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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노동자대회] 함께 저 벽을 넘어서

by 낮달2018 202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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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법 개악·무차별적 경쟁 교육·전교조 탄압 중단 촉구 전국 교사결의대회

▲교사들이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
▲ 연사의 주장을 주의 깊게 듣고 있는 교사의 모습.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22일, 여의도에서 연금법 개악과 이명박 정부의 무차별적 경쟁 교육과 전교조 탄압의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교사결의대회’가 열렸다. 이어서 공무원노동조합 등과 함께 ‘공무원연금법 개악저지와 사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총궐기 대회’도 열렸다.

 

▲ 교사결의대회 모습

출범 9달째, 현 정부가 추구하는 경쟁교육은 거의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제고사 부활에서부터 자율로 포장된 각종 교육규제의 철폐, 절차조차 무시한 채 일사천리로 치닫고 있는 국제중 개교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이 ‘사교육 수요의 무한 창출’로 이어지는 공교육 흔들기 앞에서 여론이나 학부모는 마치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 당한 듯 보인다. 거기엔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서도 반드시 피해자와 함께 수혜자를 만들어 낸다는 교육 정책의 특수성이 똬리를 틀고 있다.

 

남보다 낫거나 나아야 하는 ‘우리 아이’에 대한 부모들의 맹목의 이기주의가 이 ‘공교육 파탄 정책’에서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적 나쁜 아이들의 부모는 발언권을 잃거나 의욕을 잃었고, 전면에는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붙잡고 싶은 학부모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기어코 정부는 교원단체에 선전포고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교육계에도 관철된다. 법의 결점 때문에 몇 해 동안 이루어지지 못한 단체협약을 사용자인 교육부에서 일방 해지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는 교원노조를 교육 발전을 위한 동반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도 저항의 불길

 

교육이 어려움에 부닥친 건 대한민국만은 아니다. 이탈리아에선 최근 15년내 최대 규모의 학생 시위가 벌어졌다고 외신은 전한다.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교육예산 삭감 등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베를루스코니정부의 교육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3주째라고 한다.
▲ 로마에서 학생과 전경의 대치. 경찰이 학교에 진입하고, 최루탄을 쏘기도 했다 .

교육예산의 대규모 삭감, 교직원 축소, 교과과정의 합리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개혁이 추진되면서 정부와 학생, 교사, 교수들 간의 전면적인 충돌로 번지고 있다. 현재까지 약 300건의 집회가 열렸고, 20개 대학이 점거 중인데, 학생들은 120여 개의 고등학교도 점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개혁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10월 30일에는 전국적으로 약 100만 명의 교사, 대학생, 고등학생들이 법안 통과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다. 일부 학생들은 교육부 등 정부청사에 달걀을 던지며 교육개혁안에 대한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도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도 사르코지의 개혁이 노동계의 파업을 낳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철도, 교사, 학생, 우체국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지난 주말을 계기로 잇따라 대규모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일방적으로 (노동조건의) 변화를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며 사르코지의 노동 개혁에 반발한 것이다.

 

사르코지의 교육개혁에 반대하는 교사와 학생들의 파업도 예정되어 있다. 사르코지 정부의 교육개혁으로 내년에는 1만 3천5백 개의 교사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한다. 프랑스의 교원 수 수준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교육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듯하다.

 

어쨌든 유럽의 교사들은 적어도, ‘외롭지는 않겠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게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공감대 위에 그들은 함께 서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필요하면 언제든 교사와 학교를 향해 돌팔매질이 준비되된 듯한 우리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 앞에서는 ‘교육 공공성’에 대한 호소조차도 쉽지 않은 탓이다.

 

전국에서 달려온 교사들은 얌전하게 행사를 치르고, 주의 깊게 연사들의 주장을 경청했다. 어깨를 겯고 선 공공부문의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선 그들의 ‘공공성’을 위한 연대가 이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와 시장주의의 공세, 그 견고한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 엄마와 함께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 . 모두가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다 .
▲ 함께 하고 있는 교사들과 공공부문 노동자들 .
▲ 무언가를 경청하거나 생각에 빠진 노동자들 .
▲ 식후행사 고싸움놀이에서 고를 둘러멘 노동자들. 그들의 어깨는 강하고 무겁다.

 

2008. 11. 2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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