18 민중항쟁 서른 돌을 앞두고 보훈처가 다시 슬그머니 5·18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하려 는 모양이다. 보도(☞ 기사 바로 가기)에 따르면 오는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공식행사에서는 빠지고 대신 식전행사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행사에서.. 2020. 5. 17.
‘임을 위한 행진곡’에 담긴 건 피로 얼룩진 ‘역사와 진실’이다 정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내치겠다고? 보훈처, 새 ‘오월의 노래’를 제정한다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진보진영의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민중 의례’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것은 그 노래의 역사성과 노랫말에 어린 격정과 비장미가 참가자들의 마음을 격동케 해 주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통하여 사람들은 5·18 민중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으면서 개인적 자아를 역사적 자아로 상승시키는 심리적 체험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공식 추모곡’의 지위를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보도(경향신문 12월 1일 자)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광주 민주화 항쟁 30주년을 맞아 5·18 기념식장에서 부를 ‘5월의 노래’를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는 가.. 2020. 5. 17.
‘역사’를 거부하는가 - 5·18의 수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5·18 기념식 의전에서 뺀 정부 서른세 돌을 맞는 5·18광주민중항쟁이 수난을 겪고 있다. 반역사, 몰역사적 극우세력의 준동이 일상화된 가운데 수구 종합편성채널조차 비열한 방식으로 5·18에 대한 폄훼와 왜곡에 가담했다. 끝내는 정부에서도 행사위원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5·18 기념식 의전에서 빼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에 공식 기념곡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는데 그 이유가 거의 만화 수준이다.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일부 노동·진보단체에서 민중 의례 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이며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 등이 제기돼.. 2020. 5. 16.
선택, ‘노년의 거취’를 생각한다 노년, ‘요양원’ 과 극단적 선택 일곱 해 전, 장인어른께서 돌아가실 때다.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가 결국 거기서 세상을 떠나셨다. 칠팔 명의, 거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중증의 노인들이 나란히 누워 있는 병실이었는데, 그나마 가족들이 찾아와서 환자를 살펴보고 가는 가족은 몇 되지 않았다. 아내는 병실을 드나들 때마다 한숨과 함께 눈물짓곤 했다. “거긴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대기소예요. 살아 있기만 하지, 그게 산목숨이야. 송장들이지…….” 그 송장과 다름없는 산목숨 가운데 자신을 낳은 육친이 누워 있고, 그것이 자신이 맞닥뜨린 현실이라는 사실을 아내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장인어른은 거기서 고단한 당신의 삶의 마감하셨고, 우리는 고향 선영에서 한 줌의 재로 당신을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노인병원.. 2020. 5. 15.
『청구영언』의 ‘능청능청 부르는 노래’들 한글박물관 전시회 도상(圖上) 관람 퇴직하고 나서 시간이 여유로워지자 유독 전시회 소식에 눈길이 자주 머문다. 얼마 전 대구박물관의 특별전시회에 다녀온 것도 그래서다. [관련 글 : ‘고대마을 시지(時至)’, 수천 년 잠에서 깨어나다] 그러나 전시가 이루어지는 곳이 인근 지역이 아니라 서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까운 데는 가볍게 다녀올 수 있겠지만 서울까지는 아무래도 ‘천릿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근 김천구미역에서 케이티엑스(KTX)를 타면 1시간 반 뒤에 서울역에 닿는다. 그러나 이 예사롭지 않은 나들이는 그리 간단치 않다. 오가는 찻삯만 십만 원 가까이 드는 이 나들이를 쉽사리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대신에 나는 인터넷으로 관련 기사나 누리집을 드나들며 전시회 ‘맛보기’로 만족한다. 서.. 2020. 5. 14.
이팝나무, ‘가로수’의 진화 구미시의 이팝나무 가로수 ‘가로수’라고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건 어린 시절 고향의 신작로 길 양옆에 나란히 서 있던 버드나무다. 그것은 황석영의 단편 ‘삼포 가는 길’에 나오는 ‘차도 양쪽에 대빗자루를 거꾸로 박아 놓은 듯한 앙상한 포플러’였다. 여름이면 이 버드나무는 무성해진 가지에 매미의 합창을 끼고 살았다. 일제 강점기 때 심은 게 분명한 버드나무 가로수는 지금은 흔적도 없다. 길은 더 넓어졌고, 단단하게 포장되었으며 선명한 교통표지판과 가로등 따위가 가로수를 대신하고 있다. 시골길에서 가로수가 사라지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잘 모르겠다. 가로수, 연봉 6천 원으로 세운 ‘도심의 녹색 댐’ 농작물에 그늘을 지운다, 가로수 때문에 교통사고의 피해가 치명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미운털이.. 2020. 5. 13.
팔공산 자락의 숲길 팔공산 자락의 숲길을 찾아서 오마이뉴스 블로그의 바지런한 이웃, 의 주인장 초석 님이 팔공산 자락을 한 바퀴 돌고 그 답사기를 쓴 게 얼마 전 일이다. 정작 은해사조차 가보지 못한 나는 그 부속 암자인 거조암의 영산전을 마음에 담아 두었고, 5월 초순에 거기를 다녀왔다. 그러나 석탄일 준비로 거조암은 연등 천지였다. 영산전 앞에 철 구조물을 앉히고 연등을 빽빽하게 달아놓았다. 당연히 사진은커녕 정면에서든 측면에서든 영산전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내친김에 은해사와 운부암, 백흥암을 돌아왔는데 팔공산 자락은 넓기도 하지, 빽빽한 숲 사이로 난 길이 매우 아름다웠다. 곧거나 완만하게 휜 늙은 소나무, 길가에 빽빽하게 들어선 교목들, 끊임없이 구부러지고 휘어 돌아가는 숲길은 찬연한 신록, 그 푸른빛의 행.. 2020. 5. 12.
대구·경북 대선,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19대 대통령 선거, 대구와 경북 대구·경북의 대선, 촛불도 소용없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2, 3위 후보가 바뀐 것 빼고는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대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투표일 밤 8시, 투표가 완료되고 출구조사가 발표될 때는 저도 몰래 잠깐 긴장하기도 했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 밤 자정을 넘길 때까지 우리 가족은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선이 가시화하였지만, 그것들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적지 않게 쏠쏠했기 때문이다. 이튿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첫 기자회견을 여는 것까지 우리는 놓치지 않았다. 문재인은 전국 14개 시도에서 1위를 지켰지만, 대구·경북과 경남은 홍준표에게 밀렸다. 경남은 소수점 차이에 그쳤.. 2020. 5. 11.
참 스승 윤영규, ‘교육 민주화 선언’ 스물세 돌 윤영규 선생과 교육민주화 선언오늘은 5월 10일, ‘교육 민주화 선언’ 스물세 돌을 맞는 날이다. 서울·부산·광주·춘천 등 4개 지역의 교사들이 YMCA 중등교육자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1회 ‘교사의 날’ 집회에서 ‘교육 민주화 선언’을 발표한 1986년 5월 10일로부터 스물세 해가 지났다는 뜻이다. [관련 글 : 5·10 ‘교육 민주화 선언’ 22돌, 역사의 퇴행 앞에서] 교육민주화선언과 윤영규 선생우리 집에 걸린 달력 중에 유일하게 전교조에서 낸 달력에만 이날이 기록되어 있다. 교회에서 발행한 달력엔 ‘어버이 주일’로, 인터넷 서점과 교과서·참고서를 펴내는 굴지의 출판회사에서 낸 탁상달력에도 오늘은 ‘기념’되고 있지 않다. 그게 2009년 현재, 교육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관심의 표지.. 2020.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