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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선산(구미) 이야기

들판에 외로이 선 삼층석탑, 그가 건너온 세월 천 년

by 낮달2018 2022.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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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 톺아보기 ⑪] 해평면 낙산리 삼층석탑

*PC에서는 가로형 사진은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 맨 처음 이 탑을 찾았을 때 찍은 사진이다. 2007년 2월
▲ 퇴직하던 해, 세 번째로 탑을 찾았었다. 탑은 얌전하면서도 단아해 보인다. 2016년 2월.

해평면 낙산리 837-4번지 소재 낙산리 삼층석탑은 남북국시대 통일신라(676~935)의 전형적인 3층 석조 불탑이다. 구미에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탑은 도리사 석탑과 함께 이 낙산리 탑, 둘뿐이다.(죽장리 오층석탑은 국보) 높이는 7.15m로 탑의 규모로는 작지는 않다. 탑은 낙산리 고분군(사적 제 336호)의 동남쪽의 낙산1리 마을회관의 남쪽 논 가운데 있다.

주변에는 석탑을 빼면 다른 유구(遺構 : 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 따위를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잔존물)가 없다. 그러나 경작지에서 연꽃무늬가 새겨진 막새기와[와당(瓦當)]를 비롯하여 기와 조각과 토기 조각들이 발견되는 절터다. 현재 석탑은 일부 석재가 없어지기는 하였으나,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이 돌탑이 왜 거기 서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역 주민들도 천년도 넘은 탑인데, 어떻게 알겠냐고 되묻는다. 어떤 절집이 있었는지 등 탑과 관련된 어떤 사실도 전해지는 게 없다. 그러나, 규모가 작지 않은데도 탑은 단아한 기품을 갖추었다. 모나지 않은 돌 부재들이 어우러져 선사하는 인상도 너그럽고 부드럽다. 그게 이 탑의 덕인지 모른다.

선산은 신라에 불교가 처음 전파되었을 때와 인연이 있는 곳이다. 아도(阿道)화상이 신라에 들어와 몰래 전법을 행한 곳이 선산인데, <삼국유사> 신라본기 제4권에 ‘신라불교의 기초를 닦았다(阿道基羅)’고 기록하고 있다. 인근 송곡리 태조산(太祖山) 도리사(桃李寺)가 아도가 창건한 사찰인데, 지역에서 이를 신라불교 초전(初傳) 법륜지(法輪地)라 하여 기린다.

▲ 낙산리 삼층석탑의 불상을 모시기 위한 방, 감실.
▲ 탑의 지붕돌의 모습에는 그 천 년 세월이 숨어 있는 듯하다. 2016년 2월.
▲ 아래에서 위로 찍은 사진이라 탑은 훨씬 날렵해 보인다. 2007년 2월.

낙산리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석탑 양식인 2단의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렸다. 아래층 기단 가운데 돌에 모서리 기둥[우주(隅柱)] 2개와 가운데 기둥[탱주(撑柱)] 3개, 즉 한 면에 5개의 기둥이 새겨져 있다. 위층 기단 가운데 돌에는 모서리 기둥 2개와 가운데 기둥 2개가 새겨져 있다.

탑신부의 1층 몸돌은 남쪽에 불상을 모시기 위한 방[감실(龕室)]이 설치되어 있고, 방 입구에는 문을 달았던 동그란 구멍이 남아 있다. 지붕돌[옥개석(屋蓋石)]은 아래 받침과 지붕 추녀, 윗면 층단 모두 전탑(塼塔)의 양식을 모방하고 있다. 꼭대기의 머리 장식은 모두 없어지고 머리 장식을 받치던 노반(露盤)만 남아 있다.

이 탑의 아래층 기단에 가운데 기둥을 3개나 새긴 것은 초기적인 양식이라 할 수 있는데, 몸돌과 지붕돌의 구성 방법은 다소 시대가 떨어지는 면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와 같은 양식은 선산 죽장리 오층석탑에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일종의 모전(模塼)석탑(돌을 벽돌 모양으로 깎아서 쌓아올린 탑) 계열에 속하는 유형이다. 돌의 구성과 기단부의 구조와 각 부를 짠 수법으로 보아 탑의 건립 시기는 8세기경인 통일신라 전기로 추정한다.

▲ 탑은 날렵하면서도 수더분해 보이기도 한다. 2022년 7월.
▲ 탑은 4단의 옥개석 받침 때문에 지붕돌이 훨씬 두툼해 보인다. 2022년 7월.

이 탑을 처음 찾은 때가 2007년이었다. 처음으로 장만한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로 안동 지역의 탑을 찍으러 다니다가, 필요해서 고향에 다녀가는 길에 일부러 선산으로 와서 이 탑과 죽장리 오층석탑을 찍어간 것이다. 2월, 봄방학 때였다.

두 번째는 구미로 전입한 이듬해인 2013년이다. 그리고 퇴직하던 2016년에 한 번 더 다녀갔다. 세 번 다 2월이다. 이유는 짐작하듯 봄방학 때, 그중 여유가 있을 때라서다. 그래서 탑의 배경은 모두 잿빛이고, 좀 스산하다. 이 봄에 한 번 더 탑을 찾을까 했으나, 결국은 못 가고 말았다.


2022. 5. 2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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