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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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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선방산 기슭의 옛 가람, 지보사(持寶寺) 의상이 창건한 고찰, ‘보물이 많다’고 한 절집 지난 목요일, 처가를 다녀오는 길에 군위에 사는 이 선생에게 들렀다.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인데, 그 정직이 때로 그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듯하다. 그러나 그는 고단하지만, 자신의 원칙이나 정직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여기서 ‘정직’이란 자기감정을 꾸미거나 ‘교언영색 하지 않음’의 뜻이다. 날씨가 뜨거웠지만, 그를 길라잡이 삼아 인근 군위읍의 지보사와 부계의 한밤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언제나 길 위에는 스승이 있다. 주제 없는 시답잖은 얘기로 지새우는 동행 길이었지만, 새삼 새롭고 배우고 느낀 게 여럿이다. 짐작했겠지만 그런 깨달음은 쉽사리 말이나 글로 뭉뚱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보사는 군위읍 상곡리, 그 모습이 마치 배를 .. 2020. 8. 9.
안동 소산리와 청음 김상헌 척화대신 청음 김상헌의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안동 인근의 마을과 고택, 그리고 곳곳에 자리한 정자와 절집을 더듬고 거기 관한 글을 써 온 지 두어 해쯤 되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면서였다. 그러다 우연히 그 글을 다듬고 기워 에 보내고 기사로 실리면서 예의 글쓰기는 힘을 받았나 보다. 제대로 공을 들이고 내용을 채운 글은 기사로, 그보다 가볍고 부담 없이 쓴 글은 블로그에 올리곤 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 다닌 길은 물론 아니다. 나는 내가 사는 땅의 내력이나 뜻을 이해하는 일은 이 땅의 한 귀퉁이에 깃들여 사는 사람으로서의 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양반’은 화석이 된 전근대의 신분적 표지일 뿐 그런데 이 땅이 이른바 ‘양반의 고장’, 그것도 꼬장꼬장한 ‘안동 양반’의 땅이다. 어지간히 허술하다 싶은.. 2020. 8. 8.
[상트페테르부르크]왕족 휴양소에서 노동자 휴양소로, 그리고 …페테르고프 여름 별궁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사 기행] ④ 표트르 대제와 페테르고프 궁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다섯째 날의 여정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 서부에 있는 페테르고프 궁전이었다. 흔히 ‘여름 궁전’으로 널리 알려진 이 궁전으로 가는 방법은 육로와 해로 두 가진데, 딸애는 일찌감치 바닷길을 선택해 두었었다. 운임이 싼 대신 이동 시간이 긴 육로보다 비싸지만, 시간이 덜 드는 여객선을 고른 것이다. 표트르의 궁전 페테르고프, 황제의 여름 별궁 숙소에서 우버 택시로 이사크 성당 근처의 선착장으로 가서 우리는 배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네바 강변을 산책했다. 선착장에선 스웨덴의 공격을 방어하고자 네바강 하중도(河中島) 자야치섬에 건설한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가 건너다.. 2020. 8. 8.
‘무궁화의 날’을 아십니까 8월 8일, 대한민국 어린이 신문고 의회의 의결로 2007년 지정 세상에! 오늘이 ‘무궁화의 날’이란다. 웬 무궁화냐고? 나도 몰랐다. 검색할 게 있어 구글에 들어갔더니 로고인 ‘두들(Doodle)’이 무궁화로 바뀌어 있었다. 이건 또 뭔가 싶어 확인해 보니 ‘무궁화의 날’이란다. ‘무궁화의 날’을 검색해 보니 역시 이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은 다. ‘무궁화의 날’, 어린이들이 선정한 기념일 구문인데 정작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날이다. ‘무궁화의 날’의 선정은 무궁나라, 무궁화 어린이 기자단이 중심이 되어 약 6백여 개의 학교와 어린이들이 온라인 서명 등으로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이 안건은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어린이 신문고 의회에 상정되어 공식 의결되었다. 2007년 8월 8일의 일이.. 2020. 8. 8.
‘주야장천(晝夜長川)’에서 ‘주구장창’까지 사자성어 ‘주야장천(晝夜長川)’은 어떻게 ‘주구장창’이 되었나 세계에서 인정하는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한글’이라는 문자 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과 우리 어휘체계에 한자어 비중이 높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른바 동아시아의 공동 문어(文語)로서 한문의 지위는 굳건한 것이어서 15세기 중반의 훈민정음 창제도 그 지위를 흔들지 못했다. 여말선초에 들어온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대부들은 한문을 중심으로 언어와 문자 생활을 영위했다. 대신 한글은 일종의 여기(餘技)로 시조나 가사 같은 노래를 표기하는 데 썼다. 한자는 조선조 5백 년 동안 주류문자의 지위를 온전히 누렸다. 그러나 역사의 진전 앞에 이 중국 문자도 결국 그 소임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온전히 한글문학이 시작된 것은 개화기 이후 근대문학이 시작되면서부터.. 2020. 8. 7.
‘조사’와 접미사 ‘-하다’는 붙여 쓰자 조사는 앞말에, 접미사 ‘-하다’는 어근에 붙여 써야 한다 “우리말은 정말 어렵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되돌려 주는 말은 늘 같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의 반의반만 들여 보라.” 그래도 대부분 머리를 갸웃하고 만다. 아무도 정작 그렇게까지 애쓰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걸 모른다고 해서 의사소통이 안 되는 일 따위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우리말이 어렵다는 데 내가 유일하게 동의하는 부분이 ‘띄어쓰기’다. 영어의 장점은 띄어쓰기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20년이 넘게 우리 말글을 가르쳐 왔어도 여전히 긴가민가 싶은 게 이쪽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다른 사람들의 띄어쓰기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밖에 없다. 어떠냐고 물으면 됐네, 그만하면 되겠다고.. 2020. 8. 7.
19세기 서울의 춘향전, <남원고사(南原古詞)> [서평] 19세기 서울의 춘향전, 을 비롯한 이른바 판소리계 소설은 조선 후기 평민 의식의 성장이 빚어낸 서민문학의 결정판이다. 이들이 국민 문학(소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배밀이로 방바닥을 길 때부터 울긋불긋한 그림책에서 춘향이와 어사또를, 심청이와 뺑덕어미를, 그리고 흥부와 ‘다리 부러진 제비’를 만나기 시작한다. 자라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동화 형태로 예의 이야기를 읽게 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일부이긴 하지만 그 원문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 줄거리는 뚜르르 꿰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야기의 구체적인 전개, 그 세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한글 고전소설의 묘미가 삼척동자(!)도 다 아는 뻔한 줄거리에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2020. 8. 6.
‘병’과 ‘빙’, 혹은 ‘빙모’와 ‘병모’ 경상도 사람들의 이중모음 발음 우리말에서 모음은 단모음이 10개(ㅏ, ㅐ, ㅓ, ㅔ, ㅗ, ㅚ, ㅜ, ㅟ, ㅡ, ㅣ), 이중(복)모음이 11(ㅑ, ㅒ, ㅕ, ㅖ, ㅛ, ㅠ, ㅘ, ㅙ, ㅝ, ㅞ, ㅢ)개로 모두 21개다. 단모음은 발음할 때 입술의 형태가 바뀌는 모음인 이중모음과 달리 발음할 때 입술의 형태가 바뀌지 않는 모음이다. 당연히 발음하는 데 드는 수고가 적으니 발음하기가 쉽다. ‘과자’를 [가(까)자], ‘경남’을 [갱남]으로 읽는 까닭 아이들이 ‘과자’를 ‘가자’, 또는 ‘까자’로 발음하는 것은 그게 발음하기 쉽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다르지 않다. 경남 사람들이 [경남]이라고 발음하는 대신 [갱남]이라고 발음하는 것은 이중모음 ‘ㅕ’보다는 단모음인 ‘ㅐ’가 발음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요즘 미.. 2020. 8. 5.
아이들, 광산 폐기물로 오염된 낙동강을 탐사하다 국제 성취보상제 아이들과 함께한 낙동강 탐사 아닌 방학 중에 아이들과 야영을 다녀왔다. 학교의 공식 행사가 아닌데도 야영을 다녀온 것은 내가 우리 학교 아이들 일곱 명이 참여하고 있는 어떤 청소년 프로그램의 지도교사였던 까닭이다. 지도교사라고는 하지만 내 역할은 미미하다. 나는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활동을 확인하는 정도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국제 청소년성취포상제(The Duke of Edinburgh‘s Award)다. 만 14~25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신체단련, 자기계발, 봉사 및 탐험 활동을 통해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지역 및 세계 사회에 이바지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인데, 영국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에 의해 1956년 .. 2020. 8. 4.
‘마더(mother)하세요’, 혹은 ‘엄마 되세요’? 보건복지부의 캠페인 ‘마더(mother)하세요’, 과도한 한글 비틀기 · 우리 회사 마더를 소개합니다. · 자~ 임산부는 듣지 말고… 김 대리 오늘 또 지각이야? 엉?! · 회사에선 후배지만, 출산은 제가 선배잖아요? · 애들이 기다리는데 집에 안 갈 거야? · 육아휴직 1년 동안 잘 키웠네, 회사도 이렇게 잘 키워 줄 거지? · 아이구! 하나도 안 바쁘다니까~ 부인한테 집중해! · 고마운 마더들이 있기에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 언제나 마음을 더해주는 당신, 당신이 마더입니다. 마더하세요! 오늘 아침 식탁에서 들은 라디오 방송 내용이다. ‘우리 회사 마더’, ‘고마운 마더들’, ‘당신이 마더입니다’ 등에 쓰인 ‘마더’가 무엇이라 느껴지는가? 글쎄 알파벳과 초급 영어 이상을 배운 사람.. 2020. 8. 3.
추미애의 ‘소설’, 전두환의 ‘태평성대’ 한국소설가협회와 합천군 유림회의 성명에 부쳐 최근 한국소설가협회와 경남 합천군 유림회에서 낸 성명이 화제다. 한국소설협회에서는 지난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추미애 장관이 했다는 혼잣말 “소설을 쓰시네”에 대해 항의하면서 공개 사과를 촉구했고 합천군 유림회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재직 때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며, 합천군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두환 흔적 지우기”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낸 것이다. 어떤 단체든 그 단체의 정체성 등과 관련해 의견(입장)을 밝히거나 관련한 사회적 발언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자유고 권한이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의 사사로운 푸념이 아닌 이상, 이들의 비판도 역시 또 다른 비판 앞에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1. 한국소설가협회의 성명, 그럴 순 있.. 2020. 8. 2.
하회·양동마을, 열 번째 ‘세계유산’이 되다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이 ‘한국의 역사 마을’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안동과 경주의 전통 마을인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이 ‘한국의 역사 마을’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기사 바로 가기) 이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처음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래 세계유산으로는 열 번째, 문화유산으로는 아홉 번째다. 이번 세계유산 지정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가 지난 7월 31일(현지 시각)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회의에서 한국이 신청한 ‘한국의 역사 마을 : 하회와 양동(Historic Villages of Korea : Hahoe and Yangdong)’에 대한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 등재를 확정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유.. 2020.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