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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의 날’을 아십니까

by 낮달2018 2020.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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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대한민국 어린이 신문고 의회의 의결로 2007년 지정

▲ 무궁화의 꽃은 날마다 새로 피고 그날로 지고 만다. 다음 날에는 또 새 꽃이 핀다. 2008년 7월, 운문사

세상에! 오늘이 ‘무궁화의 날’이란다. 웬 무궁화냐고? 나도 몰랐다. 검색할 게 있어 구글에 들어갔더니 로고인 ‘두들(Doodle)’이 무궁화로 바뀌어 있었다. 이건 또 뭔가 싶어 확인해 보니 ‘무궁화의 날’이란다. ‘무궁화의 날’을 검색해 보니 역시 이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은 <위키백과>다.

 

‘무궁화의 날’, 어린이들이 선정한 기념일

 

구문인데 정작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날이다. ‘무궁화의 날’의 선정은 무궁나라, 무궁화 어린이 기자단이 중심이 되어 약 6백여 개의 학교와 어린이들이 온라인 서명 등으로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이 안건은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어린이 신문고 의회에 상정되어 공식 의결되었다. 2007년 8월 8일의 일이다.

▲ 오늘 자 구글의 로고인 두들(Doodle). 아무도 모르는 이 날을 찾아낸 구글은 눈이 밝다 .

‘무궁화의 날’은 무궁화가 가장 많이 피어있는 시기, 나라 사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가장 높은 광복절 전후, 또 되도록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날이나 국민이 기억하기 쉬운 날을 선정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제정되었다. 8월은 무궁화가 가장 힘차게 피어나는 시기이고 숫자 8을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 기호(∞)가 되는데 이는 ‘끝이 없다’라는 ‘무궁(無窮)’과 의미가 같다는 점에서 8일이 ‘무궁화의 날’로 선정된 것이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의 인연이 남다른 꽃이다. 한반도에서 무궁화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상고시대의 지리·풍속을 담고 있는 중국의 <산해경(山海經)>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제9권 해외동경(海外東經)에 있는 기록이다. 무궁화와 우리나라를 언급한 문헌으로는 <고금주(古今注)>도 있다.

 

군자의 나라가 북방에 있는데…… 무궁화가 아침에 피고 저녁에는 시든다.

(君子之國在其北……有薰花草 朝生募死)”

   - <산해경>

 

“군자의 나라는 지방이 천 리나 되는데 무궁화가 많다.

(君子之國 地方千里 多木槿花)”

   - <고금주>

 

‘군자의 나라’는 한반도를 이르고 ‘훈화초(薰花草)’와 ‘목근화(木槿花)’는 무궁화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문헌 기록들은 한반도에서 수천 년 전부터 무궁화가 자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일찍이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가리켜 ‘무궁화 나라[근역(槿域)]’라 부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무궁화, 민족의 상징이지만, 관습으로 나라 꽃’이 되다

▲ 내 산행길에서 만나는 무궁화. 2020년 8월

무궁화는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탄압 대상이 됨으로써 민족을 상징하는 지위를 얻었다. 일제는 무궁화를 ‘눈에 피꽃’이라 하여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거나, ‘부스럼 꽃’이라 하여 손에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고 하는 등으로 무궁화를 폄훼하였다.

 

이에 맞서 남궁억(南宮檍) 선생 등이 무궁화의 가치 인식 및 무궁화 보급 운동 등에 헌신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당시 민족지였던 <동아일보>에서 10여 년 동안 무궁화 사진을 게재하는 등의 활동을 펼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무궁화가 어떻게 한국의 ‘나라꽃’이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애국가를 만들면서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을 들어감으로써 나라꽃이 되었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무궁화를 국화로 규정한 법령은 없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직후인 1949년 10월 대통령 휘장과 행정·입법·사법 3부의 휘장을 모두 무궁화로 도안하여 제정·사용하게 했다. 1950년에는 태극기의 깃봉을 무궁화의 꽃봉오리로 제정해 사용함으로써 무궁화는 일종의 관습으로 ‘나라꽃’이 된 것이다.

 

공식적 법률로 국화로 정하지 않았는데, 어린이들의 발의로 어린이 의회의 공식 의결로 ‘무궁화의 날’이 된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관이 아니라 민간에서 그것도 어린이 활동의 결과로 특정 기념일이 만들어진 것은 우리 사회가 이른 다양성의 결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두들을 통해 '무궁화의 날'을 확인한 트위터 사용자들의 멘션들

구글은 눈이 밝다?

 

사족 하나. 아는 사람이 드문 기념일이긴 하지만, 이날을 환기한 것은 구글(Google)뿐이다. 이 나라 공룡 포털인 네이버에도 오늘은 ‘무싯날’에 불과하다. 설사 장삿속이라 하더라도 구글이 이 나라의 명절과 기념일을, 예술가의 생몰을 초기화면으로 기리고 있는 것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구글 누리집의, 다양한 그림과 사진, 문자로 꾸민 로고를 ‘두들(Doodle)’이라고 하는데 두들은 그 날짜에 해당하는 역사적 사건이나 기념일, 유명 인사의 생몰 따위를 기념해 표현해 왔다. [관련 글 : 윤동주에서 박완서까지 - 구글 로고의 진화

 

구글은 설날과 한가위 같은 명절은 물론이고 한글날도 빼놓지 않고 기린다. 비록 그 날짜 로고를 바꾸는 일시적 형식에 불과하지만, 한글날을 무심히 흘려보내는 다른 국내 사이트들과는 견주어지는 대목이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무궁화의 날’을 찾아낸 구글의 밝은 눈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다.

▲ 금오산 아래의 무궁화. 2020. 8. 4.

 

2013. 8. 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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