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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미디어 리포트

종편과 미디어렙…, 언론노조 총파업

by 낮달2018 2020.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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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의 개국, 언론노조 총파업

▲ 언론노조의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 ⓒ 언론노동조합

1990년대 초반, 내가 살고 있던 시골에는 <한겨레> 지국이 없었다. 나는 이웃 시군으로부터 우편으로 <한겨레>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운 좋으면 당일 오후에 신문을 받을 수 있었지만, 대개는 하루가 지난 ‘구문(舊聞)’을 받아야 했다.

 

1990년대 ‘신문 없는 날’의 기억

 

▲언론노조 총파업 포스터

어쩌다 휴간이 겹쳐 ‘신문이 없는 날’이 이어지면 마치 ‘지옥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토머스 제퍼슨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방송도 권력에 손아귀에서 놀던 시절의 얘기다. 그 시절 <한겨레>의 존재 가치가 그랬다.

 

요즘 나는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YTN>이 맥없이 무너지고, <KBS>가 넘어가더니 그예 <MBC>도 거의 ‘떡실신’ 상태다.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MBC는 거의 막장 수준 같다. 예전에는 상업방송이라고 무시했던 <SBS>가 그나마 그 틈새를 어쩌다 메워주고 있으니 역설이라면 역설이다.

 

거의 관제방송 형태로 전락해 버린 오늘의 방송을 지켜보는 심정은 지랄 같다. 지난 시절, <KBS>와 <MBC> 노동조합이 언론 자유를 위해 벌였던 험난한 투쟁은 이제 전설이 된 셈인가.

 

정권이 바뀌면서 퇴행을 거듭하는 이 땅의 민주주의나 사장 1인의 교체로 간단히 허물어져 버리는, 허약한 ‘정도 언론’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역량과 수준을 유감없이 드러내 준 것일까.

 

종합편성채널의 개국, 언론노조 총파업

 

이명박 정부 아래 언론 상황은 악화일로다. 방통위원장의 눈부신 지원에 힘입어 드디어 내일 종합편성 채널 4개가 개국한다. 그 개국을 위한 합동 개국 행사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데 언론노동조합은 이에 맞추어 하루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한다.

 

총파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언론사는 45개 사인데 그 참여방식은 제각각이다. 언론노조는 내일 오후 3시 한나라당사 앞에 모여 ‘한미FTA 비준 무효, 조중동 방송 특혜 금지, 미디어렙법 제정, 그리고 최근 발생한 부산일보 노조위원장 해고 규탄’을 외치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다. 오후 5시에는 종편 4사 합동 개국 축하행사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연다고 한다. <아래 표 참조>

 

신문이든 방송이든 수용자의 신뢰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언론이 마땅히 견지해야 할 원칙과 정도를 저버리고 권력과 특정 세력의 포로가 되어 버린 오늘의 일부 신문과 방송의 모습은 역사적 퇴행의 반증이다.

 

시민들에게 ‘쫓겨나는 언론’

 

기자로도 대접받지 못하면서 시청료 거부 운동의 대상으로 전락했던 <KBS>의 모습은 2011년에 일종의 데자뷔(기시감)로 재현된다.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쫓겨나는 <KBS>, <MBC>, <YTN> 등 방송사 기자들의 모습도 겹치기는 매일반이다. 기자들의 자괴감은 깊어가고 그런 가운데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조롱과 야유로 바뀌어간다.

 

종편의 개국은, 그리고 미디어렙법의 미제정으로 말미암은 광고시장의 무한경쟁은 이 나라 언론을 어떤 모습으로 변모시킬까. 그게 권력과 이해 당사자의 말대로 ‘언론의 발전’이 아니라 ‘언론의 다양성’을 죽여 버리는 악재가 되리라는 것은 모르는 이는 그들 당사자밖에 없는 듯하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뜨겁게 타올랐던 언론 자유를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투쟁과 희생이 이전의 자유 언론의 전성기를 이끈 힘이었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언론노조의 하루 전면 총파업을 응원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이들의 싸움이 잃어버린 ‘언론의 정도와 원칙’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되리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1. 11. 30. 낮달


이명박 정부에서 출범한 종편(종합편성채널)은 결국 극우방송의 출현, 언론자유 시장의 악몽이 되었다. 9년 만에 종편이 거둔 성적표는 마치 우익 보수 정당의 목표를 달성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디어법 10년의 결산은 <미디어 오늘> 기사로 대신한다. 

 

미디어법 통과 10년, 개선되지 않은 종편의 그늘

 

2020.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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