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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2136

[오송회와 이광웅] 진실과 정의는 ‘너무 늦다’ ‘오송회 사건’ 관련자 9명, 재심에서 모두 무죄판결 5공 시절 대표적 용공 조작 사건이었던 ‘오송회 사건’의 관련자 9명이 재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지난해 6월 이 사건이 “5공 시절의 전형적 용공 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재심을 결정한 지 16개월 만이다. 특히 이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피고인들에게 법원을 대신해 사죄해 눈길을 끌었다.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을 때 당사자들이 느꼈을 좌절과 원망’을 언급하며 재판부는 ‘보편적 정의 추구’를 약속했다고 한다. 1982년 11월에 경찰에 불법 연행되어 83년 5월,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각각 선고받았던 때부터 따지만 그간 꼭 26년이 흘렀다.. 2020. 11. 27.
손석희의 ‘JTBC 뉴스’를 시청하면서 땡전뉴스 속에서 ‘JTBC 뉴스’의 선택 아내가 공중파 뉴스를 포기하고 손석희가 진행하는 9시 뉴스를 보기 시작한 것은 지지난 주부터였다. 나는 어쩐지 마음이 내키질 않아서 건성으로 흘낏거리기만 했다. 지난 정권과 야합해 태어난 태생이 마뜩잖아서였고 ‘조중동’의 일원인 가 모태라는 것도 걸렸을 것이다. 지난 24일 밤, ‘9시 뉴스’를 처음으로 시청하게 된 것은 그간 뉴스가 받아온 평가를 확인할 겸 아내의 권유를 따른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공중파 텔레비전 뉴스를 안 본 지 꽤 시간이 지난 듯하다. 지난해 대선이 끝나고 난 뒤부터 나는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나중에는 자연스레 뉴스를 보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 8시 뉴스는 띄엄띄엄 보았는데, 두 공영방송의 빈자리를 메꾸기에는 민간 상업방송 로는 역부족이라는.. 2020. 11. 27.
[공공부문 노동자대회] 함께 저 벽을 넘어서 연금법 개악·무차별적 경쟁 교육·전교조 탄압 중단 촉구 전국 교사결의대회 지난 22일, 여의도에서 연금법 개악과 이명박 정부의 무차별적 경쟁 교육과 전교조 탄압의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교사결의대회’가 열렸다. 이어서 공무원노동조합 등과 함께 ‘공무원연금법 개악저지와 사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총궐기 대회’도 열렸다. 출범 9달째, 현 정부가 추구하는 경쟁교육은 거의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제고사 부활에서부터 자율로 포장된 각종 교육규제의 철폐, 절차조차 무시한 채 일사천리로 치닫고 있는 국제중 개교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이 ‘사교육 수요의 무한 창출’로 이어지는 공교육 흔들기 앞에서 여론이나 학부모는 마치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 당한 듯 보인다. 거기엔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서도 .. 2020. 11. 26.
내가 찍은 ‘사진’이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중학교 3학년 1학기 생활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내 사진 오늘 오후에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가 쓴 기사의 사진을 교과서에 실었는데 이를 확인해 달라는 전갈이었다. ‘저작권협회’와 ‘사진’, ‘교과서’ 따위의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는 게 쉽지 않았다. 협회의 담당자는 내게 의 객원기자가 아니냐고 물었고, 나는 한때 그랬다고 대답했다. 은 안동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매체다. 지역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 업첸데 어느 날 거기서 내 블로그의 글을 게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물론 영세매체가 원고료 따위를 줄 일은 없다. 나는 순순히 그러자고 했다. 그게 내가 뜻하지 않게 의 객원기자가 된 경위다. 에 내 글이 모두 몇 편이나 실렸는지는 알지 못한다. 거기서 알아서 내.. 2020. 11. 25.
카메라, 카메라 (2) 펜탁스에서 펜탁스로, 카메라와 함께한 시간들 처음 사진기를 구경한 건 예닐곱 살 때쯤으로 기억된다. 열한 살 위의 누나를 따라다니면서 사진사를 만났다. 그 무렵 카메라는 워낙 귀한 물건이어서 그걸 가지고 다니는 이들은 ‘하이칼라’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사진사들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던 때인데 누나와 함께 있었던 사진사는 사진을 찍어주면서 마을을 도는 이른바 ‘영업활동’ 중이었던 것 같다. 사진과의 첫 만남 나는 완강하게 사진 찍기를 거부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무언가 두려웠던 것 같다. 마을 뒷동산에는 늙은 소나무가 많았다. 나무를 꽤 잘 탔던 나는 솜씨를 뽐내려고 구부정하게 굽은 소나무에 기어올랐다. 그 순간을 사진사는 놓치지 않았고 불의에 사진을 찍힌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사진을 .. 2020. 11. 24.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을 받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 15장짜리 사진 달력을 받다 그저께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이하 ‘달력’)이 왔다. 지난해와 달리 꽤 포장이 크다. 그렇다. 전체적으로 판형이 커졌다. 스프링으로 묶었던 지난해 달력과는 달리 올 달력은 낱장으로 떼어서 붙일 수 있도록 느슨하게 묶어놓았다. 달력 상단에 구멍이 뚫려 있어 묶인 상태로도, 낱장으로 걸 수도 있게 해 놓았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에서 전자우편으로 그런 사정을 알려왔는데, 오른쪽 사진처럼 간단한 끈으로 묶어 벽에 걸 수 있다고 했다. 달력은 올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에다 내년 열두 달이 묶여 장수로 열다섯 장이다. 크거나 작고, 흑백이거나 칼라로 찍은 사진 속의 피사체를 묶는 열쇳말은 ‘노동’이다. 씨 마늘을 심고 있.. 2020. 11. 23.
딸애의 생일 미역국을 끓이다 여행 떠난 아내 대신 딸의 생일 미역국을 끓이다 요즘 남편들은 아내의 생일에 미역국을 끓이는 게 ‘기본’이란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 ‘기본’도 못하고 살았다. 글쎄, 서툰 솜씨로 억지로 지어낸 음식이 제맛을 못 낼 게 뻔하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새삼스레 시류를 좇아가는 것도 마뜩잖아서였다. 난생 처음 미역국을 끓이다 배워서라도 해 볼까 물으면 아내는 단박에, ‘됐다,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편하게 받아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선물을 하거나 얼마간의 돈을 넣은 봉투를 주는 걸로 그날을 넘겼고, 미역국은 딸애가 끓이곤 했다. 아내가 지난 월요일에 교회 일로 캄보디아로 떠나고 나서 일이 겹쳤다. 지역 농협에서 판매하는 김장용 배추를 사놓아야 했는데 그건 해마다 우리 내외가 새벽에 나가 함께 해 온.. 2020. 11. 22.
그 역사가 예사롭지 않다 - 성주 한개마을 성주군 월항면 대산리 한개마을 * 사진을 누르면(클릭) 더 큰 사진으로 볼 수 있음. 1990년대를 전후하여 나는 성주와 인연을 맺었다. 해직 동료 셋과 함께 마련한 고물 승합차를 타고 성주의 골골샅샅에 있는 학교를 찾았다. 성주읍을 중심으로 외곽의 면 지역은 새로 포장된 도로로 사통팔달 이어져 있었다. 그게 다 80년대 신군부가 집권한 덕이라고 우리는 쑤군대곤 했다. 전두환의 부인 본관이 성주였던 까닭이다. 3대 전통 마을인 성주 한개마을 그때 우리는 성주 관내를 빠지지 않고 돌아다녔지만 정작 돌아보지 못한 곳도 없지 않았다. 성밖숲이 그랬듯이 월항의 한개마을도 우리가 일찍이 들르지 못했던 곳이다. 성밖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군에서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새롭게 알려졌듯 한개마을도 마찬가지 경로를 밟.. 2020. 11. 21.
이중섭 ‘은박지 그림’, 여기서 나왔습니다 [달구벌 나들이] ① 향촌문화관, 대구문학관 답사기… 대구의 특별한 향기 물씬 지난 11월 첫 주말의 일이다. 대구에 들렀다가 그 며칠 전에 문을 연 ‘향촌문화관’과 ‘대구문학관’을 둘러보았다. 예정에 없이 그곳을 들린 이유는 첫 번째 볼일을 보고 나니 다음 용무 사이에 비어 있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었기 때문이다. 어쩌나, 망설이다가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나라 안의 이름난 유적 명승지는 물론, 웬만한 박물관 따위는 뚜르르 꿰고 있는 친구다. 시간 보낼 일이 마땅하지 않다고 하니, 그는 “그러면……” 하고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해 주었다. “북성로에 가면, 공구박물관이 있어. 아니면 아마 어저께쯤 문을 연 향촌문화관과 대구 문학관에 가보든지. 역 앞 중앙통 옛날 상업은행 자리, 알지?.. 2020. 11. 20.
이토록 비현실적인 ‘단풍 터널’, 딱 이번 주까지입니다 [사진] 혼자 보기 아까운 팔공산 단풍길 풍경 * 사진을 누르면(클릭) 더 큰 사진으로 볼 수 있음. 늦가을 단풍 찾기는 2019년에 내장산에서 정점을 찍었다. 퇴직 이후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즐기는 ‘탐승(探勝)’의 시간으로 내장산 단풍은 가슴이 뻐근해지는 감동이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올해 아내의 지인은 두 번이나 내장산을 찾았다가 차를 대지 못해 되돌아왔다고 하니, 새벽에 길을 나선 2019년의 선택이 새삼 흐뭇하게 되짚어지지 않을 수 없다.(관련 기사 : 늦지 않았다, 때를 지난 단풍조차 아름다우므로) 화요일 점심때가 겨워서 집을 나선 것은 굳이 어딜 가겠다는 마련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나는 가산(901m)과 팔공산(1,192m) 사이에 있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한티.. 2020. 11. 19.
아, 대한민국…, ‘저들의 공화국?’ 영어 몰입 교육과 광우병 정국, 정부의 소통 불능 시국이 ‘하 수상(殊常)’하다. 여기서 ‘수상하다’라는 것은 ‘보통과는 달리 이상하여 의심스럽다’의 뜻이다. 유례없는 경제 한파는 물론이거니와 새 정부 출범 이래, 나라 안팎은 좀 뒤숭숭하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는 상태가 죽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 몰입에서 광우병까지 아마 첫 단추가 ‘영어 몰입교육’이었던 듯한데, 이는 ‘광우병 정국’에서 그 ‘소통 불능’의 상황을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꺼져가던 촛불 정국을 계기로 코너에 몰린 것처럼 보이던 정부는 이내 공세로 전환했다. 거기에 국가 권력기관이 총동원되어 수세에 몰린 권력과 정부를 버텨주는 좀 모양새 사나운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정권이 보수세력과 합창하는 ‘잃어버린 10년.. 2020. 11. 19.
늦깎이들과의 산행-서산 팔봉산 방통고 학생들과 함께 서산 팔봉산 산행 산이 ‘이름’을 얻는 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듯하다. 주변에 막연히 ‘앞산’, ‘뒷산’으로 불리는 이름의 산이 좀 많은가 말이다. 사람 사는 마을에서 그 방향으로 이름을 붙이는 게 고작인 이유는 그 산이 하고많은 산 가운데 하나인 ‘그저 그렇고 그런’ 산이기 때문이다. 더 높거나 더 깊거나 더 수려한 산세를 갖고 있었다면 ‘앞뒤’ 대신 그에 걸맞은 이름을 얻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지난 10일, 충남 서산 팔봉산(八峰山)을 향해 출발하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잠깐 들여다본 인터넷에선 ‘여덟 개의 바위 봉우리’가 올망졸망 이어졌다고 해 ‘팔봉산’이라고 했단다. 봉우리의 숫자로 이름 붙이는 것은 아주 수월한 명명법일 듯하다. 다른 어떤 고려를 할 필요 없이 단지 봉우.. 2020.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