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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와 접미사 ‘-하다’는 붙여 쓰자

by 낮달2018 2020.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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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는 앞말에, 접미사 ‘-하다’는 어근에 붙여 써야 한다

 

“우리말은 정말 어렵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되돌려 주는 말은 늘 같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의 반의반만 들여 보라.” 그래도 대부분 머리를 갸웃하고 만다. 아무도 정작 그렇게까지 애쓰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걸 모른다고 해서 의사소통이 안 되는 일 따위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우리말이 어렵다는 데 내가 유일하게 동의하는 부분이 ‘띄어쓰기’다. 영어의 장점은 띄어쓰기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20년이 넘게 우리 말글을 가르쳐 왔어도 여전히 긴가민가 싶은 게 이쪽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다른 사람들의 띄어쓰기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밖에 없다. 어떠냐고 물으면 됐네, 그만하면 되겠다고 말하기가 쉬운 것이다.

 

▲ 윗글은 각각 몇 번씩 띄어 써야 할까

이런 점은 현행의 띄어쓰기 규정에도 고려되어 예외적으로 붙여쓰기를 허용하는 경우를 따로 두기도 한다. 사정이 이러니 전문가나 다룰 만한 수준의 띄어쓰기를 일반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전문적인 띄어쓰기는 전문가에게 맡겨두되 기본적으로 지켜야 마땅한 것들 몇 가지를 들어보기로 한다.

 

현행 띄어쓰기의 원칙은 한글 맞춤법 제2항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서 ‘단어’란 문장에서 실사(實辭 : 뜻이 있는 말)에 한정된다. 문법적 기능을 담당하는, 조사나 어미와 같은 허사(虛辭 : 뜻이 없는 말)는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조사는 알다시피 ‘-이, -가, -을, -를, -은, -는……’과 같은 것으로 앞의 체언(명사·대명사·수사)에 붙어 그 말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해 주는 말이다. 어미는 용언(동사·형용사)의 어간 붙는 ‘-다, -고, -며, -니, -(아/어)서, -므로,……’ 등을 말한다. (가고, 가니, 가서, 가므로, 예쁘고, 예쁘니, 예뻐서, 예쁘므로…….)

 

조사는 앞말에 붙여 쓰자

 

흔히 잘못 쓰기 쉬운 예가 서술격 조사 ‘이다’를 띄어 쓰는 경우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에서 ‘생명’에 조사 ‘이다’가 붙어서 서술어를 이루니 당연히 붙여 써야 옳다. 서술격 조사 ‘이다’는 흔히 어간인 ‘이-’가 생략되기도 하는데 이때도 앞말에 붙여 쓰는 건 마찬가지다.

 

(1) 지금부터다. (←지금부터이다.)

(2) 지금부터라도 (←지금부터라도)

(3) 바보라고 한다. (←바보라고)

 

체언 하나에 여러 개의 조사가 붙을 수도 있는데 이때 조사는 아무리 수효가 많아도 모두 붙여 쓴다. ‘그에게서부터라기보다도’에서 띄어쓰기는 필요하지 않다. 모두 붙여 써야 한다. 여기 쓰인 조사의 수는 모두 다섯 개(에게서, 부터, 이다, 보다, 도)다.

 

▲ 연습 문제의 정답

조사 중에는 ‘시간, 장소, 방향, 유래, 인용, 비교’를 뜻하는 매우 다양한 부사격 조사가 있는데 이들도 모두 붙인다. 사람들이 흔히 독립된 실사로 생각해 띄어 쓰는 조사로 ‘-보다’와 ‘-같이’가 있다. 이는 당연히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1) 동생이 형보다 크다. (*‘보다 빨리’에서 ‘보다’는 부사여서 띄어 쓴다.)

(2) 왜 바보같이 울고 그러니?(‘바보와 같이’라고 쓸 적에 ‘같이’는 부사로 띄어 쓴다.)

 

접미사 ‘-하다’도 붙여 쓰자

 

우리말은 조어법(造語法 : 새로운 낱말을 만드는 법)이 매우 발달한 언어다. 가장 생산적인 조어 방식의 하나로 체언 뒤에 접미사 ‘-하다’를 붙이는 법이 있다. 어지간한 명사에는 모두 ‘-하다’를 붙이면 동사나 형용사가 된다. 당연히 이 접미사는 앞말(어근)에 붙여 써야 한다.

 

(1) 사랑하다, 운동하다, 공부하다, 침묵하다, ……. (동사)

(2) 정숙하다, 온화하다, 미숙하다, 음흉하다, ……. (형용사)

  * 단, ‘나는 공부를 한다.’에서 ‘하다’는 동사이다.

▲ 한국어 맞춤법 / 문법 검사기

그런데 대체로 사람들은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 합시다.”와 같이 ‘-하다’를 띄어 쓰는 경우가 많다. 가끔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도 간혹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 듯하다. 내가 쓴 기사에 분명 붙여 쓴 것을 최종 기사에서 띄어 놓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파생 접미사 ‘-하다’는 때에 따라 형용사에 붙어서 동사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이때도 당연히 붙여 쓴다.

 

(1) 외롭+어+하다→외로워하다, 그립+어+하다→그리워하다, 안타깝+어+하다→안타까워하다

 

지금까지 다룬 사항만 제대로 써도 띄어쓰기는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터이다. ‘띄어쓰기’나 ‘붙여쓰기’는 합성어로 붙여 쓰지만, ‘띄어 씀’이나 ‘붙여 씀’은 합성어로 볼 수 없으므로 띄어 써야 한다는 건 단계적으로 공부해 나갈 일이니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한글학회 누리집(홈페이지를 우리말로 바꾼 것이다.)에 있는 ‘한글 맞춤법’을 붙인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말글을 쓰면서 미심쩍은 점이 있는데 컴퓨터가 곁에 있으면 <우리말 배움터>에 가서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말 배움터 바로 가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한국과학재단(KOSEF)의 지원으로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 연구실과 (주)나라인포테크가 공동으로 만들고 있는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지간한 궁금증은 풀 수 있는 곳이다.

 

야생화 공부 같은 걸 해 보면 들을 때가 고작이지 늘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일쑤다. 우리 말글도 마찬가지다. 배운 것은 자주 써먹을뿐더러 남에게도 가르쳐 주다 보면 어느새 내 것이 되어 있기 쉽다. 배움은 익힘으로 완성된다던가…….

 

 

2007. 8. 7. 낮달

 

* 한글 맞춤법 중 띄어쓰기 규정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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