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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여행, 그 떠남과 이름의 기록128

7년 만에 다시 찾은 ‘대궐 밖 조선에서 제일 큰 집’, 선교장 [2023 여름 여행] ③ 강릉 선교장(船橋莊)(2023.7.28.)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영랑호를 다녀와 잠깐 숙소에 들러 쉬다가 속초 관광수산시장을 찾았다. 7월 말, 한창 피서철이라고는 하지만, 시장 안은 인산인해라고 해도 될 만큼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 외지인인 듯, 포장한 속초 명물 닭강정 상자를 든 이들이 온 시장 골목 안을 누비고 있었다. 숙소에서 찍은 해돋이 사진, 그리고 설악산자생식물원 딸애는 오징어순대와 튀김 등 안줏거리를, 아내는 반건조 오징어를 조금 샀다. 시장 어귀의 생대구탕으로 저녁을 먹었는데, 신선함과 뜨거운 국물이 좋아서 모두 만족했다. 속초 해수욕장 한 군데를 스치듯 들러보고 바로 숙소에 와서 맥주를 한잔하고.. 2023. 8. 17.
“구슬을 큰 못에 담아 둔 것 같은” 호수 ‘영랑호’와 범바위 [2023 여름 여행] ② 속초의 석호 영랑호(속초시 장사동·금호동·영랑동, 2023.7.27.)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칠성조선소에 이어 우리는 영랑호(永郎湖)를 찾았다. 7년 전에는 설악산 권금성에 올랐다가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아침에 들른 곳이다. 영랑호는 신라의 화랑들이 수련했다는 동해안 대표적인 석호(潟湖)다. 석호는 바다와 민물이 만든 자연 호수, 즉 바다가 가로막혀 생긴 호수로 물길로 동해와 이어진다. [관련 글 : 케이블카와 권금성, 다시 만난 설악] 신라시대의 화랑인 영랑(永郎)·술랑(述郎)·남랑(南郎)·안상(安祥) 등은 사선랑(四仙郞), 또는 ‘선인(仙人)’으로 불린다. 이들에 대해서는 (1215)에서 “신라 역대의 화랑도 가.. 2023. 8. 11.
통일신라시대 폐사지를 지켜온 정혜사지 13층석탑 국보 경주 정혜사지(淨惠寺址) 십삼층석탑(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1654번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7월 20일 오후, 옥산서원을 들른 길에 정혜사지(淨惠寺址) 십삼층석탑을 찾았다.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은 옥산서원을 지나 독락당(獨樂堂)의 북쪽 700m쯤 되는 곳에 홀로 서 있다. 일대의 경작지에는 기왓장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데 이는 이곳이 과거 정혜사의 중심 영역이었음을 시사한다. 정혜사지에는 현재 13층 석탑 하나만 남아 옛 절집의 범위와 규모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옥산 동쪽 기슭에 자계천(옥산천)을 따라 지형이 남북으로 기다란 것으로 볼 때 절집은 남향으로 들어서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비록 관련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 2023. 8. 9.
[세계유산–한국의 서원] ⑨ 옥산서원의 장서 관리, 국보1, 보물 7점을 남겼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옥산서원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9개 서원 가운데 옥산서원(玉山書院)을 마지막으로 찾게 된 데 다른 이유는 없다. 서원이 승용차로 두 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도내에 있어서만은 아니다. 옥산서원은 아마 내가 난생처음 들른 서원이었을 것인데, 그때 나는 스물아홉, 서원 근처의 여학교에 초임 발령을 받았고, 거기서 열일곱 살 여자애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40년 전 인연 맺은 소읍, 그리고 옥산서원 4년간 거기 근무하면서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옥산서원에 소풍을 갔을 것이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옥산서원과 독락당이라면 인근 흥덕왕릉과 마찬가지로 읍내의 초중고생들이 지겹게 다닌 소풍지였기 .. 2023. 8. 7.
그 조선소엔 속초와 ‘실향민’들의 현대사가 있다 [2023 여름 여행] ① 칠성조선소,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교동(2023.7.27.)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1박 2일, 여름 가족여행으로 속초를 다녀왔다. 옛날식으론 ‘피서(避暑)’인데, 요즘은 여름휴가가 일반화되면서 여름이면 휴가 다녀왔느냐가 안부 인사가 될 만큼 우리네 살림살이도 나아졌다. 대체로 우리 지역에선 여름에 경북 동해안이나 남해 쪽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반대 방향인 북쪽으로 떠나게 된 것은 단지 거기에 딸애의 맘에 드는 ‘숙소’가 하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6년 이어 다시 찾은 속초 아이들에게 묻어가는 여행이라서가 아니라도, 우리 내외에게 이의가 있을 턱이 없었다. 속초엔 설악산과 바다가 있고, 가는 길.. 2023. 7. 31.
‘호남’ 넘어 ‘국부(國富)’ 해남윤씨 종택과 고산의 훈향(薰香) [남도 기행] ⑦ 해남윤씨 녹우당(綠雨堂) 일원(전남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2023.6.21.)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1989년 이어 34년 만의 녹우당 방문 해남윤씨 종택 녹우당에 처음 들른 것은 1989년 해직 한 달쯤 뒤인 9월, 같은 학교에서 쫓겨난 같은 국어과 교사 장과 함께 부부 동반으로 남도를 여행했을 때다. 34년 전이니까 꽤 오래된 이야긴데, 목적지는 보길도였다. 승용차가 없던 시절이라, 우리는 버스를 갈아타면서 대구에서 광주를 거쳐 해남에 갔고, 보길도에 가서 하룻밤을 묵었다. 녹우당을 찾은 게 보길도에 가기 전인지 후인지는 기억에 없다. 녹우당에 들른 기억으로 유일한 것은 담장 밖에 서 있던 은행나무 고목 한 그루뿐이다.. 2023. 7. 27.
다도해의 노을 대신 ‘안개’ 속의 도솔암을 만났다 [남도 기행] ⑥ 달마산 도솔암(兜率庵)(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마봉리)(2023.6.21.)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미황사로 찾는다고 하니까, 산과 절집을 찾아 부지런히 이 나라 골골샅샅을 뒤지고 다닌 의성의 벗은 도솔암에도 가 보라고 일러주었다. 도솔암? 잘은 몰라도 그가 권하는 암자라면 더 볼 게 없겠다 싶어 여행지 목록의 미황사 아래에 도솔암을 끼워 넣었었다. 도솔암, 미륵의 세상을 지향하는 곳 ‘도솔(兜率)’은 불자가 아니라도 귀에 익다. 그렇다, 우리는 신라의 향가를 배우면서 월명사가 지은 4구체 노래 ‘도솔가’를 배웠었다. ‘도솔’은 고대 인도의 언어인 산스크리트어 ‘tusita(to satisfy)’의 음역(音譯:외국어의 음을 .. 2023. 7. 26.
미황사, 처음 찾았으나 ‘삼황(三黃)’의 아름다움을 만나진 못했다 [남도 기행] ⑤ 달마산 미황사(美黃寺)(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2023.6.21.)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미황사는 내가 가보지 못한 절집 목록의 맨 위에 있는 절이다. 남도 이야기만 나오면 미황사를 주워섬긴 세월이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나는 미황사를 찾지 못했다. 까닭이야 뻔하다. 같은 도내의 울진이나 안동에 가는 것도 마음먹는 게 쉽지 않은데 천릿길에 가까운 먼 데니 ‘말해 무엇하리오’이기 때문이다. 미황사를 만나러 가는 길 이번 남도 기행은 황 선생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남도 이야기가 나오면서 갑작스레 결정됐다. 늘 그렇듯 미황사를 부르댔더니 이참에 한번 가보자며 의기투합이 이루어졌다. 이왕 가는 거 필암서원도 끼워.. 2023. 7. 25.
서산대사 의발 전한 ‘호국 도량’, 초의선사의 ‘다선일미’도 꽃피다 [남도 기행] ④ 두륜산 대흥사(大興寺)(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2023.6.21.)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앞서 얘기하였듯 1994년 복직하던 해 예천지회에서 ‘남도 1번지’ 답사라는 이름의 역사 기행에 참여하면서 처음 대흥사에 들렀다. 그런데 기억나는 건 꽤 먼 숲길을 걸어 올라갔다가 무슨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내려왔다는 게 고작이다. 비록 30여 년이 흘렀다고는 해도 비어 있는 기억의 공백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29년 만에 다시 찾은 두륜산 대흥사 대흥사 근처의 펜션에서 묵고 아침 식전에 대흥사를 찾았다. 29년 전의 답사를 함께한 황 선생은 절로 들어가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긴 숲길만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 2023. 7. 15.
경치를 빌려와 정원에 담은 ‘전통 원림’의 백미 백운동 원림 [남도 기행] ③ 강진 백운동 원림(강진군 성전면 월하안운길 100-63)(2023. 6. 20.)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무위사에서 나와 지척에 있는 백운동 정원에 들르겠느냐는 황 선생의 권유에 그러자고 해놓고도 나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아마, 그건 남도의 별서 정원이라면 담양 소쇄원(瀟灑園) 정도로만 알았던 내 무지에다, 거기가 난생처음 듣는 원림(園林)인 까닭이었을 것이다. 내가 백운동 원림이 그저 그런 정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은 안운 마을의 백운동 원림 안내도 앞에 서면서였다. 2019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 강진 백운동 원림 안내도는 초의선사가 그린 백운동도에다 백운첩과 백운동 12경을 소개하고 있었다. .. 2023. 7. 13.
한적한 고찰, 한때는 ‘수륙재’로 모든 망자와 민중을 아울러 위무했다 [남도 기행] ②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출산 무위사(無爲寺)(2023.6.20.)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애당초 월출산 무위사는 우리의 여정에 들어 있지 않았었다. 필암서원을 떠날 때부터 비가 뿌리기 시작했는데 광주와 나주를 거쳐 영암 군계를 막 넘었을 때였다. 황 선생이 근처에 무위사가 있다며 들르겠냐고 물었고, 나는 당연히 그러자고 했다. ‘남도 1번지 기행’의 추억 ‘남도 1번지 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전라남도를 찾은 게 복직하던 첫 해, 1994년 여름이었다. 요즘처럼 승용차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라, 지회에서 주선한 이 전세 버스 여행에는 조합원과 후원회원 등 교사와 그 가족들이 가득 탔다. 나는 아내와 초등생이던 두 아이를 데려갔는데,.. 2023. 7. 11.
‘고색창연’은 없어도 최초의 ‘총림’으로 수행 도량이 된 절집 [남도 기행]①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암산(白巖山) 백양사(白羊寺)(2023.6.20.)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퇴직 동료와 함께 1박 2일 예정으로 출발한 남도 기행의 첫 목적지로 백양사가 선택된 것은 필암서원을 가려면 백양사를 거치는 게 편해서였다. 애당초 남도로 가자고 제안했을 때, 백양사는 선택지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해남까지 가는 길, 일부러 장성에 들렀는데 백양사를 빼놓으면 서운할 것 같아서 목적지 하나를 더 욱여넣은 것이었다. 남도기행의 첫 목적지, 필암서원 가는 길에 들른 절집 한 번도 가지 못한 어떤 곳을 우리는 자신의 단편적 배경지식과 어설픈 상상력으로 버무리곤 한다. 내게 백양사는 1987년 6·10민주항쟁 당시 민.. 2023.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